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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배움이 오리쌤의 <메타학습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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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게시판 스크랩 제 1회 아시아 기억력 선수권 대회 참가 후기
orissam 추천 0 조회 222 15.09.10 21:06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무조건 한 달간은 푹 쉬라는 의사의 조언을 충실히(? ^^;) 따른 후, 달력을 보니 제 1회 아시아 선수권이 2주 앞으로 다가와 있다. 급한 마음에 남은 2주 동안 매일 5~6시간씩 훈련하자는 <최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몸이 따라주지 않아 실행 하루 만에 주말 휴식 주중 2시간 훈련이라는 <최소> 계획으로 변경하였다. 목표는 아시아 기억력 마스터(AMM = Asian Master of Memory) 타이틀 획득인데, 과연 10여일 간의 <최소> 계획으로 AMM 타이틀을 딸 수 있을까?  

타이틀 획득 기준: 국제 기억력 마스터 VS 아시아 기억력 마스터

International /Asian Master of Memory

 

국제 기억력 마스터 IMM

아시아 기억력 마스터 AMM

1. Speed Cards

2 (120)

1 10 (70)

2. Long Cards

1시간 동안 10팩 이상

30분 동안 7팩 이상

3. Long Numbers

1시간 동안 1000자리 이상

30분 동안 700자리 이상

4. 총점

3000점 이상

4000점 이상

 

홍콩으로 떠나던 날의 직감으로는, 가장 골치 아픈 종목인 30분 숫자에서 650자리 내외, 총점은 3 500점 내외에서 그치면서, IMM 기준은 넘지만 AMM 기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았다. 자성예언(self-fulfiling prophedcies)인가? 최종 결과는 30분 숫자 640자리(600자리 인정), 총점은 3507으로 AMM 타이틀 획득 실패. 아시아 선수권 순위는 전체 26에 그치고 말았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는 적이 없는가? ^^;;

 

그나마 총점을 400점 이상 더 얻어서 세계 랭킹을 150위 안 쪽(147)으로 끌어 올린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 결과 기억력 스포츠 25년 역사에서 나보다 나이 많은 상위 랭커들은 도미니크 오브라이언Dominic Obrien, 앤디 벨Andi Bell, 군터 카르스텐Gunther Karsten 등 역대 세계 챔피언들 몇 명만 남게 되었다.

 

재미 삼아 아래 영상을 시청해 보라. 전 미국 기억력 챔피언 스캇 해그우드Scott Hagwood가 Discovery에 출연해서 자신의 기억력을 검증받는다. 세계 대회에서 스캇의 총점은 2988점으로 현재 세계 랭킹 228에 올라 있다.




기억력 스포츠를 정리하여 나의 메타학습법 체계 속에 포섭해 놓자는 목표는 이미 달성하였다. 올해 말 세계 대회에서 국제 기억력 마스터IMM 타이틀을 따고 난 후에, 기억력 스포츠를 누구나 무료로 배워 즐길 수 있도록 관련 영상과 자료를 공개 배포할 것이다. 추가로 어휘학습서의 대세가 될 메타보카MetaVoca 시리즈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결합법과 기억력 스포츠를 소개하여 저변을 최대한 넓혀 놓으면, 대한민국의 기억력 스포츠는 5년 내로 중국과 몽골 이상의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하리라 확신한다.

 

그런데 IMM 타이틀을 획득하고, 기억력 스포츠를 메타학습법 체계 내로 포섭하자는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도, 나는 국제 기억력 대회에 계속 참가하게 될까? 세계 랭킹을 지속적으로 끌어 올리려 할까? 지금으로서는 IMM 타이틀 획득 단계에서 더 나아가 위에서 언급한 기억력 스포츠계의 레전드들까지도 모두 다 추월해 보고 싶다. 그러자면 세계 10위권 안에 진입해야 하는데, 과연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는지? ㅎㅎ;;

 

어쨌든 일단 시작한 이상,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기억력 스포츠계의 레전드 반열에 오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난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번 아시아 선수권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평소의 건강관리가 최고의 훈련이다>

 

나 자신을 향한 다짐과 후배 선수들의 분발을 위해서, 간단히 제 1회 아시아 선수권 참가 후기를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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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전날(8 19일 수요일 저녁) 계획은, 332 주목동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의 30분 숫자 기록을 알아보고 적절한 운영전략을 세우는 것이었다. 아직은 332 주목동 시스템 숙지도가 30~40프로에 불과하기 때문에 AMM 통과 기준인 700자리 이상을 외우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전략적인 경기 운영(특히 언제 어떻게 반복할 것인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교화 훈련의 하나인 <332 주목동 시스템 주어 캡쳐 작업> 50%밖에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30분 숫자 기록 측정과 전략 수립은 홍콩에서 하기로 하고, 밤을 꼬박 새워 남은 500개를 모두 캡쳐해서 노트북에 옮겨 놓았다. 반은 가뿐하고 반은 찝찝한 채로 인천공항 행 리무진버스에 올랐다.

 

목요일 오후 3시쯤 홍콩 카오룽 메트로파크 호텔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침대에 누우니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에 30분 숫자의 기록을 측정하고 운영 전략을 세울 생각이었지만, 그 다음날 점심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한국팀의 다른 멤버들인 계원과 조감독은 대회 전 날에 도착하였다. 한국에서부터 감기를 달고 온 계원은 일찍 쉬게 하고, 저녁 늦게 조감독과 식사를 같이 했다. 말이 안 통해 반찬도 없는 홍콩식 볶음밥 한 그릇으로 대충 때웠다. 식사 후에 대회 당일 아침에 헤매지 않도록 미리 대회 장소를 찾아가 보았다.





대회 준비에 바쁜 arbiter들과 잠깐 인사를 나누고 호텔로 돌아와 또 꿈나라로한국에서 못 한 30분 숫자의 기록을 알아 보고 맞춤 전략을 세운다는 계획은 꿈나라로 날아가 버렸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어쩔 것인가, 최근 5년여간 몸 관리에 너무 소홀했다. 정신력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훈련은 부족하고 체력은 바닥이니 아시아 각국의 어리고 젊은 영재들을 어떻게 당해 내나하지만 어쩌랴. 세월을 되돌릴 수도 없고, 있는 그대로, 되는 그대로 최선을 다 하는 수밖에.

 

1회 아시아 기억력 선수권 (겸 제 3회 홍콩 오픈)




첫날 (8 22일 토요일) 오전 8~9시에 선수 등록 확인하고 이름표를 받고 카드를 제출하였다. 안면이 있는 외국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 후에 자리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는데, 항상 그러했듯이 첫 날 첫 시합 바로 전에 한데 모여서 파이팅을 외치는 팀이 있다. 중국 팀이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함께 기억력 스포츠 2대 강국인 몽골팀 역시 이에 질세라 대회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다 ㅎㅎ



 







드디어 제 1회 아시아 선수권 (겸 제 3회 홍콩 오픈) 첫 날 첫 번째 시합 돌입. 종목은 15분 간 세계 각국인의 이름과 얼굴 외우기!!.


1. Names & Faces:

15분간 세계인들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30분 동안 인출해 낸다. First name(이름) Family name()을 모두 맞히면 2, 하나만 맞히면 1점을 준다. 잘 못 써내면 1점 감점된다.


전날부터 양갱과 캬라멜 몇 개로 버티고 당일 아침 식사도 건너 뛰었다. 그래도 잠은 충분히 자서 컨디션은 괜찮다 싶었는데, Memo Sheet를 펼치고 이름과 얼굴을 외우려니 (준비 운동 없이 갑자기 머리를 쓰려 해서 그런지) 급작스럽게 두통이 밀려왔다. 다행히 몇 분 후에 두통은 사라지고 정신 없이 이름과 얼굴을 변환하고 결합한 끝에 원 점수raw score 65포인트를 얻었다. 32명 반의 이름을 외웠고 championship point로 환산하면 382이다. 등수로는 128명 참가자 중 20.

 

10종목 총점 4000점이 목표니까 각 종목에서 400점씩만 얻으면 된다. 몇 종목에서 400점에 못 미치더라도 카드에서 500~700점대 고득점을 올리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으니까 그다지 큰 불만은 없는 점수다. 첫 종목의 자체평가는 B+.


이름 얼굴 기억은 전혀 훈련하지 않고서도 기억력 스포츠 25년 간의 세계 랭킹 순위에서 100위 안에 드는 유일한 종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훈련이 필요하다. 외국인의 이름을 변환하는 작업이 예전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최근 10여년 간 외국어 공부에 소홀하면서 외국어휘 처리능력이 그만큼 저하되어 있다는 뜻이다. 중국어와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서 발음변환 능력을 날카롭게 가다듬고, 얼굴 이름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나가자.

 

몇 시간 후 알게 되었지만 첫 번째 종목인 Names & Faces에서 세계 신기록이 나왔다. 몽골계 스웨덴인 얀자 Yanjaa(Yanjindulam Atansuh) 187포인트(93.5 / 환산점수 1100)를 획득하여 Simon Reinhard의 종전 세계 기록을 갱신해 버렸다.


 


Cf. 이 종목의 달인은 대개 외국어의 달인들이다. 외국인의 이름을 기억하는 작업은 외국어의 어휘를 기억하는 작업과 똑같기 때문이다. 얀자는 무려 13개국어를 구사하는 언어의 천재. 엄청난 양의 외국인 이름과 외국 어휘의 데이터베이스가 머릿 속에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빠르고 쉽게 Names & Faces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첫 날 두 번째 종목은 2진수 외우기.


2. Binary Digits:

2진수를 30분 간 외우고 60분 동안 인출해 낸다. Memo Sheet 1페이지에는 25(1줄에는 30자리) 2진수가 있다. 30자리 전부 맞히면 30한 자리를 틀리면 15두 자리 이상 틀리면 0점을 준다.


노안으로 눈이 약해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종목이다. 2진수를 memo time 30, recall time 60분 동안 눈이 뚫어져라 바라보면 정말 눈이 뚫어지는 것 같다. 참으로 고역이다.


훵한 앞머리를 흑채로 카바하고 시린 두 눈을 꿈뻑거리며 30분 이진수를 확인하고 있는 오리쌤...현재 오리쌤의 실력으로는 국제 기억력 마스터 IMM 타이틀은 쉽게 딸 수 있느나, 이번 아시아 대회에서 신설된 아시아 기억력 마스터AMM 타이틀을 따기에는 조금 역부족이었다. 2주 정도만 충실히 훈련할 수 있었으면...




나의 이진수 기억시스템은 한국형 더블카드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10진수로 바꿔서 처리하는 대부분의 기억력 스포츠 선수들 것보다 조금 더 우수하다. 그러니까 성능이 좀 더 우수한 자동차로 경주하는 것인데, 그 우수한 자동차를 자유자재로 몰 수 있을 만큼의 훈련이 안 되었다는 것이 함정이다. 피곤한 눈을 비벼가며 악전고투 끝에 45줄하고 15자리, 1365자리를 외웠으나 정답으로 인정된 것은 1275자리(환산 점수 319,  128명 중 35).

 

실제로 외워서 답지recall sheet에 기입한 1365자리와 판정관arbiter이 정답으로 인정한 1275자리 간에는 90자리(3줄)의 차이가 난다.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는 2진수를 recall sheet에 옮겨 적고 두 번씩 검토한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도 3 90자리 차이가 나는 이유는? 2진수를 머릿속에 집어 넣을 때, 2진수를 읽을 때 잘 못 읽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읽기 실수를 3줄로 막았으니 지난 대회에 비해서는 선방했다고 해야 하나? 내 자체 평가는 B. 잘 버텼다. 

 

점심은 계원이 사온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때웠다. 함께 자리한 얀자Yanjaa에게 몇 개 국어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이 나라 말 저 나라 말 줄줄이 읊어댄다. 5~6개 정도겠거니 지레짐작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Almost Ten?”이냐고 물어 보자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중에 말레이시아의 추Chew가 알려주길무려 13개국어를 구사한단다. ㅎㅎ;;) 옆에서 조감독인가 계원인가 하는 말 나는 여태 뭐 하며 살았지?” ㅎㅎ;;




15분 동안 187개의 이름을 외워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얼굴 이름 종목 전체 1위를 차지한 몽골계 스웨덴인 얀자 Yanjaa (Yanjindulam Altansuh)와 말레이시아의 국제 기억력 마스터 Teo Kim Foo

얀자는 무려 13개국어를 구사한다. 13개국의 다양한 발음의 어휘들로 가득찬 Data Base가 그녀의 머릿 속에 장착되어 있다. 이쯤 되면 외국어 어휘 기억능력에서 오리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어 어휘 기억하기, 얼굴 이름 기억하기 종목에서 지구인이 얀자를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얀자는 다른 종목에서도 최상위권의 기록을 올려서 몽골의 의사 Sengesamdan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이름 얼굴 names & faces 종목에서 전체 2위이자 아시아 1위를 차지한 인도 대표 스리 바이쉬나비 얄라간다 Sri Vyshnavi Yarlaganda. 이 종목에서는 몽골계 스웨덴인 얀자 Yanjaa (Yanjindulam Altansuh)가 15분 동안 187개의 이름을 외워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대회 종료 후 호텔로 돌아 가는 길인데 얄라간다 패밀리(자매와 어머니)가 계속 뒤따라 온다. 알고 봤더니...얄라간다 패밀리는 나와 같은 호텔 같은 층 그리고 바로 옆방에 묵고 있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첫 날 세 번째 종목은 추상적 이미지 외우기.


3. Abstract Images:

15분 동안 추상적 이미지의 순서를 외우고 그 순서를 30분 동안 인출. 1페이지에 10(1줄에는 5)의 추상적 이미지가 인쇄되어 있다. 1줄을 다 맞히면 5, 틀리면 ?1점 감점된다.


나뿐만 아니라 한국 대표선수들 모두의 취약 종목이다. 이 종목은 추상적 이미지를 유사한 무늬나 형태의 다른 형상으로 얼마나 신속하고 확실하게 변환하느냐가 관건인데, 훈련량에 따라서 격차가 심하게 발생한다.. 그나마 부족한 훈련량의 거의 전부를 카드와 숫자 종목에만 투자하는 한국팀인지라 기록이 잘 나올 리가 없다. 그 중 가장 나은 나의 점수는 raw score 102포인트(환산점수 202), 128명 중 43. 종목이 추가될수록 각 종목에서의 내 점수와 등수는 자꾸만 추락한다 ㅎㅎ;; 이름얼굴 20위 ? 이진수 35? 추상적 이미지 43세 번째 종목인 추상적 이미지 자체 평가는 C. 아무 대책 없이 더 나은 점수를 기대하는 얌체 짓은 이제 그만하자.

가장 취약한 종목인 추상적 이미지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둘이다. 첫째 만족할 만한 수준의 훈련량을 확보한다. 추상적 이미지를 구체적인 형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데이터들이 많이 축적되어 있을수록 유리하다. 그러나 국제 기억력 마스터 타이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카드와 숫자 종목이 아닌 (다시 말해 국제 기억력 마스터 기준 종목이 아닌) 추상적 이미지 등의 다른 종목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답은? 있다! 훈련량이 부족하면 남들보다 더 나은 기억 시스템을 고안하여 사용하면 된다. 추상적 이미지 종목에서 가장 우수한 기억 시스템은 무엇일까? 최근 며칠간 해법을 고민해 본 결과, 범주화 시스템이 가장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가설을 증명하고자 3시간 정도 실험적 훈련을 해 보니 추상적 이미지의 기억효율을 150~200%까지 높일 수 있었다. 이 방법을 훈련하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범주화 시스템의 전면적 공개는대만 대회 때 200포인트 이상 얻으면 그때 하기로 ^^;  

 


첫 날 점심식사 후 네 번째 종목은 스피드 넘버!


4. Speed Numbers:

10진수를 5분 동안 최대한 많이 외우고 15분 동안 인출해 낸다. 1페이지에 25(1줄에 40자리)의 숫자가 있고, 한 줄의 40자리 숫자를 모두 맞히면 40, 한 자리 틀리면 20, 두 자리 이상 틀리면 0점이 주어진다. 2회 실시.

 

이 종목 목표 기록은 최소 200, 최대 240자리였다. 기회가 두 번 있으므로, 첫 번째 시도First trial에서 최소 목표 자릿수를 확보하기 위해 200자리만 외웠다. 그러나 단어 하나를 인출해 내지 못해서 1 40자리가 모두 0점 처리되어 인정된 기록은 160자리.

 

Second trial에서는 머리에 버퍼가 생긴 듯 무척 피곤하고 혼란스러워서 원래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추상적 이미지를 처리할 때 발생한 버퍼링이 여전히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종목을 위해 쉬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 최종 기록은 160자리(환산점수 293), 128명 중 23.

 

이 대회 전까지 나는 5분 숫자에서도 2회씩 반복하는 전략을 택했다. 2회씩 반복하는 전략은 아무래도 결합능력이 약한 하위 랭커들이 많이 취한다. 2회 반복하기 때문에 처리한 숫자들의 재생률은 높지만, 그만큼 시간이 중복투자되므로 많은 숫자를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이번 아시아 선수권에서 처음으로 과감하게 (정상급 선수들이 하는 것처럼) 반복 없이 1회만 결합하고 인출하는 전략을 택했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1줄에 1분씩 할당하여 200자리를, 두 번째 시도에서는 1줄에 40초씩 할당하여 240자리 이상을 외울 계획이었다. <332 주목동 시스템>을 완전히 장착하지 못한 고로, 기록은 지난 대회와 같은 160자리에 그쳤지만, 숫자 종목에서 고득점 상위 랭커로 가는 나름 의미가 있는 시도였다는 점을 높이 사서 자체 평가 점수는 B ^^

 

첫 날 5번째 종목은 역사 연도 외우기.


5. Historic Dates:

1000~2099년까지 연도 중에서 무작위로 제시되는 역사 연도와 가상 사건을 5분간 외우고 15분간 인출해 낸다.

 

최소한 50 Dates 이상 외울 자신이 있었다. 두 세달 전 필리핀 대회 때 잠깐 동안이었지만 3~4초에 하나씩 연도와 사건을 결합하면서, 결합 타이밍이랄까 어떤 리듬감을 느꼈었기 때문인데, 그 이후로 아무런 훈련을 하지 않아서인지 그 리듬감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결국 내 이전 기록에도 못 미치고 38 Dates를 외우는 데 그치고 말았다. 128명 중 20, 환산점수는 304. 내 자체 평가는 C. 훈련 없이 요행을 바라지 말자. 

 

첫 날 마지막 종목은 30분 카드 외우기.


6. Random Cards:

30분 동안 카드를 최대한 많이 외우고 1시간 동안 인출해 낸다. Recall sheet에 카드의 순서를 적는데, 카드 1 52장을 전부 맞히면 52, 1장을 틀리면 26, 두 장 이상 틀리면 0점을 맞게 된다.

 

첫 날 마지막 종목이다. 이 종목에서의 내 기록은 필리핀 대회에서 세운 8 20( 436)이다. 추상적 이미지를 외울 때 발생한 버퍼링이 여전히 머릿속에서 회오리치고 있었다. 이럴 때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10팩 이상 외운다는 원래의 목표를 수정하여 뚜벅이처럼 차근차근 나아가서 8팩만 외우자고 마음 먹었다.

 

엔진에 모래가 들어간 느낌이랄까? 억지로 머리를 굴리는 느낌이다. 처음에 의도한 바대로 겨우겨우 8팩까지 외운 후에 recall sheet를 작성하다 보니, 두 개 팩에서 카드 한 두 장씩을 잘 못 읽은 실수가 발견되었다. 다른 카드와 비교해 가면서 한 팩은 확실히 끼워 맞췄지만 나머지 한 팩은 거의 포기한 채로 끼워 맞췄다. 한 팩은 실패하고 일곱 팩만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기록을 보니 운 좋게도 마지막 팩까지 성공^^; 50%의 확률을 기대하며 끼워 맞춘 것이 운 좋게도 맞아 떨어졌다. 그야말로 운 반 억지 반으로 8(416)을 외웠다. 환산점수는 474, 128명 중 16. 이 종목의 자체 평가는 C. 충분히 10팩 이상을 외울 수 있는 종목인데 컨디션 관리 부족, 전략 미숙 등으로 만족할 만한 기록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저녁식사는 말레이시아팀과 함께 했다. 말레이시아 팀은 홍콩에서도 말이 통하기 때문에 모두가 원하는 식사를 주문할 수 있었다. 3일 전에 홍콩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하는 제대로 된 식사 ㅎㅎ;; 그리고 호텔로 들어가자 마자 샤워한 후 무조건 취침. 자야 한다. 자야 산다.

 


대회 마지막 날

아침을 거르고 한국에서 가져 온 캔디 몇 개로 당분을 보충 ^^;;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둘째 날 첫 번째 종목은 무작위 단어.


7. Random Words:

15분 동안 자신이 원하는 언어로 된 단어를 외우고 40분 동안 인출해 낸다. 한 페이지에 5개의 세로 줄(column)이 있고 각 column에는 20개의 단어가 있다. column의 단어를 모두 맞히면 20, 하나를 틀리면 10, 2개 이상 틀리면 0점을 준다.

 

머리에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서인지 두뇌 회전이 무척 더딘 느낌이었지만, 끝까지 집중하려고 애쓴 끝에 110단어를 외웠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너무나 쉬운 세 번째 단어 자원봉사자를 인출해 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해서 최종 획득 포인트는 100포인트, 환산점수 364, 128명 중 27를 기록했다.

목표치는 120단어였지만 컨디션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자체 평가는 B. 이제는 15분 무작위 단어에서도 무반복 1회 결합 전략을 시도해 봐야 하지 않을까? 양면결합 등의 기법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둘째 날 두 번째 종목은 타이틀 획득의 관건 종목인 30분 숫자.


8. 30 Min Numbers:

30분 동안 주어진 숫자를 최대한 많이 외우고 1시간 동안 인출해 낸다. 1 40자리를 모두 맞히면 40, 1개 틀리면 20, 2개 이상 틀리면 0점을 준다.

 

아시아 기억력마스터 타이틀 획득에 가장 큰 장애물인 30분 숫자 종목이다. 이 종목에서 최소한 700자리 이상을 외워야 한다. 지난 필리핀 대회 때 숫자 기억 시스템을 332 주목동으로 바꿔서 실험적으로 사용해 본 후에 두 달간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아시아 선수권 2주 전부터, 5분 숫자만 10여차례 훈련하고 332 주목동 시스템의 주어 부분 1000개 이미지를 캡쳐한 것이 숫자 훈련의 전부였다. 미루고 미뤄서 홍콩에서 하겠다고 했던 30분 숫자 기록과 운영 전략 수립 계획도 실천하지 못했으니 (게다가 이런 컨디션으로!!) 700자리가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시합에 돌입했다.

 

두뇌 엔진에 모래가 들어가서 덜거덕거리는 느낌. 기반과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으면서 몇 차례씩 뒤돌아가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야 했다. 30분 간의 악전고투 끝에 640자리를 기억하는 데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1 40자리가 0점 처리되면서 최종 기록은 600자리로 결정되었다. Recall sheet를 채우면서 3자리 수 하나를 노도사254”인지 노인202”인지 고민하다가 노인으로 써냈는데, 노도사가 정답이었던 것 같다. 머릿속의 이미지에 늙은이의 모습은 생생한데 도사의 이미지가 약해서 단순히 노인일 것이라고 추정했던 것이다. 처음에 처리(변환하고 기반에 결합)할 때 도사이미지를 명확히 그려내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환산 점수는 423, 128명 중 28. 나의 자체 평가는 C. 물론 이 정도로도 올해 말 세계 선수권에서 국제 기억력 마스터 타이틀을 획득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훈련 시간의 90% 이상을 투자한 종목이 숫자이고, 이번 대회의 목표가 아시아 기억력 마스터 타이틀 획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역시 C. 훈련은 정직하다. 거짓말을 않는다.

 

숫자에서 700자리 이상 외우기에 실패했으니 이미 아시아 기억력 마스터 타이틀은 날아가 버렸다. 30분 숫자의 Recall sheet를 최대한 빨리 작성하고, 대회장을 일찍 빠져 나왔다. 남는 시간과 이어지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최대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겠다고 했더니 올해 도쿄 대회와 필리핀 대회에서 친해진 독일인 뵈요른Bjorn“You are cheating!”이라고 해 한바탕 웃고 말았다. 외모와 달리 귀여운 Bjorn ^^ 점심 식사도 거르고 3분 거리인 호텔로 돌아와서 알람을 맞춰 놓고 침대에 누웠다.

 

대회 둘째 날 점심식사 후 아홉 번째 종목은 1초에 한 자씩 불러 주는 영어 숫자 외우기.

9. Spoken Numbers:

영어 숫자를 1초에 1자리씩 불러주고 그것을 최대한 많이 외운다. 중간에 한 자리라도 틀리면 그 자리 전까지만 점수를 준다. 가령 100자리를 외웠는데 2번째 숫자 한 자리를 틀리면 나머지 99자리를 다 맞히더라도 1자리만 맞힌 것이 된다. 100자리(100), 300자리(300), 450자리(450) 3회 시도trial할 수 있고 인출 시간은 5, 15, 25분이다.  

 

Spoken Numbers는 대부분의 기억력 스포츠 선수들이 (Abstract Images와 함께) 무척 어렵게 생각하는 종목이다. 역시 추상적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훈련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간의 차이가 (다른 종목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더) 현저히 발생하는 종목이다.

 

첫 번째 시도first trial에서 24번째 숫자까지 매우 여유 있게 처리해 나갔다. “이거 왜 이렇게 쉬운 거지?”라고 속말로 몇 차례 중얼대다가 25, 26, 27번째 숫자를 변환하는 데 1~2초 늦어 버렸다. 시간에 쫓겨서 후속 숫자들 세 개(28, 29, 30번째)는 변환도 못 시키고 암기하는 데 급급했다. 당연히 31번째 숫자는 완전히 놓쳐 버려서 첫 번째 시도trial는 상황 종료. 집중력 부족! 잠깐 리듬을 탈 때 건방을 떨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목표치는 60자리였는데 그 절반인 30자리만 기억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두 번째, 세 번째 시도trial에서는 집중력, 리듬, 의욕을 모두 잃어 버려서 20자리도 넘지 못했다. 최종 기록은 30자리, 환산 점수는 283, 128명 중 22. 나의 자체 평가는 C. 태도가 실력이다. 부끄럽게도 태도에서부터 실패했으니 사실 C도 과분하다.

 

10. Speed Cards:

카드 1 52장을 5분 제한 시간 내에서 최대한 빨리 외운 후에, 섞지 않은 새로운 카드를 외운 카드 순서대로 정렬한 후에 두 카드를 맞추어 본다. 52장을 전부 맞히면 외운 시간대로 점수가 주어지고, 틀리면 그 앞 부분까지 맞은 장수만큼만 점수가 주어진다.

 

이미 30분 숫자에서 600자리만 외우는 데 그쳤기 때문에 AMM 타이틀 획득이라는 원래의 목표는 이미 날아가 버렸다. 마지막 남은 종목인 스피드 카드에서 최소한 45초대의 기록을 올려서 스스로 위안을 삼고자 하였다.

 

나의 전략은 첫 번째 시도에서 나의 한국 기록(52.70)을 경신한 후, 두 번째 시도에서 45초대(내심 39초대 ^^)를 끊는 것이었다. 평소 연습 시에 45초 안쪽으로 들어 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여유 있게 성공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번째 시도에서 51초대를 끊었다. 결합도 아주 생생하게 잘 되어서 100프로 성공을 확신했지만, 새 카드를 외운 카드의 순서대로 정렬하는 확인verification 과정에서 또 다시 어이없는 실수를 발견했다. 카드를 두 장씩이나 잘못 읽은 것이다. 30분 카드에서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점에 기분이 몹시 상해서 확인용 카드를 덮어버리고 옆에서 지켜 보던 자원봉사자에게 0점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기록을 깨뜨리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총점을 끌어 올리기 위하여 적절한 시간 내에 성공하기만 하자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신중하게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으면서 결합해 나갔다. 주의 깊게 천천히 읽으니 결과는 당연히 성공. 기록은 69 57. 매우 느리게 처리했음에도 아시아 기억력 마스터 기준인 70초 안으로 0.43초 빠르게 들어 온 점은 내심 만족스러웠다. 128명 중 26. 환산 점수는 464. 나의 자체 평가는 C. 집중하면 범하지 않을 실수를 반복했다.

 

이 종목에서는 놀랍게도 중국의 13(한국 나이로는 15, 중학교 1학년?) 리 린페이Li Linpei 25초대의 기록으로 쟁쟁한 성인 선수들까지 모조리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였다.



사진)

중국의 기억력 스포츠 현황

중국 기억력 스포츠의 아쉬운 점

나의 대외 계획.

 

시상식과 폐회식.

아시아 기억력 초대 챔피언이라는 영광의 타이틀은 모두의 예상대로 작년 세계 대회 3위의 몽골의 의사 Sengesamdan(현재 세계 랭킹 5)에게 돌아갔다. 2위는 몽골의 Junior인 뿌렙잡Purevjav(현재 세계 랭킹 13), 3위는 필리핀의 GMM 어윈 벌리네스Eriwin Balines(현재 세계 랭킹 19)




얼굴 이름 종목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Yanjaa는 국적이 스웨덴이기 때문에 아시아 순위에서는 제외되고, 홍콩 오픈 대회 2위가 되면서 세계 랭킹은 10위로 껑충 뛰었다(최근 영국 대회에서 Yanjaa는 자신의 세계 랭킹을 8위까지 끌어 올렸다)

 

이렇게 해서 제 1회 아시아 선수권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너무나 당연해서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성적표였다. 기억력 스포츠 대회는 서술적 지식이 아닌 <효과적 기억 방법이라는 절차적 지식>을 평가하는 자리이다. 절차적 지식의 훈련은 대회 1~2주 전에 몰아치기 해서는 안 되고, 평소에 한 두 시간이라도 꾸준히 계속해야 비로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평소에 체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정신력과 집중력은 체력에서 나온다. 바둑이나 체스 등 다른 마인드 스포츠에서처럼 기억력 스포츠 역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이제 10 31, 11 1일 이틀 간 대만에서 열리는 제 1 Taiwan Open을 대비하려고 한다. 주말은 쉬고 주중 하루 2시간씩 빠뜨리지 말고 훈련하자. 구체적인 훈련 계획과 방법을 담은 <대만 대회 훈련기>도 곧 올려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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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5.09.21 20:25

    첫댓글 오리쌤
    컨디션도 안좋으신 상황에서
    좋은 성적 거두시다니 대단하세요
    그리고 축하드려요
    tv에서 보던 계원학생도 보니 괜히 반갑네요^^
    선생님의 다음 대회도 기대하고 마음속으로 응원할께요
    건강 잘 챙기세요

  • 작성자 15.09.21 21:15

    컨디션 조절능력도 실력이죠 ㅎㅎ; 계원이뿐만 아니라 그 전에 방송을 탔던 IQ175 김영훈 군도 만났습니다^^ 네 U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

  • 15.11.30 22:03

    와우,,, 화이팅입니다!

  • 작성자 15.11.30 22:33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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