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핵교에서 신고 있는 슬리퍼는 재작년에 남편이 "이거 닳도록 열심히 해라." 하며
월평동 "10000냥 하우스"에서 사준 거지요.
오직 까맣기 그지없는 통굽 아줌마표 슬리퍼입니다. 얼마나 좋은지요.
우선 발이 편합니다.
평발인 제가 하루 5시간씩 서있거나 돌아댕겨도, 발이 뻐근하지도 않구요,
싸구려라 아무데다 벗어놓고, 출장 다녀와도 아무도 집어가지를 않습니다.
까매서 1년간 안 닦아도 되구요..ㅋ

무엇보다 7 cm 의 굽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도록 해 주는"
아주 교육적인(?) 신발이지요.
며칠 전 이 슬리퍼 한 짝이 튿어져서 발등 가죽이 덜렁덜렁하는데,
웬만하면 방학 때까지 버티다가 개학과 함께 새 슬리퍼를 사야지 했는데,
계단 오르내리기가 위험할 정도로 덜거덕 거렸습니다.
하는 수 없이 황금같은 비는 시간에 학교 앞 "구두종합병원"에 갔지요.
늘 보는 거지만, 담벼락 밑에 0.5 평 짜리 조그만 가판을 세워놓고,
이 무더위에 선풍기 하나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시는
나이든 구두 사장님이 참 성실해 보이셨거든요.
제가 "사장님, 이거...." 하자마자, 물어볼 것도 없이 끌, 바늘, 실을 잡고
10분 만에 덜렁거리는 것을 감쪽같이 단단히 꿰매주셨습니다.
한 마디 하셨지요. "이거, 돌아가면서 쭉 다 꼬매야 또 안 튿어져유."
저 감동받았습니다. 이분이야 말로 진정한 "프로"라고 느꼈습니다.
그 분의 손을 거쳐간 신발이 수백 ,수천 켤레 이겠지만, 똑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었겠지요.
그래도 신발만 보면, '아픈 곳'을 금방 알아채고 '치료' 해 주시거든요.
얼마나 많은 이들의 발을 위로해 주셨겠습니까.
5000원을 드리고 오면서, 새 슬리퍼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접었습니다.
저만 가만히 있으면 꿰맸다는 것도 아무도 모를 테지요. 아이들도...
이거 닳도록 열심히 애들 가르쳐야겠다고 철든 생각까지 하면서요..^^
첫댓글 감동이네요^^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