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속의 사랑, 애증의 사랑
어떠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감정은 과연 어떠한 감정일까? 항상 함께 있고 싶은 마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 사랑을 나누고 싶은 마음, 보고 싶은 마음 등이 소용돌이처럼 마구 섞여 있는 주체할 수 없는 상태를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용돌이의 감정은 시간이 흐르고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질수록 무뎌지게 된다. 여기에 나오는 덕망 있는 유명 인사인 피에르 역시 10년 넘게 아내와 살게 되면서 그러한 감정이 무뎌지게 되고, 매력적인 승무원인 니콜을 보게 되면서 무뎌졌던 그의 감정에 정욕과 열정이 불타오르게 된다.
그는 처음에 너무나도 다정한 남편이자 자신의 딸인 사빈느에게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갖고 있다. 그는 어느 누가 보기에도 화목하고 사람들이 꿈꾸는 그런 ‘평범’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자상한 얼굴은 니콜을 만나면서부터 점점 한 여자를 갈구하는 남성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있어서 결혼한 남성은 자신의 부인을 평생 동안 사랑할 것을 맹세하며 한 여자의 테두리에 갇히게 된다. 결혼을 한 이상 그 둘은 다른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주어서는 안 되며, 그러한 외도는 결국엔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시선을 받게 되고, 가정은 파탄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만큼 결혼이라고 하는 것은 서로 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 또 자신의 부모님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자신의 아내나 남편이 아닌 다른 이성을 사랑하는 불륜은 현대 사회에서 나쁜 것,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이루고 있다. 더욱이 피에르는 TV에 자주 나오는 이름이 나있는 유명인사이기 때문에 그의 불륜은 알려져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피에르는 니콜과 사랑을 나누고 그녀와 함께 하고 싶지만 주변의 시선을 두려워한다. 또 그녀와 함께 간 여행에서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에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러한 거짓말은 결국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된다. 또한 그의 이러한 떳떳하지 못함은 니콜에게 부끄러움과 괴로움만을 안겨준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시켜 주지 못하고 마치 모르는 사람 보듯 지나쳐 갔을 때의 실망감과 모멸감은 클 것이다. 불륜을 저지른 피에르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긴 하겠지만, 불륜의 상대인 니콜 역시 많은 고통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결혼을 한 남성을 만난다는 것은 아마도 끝이 보이는 사랑을 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아무리 서로 사랑을 하고 함께 지낸다고 해도, 결국엔 아무에게도 자신들의 사랑을 알릴 수 없고, 가족이나 주변의 친구들을 피해 다녀야만 하는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니콜 또한 피에르가 계속해서 자신을 떳떳하게 만나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 모습에 점점 더 실망을 느끼게 된다. 그녀는 “날 여기 데려 온 게 누군데? 난 입도 뻥긋하지 않았어. 당신이 날 거추장스러워 하는 걸 알았어. 저녁에 얼마나 모멸감을 느꼈는지 알기나 해?”라고 말하며 울기도 하고, 결국 마지막에는 “당신이 안절부절 하는걸 내가 몰랐을 것 같아? 몸조심하는 마당에 장래 계획이라니. 당신도 어려움이 많겠지만 나도 나대로 있어. 괜찮다면, 어쨌든 나는 이따금 만나 저녁 함께하고 그랬으면 좋겠어. 미안해.”라는 말을 남기며 떠나게 된다. 결국 그녀도 계속해서 도망가고 비밀로 부쳐야만 하는 사랑에 지쳤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고 또 그러한 감정에 이끌리는 것이 사랑이라고들 하지만, 그 사랑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주변의 상황도 큰 몫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고 하는 것을 둘만이 만들어가는 감정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주변의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는 면도 사랑의 일부분에 속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불륜의 사랑은 그 사랑이 순수하든 아름답든지 간에 손가락질 받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두 당사자가 가장 힘들 것이다. 피에르와 니콜 역시도 이러한 상황이 찝찝하고 또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에 같이 있어도 불편한 느낌이 들었고, 그것을 이기지 못하고 니콜은 떠나게 된다.
두 번째로 내가 이 영화에서 본 것은 질투라는 사랑의 감정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에게 휩쓸리는 폭풍 같은 감정이기도 하지만 사랑이 잘못 발현되게 되면, 증오와 질투가 섞여진 감정으로 변하게 된다. 어쩌면 사랑은 애증(愛憎)의 감정이 혼합된 것일 수도 있다. 니콜은 처음에는 피에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피에르가 아내에게 가려고 하자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인다. 이러한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피에르를 그의 아내에게 보내고 싶지 않은 질투의 감정이 섞인 것이다. 또한 피에르는 니콜이 예전에 만났던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와 함께 잠자리를 한 부조종사에게 질투와 분노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이러한 소유욕에서 비롯되는 질투는 자신이 조절을 하지 못하고 통제를 하지 못하게 되면, 증오와 살인적인 충동으로까지 발전하게 되는 위험한 감정이 된다. 피에르의 아내는 이러한 질투의 감정이 살인으로까지 전개되게 된다. 그녀는 남편의 계속되는 불륜에 잠을 못 이루고 남편을 붙잡으려고 매달려 보기도 하지만, 결국 남편은 니콜에게 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이 니콜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게 되고, 분노의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사과를 하려는 남편의 전화를 간발의 차이로 받지 못하게 되면서 그녀는 결국 남편에게 가 총을 쏴 그를 죽이게 된다. 마지막의 그녀의 얼굴을 보면 눈은 허공을 응시하듯이 멍한 반면에 입 꼬리는 살짝 올라가 미소를 띄고 있는 듯하다. 아마 그녀는 남편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해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쩔 수 없이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불륜의 사랑이 대부분 이루어지지 못하고 깨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둘이서 하는 것이라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생겨나는 것이다. 또한 사랑은 질투라는 감정을 포함하고 있으며, 큰 폭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감정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우연처럼 쉽게 만들어지게 되지만, 그것을 유지하고 질투나 분노의 감정을 적절하게 섞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댓글 프랑스 영화인가 봅니다. 본 바는 없는데
프랑스 영화는 참 사변적이라던데...리뷰에서도 그렇게 느껴지네요
언제 기회가 닿으면 감상해 볼게요. 소개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