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를 다닌 것은 1960년대입니다.
그 때만 해도 옛날이고, 볼거리가 없어서였는지
초등학교 운동회 때는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구경을 왔었지요.
뿐만 아니라 이웃학교 친구들도 구경을 왔었고요.
내 기억으로는 서석면 관내의 초등학교에서 운동회를 하는 날에는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단축 수업을 했었던 듯합니다.
삼생이나 청량 또는 송촌초교 운동회 날이면
서석초교도 오전 수업만 한 것이지요.
항곡초교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거기는 너무 멀기도 했지만,
구둔치 고개를 건넌 뒤 교량이 없는 황골 개울도 건너야 했거든요.
선생님들은 자전거를 타고 운동회 구경을 가시고,
우리는 걸어 갔지요.
버스는 있었지만, 하루에 네다섯 번 밖에 안 다니니
시간이 잘 안 맞고,
또, 차비도 아까웠으니까요.
운동회를 하는 학교에서는
손님들을 위해서 달리기나 공굴리기 종목 같은 것을 넣어서
내빈들을 참여시켰지요.
아주머니들을 위해서 달리면서 바늘귀를 꿰어가지고 들어오는 종목도 있었고요.
그 때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 마라톤이었습니다.
마라톤 종목은 각 초등학교마다 모두 있었는데,
서석면의 젊은이는 물론, 횡성이나 홍천에서도 선수가 왔었던 듯합니다.
마라톤의 상품은 솥이나 수건 등이었던 것으로 기억되고요.
또, '타교생경기'라는 종목도 있어서
다른 학교에서 구경 온 학생들에게 참여 기회를 주었습니다.
보통 달리기에서는 1등은 공책 3권, 2등은 2권, 3등은 1권을 주었는데,
타교생에게는 상품 인심이 더 풍성했습니다.
입상을 못 한 학생은 또 뛰게 해서
웬만하면 공책 한 권씩을 주었지요.
또, 그 시절에는 운동회 날에 운동장에 노점상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먹거리나 만화책을 파는 상인이 들어와서
마치 장마당처럼 물건을 펼쳐놓고 팔기도 했고요.
저학년 때는 정말 좋았어요.
운동회 다음날은 피곤할 것이라면서
임시 휴교도 하고 *^^*
그런데 고학년이 되니 그런 좋은 풍습(*^^*)이 사라지더군요.
다른 학교에서 운동회를 한다고 단축 수업을 하는 것도 없고,
'타교생 경기'라는 종목 자체도 사라지고….
수업 시간 확보에 대해 어느 정도 기강이 잡힌 것이겠지요.
노점상이 운동장에 들어오는 것도
학교측에서 금지시킨 것 같습니다.
서석초교에서 60년대에서부터 70년대까지 불렸던
-그 뒤에도 불렀는지는 모르겠고요-
운동회 노래와 응원가를 소개합니다.
(이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국어샘은 정말 대단 *^^*
하지만, 기억의 오류가 있을 지도 모름)
운동회 노래
하늘 높이 태극기 춤추는 이 날
응원의 아우성이 오늘에야 넘친다
강철같이 단결하여 뛰는 힘도 가볍게
오늘에야 보여주마 우리들의 운동회
응원가
보아라 이 넓은 싸움터에
청군과 백군이 싸운다.
청군과 백군이 싸우면은
문제 없이 청군(백군)이 이긴다.
힘 있게 뻗친 튼튼한 몸에
우리의 용기는 다한다.
이 땅에 자라나는 씩씩한 새싹
붉은 피가 나오도록 싸워라.
가장 흥미진진했던 경기는 역시 기마전이었지요.
그 때 부른 노래는 '무찌르자 오랑캐'였습니다.
행진곡
무찌르자 오랑캐 몇 백만이냐
대한남아 가는데 초개로구나
나가세 나아가 승리의 길로
나가세 나아가 승리의 길로
쳐부수자 공산군 몇 천만이냐
우리 국군 진격에 초개로구나
나가세 나아가 승리의 길로
나가세 나아가 승리의 길로
(이 노래는 대학 때 데모하면서도 불렀지요 *^^*)
또, 응원을 할 때,
이런 노래도 불렀던 듯합니다.
나가자 씩씩하게 대한 소년아
태극기 높이 들고 앞장을 서자.
우리는 싸우는 대한의 아들딸
무찌르고 말테야 공산 오랑캐
음악 교과서에 있는 응원가는
'깃발이 춤을 춘다. 우리 머리 위에서...'로 시작하는 노래인데,
이 노래를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으므로 기억이 안 납니다.
응원가 치고는 곡이 너무 잔잔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석초등학교 교가
아미산 푸른 정기 길이 지니고
힘차게 자라나는 풍암의 새싹
배우는 일터에서 진리를 찾아
금수레 은수레 밀며밀며 나가
빛나거라 서석 학교 우리 꽃동산
노랫말이 귀엽고,
곡도 예뻤지요.

지금의 서석초교입니다.내가 학교 다닐 때의 정경은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네요.
건물도 바뀌고,
운동장의 커다란 미루나무도 사라졌고,
심지어 교문의 위치까지 바뀌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