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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5월을 극복하자!
매년 연초가 되면 넘치는 산행의욕에 연간산행 계획보다도 많은 산행과 철렵, 맛기행으로 결심을 다잡아본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장애물 - 봄의 극치, 푸르른 신록이 퍼져 나가는행사의 달 5월 - 그러나 5월은 우리만의 계절이 아니잖은가, 사람이 관계속에 얼켜 살아가는데 그 관계속에서 역시 5월의 행사는 잔인하게도 많다. 특히 산행에 커다란 장애는 회원들이 각 분회별로 분산돼 있다 보니 매주 달리 다녀오는 분회MT로 산행일정을 맞추기가 여간 힘든게 아닌가.
어렵게 잡은 산행일정. 정해진 일정에 다들 어려움은 있겠지만 어떻게든 강행하기로 했다.
날은 벌써 봄을 지나 여름에 다다르고 계획된 첫 남도비박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연기(?)되어 이번산행은 비박산행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비박으로 정했지만 5월의 음주행사와 몇주 푹쉰 체력으로 감당이 될까 우려가 된다. 다행히 이번 비박지로 정한 도솔지맥의 중간구간인 부용산-죽엽산-사명산 코스는 산행기획자 삼거리의 고향 춘천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추곡령에서 죽엽산 오르는 코스만 깔닥이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내놨고 시중들리가 가지고 온 산행기를 봐도 10시간이면 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다들 마음의 부담이 없었다 - 물론 이 모든 것이 실제에선 엄청난 오판으로 총산행시간 18시간의 롤러코스트 산행으로 엄청난 체력적 부담으로 고통이였지만.
아침7시 화랑대역. 떠들이 의정부를 떠나 마들에서 삐리리를 태우고 도착하니 멀리 성남에서 온 끝내리와 시중들리가 반갑게 맞이한다. 서로 가볍게 수인사를 마치고 우린 급히 서둘러 출발한다. 오늘은 석가탄신일로 벌써 서울 외곽으로 나가는 길목은 엄청난 체증상태다. 덕소삼패 IC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끌이가 전화로 춘천간 고속도로가 톨게이트부터 막혀 국도로 가야겠다고 한다. 우린 체증이 심한 신내동에서 구리 넘어가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우회하여 상봉동으로 구리를 관통해 덕소삼패IC 입구의 시끌이를 태워 금곡, 대성리를 거쳐 경춘국도로 빠져나간다. 다행히 막히지는 않는다. 운전하는 떠들이, 항상 옆좌석에 붙여지는 시끌이 오랜만에 차안은 즐거운 시끌벅적, 스트레스 확 풀리는 서로간 소통의 시간이다. 못 만났던 동안의 공장얘기부터 천안함 사기극얘기 다들 의식과 가치가 공통되다보니 속이 후련하고 시원시원하게 장단이 맞는다. 9시 조금 넘어 우리는 아침식사를 위해 강촌입구 기사식당에 들어선다. 아침을 먹고 장비를 점검하고 부족분이 있나 메모하고 아침 화장실 볼일을 다 마치고 다시 출발.
10시 춘천시내를 거쳐 오봉산을 낀 배후령을 넘어서니 목적지인 배치고개 입구에 다다른다. 최종 부족한 물품을 사고자 고개밑 작은 구멍가게에 들르니 연세가 높으신 할머니가 주인이시다. 여기서 막걸리와 큰물4페트를(꽝꽝 얼린물1개 - 이물이 얼마나 귀하고 귀했던가) 보충하고 10여분 오르니 배치고개 정상, 정상엔 세대의 차가 입구에 서 있는 것이 먼저 간 산객들이 있는가 보다. 차를 그차들 뒤에 세워두고 다시한번 장비를 점검하고 신발끈을 질끈 동여메니 10시30분.
산행기점을 알리는 리본을 확인하고 힘차게 첫발을 내딛는다. 첫 코스부터 깔닥이다. 산행의 처음이라 그런가 무거운 배낭이 어깨에 내리 누르는 부담은 아직은 참아낼 수 있을정도다. 그러나 내리쬐는 햇볕과 깔닥, 숨소리는 점점 빠르며 고르지 못하다. 20여분을 오르자 삐리리가 갑자기 바지를 벗는다. 긴바지속에 반바지를 입고 온 것이다. 떠들이도 이내 따라서 반바지로 갈아 입는다. 그사이 앞선 일행은 쉼터봉에서 벌써부터 막걸리 한병을 마시고 있다. 누구나 다 경험해 봐겠지만 산행 첫30분. 그것두 오랜쉼이후 산행이람 더 무척이나 헐떡거릴 시간이다. 오늘의 일정상 여유롭게 쉬기로 했다.
시원한 막걸리에 숨을 고르고 20여분 오르니 헬기장 표시의 안부. 여기가 부용산의 정상이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우린 땡볕이고 첫 휴식이 길어 바로 출발하고자 리본을 찾아보니 바로 앞에 보인다.(11시45분) 바로 내리막길. 앞선 시끌이 연신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저녁에 쌈싸 먹을 엄나무(개두릅)를 찾기 위해서다. 나물철이 지나 패지 않고 야들야들한 것을 골라 뜯고 있다.
20여분을 내려왔을까 조그마한 공터가 나오고 갈림길이다. 먼저 도착한 시중들리가 어쩐지 길을 잘못 든거 같다나 모두 머리를 맞대고 지도를 보고, 주변산세를 보니 앞쪽우측으로 배치고개가 능선을 따라왔고 그 건너에 오봉산, 좌측으로 긴 능선들이 뻗쳐 나간게 우리앞쪽으론 계속 내리막에 바로 소양호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우린 하우고개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가는 산들이 오지에 가까운 인적이 들어서지 않은 산이라고는 하지만 우린 항상 자신만만 아님 그저 아무 생각없이 리본만 따라 가는 것인지, 특히 산행초엔 더 그런거 같다. 결국 오던 길을 되돌아 다시 올라간다. 그 와중에도 시끌인 야들야들한 엄나무순을 한번 더 따야 한다며 떠들이를 데리고 길가 밑으로 내려가 한웅큼 따가지고 올라온다.
다시 헬기장에 도착하니 12시30분. 시중들리가 산행기를 읽어보니 헬기장에서 동쪽으로 방향으로 향하면 정상을 알리는 코팅한 작은 표식이 있다고. 자세히 보니 역시 동쪽으로 작은 입구와 함께 코팅한 표식이 있는 것이 아닌가. 첫 알바를 하고 까먹은 시간 때문에 부담이 된다. 서둘러 내려가며 지도를 수시로 본다. 길도 제대로 나있지 않고 리본도 점차 없어져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지도를 보면 20분정도 내려가 갈림길이 나오고 그 왼쪽으로 가야하는데 갈림길인지도 구별이 잘되어 있지 않다. 앞선 시끌이 틀림없다 책임진다며, 자신있게 길을 인도한다. 그러나 뒤따르던 대한민국 육군중위 소대장 출신인 끝내리 계속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 길이 아닌데, 저위에서 좀 더 바로 가야하는데 한다. 아니나 다를까 가면 갈수록 제대로 된 길이 없다. 얼마가지 않아 산나물을 따는 부부가 보인다. 무거운 배낭에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오는 우릴 안스러운 듯, 대단하다는 듯 본다. 우린 가야할 건천령을 물어보지만 잘 모르는지 그저 멀었다 어디까지 가느냐? 추곡령까지 가려면 오늘 저녁에나 도착할 것이라는 엉뚱한 답만 하고 있다. 서둘러 움직이며 진행해 가니 잠시후 역시 나물따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건천령은 왼쪽으로 붙어가다 임도삼거리 뒤쪽에 있단다. 아차 두 번째 알바다.
우린 조망이 탁 틔인 급경사 내리막 사면에서 지친 몸을 추스르고 다시 산세를 보고 길을 찾고자 쉬기로 했다. 집에서 가져온 얼린 막걸리를 한잔하며 시끌이 이번엔 지도와 산세를 보며 좀 더 신중하고도 비장함으로 “앞에 우뚝선 저산으로 가야한다. 좌로 임도가 보이고 그 너머가 분명 건천령이다. 어차피 건천령은 평행으로 지나쳤으니 바로 급경사를 내려가 임도를 가로질러 바로 앞산으로 오르자”고 시끌이가 제안한다.(13:30분) 급경사를 내려가고 꼬불꼬불한 임도를 버리고 바로 계곡으로 쳐 내려가니 시원한 물이 넘쳐 흐른다. 얼마나 반가운지 머리를 감고, 물을 보충하고 바로 다시 올라치니 임도삼거리다. 이제부터 종류산에 들어가는지 오르막길이다. 뒤쪽의 시끌이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점심시간도 지나고 더운 날씨 무거운 배낭에 많은 땀을 흘려 배가 고플것이다.
편히 먹을 적당한 곳을 찾으려고 오르지만 군훈련 장소인지 교통호에 이어 벌목해서 잘려진 나무들로 어수선한 곳이다. 계속 오를 수밖에. 뒤쪽 시끌인 연신 배고파 도저히 못 간다하고 끝내리, 삐리리 모두 오늘 산행은 여유가 있고 임도를 돌지 않아 시간을 벌었으니 밥을 해먹고 가잔다. 그러나 얼마전 막걸리에 그리고 물배를 채워 그런지 헛배가 부르고... 오늘 18:30분내 비박지에 도착할 것이니 대충먹자는 제안에 다들 동의하여 라면3개 끊여먹고, 막걸리와 족발을 더하여 먹기로 했다.(14:20분)
점심을 먹고 나니 맥이 풀리는게 이젠 심든 고통이 몸에 배이기 시작한 거 같다. 무거운 배낭에 어깨는 벌겋게 자국이 나고 무더운 날씨는 연신 물만 찾게 한다. 점점 발걸음은 늦어지고 목적지까지 예정된 시간내에 갈수 있을지 걱정이다. 오르락 내리락 반복. 우리의 등반대장 시중들리 드디어 앞서 치고 나간다. 산행시 모두가 흐느적거릴때 앞서 치고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아무래도 간격이 벌어지면 안되겠기에 따라 갈 수밖에 없다. 한시간 반을 인내하며 걸으니 또하나의 정상이 나타난다. 종류산이다. 사실 종류산은 여기서 삐져나간 15분거리 저 뒤쪽이 정상이다. 여느때라면 배낭을 놓고 오르고 왔을 터인데 오늘은 도저히 힘들어 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15:50)
부지런히 가야할 것 같다. 30여분을 내려오니 바로밑이 추곡령이다. 오랜만에 숲속에서 잠시 벗어났다. 멀리 좌로 중계탑이 보이고 이어져 앞쪽으로 죽엽산과 벌목장, 우측으로 이어진 운수현 능선. 오늘목적지가 바로 능선의 우측끝 운수현이다. 3시간내에 갈수 있을까 걱정이다. 해는 점점 서쪽으로 향한다. 추곡터널위를 지나며 화천면 간동면이라는 안내판이 있고 다시 잠시임도로 내려서다 다시 오르니 바로 이동통신 중계탑이다. 이곳을 지나면서는 길에 낙엽이 신발을 덮을 정도로 많다. 가뜩이나 덥고 힘든데 낙엽이 덮여있어 오르막엔 디딤발에 힘을 줄 수가 없고, 내리막엔 미끄러질까 여간 조심스런게 아닌가. 회곡령을 지나 본격적인 죽엽산 오름구간. 오르기전 무덤가 할미꽃이 모양새 같지 않게 꿋꿋이 힘차게 피어져 있는 것이 괜히 힘이 솟는 것 같다(17:30)
여직 온 구간 어디보다도 심한 급경사, 말 그대로 완전 깔닥이다. 한발짝 내밀고 오르기가 힘들다. 앞선 시중들리와 간격을 좁혀야지 하는 생각으로 인내를 갖고 오르지만 너무 힘들다. 시중들리는 보이지 않지만 800봉에 이르니 바위에 조망터가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쉬기에 딱 좋았다. 잠시를 쉬니 끝내리, 삐리리, 시끌이가 연이어 힘들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끼어 들고 있다. 배치고개 밑에서 산 귀한 얼음물, 이 시원함, 오장육부가 다 시원해지는게 잠시 가볍고 상쾌한게 날아갈 듯하다. 시원한 바람을 안고 지나온길들을 바라본다. 남서쪽으로 종류산, 그앞으로 맞선 부용산과 동쪽으로 이어진 오봉산(청평산), 마적산. 언제나 지나온 길을 보면 많이 왔다는 생각에 뿌듯하지만 갈길은 아직도 멀다. 일어서기전 사과 하나를 네조각으로 나눠 먹고 일어선다. 헐떡헐떡 다 올라왔나 싶더니 다시 동으로 작은 능선을 10분정도 걸어야 정상이다. 시중들리가 누워 쉬고 있다. 마의 구간을 헤쳐 기어이 다 올라왔다. 그런데 여기도 부용산 마냥 변변한 정상입석은 없다. 다 떨어져 헤진 천에 그냥 죽엽산 859m가 전부다(18:40)
잠시후 일행이 다 올라오고 급히 정상기념 포토촬영에 들어간다. 시간이 너무 늦었다 벌써 운수현에 도착해야할 시간인데다 물은 오늘저녁이면 거의 다 떨어질 것이다. 물보충이 가장 시급하다. 지도을 보면 운수현엔 水자가 있는게 물이 있다고 알려주고 있지만 산에서 가보지 않고야 어찌 확신할 수 있나 어찌됐든 서둘러야 한다. 시끌이와 떠들이 앞서며 빨리 쫓아오라는 말을 하며 내달린다. 잠시후 헬기장이 나오고 바로 쳐 내려가는데 길이 안보인다. 뒤쪽의 일행이 거기가 아니다 빨리 다시 올라오라한다. 헬기장에서 다시 지도를 보고 산길을 정밀 분석해본다. 아무리 봐도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 오던 길로 다시 가면 좌로 길이 나아 있는게 아닌가. 오늘의 세 번째 알바다. 힘든데 알바에 다시 길을 되돌리니 짜증과 힘듬이 몰려온다. 정상을 지나치자 마자 좌로 길이 나아 있는게 아닌가, 올라오며 힘들어 보질 못한 것이다.
거의 탈진상태에서 내리막길을 내달리고 있다. 삼십여분을 지나니 지도상에 나와 있는 노송군락지가 보인다. 이젠 어둠이 내리 깔리는게 아무래도 운수현까지는 무리일거 같다. 운수현과는 불과 20여분 거리지만 잠자리를 잡고 텐트를 치고 저녁을 먹으려면 아무래도 더 이상 전진은 무리다. 작은고개에 이르렀다. 당골인지 돌탑에 울긋불긋한 깃발이 큰나무에 걸려 있는게 서낭당 모양이다. 어째 기분이 이상한게 좀 떨어진 안부로 자리를 옮겨 텐트를 치고 침낭을 깔고 저녁 준비에 들어간다.(20:00)
편안히 쉴 수 있는 자리, 흠뻑 땀을 빼고 시원한 물 마실 수 있는 곳, 온몸 노폐물을 배출하고 새로운 기운을 심어줄 수 있는 공간, 밤하늘 초롱한 별빛은 우리를 위해 자리를 지키는 것 같고 재넘어 넘나드는 바람은 쉴새없이 상쾌함을 던져 주고 간다. 작은 아이스박스에서 아직도 시원하게 재워진 쭈꾸미 볶음에 삼겹살을 넣고 보글보글, 한켠에선 생각보다 물을 많이 먹는 밥이 연신 뽀얀 김을 내뿜으며 익어가고 있다. 김치를 꺼내고, 술을 꺼내고 낮에 따온 엄나무순을 삶고 완벽한 산속의 저녁상이 준비되어 가고 있다. 저녁을 기다리는 사이에 시중들리 작은 비닐봉지를 꺼낸다. 설탕을 발리고 볶은듯한 호두다. 두어개씩 집어 입속으로 털어넣으니 달짝지근한게 피로를 확 날리는것 같다.
밥이 되기전 입속으로 다 들어간다. 아직도 총각인 시중들리가 볶은 호두를 사오지 않는 한 준비해 왔을리 만무하여 “와 맛있다 이걸 언제 준비했어” 하니 “내가 한게 아니구 ... 누가 준비해줬는데 맛있어 다행이란다” 밥먹기전 열심히 문자를 하는 것이 이젠 옆지기로 굳혀져 가는 아가씨가인거 같다. 반가운 소식. 반가운 마음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밥이 다 되고 손바닥위에 엄나무 순을 가득 올려 쭈삼볶음을 싸아 주린배를 채워나간다. 가져온 소주가 600ml 2페트다 다들 술이 너무 적다 모자란다는 소리에 총무인 떠들이 미안함과 함께 통제에 들어간다. 컵에 마실 수 있는 일정량만 따라놓고 꼭 마실 사람만 마시란다. 암튼 그래서 그런건지 식사가 다 끝나가도 술에 손이 별로 오질 않는다. 결국 다 마셨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그리 땀내고 연신 들이킨 물에 영향분 다 빠져나갔으니 음식이 중요하지 술은 그다음인거 같다 결국 술은 이상황에선 적당양이 된 듯 하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삐리리 바로 자신의 침소인 해먹으로 올라 눕는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삐리리가. 암튼 오늘 밤은 이렇게 마치고 다들 피곤한 몸을 침낭속으로 들이 민다.(22:00)
새벽05:00. 시끌이가 일어난다. 일어나는 폼새가 요란하다. 다들 일어나라 얼마를 더 잘거냐 물뜨러 가자, 그런데 아무도 일어나질 못한다. 얼마나 피곤들 했으면.. 여느때 같음 밤새 소변이라도 보러 일어나고 했을텐데 ... 다들 왜이리 된새벽부터 일어나 깨우냐고 옹알옹알하다 시끌인 물을 뜨러가고 다들 그냥 침낭에서 나오질 않는다. 06:10 시끌인 2리터짜리 물병 두 개를 채워 올라왔다. 연이어 끝내리가 일어나 합새하며 아침밥을 하고 시중들리가 일어나자 다들 잠자리를 정리한다. 아침메뉴는 어제 남은 밥에 누룽지타서 끊인 밥 그리고 시원한 포기김치. 밥을 먹고 나니 또다시 물이 다 떨어졌다. 페트 두병 가지고는 어림도 없지. 결국 우리의 포터 떠들이가 나선다. 비닐봉지에 2리터짜리 페트 4개, 작은병 두 개를 가지고 시끌이가 알려준 대로 임도를 따라 10여분 내려가 계곡에서 물을 길러왔다. 비박산행에서 물이 얼마나 귀한가^ 물이 있고 없고에 따라 배낭의 무게는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가^ 이렇게 보충할 수 있는 곳이 있어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08:00 비박지를 누가 봐도 거쳐 갔는지도 모르게 치우고, 정리하고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아침기운에 30여분 달려가니 운수현. 임도로 연결된 콘크리트 도로가 남북 약수골과 운수골로 이어진 곳. 장승이 우뚝서 우리를 맞이한다. 잠시 쉬며 지도를 보고 방향을 잡는다. 역시 깔닥 급경사가 삼군경계봉과 문바위봉까지 이어진다. 지겹게 이어지는 오르락 내리락. 여느산 같으면 평탄한 능선도 나타나겠건만 이번코스는 평탄한 곳, 조망을 볼 수 있는 탁틔인 곳이 나타나질 않는다. 어쩌겠나 오로지 아무 생각없이 고통은 접어두고, 보람되고 흐뭇한 땀방울에 위안을 삼고 전진해야지. 헬기장을 지나 한참을 오르니 양구, 화천, 춘천의 경계라는 삼군경계봉. 여기도 역시 입석은 물론 정상이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밋밋한 숲속의 작은 평탄지가 제일 높으니 정상이겠거니 생각하며 쉴 틈도 없이 금새 방향을 틀어 암봉인 문바위봉으로 오른다.
11:00 큰바위를 우회하고 돌아 헐떡이며 오르니 암봉 - 문바위봉(1004m)이다.
넓은 조망처에 커다란 소나무와 칠성탑이 있고, 문바위와 연결된 곳으로 10m쯤 길이의 출렁다리가 놓여있다. 입구를 막아놨지만 오랜만의 포토존인데 넘어가 다리위에서 사진을 찍고 건너가 본다. 문바위에서 바라본 사방의 전경. 사명산을 등지고 남으로 소양호가 보이고 소양호 우측으로 부용산, 오봉산, 마적산, 다시 우측 서쪽으로 지겹디 지겨운 죽엽산, 그러니까 우리가 저멀리 남서쪽의 부용산 반대자락에서 올라와 북동진하며 종류산을 넘고 다시 종류산에서 북진하여 죽엽산, 다시 동진하여 이제 들어선 곳이 사명산 자락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겠지 하는 마음과 하산하면 출출한 배로 맛있는걸 먹겠다는 욕심에 점심도 다되고, 배도 고프다는 아우성으로 기왕이면 이렇게 좋은 조망처에서 조금 여유를 갖고 쉬자하여 자리를 튼다. 어제 먹다남은 삼겹살 몇점을 작은 돌판에 굽고, 1개남은 라면을 뿌셔뿌셔 해 먹는다. 구은 삼겹살에 라면 스프를 뿌리고 먹는맛 - 비록 4점씩 밖에 먹진 못했지만 얼마나 귀한 단맛이고 든든하던가. 비박산행때마다 다들 무거운배낭에서 먹거리를 빨리 먹어치워 비워야 배낭이 가벼워진다는 생각에 먹거리는 보통 비박지에서 거의 동이 나고 만다. 다음날엔 쫄쫄 굶으며, 간혹 라면부스러기나 아님 전날먹다 남은 밥에 라면스프와 물가득으로 후루룩 먹는 외엔 그야말로 노숙산행이 아니였던가^
12:15 긴 휴식후 잠시 오르니 처음으로 안내판이 나온다. 사명산 2.5km
하산후 제때에 점심먹긴 틀렸다 부지런히 가자 - 다행히 이제부터는 그리 큰 깔닥 없이 완만한 능선이지만 2.5km가 이렇게 긴 것인가. 몇 개의 봉을 넘고 두 개의 헬기장을 넘어서니 정상에 다가선다.(13:50) 정상엔 두분의 산객이 조촐한 점심을 드시고 계시며 우리에게 소주며, 계란, 오징어포를 권하지만 소주는 도저히 마실 엄두가 나질않아 계란 한개를 나눠 먹는데, 엥^^ 늦게 도착한 삐리리 정상주 한잔은 마셔야 한다며 한잔을 넘죽 받아 넘기는 것이 아닌가, 대단한 술꾼.
사방팔방이 탁틔인 전경이다. 남서쪽 지난온 산맥들과 소양호, 파로호까지 그리고 북으로 멀리 도솔산, 대암산에 동으로는 아련히 설악과 점봉산 - 밝은날씨엔 다 보인다고 안내판에 나와 있는데... 오늘은 설악, 점봉까지 보기엔 맑은 날씨가 아니네. 춘천, 화천, 양구, 인제까지 보인다 해서 四明山
이곳 사명산은 멀리 북쪽 최전방 양구 도솔산에서 시작해 대암산과 광치령을 거쳐 죽엽산, 부용산, 오봉산, 배후령까지 이어지는 도솔지맥의 중간이다.
최근 작은도시 양구에서 관광객유치를 목적으로 도솔산 전투승리기념과 소양호, 파로호의 청정 전경을 내세우며 이 도솔지맥을 널리 소개하며 산객들의 관심을 받는 곳이다.
웅진리 5.3km. 이젠 오로지 내려가는 길이다. 늦은 마음에 쉬지 않고 내달리지만 보통의 깔닥이 아니다. 이곳으로 올라온다고 생각해보니 아찔하다. 도대체가 이번산엔 이 급경사가 빠지질 않는다. 한시간여를 쉬지 않고 내리쳐 오니 온몸은 비오듯하는 땀으로 젖고 발바닥은 따갑고 아프다. 뒤쪽의 시끌이, 끝내리가 한참을 처졌는지 보이질 않는다. 우린 기다기며 계곡속으로 들어가 씻기로 한다. 삐리리 이내 옷을 홀랑 다 벗고 계곡으로 첨벙해 보지만 금새 뛰쳐 나오는것이^ 아직도 물은 얼음물이다. 단30초도 물속에 담기 힘들 정도로 차갑다. 발바닥이 아픈데다 물도 차가우니 서있기도 힘드네..
잠시후 시끌이, 끝내리 도착. 둘은 벌써 대충 씻고 왔다는게 아닌가.(15:20)
잠시 내려오며 선정사가 보이고 비포장도로. 우린 배치고개로 차를 가져가야하는데 이 오지마을엔 마을이 보이질 않고 절에선 택시부를 전화번호도 모른단다. 결국114를 수배하여 택시한대를 불러보지만 다섯명에 커다란 배낭 다섯 개가 두 대의 택시를 불러야 한단다. 시끌인 체력이 다했다 편안히 두 대불러 가자하고 끝내린 비포장 끝 웅진상회까지 내려가 버스를 타고 배후령까지가서 거기서 다시 택시를 불러 가면 비용이 절약된다나... 그러나 우리의 무댓보 떠들이 한 대의 택시만 부르고 다섯명 다 들이밀잔다.(16:30) 택시가 오고 다섯명 다섯배낭 그냥 아무일 없었다는듯 다 채워도 의외로 아무말이 없다. 싱겁게. 비용도 생각했던 것보다 반값에..허참
배치고개로 이동, 차를 가지고 내려오며 어제 물을 샀던 할머니가게에서 시원한 맥주한캔씩하며 멀리 죽엽산을 본다. 삼거리 이길 지나가며 멋진 산 꼭 가보고 싶다했지. 우린 갔다왔네 저산이 보기엔 멋져도 엄청 힘들거란건 우리가 먼저 안거야
집으로 향한다. 약속의 시간. 배고픔을 채워줄 곳. 예전 구절산에 갔을때도 들렀지 춘천학곡리 닭갈비, 막국수. 아무리 배고파도 그때처럼 무모하게 먹진 말아야지
2010년 첫 비박산행은 이랬다. 우리식으로 정말 확실한 추억을 하나 만들어 냈다.
또하나의 기록. 다같이 있던 산속의 시간들, 우리만의 시간들.. 고맙고 좋았다.
다음에도 좋아야지^^
첫댓글 이번 산행에서 나를 더욱 지치게 한 낙엽에 관한 구르몽의 시 한 구절
시몬 나뭇잎이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그렇지만 죽엽산에선
이런 표현이 더 나은 것 같군요
너는 좋으냐 낙엽쌓인 깔딱 산을?
"떠들이님 산행기 잘 읽어보았슴다"
ㅎㅎ 문과 따지더니 웬 수리과가 이렇게 글을 잘 쓰남?
그럼 진짜 문과쟁이들은 어떡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