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나게도 추웠던 지난 겨울... 동아마라톤 도전을 작심하고 난 뒤부터 이유를 알수 없는 부담감이 맘 고생 몸고생을 초래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D데이가 다가 올 수록 시간은 너무 빨리 다가오고 준비는 언제나 부족한 법!
그래도 나는 당당히
2011년 3월 20일 광화문 광장 주로에 섰다.
광화문 광장에서 잠실종합운동장까지 42.195km... 차를 타고 가도 한참을 달려야 갈수 있는 그길을 두발로 달려서 가야한다.
어떤 순간을 만나게 될지... 내 몸은 내 뜻을 따라 줄지... 그리고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끝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모두가 처음이라는 과정을 격었겠지만 그 순간의 긴장감과 설렘. 약간의 두려움과 걱정들을 안고 출발선상에 첫발을 내디디려 한다.
국내 대표적 메이저대회이니만큼이 참가자가 많다. 2만4천명이라니!
비는 오고 바람도 세찬데 황사까지 함께라니, 건강에 좋자고 하는 일인데 이게 무슨 이율 배반이란 말인가!
여하튼 출발 신호는 떨어지고 달리기 시작하는데 말 그대로 인산인해. 거대한 사람들의 물결흐름 바로 그 자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찌 좀 달려보려해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선배님들의 말로는 5km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고 말은 들었는데 오늘은 참가 인원이 늘어서 인지 10km될때까지 상황이 해소되질 않는다.
내심 목표는 1km당 5분대를 목표로 했는데, 6분이 넘어선다. 이상태는 15km 지점까지 계속이어졌다.
자의 반 타의 반인 상황이지만 이겄이 결과적으로 초보자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초반 오버런을 막아주는 조력자 역활을 했음을 후반35km 이후를 달리면서 깨닫게 된다.
15km를 지나 20_25_30km지점까지 욕심을 제어하고 편안하게 달리니 걱정했던 근육통도 없고, 호흡등 제반 몸 컨디션이 무난하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마의 30km 성동교 사거리 구간에 접어들었다.
마라톤은 이제 부터라는데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누적된 피로도 있고 발바닥의 이물감이 자꾸 신경쓰이게 한다.
신발바닥을 확인 해 보니 아무겄도 없는데 왜 자꾸 껌같으게 붙어있는 겄같은 이물감이 느껴지나 했더니,
출발 후 얼마되지 않아서 부터 물웅덩이빠져 신발은 이미 젖은 상태이고 기온은 차다보니 발의 동통이 원인인겄같아 애써 무시하고 내달린다.
35km잠실대교 입구의 약간의 오르막길이 다소 부담스럽게 달려진다. 이제 남은 거리는 7km... 평소 운동하던 대불잔디구장10바퀴의거리만 달리면 골인이다.
이제는 포기하기에도 너무 늦다. 포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으쌰! 으쌰 ! 힘내어 달려본다. 한참을 아무생각없이 달리다 보니
39km쯤 와가는 겄 같은데 스펀지 물 보급소를 못 본겄같다. 이상하다 생각하는 순간 눈 앞에 나타나는 물 보급소! 이제사 37.5km이다. 이런 우라질네이션! 몸의 피로도가 상당한가 보다.거리감이 이렇게 헷갈리다니! 아닌게 아니라 종아리 군육통을 참는게 상당히 힘들다. 주변을 둘러 보니 상당 수의 사람들이 뛰다 걷다를 반복한다.
나도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여기서 걷기에는 왠지 억울하다. 다시 한번 맘을 다잡고 달려본다. 그러나 속도는 날리가 없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오늘 해 안에는 않 나타날 겄 같은, 신기루처럼 만 느껴지던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1.5km구간의 거리를 달리는게 평상시 달리기의 15km달리는 거 만큼이나 길고 . 멀고 힘들게 다가왔다.
이 주경기장입구 오르막도 이미지칠대로 지친 주자들에게는 상당히 힘겹다.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중국인 남녀한쌍과 그 응원무리들이 대문짝 만한 오성홍기와 손바닥 만한 태극기를 휘두르며 짜요! 짜요를 외치며 그들만의 난리부르스 추는게 아닌가!
순간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인들의 그들만의 그들만을 위한 그네들만의 잔치에서 지독했던 편파판정과 함께 징그럽게 들었던 그 소리, 짜요! 짜요! 이소리는 듣자,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네 놈들은 이기리라는 치기어린 오기가 발동된다.
이 치기어린 오기가 없었더라면 라스트 스퍼트는 언감 생심 꿈도 못꾸었을텐데, ,여하튼 이들 덕분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지만 라스트스퍼트도 해보면서 무사히 완주를 하였다.
이상 지독히도 달리기와 인연이 없던 한 사람의 마라톤 풀코스 도전기이다.
친구들이 내가 마라톤을 한다고 하자, 굼벵이가 달려도 너 보다는 빠를 겄이라고 놀려댔다.
( 나쁜 노무시키들) 그도 그럴겄이 나는 초등학교 운동회부터 달리기로는 노트 한권 타 본 적이 없고 대입체력장1천미터달리기도 친구들이 대신 달려 줬으니 그간 사정을 아는 친구놈들이 놀려 댈 만도 하다.
이런 내가 왜 달리기를 하는 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겄 하나는 분명하다. 내가 그동안 많은 운동을 해보았지만 마라톤 만큼 내가 내앞에 일대 일로서는 정직한 운동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
여기에는 무슨 요령도 소용없고 , 상대방을 솎이는 심리전도. 훼인트도 기술도 필요없다. 경쟁도 필요없다.
오로지 내가 나와의 대화만 있을 뿐 아무겄도 필요 없다.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보다.
물품보관소에서 짐을 찾아 탈의실에서 젖은 옷을 갈아입는데 너무 춥고 힘들자, 나도 모르게 자조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 이 힘들고 미친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네" 라고 하자 주변사람들이 일제히 웃는다. 다들 속은 있나보다.
옷을 주섬 주섬입으면서
다시는 뛰고 싶지 않을 겄 같은 이 뜀 박질을 또 뛸겄같은 불길한 예감! 이건 뭐지?
구간기록: 5km;31:20 10km: 30:13 15km:30:00 20km: 28:24 하프:2:06:22
25km:28:41 30km: 29:21 35km: 32:12 40km:32:22 최종기록: 4시간17분12초
첫댓글 첫 풀 무사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3월 동마가 항상 좀 추운데 올해는 비까지 내려 더 힘들었을텐데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언제 축하 파티라도 해야겠는데...날 잡아야죠?
좋습니다. 날 잡죠!
형님의 후기를 읽고 있자니 2007년 동아마라톤 풀코스 첫 도전때가 생생히 떠오릅니다. 너무 힘이 들어서 잠실 대교 북단 38키로지점? 에서 아주머니들이 한복차려입고 나눠주던 사탕을 못먹은것이 천추의 한 이됩니다. 불과 2m만 움직이면 먹을 수있었는데요~ㅋㅋㅋ~!
그때 저의 기록은 3시간 47분 23초였습니다. 아무쪼록 수고많으셨습니다. 사모님께서 많이 많이 마니~사랑해주시겠네요~~!
형님!! 첫 풀 정말 진심으로 감축드립니다. 주로에서 같이 달림 하였지만
넘 힘들었어요// 춥고 배고푸고 정말 좋은 기록이내요// 몸 관리 잘 하시고
가을에 꼭 좋은 결실 바랍니다. 달림은 행복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연락주시면 감사 축하현
풀 완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고했습니다.
누구나가 느끼는 마음을 생생하게 글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인데 글솜씨가 대단 하십니다. 걷지않고 뛰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서방님 글을 이제 읽어 보았네요~!^^ 연애편지 써서보내주면 납죽납죽 받아먹기만하더니.... 젠장 후기는........
그 고생을 하고도 다음에 또 뛸 준비를 하는 것 보면 이건 마약이 틀립없어...ㅋㅋ 다들 대단 하십니다. 이몸은 하프라도 한번 뛰어봐얄텐데..........우리 서방님!수고 많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