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어야만 했던 6.25... 그 서글픈 전쟁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태백산맥].. 그 이야기를... 이제부터 말하려 합니다. 10권 분량에 걸쳐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길지만 길게 느껴지지 않는 재미가 있고 긴장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 소설 무대가 벌교 일대에 많이 남아 있다고 하는 소설입니다. 먼저 인물들부터 보실까요.
객관적으로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고, 백범 김구를 존경하여 민족주의 입장에 서며 인민군 장교 김범준의 동생이면서 우익 염상구조차 그에게는 호의적인 전직 OSS 첩보원 김범우..
신분이 미천한 사람들을 자신과 같은 공평한 대우를 해주며 항상 예우를 갖추었던 정하섭...
돈도 없고 신분도 낮고 학식도 가지지 못했지만그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던 큰대, 이룰치라는 뜻을 가진 하대치...
무당의 딸로 태어나 업신여김만 당하다가 자신같이 미천한 사람도 존중해 주는 정하섭을 사랑하게 되는 소화..
사회주의 활동을 하다가 죽은 남편을 대신하는 마음으로 입산을 한 굳세고 당찬 여인 외서댁..
[태백산맥]에 나오는 인물들은 셀수 없이 많고 저마다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이 책을 중심인물이라고 할만 한 사람들은 앞서 말한 사람들인 듯 싶습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다른 중심인물들이 있습니다. 대립적인 인물로 등장하여 소설의 재미를 끌어가는 중심 역할을 하는 염상진과 염상구 두 인물입니다.
염상진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도 선생님이 되라는 아버지의 바램과는 달리 땅을 얻어 농사를 짓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사회주의에 가담하고 입산하여 여러가지 활동을 하다가 끝내 경찰들에게 잡힐 위기에 처하자 여섯명의 대원들과 함께 자살을 합니다. 그런 염상진의 몸에서 경찰들이 목만 잘라내어 경찰서 앞에 걸어놓습니다.
그리고.. 염상진과는 반대의 길을 택한 염상구... 열성적인 반공세력으로서 염상진과 대립하게 되는 관계이고 평생을 장사를 하며 어렵게 살아왔던 아버지의 바램중의 하나인 부자가 되어 지주노릇까지 합니다. 읍내 깡패들의 오야붕에서 시작하여 청년단장이라는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으며 칼을 잘 다루고 두뇌회전이 빠른 염상구는 염상진의 하나뿐인 동생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형만을 좋아하는 아버지로 인해 형에 대한 미움을 키워왔고, 끝내 형과는 반대의 길을 택하고 염상진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방해를 합니다. 그러나 그토록 미워했던 형이지만 경찰서 앞에 내걸린 형의 목을 보고 얼른 떠내라고 경찰들을 윽박지릅니다.
[요런 ××겉은 새끼덜아, 살아서나 빨갱이제 죽어서도 빨갱이여! 당장 못 띠내리겄어!] 형의 목을 가져가려는 어머니와 형수를 가로막는 경찰들의 어깨를 밀어붙이며 염상구가 한 말입니다. 그 앞에서 어머니는 목이 멥니다. 좌우익으로 나뉘어 어머니 가슴을 피가슴으로 만들었던 형제가 죽음 앞에서 화해하는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태백산맥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제각기 다른 성격과 삶을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태백산맥의 중심인물들은 대부분이 공산주의에 가담한 사람들입니다. 사람들 한명, 한명에게 견디기 힘든 아픈 시간들이 있었고, 이 책에선 그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모두 공평하게 살자는 공산주의 원칙이 더 많은 재물을 원하는 부자지주들에게 환영받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소작에 시달리는 가난한 사람들은 어쩔수 없이 공산주의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부자인 친일 지주들은 우익이 되고 이에 대해 비판적인 지식인들은 좌익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무조건 나쁘다고 배워왔지만 그것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느껴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든 그것에 대해 다 찬성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꼭 있게 마련입니다. 그건 사람들 각자의 생각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제 시대에 공산주의에 찬성하던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 어떤 사상보다 공산주의 사상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해방 후 미군정으로 바뀌고 6.25가 일어나고 휴전이 되어도 끝까지 빨치산 활동을 하다 죽음을 택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를 택한 인물들의 생각과 심리를 태백산맥이라는 책으로 묘사하였던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작가 조정래가 지은 태백산맥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출판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게 하였고 지금은 뛰어난 문학작품으로서 저자 조정래도 뛰어난 문학가로 평가받게 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어져 가고 있는 것입니다. 태백산맥이 출판되었을 당시에는 공산주의에 대한.. 북한 사람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무섭다.. 나쁘다... 뭐 이런 생각들이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우리와 똑같은 동포라는 인식이 한층 더 북한 사람들과 우리를 가깝게 하고 있습니다. 일제시대까지도 무조건 공산주의 사상이 나쁘고 그 연장에서 북한도 무조건 적으로 되어 있는 다른 책들과 달리 태백산맥은 공산주의를 택한 사람들의 입장과 생각을 나름대로 존중하면서 묘사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런 점에서 작가 조정래는 편협하지 않고 우리 민족을 중심에 세워 생각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우리들 중에는 북한을 나쁘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 태백산맥이라는 책을 읽고 인식을 민족 중심으로 좀 바꾸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무엇보다도 염상진과 염상구 어머니의 눈물을, 백범 김구의 눈물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길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역사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꼭 한번 읽어보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