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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뉴욕 마라톤 참가기
*많은 분이 보시라는 글로 적은 것은 아닙니다..
뉴욕 마라톤을 혹시라도 달리고 싶은 분이 참고하시라고 적어본 글입니다..
지나치게 긴 신변잡기와 같은 글을 게시판에 올린 것에 대하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뉴욕으로..그리고 브라운 유와의 재회
시차적응은 비행기내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쉽다..
뉴욕과 인천의 시차는 14시간..
인천의 출발 시간이 1일 오전 11시이니 뉴욕은 31일 저녁 9시이다..
기내에 탑승하자 말자 뉴욕 시간으로 전환하고 기내식을 먹자말자 잠이 든다..
그리고는 뉴욕 시간으로 아침 9시 기상!!
두 시간 정도 움직이다보니 벌써 뉴욕의 하늘이다..
아름답게 단풍이 물든 "Autumn in New York"을 보여준다..
기대하였던 마천루는 JFK 공항이 시 외곽에 위치한 탓인지 보이지 않고..
뉴욕 테러 여파로 보안검색이 엄청나게 강화되었다는 이야기에 많이 긴장을 하였는데
너무나 쉽게 입국 수속이 마감된다..
WTC 테러의 아픔도 역사 속에 묻혀 간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출국장에 나가자 반가운 얼굴이 환하게 우리들을 맞이한다.
뉴욕에서 숙소를 제공하기로 하신 유명한 마라톤 매니아 "브라운 유" 선배님이다.
우리(충주의 "장병춘" 원장과 나)끼리 충분히 찾아 갈 수 있다고 몇 번이나 고사하였음에도
공항까지 픽업을 나오신 것이다..
불과 한달 전에 국내에서 수 차례 만남의 기회를 가졌음에도 반가움은 여전하다..
마라톤 행사장.. 혼자서만 느끼는 엉성함!!
브루클린의 아담한 3층 건물인 선배님 집에서 간단히 여장을 정리하고
바로 엑스포 행사장이 준비된 맨하튼의 Jacob Javits 빌딩으로 이동한다.
가는 도중에 뉴욕 마라톤의 출발점인 스태이튼 아일랜드와 브룩크린을 연결하는
"베라자노"다리를 멀리서 감상하며 맨하튼으로 이어지는 다리인 "브룩클린" 브릿지를
건너 맨하튼의 마천루를 속으로 입성한다..
브루클린에서 조망한 마천루는 항상 보아오던 뉴욕의 상징과 같았던 WTC의 자리가
너무나 공허하게 느껴진다!!.
드디어 9.11이후 항상 뉴스의 화제 속에 있던 미국의 중심 뉴욕으로 들어온 것이다..
처음 밟아보는 땅임에도 뉴욕을 소재로 한 너무나 많은 영화와 뉴스 등 화면으로
접한 곳이 되어서 인지 전혀 낯섦을 느낄 수가 없다.
단지 직접 접하는 웅장함만이 더하여 질뿐...
비극의 현장이었던 WTC 빌딩의 붕괴 장소 "그라운드 제로"를 지날 때에는
미국에 대한 알지 못할 반감과는 전혀 다른 숙연함이 느껴진다..
대낮임에도 조명등이 켜져 있고 현장은 철망으로 가려진 채 수많은 작업 차량들이
이동하며 비극의 현장을 조금씩 바꾸어 가고 있다.
9.11 당시 뉴욕에서 현장을 목격하신 "브라운 유" 선배님의 이야기!!!
"당시에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마음에 위안이 되었던지 몰라!!!"
배번 교부와 마라톤 엑스포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 Jacob Javits 빌딩!!!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입구부터 도열하여 있다..
뉴욕 마라톤 참가자 분들의 언급을 통해 각오한 유명한 줄서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줄서기도 계층이 있는지 우리의 그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줄이 길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혼잡을 방지하기 위하여
수시로 관계자들이 인원수를 통제하여 줄을 세우는 것이다..
어느 정도 내부가 정리되면 다음 단계로 한꺼번에 진행시키는 방법으로..
거의 한시간 정도를 소비하고 나서야 배번의 수령하는 줄로의 전진이
이루어지고 엑스포 행사장에 진입할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내부로 진입하니 참가자에 비하여 봉사자의 수가 너무 부족함을 느낀다.
32,000명의 참가자들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배번을 나누어주는 부스가 충분히
준비가 되어야 함에도 불과 외국인 참가자들의 인터내셔널 프랜드 쉽 런(이후 인프런)
배번 배부처는 불과 3명, 전체 배번을 배부하는 곳과 티셔츠 배부처의 봉사인원도
불과 몇 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처음부터 진입을 통제함으로 배번 배부까지는 작은 인원에도 무리 없이
진행이 되나 배번 수령 후 다시 티셔츠를 수령하기 위한 부스는 또 불과 3개만이
준비됨으로 또 한번의 줄서기를 경험하여야 하는 것이다..
줄을 서서 배부가 이루어지는 부스 쪽을 보니 미리 물품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봉사자 두 명이 주자들이 이것저것 설명하면서 도착하여서야 짐을 포장하여 나누어준다!!
조급하면 항상 시간에 쫓기는 우리의 문화 관점에서 보면 뭔가 부족한 것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나 더 신기한 것은 이런 조금은 주최측의 소홀하고 부족한 것
같은 준비에 대하여 불평을 하거나 항의를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큰 대회의 필수조건의 주최측의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참가하는 분들의 협조에서
시작하는 것이며 그 기본이 줄서기라는 것을 느껴본다!!!
마라톤 EXPO...소문난 잔치 빈약한 먹을 것!!
행사 진행 요원뿐 아니라 EXPO 행사장도 참가자에 비하여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니다보니 줄서기는 EXPO 행사장의 계산대 등에서도 계속된다..
지금까지의 마라톤 여행에서 전혀 상품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당연히 구매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몇 번의 해외 마라톤을 경험하다보니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사람은 지나간 일을 망각하게 되어 있으나 그 여행에 대한 소품을 하나 가짐으로
그 여행에 대한 기억을 오래 간직하는 방법이 되고 다른 동호인에게
참가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으니...
이번에는 기념품으로 기억될 만한 소품을 몇 가지 장만하겠다고 행사장을
기웃거려보나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겨울용 방풍 러닝 재킷(기능성이 뛰어난 소재가 아님) 160$,
모자 하나도 22$, 면 티가 20$ 심지어 양말 한컬레에도 뉴욕마라톤이란 로고가 들어가
있으면 10$정도에 판매를 하고 있다!!!
"뉴욕 마라톤"이란 로고도 아식스가 독점 계약을 하였는지 아식스 제품만이
사용하고 있으며 또 재고가 남을 경우를 대비한 것인지 모르지만 로고에
가장 중요한 개최 연도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고민 끝에 모자 하나와 조끼 형식의 패딩을 하나 구입한다..
그래도 100$이 조금 더 되는 것을 보니 아식스에서 조직위에 제공하는 로열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비싼 금액으로 생각함에도 기념품이라는 생각을 가진 참가자가
많은지 당일 기념 티셔츠를 받지 못한 "김윤회" 선배와 함께 방문한 다음날은
대부분의 소품 종류가 완전히 소진되어 더 이상 판매가 되고 있지 않다!!
행사장을 떠나 브루클린의 유일한 한인 식당이라는 곳에서 간단히 뉴욕 속의
한국을 느끼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브라운 유" 선배님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시계가 늦은 9시를 지나고 있다.
도착 후 처음으로 숙소에서 뉴욕에서 행동을 함께 할 일행 3인이 내일 일정에
대하여 이야기하여 본다..
애초에는 오늘은 휴식을 취하고 내일 배번 수령을 할 예정이었는데
오늘 미리 수령하였으니 내일은 피곤하여도 유엔 빌딩의 잔디밭에서 열리는
인프런에 참석하고 간단한 뉴욕 시내를 관광하기로 결정한다..
색다른 달리기..인터내셔널 프랜드 쉽 런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선잠을 잤으나 일어나니 벌써 새벽 5시다..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있으니 "브라운 유" 형님이 아참 식사를 하자면서 내려오신다.
간단한 토스트!!(미국 생활의 연륜을 증명하듯 요리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그리고 실례를 무릅쓰고 3층에 위치한 살림방을 구경하다 뉴욕 최고의 명소를 발견한다..
각종 대회 트로피와 사진, 메달 등이 한편으로 진열되어 있는 선배님의 거실..
이곳에는 대회 트로피뿐만 아니라 우수한 기록을 달성하였을 경우 본인이 직접 제작한
기념패까지 거의 방이 마라톤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곳 구경하지 않고는 마라토너는 뉴욕 관광하였다는 이야기하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브라운 유 명예의 전당"으로 명명하여 본다..
어제보다 기온은 더 내려가 인프런 참석을 위하여 내린 유엔빌딩 앞에서는 숨을 쉬면
하얀 김이 무럭무럭 나온다..
그래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일부는 몸을 데우기 위한 워밍 달리기에 열심이다..
아직 공식 행사까지는 한시간 정도 남은 7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인터내셔널이란 명칭처럼 국기 또는 자신의 나라를 상징하는 의상, 이 조차도 준비가 되지
않으면 국가 이름이 들어있는 운동복이라도 입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나도 한국을 알린다는 생각에 월드컵을 통하여 많이 알려진
"코리아 붉은 악마 머플러"를 준비하였다!!
월드컵을 통하여 홍보가 많이 되었는지 단지 머플러만으로도
"코리아"를 반기는 참가자들이 많다!!
아는 척 하는 얼굴을 그냥 지나갈 수 없기에 "대한 민국"(박수5번) 또는
"오 필승 코리아"로 답례한다..
놀랍게도 같이 엇박자의 박수 5번으로 응답하는 외국인이 많다!!!! SURPRISE!!!!
가장 많고 극성스러운 참가자들이 네덜란드(HOLLAND) 참가자들이다..
덩치가 산만큼 큰 남자들이 자신의 국가를 상징하는 오렌지색의 모자나 의상으로
무장을 하고 자신들의 노래를 부르면서 엄청나게 즐거워한다!!
우리도 우리를 알릴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싶으나 여기서 만나기로 한 "여행 춘추"팀이
도착하지 않는 바람에 워낙 적극적인 네덜란드 참가자들의 쪽(?)수에 밀리어 별다른
이벤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공식행사장인 잔디밭(Tavern on the Green)으로 들어간다..
주최측에서 각 참가국가의 국기를 모두 준비하였다..
아직도 단체 참가자들은 도착하지 않았기에 우리 3명만이 국기를 들고 단상 앞에 선다..
인프런이란 행사답게 식전 행사가 요란하다!!
스폰서인 Continental Airlines 관계자도 생색을 내고, 주최측의 여러 사람도 단상에 서고,
뉴욕시 관계자도 단상에 서더니 급기야 4인조 아카펠라 그룹을 내세워 "AMERICA"를
부르면서 단상 위에서 자기들끼리 숙연한 표정을 잡고 있다!!
분명히 행사 매뉴얼에는 참가자격이 출전 신청한 외국인이라도 되어 있는데 꼭
그 노래를 선정하여 무게를 잡아야 하는지 고개를 갸웃하여 본다..
그리고는 출발에 앞서 사회자가 여러 가지 언어로 인사와 행사에 대한 소개를 한다!!
유감스럽게도 거의 10개국 이상의 언어로 소개됨에도 한국어는 나오지 않는다..
나중에 전해들은 정보로는 참가자가 많은 국가 순으로 소개가 되었다고 한다!!
모든 마라토너들이 참가를 동경하고, 가장 많은 참가자가 몰리는 보스턴 마라톤에서
같은 형식의 행사가 있으면 가까운 시간 내에 한국어 맨트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9시경 보도진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면 국기를 든 기수를 선두로 유엔 광장 앞
도로에서 센트럴 파크까지 4마일의 인프런 행사가 진행된다!!!
주말의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뉴욕의 마천루 중심 도로를 달리는 경험은
또 색다른 추억이 된다!!!
앞선 경험자들의 조언에 따라 일본인으로 오인되는 맥빠지는(?) 경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주최측이 제공한 엄청나게 무거운(?) 국기를 들고 머플러까지 목에 두르고
달리니 "간빠레"란 듣기 그다지 좋지 않은 응원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도로 곳곳에서 "힘내세요", "한국 파이팅"이란 기분 좋은 응원이 들려오니
들고있는 국기가 무겁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런데 또 하나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유럽인(주로 오렌지색으로 무장한 엄청나게 쪽수가 많은 네덜란드인)들이 나를 보고
"코리아"를 외쳐주며 꼭 마지막 말이 "히딩크"로 끝나는 것이다!!
대한 민국이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이지 "히딩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다각적인 방면으로 생각하고 "히딩크"에 대한 평가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코리아와 히딩크"를 연관한 격려를 많이 받는다!!!
맨하튼 중심의 거리(avenue)를 관통하는 센터럴 파크!!
"뉴욕 마라톤"의 태동지답게 대형 빌딩의 중심에 위치한 녹지 공간이 아니라
녹지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마천루들의 도열하여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품격을 갖춘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다!!
잘 조경된 나무와 호수, 그리고 절묘하게 배치된 조형물!!
그래도 옥의 티를 꼬집으라면 통행로가 황토길이 아니라 아스팔트로 만들어져
완벽한 자연미에 흠집을 낸 정도라고 할까!!
"센터럴 파크" 역시 너무나 많은 영화나 기타 화면을 통하여 본 탓인지
처음 온 곳이라는 기분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콘티넨탈 항공이라는 스폰서가 참가자들에게 베이글(빵)과 간단한 음료를
제공하는데 이곳에서도 어제만큼 줄서기가 극심하지는 않아도
커피 서비스 코너는 엄청나게 붐빈다..
추운 날씨에 더운 커피로 속을 데우기 위하여 몇 명 안돼는 자원 봉사자에게
모두 하나같이 종이컵을 길게 내밀면서..
아프간의 무료 배급소와 같이 무질서하고 폭력적(?)인 광경이
단지 생존이 걸린 문제가 아니라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이곳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인프런 참가자들을 위한 커피 서비스 코너에는 그들이 자랑하는
줄서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 비하여 워낙 몸집이 작고 또 빈틈을 헤집는 능력은 소시적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연마하였기에 그리 줄서기라는 극복하기 힘든
난관(?)이 없는 덕분에 어렵지 않게 커피 한잔을 먹을 수 있다..
이 커피조차 정말 즐기면서 펀런을 한 주자들이 도착할 시점에는 바닥이 난다!!!
모든 참가자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양이 준비되지 않은 커피와 같은
준비물은 서비스라기보다는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본격적인 뉴욕 탐험 길...길에서 마주 친 거지들
무척이나 즐거웠던 인프런을 마치고 이제 뉴욕 맨하튼 탐험(?)에 나선다..
어제 기념 티를 받지 못한 윤회 형님을 위하여 다시 엑스포 행사장으로 가기
위하여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을 찾는다..
뉴욕의 길 표시는 남에서 북으로 스트릿(street)으로 번호가 규정되며,
동에서 서로 에비뉴(avenue)로 나누어져 있으니 지도와 이정표만 있으면
초행길이라도 크게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대부분의 경우 에비뉴와 스트릿의 간격도 일정하며...
뛰어난 눈썰미로 버스 정류장은 찾으나 "장병춘" 원장이 또 문제다..
나와 윤회형님은 적당히 버스에 탑승하나 확실한 줄서기라는 원리 원칙에
충실한 장원장은 인원 초과로 버스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다!!
엑스포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올랐는데 원리주의(?)자 장원장은 결국 버스를
두 대나 더 놓치고 탑승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다수가 불평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런 부족한 서비스를
나는 폭력적이며 감동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소수인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엑스포에서 간단한 쇼핑 후 "자유의 여신상" 관광으로 뉴욕 탐험(?)을
시작하기 위해 맨하튼 최남단에 위치한 "배터리 파크"로 향한다..
엄청나게 폭력적이라고 소문난 뉴욕의 "옐로우 캡"을 이용하였으나 인도계의 운전사는
운전도 얌전하게 하고 추가비용을 지급하지 않고는 않을 수 없다는 앞좌석의
탑승도 개의치 않는다!!!
단순하게 들은 지식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선입견을 만드는 것이리라..
바람이 제법 매섭게 불고 있는 이곳에도 장사진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줄서기가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아니 아예 추운 곳에서 줄서는 것을 각오하였기에 복장을 든든하게 차려 입었기에
별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에서의 줄서기는 그다지 지겹지가 않다!!!
배터리 파크의 대부분이 흑인인 거지들 때문이다...
추운 날에도 근육질의 우람한 몸을 자랑하며 텀블링 묘기를 보이는 한 무리의 거지들은
줄을 서는 관중들의 상대로 다양한 묘기를 보여준다!!
그리고는 모자를 돌리며 적선을 요구하는데 모자에 제법 많은 금액이 수북하게 쌓인다..
또 더 감동적인 거지도 있다!!
줄이 중간쯤 전진하였을 때 중년의 흑인 거지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우리 일행에게 묻는다!!
"아 유 코리언??" 반가운 마음에 당연히 "Yes!!"
그러자 노래가 이상하게 바뀌더니 "고향의 봄"이 연주되는 것이다!!
외국에서 듣는 너무나 정다운 연주!!
기분이 좋아서 고향의 봄을 따라서 부른다..
그런데 이 친구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애국가" 당연히 따라 불렀다!!
"아리랑"까지 넘어가자 그냥 있을 수가 없다!!
코인이 아닌 지폐를 그 친구의 적선함에 넣는다...
며칠 전 라디오를 통해 들은 "월 스트릿의 거지"에 대한 우스개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 거지가 적선함에 "BAG"라고 적어 넣는다.. 하루에 10불을 번다..
그 다음에 "bag.com"이라고 적어 넣는다.. 넥타이를 맨 투자가들이 하루에 1000불은 낸다..
여기에 힘입어 "ebag.com"이라고 용기를 내어 적어 본다... 돈을 헤아릴 수가 없다!!!
급기야 나스닥의 책임자가 상장을 권하며 찾아온다..
농담이기는 하지만 이후 만난 뉴욕의 거지들도 마찬가지였다..
결코 단순하게 동냥만을 원하는 거지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멋지게 전자 오르간을 연주하며 가스펠 송을 연주하거나, 두 세명이 어울려 가수를 무색하
게 하는 노래 실력으로 자신을 알리는 경우 등은 있어도...
미국의 주식 시장으로 대표되는 무자비한 자본 논리를 을 본 받을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이런 정감 넘치고 사회를 윤택하게 하는 거지의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문화적이란 엉뚱한 생각으로 뉴욕 시내를 방황하는 내내 웃음 지어본다..
"자유의 여신상"과 미국 이민의 역사를 보여주는 "엘리스 아일랜드"는 뉴욕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란 저력이 가슴에 와 닿는다!!
쫓기는 시간에 깊은 생각 없이 대충 보는 것에 지나지 않으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민선에 몸을 실은 많은 사람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볼 때의 각오나 "엘리스 아일랜드"의
이민국에서 느꼈을 감정 등을 상상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지하철 그리고 차이나타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다시 "배터리 파크"에 도착하니 배가 출출하여 진다!!!
이제부터 진짜 발의 힘인 "순발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순간이다..
무조건 지하철 코인을 사서 지하철로 진입한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으나 단순히 "low manhattan", "upper manhattan"이란
표시만은 감이 잡히기에 상행선을 탄다!!!
빈자리에 구하기 힘들었던 뉴욕 지하철 노선도가 떨어져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두 정거장을 가서 내리는데 통과하는 역이 더 많다!!
황급히 내린 다음 찬찬히 노선도를 보며 본격적인 공부에 돌입한다..
생활 영어는 못하여도 우리의 제도권 교육이 영어에 대한 이해 능력은
엄청나게 도와주는 것이 틀림없다..
불과 10분이 지나지 않아 뉴욕의 지하철 노선에 대하여 대부분 숙지한다..
방금 탄 지하철은 'EXPRESS"로 명명되는 중요 역에만 정차하는 특급이며,
또 전역에 정차하는 "LOCAL"이란 완행이 있고 번호나 숫자로 노선을 명명하는 것이다..
전혀 망설이는 경우 없이 한번에 식사를 하기로 한 차이나 타운으로
지하철로 이동에 성공한다..
"차이나타운"은 중국의 번화가를 뉴욕으로 옮겨놓은 기분이 든다..
엄청나게 많은 유동인구, 영어는 거의 없이 한문으로만 되어 있는 간판..
팔지 않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상품의 다양성!!!
쫓기는 주인공이 항상 숨어드는 영화 속의 뉴욕의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뒷골목까지 모든 것이 존재한다..
식당을 찾는다고 시간을 소비할 수가 없기에 길거리의 노점상에게
"DIMSUM"(중국 만두)를 잘하는 식당을 물으니 바로 옆의 식당을 가르친다..
1층에 200석 정도의 좌석을 가진 식당인데 앉을 자리가 없다..
조금을 기다리니 종업원이 안내를 하여 주는데 앉고 보니 손님 한 명이
앉았다가 화장실에 간 자리다!!!
조금전 장원장이 옆의 페스트 푸드 점에 화장실을 이용하러 갔더니
이용객 외에는 사용이 불가하다고 매몰차게 거부하더라고 하더니 한 명보다는
많은 인원에게 팔겠다는 의도적인 상술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자리도 없고 더 이상 움직일 수도 없을 만큼 배가 고프기에
옆자리에 놓인 옷에도 불구하고 그냥 앉아있으니 화장실을 이용하고 돌아온
자리의 주인은 영문을 몰라하는데 종업원은 별 생각 없이 옷을 들게 하고
비어있는 한 좌석에 무조건 합석을 시킨다..
딤섬과 이름은 몰라도 음식을 시킬 수 있도록 음식 사진을 붙어 놓은
메뉴 판을 보고 과거 북경 여행 시에 경험하였던 요리를 위주로 주문한다..
메뉴 판에 음식이 무려 백가지가 넘게 나열이 되어 있다!!
그런데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메뉴 판을 놓기 전에 주문한 음식이 도착한다..
워낙 기름진 음식이기에 무려 14도의 도수를 자랑하는 청도(퀸다오) 맥주와
더불어 정말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또 계산하면서 한번 더 놀란다!!
약 7가지 정도의 음식에 술까지 곁들였는데 총 계산 금액이 30불!!
어제 단지 육개장 한 그릇을 먹었던 한인 식당에서의 금액이 70불 정도였으며
버거킹 한 세트가 7불 정도였는데...
식당이 점심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으나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싸고 맛있고 빠르게 나오니!!!!"
한인 식당이 중국 식당과 더불어 세계화하기 위하여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엠파이어스테이트의 아쉬운 야경
바로 브루클린으로 돌아가려고 하였으나 배고픔이 해결되니 또 다른 욕심이 생긴다..
월요일로 관광을 미루었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으로 향하고 싶은...
장원장과 윤회 형님을 설득하여 아픈 다리를 보상하겠다며 호기 있게
"옐로우 캡"으로 엠파이어 빌딩으로 향한다..
퇴근 시간의 뉴욕은 보행자 천국이다!!
신호와 관계없이 사람만 모이면 삼삼오오 무단 횡단을 예사로 한다..
차량들도 난폭하게 밀어붙이는 경우는 간혹 있으나 경적을 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택시 기사도 마찬가지다..
길이 조금만 막히면 무단 횡단을 예사로 한다!!
우리 교통 법규를 그대로 준수한다면 이 친구는 일주일가지 않아서
중앙선 침범에 따른 벌점 과다로 택시 기사를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
이리 저리 중앙선을 몇 번 넘어서 내리니 꼭대기가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서
넘어질 듯한 빌딩이 바로 머리 위에 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이 빌딩이 대공황 시절 불과 19개월만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빌딩 옆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제 완전히 뉴욕에 길들여져 앞을 확인할 생각도 없이 줄을 선다..
당연히 관광객들이 이루고 있는 장사진이다..
30분만에 빌딩 안으로 진입..
그러나 끝이 아니다!!
또 표를 사기 위하여 30분!!
엘리베이터로 오르기 위하여 10분!!!
또 그곳에서 옥상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에서 20분!!
그리고 올라가니 뉴욕의 야경이 황홀하나 너무나 거친 바람으로 춥다..
불과 15분 정도를 그 곳에서 머물며 더 이상 높은 빌딩이 없으며
브룩크린 브릿지, 자유의 여신상, 센트럴 파크가 어디에 있다는 것만을
확인하고 허무하게 내려온다..
내려오는 것도 엘리베이터는 장사진이다..
내려오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또 30분!!!
다음에 자유 여행으로 뉴욕을 관람하고자 하는 분에게
줄을 서지 않고도 관광을 하는 좋은 방법을 소개한다..
이른바 뉴욕 투어 프리 티켓!!(뉴욕을 망라하는 7개 관광지를 자유로 관람하는 티켓이다!!)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빌딩, 매트로, 구겐하임 미술관, 그리고 기타 등등..
우리도 사실 이 표를 처음부터 알았으면 당연히 구입했다..
그러나 저녁에 이 표의 존재를 알고 나서 뉴욕을 관광하기 위하여 남은 날은
불과 월요일밖에 없다!!
또 마음속으로 월요일 일정으로 잡고 있는 박물관 순례에서 프리 티켓은
자연사 박물관은 제외되었으며 메트로폴리탄은 매주 월요일이 정기 휴일이다!!
단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우리는 비싼 경비로 구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자연사 박물관은 사실 월요일 오후 4시가지나 도착하여 무료로
4층의 공룡 전시관을 중심으로 잠시 돌아보았다!!
그래도 시간을 절약한다는 차원에서 정확한 정보 없이 구매하였다면
우리에게 해당된 것은 단지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였기에 엄청나게 후회하였을 것이다..
모두 7개 관광지를 모두 관람하자면 78불이 소요되나 이 티켓은 38불에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의 줄서기가 표를 사기 위한 줄인데 이 시간을 줄이니 시간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뉴욕을 방문한 관광객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티켓인 것이다..
이미 자유의 여신상 10불, 엠파이어 18불을 지불하였으니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인 표이다!!
이 표의 위력은 월요일 구겐하임 입구에서 직접 눈으로 목격한다..
아침 일찍 방문하였으나 약 30분동안 표를 사기 위하여 기다리는 우리를 지나서
티켓을 가진 일행들은 매표소의 통제 담당에게 표를 보여주고 바람과 같이
들어가는 것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를 이수(?)하고 이제는 눈에 익은 지하철 노선표에 의거하여
브룩클린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이라고 관광을 포기할 수는 없다..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약 4브록을 걸어서 그랜드 센트럴 역으로 향한다..
흔히 플러싱으로 통하는 한국인들의 거리인 32번가를 가로질러..
뉴욕에서 보는 한인 간판이 반갑기는 하였으나 워낙 외국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바가지 상술을 여러 번 경험하였기에 쇼핑은 과감히 생략한다!!
고풍스런 양식의 그랜드 센트럴 역 별자리를 형상화한 천장 벽화는 환상적이다.
이 벽화의 감상을 마지막으로 브루클린으로 향한다..
뉴욕의 지하철은 오랜 세월과 뉴요커와 함께 하였다는 것을 증명하듯 역사가
대부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낡았다!!
낡은 것뿐만 아니라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는 도대체 언제부터 쌓였는지
도저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먼지가 수북하게 세월을 대변하며 쌓여있다..
미국의 심장부라는 곳의 지하철이라고는 이해가 되지 않던 먼지와 녹이
뚝뚝 떨어지는 이 역의 풍경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찌된 영문인지
조금씩 편하여 지면서 이제는 오히려 정겹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브라운 유 선배의 집에 도착하니 벌써 9시가 다되어 간다!!
뉴욕의 지하철은 급행과 완행으로 구성되어 상당히 빨리 달리는 것 같은 데도
맨하튼에서 브루클린까지 오는데 거의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것이다..
브라운 선배의 누님들이 준비한 한식으로 식사를 하고 자리에 누우면서
왜 뉴욕의 맨하튼이 엄청나게 지저분하게 보이면서도 정겹게 느껴지는 지를
곰곰이 생각하여 본다..
까다롭지 않고 살겹게 사는 뉴요커들의 여유와 쉽게 접근하게 하는 건물들의
고풍스러움에 더불어 많은 화면을 통하여 경험한 눈에 익은 만남에 그 이유가 있지 않나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사실 오늘 다니면서 판매되는 상품을 제외하고는 새 것이라고는 전혀 보지 못하였고
눈에 익지 않은 곳은 전혀 돌아다니지 못한 것 같다!!
뉴욕 마라톤의 풍경들..
브라운 유 선배님이 깨우기도 전에 모두 기상한다..
날씨가 여전히 매섭게 차가움이 느껴진다..
다행히 날씨는 흐리지 않다!!!
조카의 결혼식으로 위하여 들어와 계시는 브라운 유 형님의 누님들 덕택에
한국에서의 대회날 식사보다 더 푸짐한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지인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가기 위한 버스 정류소로 향한다..
베라자노 다리가 마라톤으로 통제 예정으로 7시정도 된 시간임에도
지금 대기하고 있는 버스가 마지막이라고 한다..
버스에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하여 탑승한 사람은 우리뿐인 것 같다!!
7시 20분경 베라자노 다리를 건넌다..
베라자노 다리는 부산의 명물인 광안 대교와 흡사한 모양새를 하고 있으나
다른 뉴욕의 시설물처럼 오래된 연륜을 알리기라도 하듯 가까이 가면 벗어진
페인트 사이로 엄청나게 철골이 부식되어 있다!!
뉴욕의 공공 시설물은 달리면서 보니 모두 이 베라자노 다리처럼 부식이 된
불안정하며 지저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베라자노는 맨하튼을 처음으로 발견한 이탈리아인이라고 한다!!
차량이 정체되어 있는 다리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
이 다리를 넘은 지점이 바로 뉴욕 마라톤의 출발선이다..
뉴욕은 크게 다섯 개 BORO(우리의 구에 해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뉴욕 마라톤은 이
다섯 개 보로를 모두 관통하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스테이튼 아일랜드, 브룩클린, 퀸스, 브롱크스와 맨하튼이라는...
다섯 개의 브로중 맨하튼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주거지로 구성되어 있고
맨하튼이 문화, 예술, 상업의 중심지로 사실상의 뉴욕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뉴욕을 가지 않은 분도 알고 있는 티파니로 대표되는 쇼핑가인 5번가를 비롯하여
월 스트릿, 엠파이어스테이트, WTC 빌딩이 있던 비극의 현장 그라운드 제로, 센트럴 파크,
브로드웨이 등 뉴욕을 상징하는 모든 시설이 맨하튼에 집중된 것이다.
서비스로 보기는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느껴지는 행사가 이곳에서도 여전히 이어진다..
수많은 인원에 비하여 화장실이 너무나 부족하고 지저분하며, 단지 한 곳에
준비되어 있는 커피 서비스 천막에는 도저히 끝날 것 같이 않은 장사진이 이어진다!!!
그나마 빵과 요구르트 등은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
그런데 화장실을 찾다보니 빵을 공급하는 천막 뒤에 금년 조선일보 대회에서 준비된
이동식의 차량 화장실이 한적하게 있는 것이 보인다..
아무런 생각 없이 접근하니 너무나 깨끗하고 의외로 조용하다..
가까이 있는 윤회 형님을 황급하게 부른다..
그리고 옆의 입구라고 적힌 곳을 보니 과일과 빵, 그리고 따뜻한 커피 등이 뷔페 형식으로
준비되어 있는 천막이 있다..
윤회형님과 그곳을 방문하여 아직도 브라운 형님이 준비한 식사로 배가 부른 상태에서
새로운 문화를 맛본다는 생각으로 모든 음식을 맛본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곳은 일반 참가자들이 이용하는 장소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 시작한다..
이곳에 있는 이들을 보니 모두 목에 인식표를 걸고 있다..
"MARSHALL", "PRESS", "STAFF" 등등...
황급히 천막을 빠져 나오니 우리가 지나온 길에 접근을 금하는 줄이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당연히 경비원이 배치되어 화장실으로 접근하는 일반 참가자들의 진입을 통제한다!!
나오는 우리를 보고 뭐라고 이야기를 하기에 그냥 두 손을 올리며 머쓱한 표정으로
"I don't know!!!"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보온용 옷은 천천히 맡기기로 하고 다시 만난 장원장과
조금전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낄낄거리면서 대회장의 분위기를 즐긴다..
그런데 참가자들 대다수의 표정에서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서양인 특유의 축제를 즐기는 활달한 기분은 전혀 없고 대다수가 쭈그리고
가수면 상태에 있거나 아니면 침낭이나 비닐 등을 준비하여 누워있는 것이다!!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강제 동원된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처럼...."
장원장과 이유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어보나 추운 날씨라고 설명하기에는 어쩐지 너무나
침울한 분위기이다..
나중에 귀국 비행기에서 장원장이 뉴욕 안내 책자에서 마라톤 칼럼 리스트가
출발 전 보온에 신경 쓰며 최대한 체력을 비축하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보여주나
크게 설득력 있는 정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뉴욕을 다녀온 지 몇 주가 지난 지금도 대다수 참가자들의 무기력한 태도와 행동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년 전 엄청난 사태의 영향인지 모르지만 뉴욕 마라톤은 과거 참가자들이
이야기를 통해 들었던 명성만큼 화려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출발전후의 도네이션(DONATION)행사도 그다지 장관으로 보이지 않으며,
베라자노 다리의 노상 방뇨도 일부 몰지각한 몇 명의 참가자만이 시행할 뿐이다..
그래도 나는 엄청나게 급한 여성 참가자들을 몇 명 보는 행운(?)을 경험하였으나..
그런데 이 여성분들이 우리와는 다르게 다리 쪽이 아닌 주로를 향하여
쭈그리고 방뇨를 하는 것이다!!
아마 엉덩이를 보이는 것이 아주 심각한 욕으로 생각하는 이쪽의 문화 영향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날씨도 춥고 즐긴다는 생각에 거의 4시간 25분을 달렸다..
길을 달리다 교민들을 만나면 되돌아가 인사도 나누고, 관중이 많은 곳에는
준비한 머플러를 흔들며 과장된 몸짓으로 응원을 유도하기도 하면서..
작년에 경험한 런던만큼 달리는 주자에게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관중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관중들은 자신이 응원 나온 선수에게만 관심이 있는 듯한 태도로 주로에
자리하고 있으며, 간혹 앞쪽에 영어로 자신의 이름을 적은 주자가 다가오면 한번씩
이름을 연호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주자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던 일본 큐슈나 영국의 관중들과는 판이한 태도로..
급수대도 뭔가 허전하다..
너무나 늦게 달리는 탓인지 모르지만 길 양옆에 4개정도 준비된 급수대에는 오직
물만이 있으며, 그나마도 참가자에 비하여 자원봉사자가 부족하여 물을 마시기
위하여서는 반드시 급수대에 멈추어야 한다..
또 고무장갑을 낀 손을 컵 속에 담구어 전해주니 어쩐지 불결하다는 생각도...
맨하튼에 들어서자 이온 음료인 게토레이를 두 번 정도 마실 수가 있다..
모든 것이 풍족하다는 과거의 대회 평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35km 이후 지점에서 파워젤을 공급하였다고 하나 너무 빈약한 급수대에 실망하여
지나친 탓인지 나는 전혀 공급받지 못한다!!!)
그래도 맨하튼에 진입하니 관중들이 밀집한 지역이 나온다..
나름대로 한국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머플러를 흔들며 달리기 시작하니
이곳은 반응이 조금은 돌아온다..
센트럴 파크의 결승선에서는 주로 사진을 찍는 친구가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사진 하나 찍히자는 생각에 더 오두방정을 떨면서 결승점을 아주 천천히 통과한다..
혼자만이 느끼는 폭력은 이곳에서도 계속된다..
추운 날씨로 몸이 급격하게 식기 시작하여 화장실을 찾으나 이동식 화장실을
물품 보관 차량을 찾아 이동하는 어디에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결국 억지로 참아가며 옷을 입고 거의 10분 이상 걸어서 이동하는
마라톤을 마친 주자에게는 엄청나게 긴 동선을 이동하여 칩 반납 장소에 도착하니
이동식 화장실이 몇 개 준비되어 있다..
더 신기한 것이 불과 몇 개의 화장실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나 이용하는 인원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주로와 결승점인 센트럴 파크의 숲 속에서 대다수의 주자들이 민생고(?)를
해결한 모양이다!!
혼자서만 해결할 곳에 찾지 못하여 쩔쩔매는 이상한 광경을 보이고..
결승점이 지나치게 방만하여 결국 일행 중 장원장을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몇 시간을 걱정하고 있으니 뉴욕 탐험을 혼자서도 씩씩하게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만의 마라톤 대회에 대한 평가 시간!!
나의 부정적인 평가에 브라운 유 선배님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
"REALLY"라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신다!!!
그리고는 WTC의 후유증으로 아직 대회가 정상화되지 않은 모양이라는 말로 마감을 한다!!
또 상대적으로 장원장의 평가는 아주 좋다..
내가 런던 대회에서 내린 평가처럼 국내에서 경험하지 못한 황홀한 경험이라며
과거에 내가 다른 곳에서 내렸던 표현을 거의 그대로 내리고 있다!!
어쩌면 내가 지나치게 많은 대회의 참가로 감정이 메말라져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뉴욕대회를 평가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너무나 많은 뉴욕 대회에 대한 기대와
정보를 지니고 가슴으로 느끼기보다는 습득한 정보를 확인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달림으로 혹평을 하였는지도 모른다...
달갑지 않게 대회를 평가함으로 정성으로 맞이하여 주신 브라운 선배에게
섭섭한 마음을 안겨주지 않았는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마지막 날의 강행군
피곤하였는지 처음으로 깊은 잠을 잔다!!
대회 다음날 아침 회복주로 어제 달렸던 베라자노 다리 아래를 달려본다..
미국 이민의 역사가 배어있는 허드슨만의 하구를 처음으로 달려보는 것이다..
브라운 유 형님의 이야기에서 이 강변의 도로가 형님의 마라톤에 대한 과거의 열정이
녹아있는 곳이란 생각에 숙연하여 지기도 한다..
거의 매일같이 10년이 넘는 시간을 달리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4마일이 조금 더 되는 강변도로이니 왕복 14km 정도 되는 길이다..
가는 동안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포대, 멀리 자유의 여신상와 마천루가 보이는 맨하튼 남쪽,
그리고 맨하튼을 점점 닮아 가는 뉴저지 등을 배경으로 달리니 전혀 지겨울 틈이 없다..
드문드문 쾌속선과 뉴저지의 항구를 향하는 상선과 속도 경쟁도 하여 보고..
그 달림을 마지막으로 이제 더 이상 뉴욕을 달릴 기회는 없다..
오늘이 뉴욕을 즐기는 마지막 날이다..
아침부터 일정을 빡빡하게 잡는다..
일단 구겐하임 미술관, 매트 외관 견학 그리고 브로드웨이 뮤지컬 예약,
리틀 이탈리아에서 파스타 식사, 그리고 자연사 박물관 관람, 마지막을 마제스틱 극장에서
"오페라의 유령" 관람 등으로 엄청난 중노동을 마감한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피로에 잠시 졸며 구겐하임에서 보았던 피카소, 샤갈, 고갱을 떠올리고
너무나 구수한 파스타의 크림 소스에 입맛도 다시고
세계 공룡 화석을 한번에 전시한 듯한 엄청난 규모의 자연사 박물관에 대한
감탄도 떠올리고, 절묘하게 상업과 예술의 조화한 미국 뮤지컬의 아름다움과 너무나 맑았던
크리스틴 역의 여주인공 노래도 맑은 목소리를 흉내내어 흥얼거리다 보니
벌써 브룩클린이다!!!
시계는 이미 12시..
뉴욕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아쉬움에 문을 닫으려는 편의점에 들어가 맥주를 두 병 산다..
화려한 뉴욕 여행도 이제 마지막이란 섭섭함이 가슴에 배어든다..
이 기분을 아는 듯 브라운 형님의 누님들이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내일 귀국하는 손님들에게 술 한잔 대접하겠다며..
마시던 맥주를 들고 누님들의 숙소에 방문하니, 왕만두에 낙지복음까지 준비되고
술도 와인과 위스키까지 준비되어 있다...
누님들의 정성에 감격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새벽 3시..
뉴욕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지나간다..
그리고 다시 귀국하기 위하여 방문한 JFK 공항..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 형님을 보내지 못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벌써 출발시간..
아예 출국 심사도 생략한 미국 공항을 떠나며 문득 한가지 사실을 발견한다..
뉴욕의 다른 구조물과 달리 JFK 공항 대한항공 출국장 건물은 엄청 깨끗하다는 것을...
울산에서 "만자로" 김재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