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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남지중22회 원문보기 글쓴이: 바람꽃
그 추억을 찾아 (17) 남지장 |
창녕 남지장 "그 땐 그랬지" 우리의 젖줄인 낙동강과 함께 삶의 애환이 서려있는 창녕 남지장.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찾은 남지장은 닷새만에 돌아오는 오일장답게 생기가 넘쳐난다. 비닐봉지가 없어 생선 고기 등을 짚으로 묶던 시절. 사람들이 너무 몰려 “짚이야” “짚이야” 외치며 골목을 다녔다고 최복순(75) 할머니는 회상한다. “오늘 장에 국밥 한 그릇 먹으러 가자”고 할 정도로 호롱불 시대 오일장은 마을 축제였으며. 동네 소식을 전하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70년대만 해도 장날이면 구름처럼 사람이 몰려들곤 했지 난전 따라 국밥집 총총히 들어서고 갓 낚은 잉엉회는 그야말로 별미 지금은 고추·오이·수박 유명 옛 정취 사라졌지만 인정은 그대로 그땐 골목을 따라 장이 형성돼 길도 없었고 차도 없었다. 낙동강에서 갓 낚은 잉어회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이름을 날렸다. 땅콩도 유명했다. 이제는 고추. 오이. 수박 등 하우스 재배로 알려져 고추와 오이는 전국 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고추는 껍질이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맛을 자랑한다. 박성규(67) 남지장번영회장은 “도로가 시장이 돼 버리다 보니 상인들은 이문을 찾아 밖의 도로변에 깔고 앉아 장사를 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시장통에 10여 가구를 사서 장터를 만들어 도로변의 상인을 안으로 유치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교통이 발달하고 인근 마산 등과 가깝다 보니 장에 올 일이 줄어들고. 그 옛날의 정취는 사라지고 없지만 그래도 시골장의 인정은 살아있다. 창녕 영산에서 왔다는 김순이(79) 할머니는 “죽순이랑 방화잎. 가죽 이파리. 머구 줄기. 비름 등을 하루 전날 직접 장만했다”며 “방화잎 한묶음 500원 등에 팔아 하루 1만원 정도 번다”며 집에 놀면 뭐하냔다. 김 할머니는 “아침 8시쯤 버스 타고 시장에 나오면 돈 구경도 하고 바람도 쐰다”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근근이 혼자 사는 형편에 우짜겠소”라고 되묻는다. 때마침 남지 어린이집 꼬마손님들도 시장 나들이를 나왔다. 염천에 인기를 끄는 것은 단연 우뭇가사리 콩물이랑 식혜. 도토리묵 등을 파는 곳이다. 진짜 묵을 만들어 팔아온 지 20여년 됐다는 주인장은 성함을 여쭤봤지만 “일가 친척이 지천에 깔려 있는데 신문에 나면 소문난다”며 “가르쳐 줄 수 없다”고 연신 손사래를 친다. 요즘처럼 낮의 길이가 길 때는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장이 열린다. 떨이마저 팔고 짐도 챙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다 보면 어느새 낙동강과 함께 시장의 밤은 깊어간다. 글·사진= 김다숙기자 dskim@knnews.co.kr ☆장터 사람들 일년에 꼭 한두번은 낙동강물이 담는(넘치는) 바람에 철거하고 이주. 지금의 시장끝 자락에서 번듯한 건물을 지어 놓고 물 걱정없이 맘 편하게 장사를 하고 있다. 잉어와 붕어 등에 시래기를 넣고 만든 잉어찌개는 지금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마산 대구 등지에서 단골이 찾아오고 있다. 당시 300~500원 하던 것이 지금은 2만~2만5천원하니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중에서 웅어회는 봄한철 별미로 인기다. 딸 4명. 아들 2명을 공부시켜 다 출가시키고 현재 둘째딸과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음식맛을 손님한테 배웠다는 할머니의 그 손맛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고기가 적어도 적게 안줬다”는 할머니는 “인심을 쓰면 복(단골손님)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참기름. 들기름. 산초기름. 살구씨기름 등 웬만한 기름은 다 짠다. 땅콩 가공공장을 15년째 운영해 오다 중국산이 밀려 들면서 그만 두고 가업을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다. 한때 성시를 이룰 때는 새벽부터 밤 11시까지 강행군을 해도 일을 다 하지 못할 정도로 일거리가 밀려들었다. 2홉들이 한병에 20원. 30원 하던 시절이었지만 하루 매상은 짭짤했다. 그땐 참깨와 들깨기름 주인이 바뀌는게 다반사였지만 시골 사람들인지라 다음 장날에 도로 가져와 큰 문제는 없었다고 들려준다. 지금은 자동인데다 일도 없다. 국산 참기름은 찾는 사람도 없고 거의 대부분 수입산이 넘친다. 가격이 배이상 차이 나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금도 노인이지만 아직은 노인당에 갈 마음은 없다”며 “일하는 게 즐겁고. 일 없으면 서당가서 붓글씨 쓴다”고 자랑했다. “외손주도 봐주면서 틈틈이 기름 짜 용돈을 버니 사는 맛이 난다”고 말하는 박씨. 그래도 아들 진급할 때가 가장 기뻤다며 웃는다. 김다숙기자 dskim@knnews.co.kr ☆남지장은= 100여년 전부터 골목을 따라 형성. 밀양 수산과 함안. 의령 등지에서 찾을 정도로 큰 시장이었다. 2000년 재래시장 활성화로 상설시장이 생겨나 회원 30여명이 장사를 하고 있다. 2·7일장이 열리면 도로변 난전 상인 200여명이 몰려들어 성시를 이룬다. ☆장터 구경도 식후경= 돼지고기국밥. 소고기국밥. 추어탕 등 난장 국밥집이 유명하다. 국밥집 ‘요시꼬’ 와 할매 횟집 등은 ‘손맛’ 집으로 알려져 많이 찾는다. ☆추억을 열며 ☆주말 열리는 장 ▲7월3일= 진주 일반성장. 진해 경화장. 장유장. 밀양 수산장. 양산 신평장. 의령장. 함안 칠원장. 창녕장. 고성 당동장. 남해 동천장·고현장. 하동 진교장·옥종장. 산청 생초장·문대장. 합천장
☆주변 볼거리 ▲박진전쟁기념관. 전적비= 6·25전쟁 낙동강 전선의 최후 보루였던 역사 현장(창녕군 남지읍) 월하리 구 월상초등학교에 현대식 기념관을 건립. 호국정신을 되새기는 산교육장으로 육성. 개관 이후 국내 학생단체의 관람이 늘고 있어 인근 문화유적과 연계한 관광루트 조성 및 관광자원화에 기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