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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빈이형, 덕진이형, 죄송해요. 성식아, 미안. 회사 일도 있고, 로그북 작성도 제대로 안되어 있어,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틀린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리고 성식아, 주이사님한테 사진 받아 와야 되지 않아?
독도 항해 참가기 2005. 05. 21 – 2005. 05. 24 참가 계기 이번에는 성식이가 전화를 했다. ‘형님, 독도 가실래요?’ ‘그래, 언제 가는데?’ 우리야 뭐 항상 이런 식으로, 거두 절미하고 결정을 하지만, 특이하다면, 보통은 정빈이 형이 통보를 하는데, 이번에는 성식이가 전화를 했다는 점이다. 속으로 ‘정빈이 형이 바쁘겠지, 뭐’ 하고 말았다. 나중에 항해를 마치고, 입항 모임에서, 몇 마디 오가는 대화로 추리해 보니, 이번 항해는 성식이의 공로가 컸나 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대한요트협회’에서, 성식이가 꽤 책임 있는 일을 하고 있나 보다. 성식이가 대학 요트 써클 출신이고, 470으로 제주도 항해에 도전 할 정도로, 요트를 좋아한다는 사실만 알았지, 협회 일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나는 선수 출신이 아니라, 협회 일을 알 수도 없고, 협회 사람들 볼 때마다 부럽기만 했는데, 가장 가까운 후배인 성식이가 협회 일을 하고 있다니, 내심 놀랐다. 칭찬을 들으면, 겸손하다는 것이 오히려 잘난 척으로 비치기도 하고, 겸손이 지나쳐 오히려 비참해 보이기도 한다. 성식이는 나의 칭찬에, 협회 일을 설명해 주면서, 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 한다. 다른 사람이 세일 트림하는 것을 보면, 입이 간지러워 죽겠는데, 도무지 무관심한 듯한 성식이를 보면, 가끔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도 든다. 날씨 독도를 가기 위해, 한편으론 호시탐탐 휴가 낼 기회를 엿보면서, 한편으론 항로지, 조석표, 일기도 등을 점검해 본다. 우리나라 연안이 다 그렇겠지만, 동해안은 5월, 6월이 항해하기 최적인 것 같다. 강수 일수, 안개 일수도 적고, 평균 풍속, 평균 파도도 낮다. 동해안은 조석표 상에 조차가 적게 나타나지만, 대양을 끼고 있어 조류가 셀 수도 있겠다. 특히 서해안 보다 해류의 영향이 클 것 같은데, 해류와 조류를 파악할 만한 자료를 찾지 못해서 찜찜하다. 항해가 다가 올 수록, 일기도 동향 파악이 주 일과가 됐다. 항해는 3박4일을 예상하는데, 일기도에는, 연해주 지역에 저기압이 형성되면서, 항해 3일째 오후부터 ISOBAR가 촘촘해 지고 있다. 서풍이면 빔리치 코스라서, 스피드는 나겠지만, 바람이 셀 경우, 파도에 신경을 써야겠다. Buoyweather.com에는 항해 2일간은 8knot ~ 10 knot 바람을, 항해 3일째부터 15 knot ~ 20 knot 바람을 예보하고 있어, 쾌적한 SAILING 을 예상해 본다. 동반자 요트 가방에 장비를 넣었더니, 여름 세일링인데도, 겨울에 비해 부피나 무게가 거의 줄지 않았다. 6명이 항해해야 하는데, 가방을 놓을 공간이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FOUL WEATHER GEAR, NAVIGATION TOTE, SLEEPING BAG, LIFE JACKET/HARNESS, 방수 가방, MARINE VHF/HAM VHF, 속옷/양말 중 뭐를 더 줄일 수 있겠나? KTX를 타고, 택시를 갈아 타면서, 밤 12시에 도착한 수영만 요트 하버에, 내일 있을 장거리 항해를 앞두고, 선원들이 모두 잠자리에 들었을까? 물론 아니다. 정빈이 형과 성식이, 그리고 같이 가시게 된 대한요트협회의 주장성이사님이 ‘불타는 물’을 드시면서, 초면의 ICE BREAKING에 여념이 없다. 의외라면 덕진이 형이, 선원들의 온갖 구박에도 불구하고, 용케 잠자리에 누웠다는 점이다. 같이 가시게 된 주이사님은, 해군에 오래 근무하셔서, 이번 항해의 대관 업무가 편해 지고, 바다 경험도 많이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사실은 아니 것 같다. 요즘 대관 업무야, 모든 절차를 충실하게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 했고, 공군은 기장이 손발이 가장 바쁘지만, 해군은 함장이 말로만 하신단다. 오죽 했으면 동해안으로 장가를 간 해군장교가 장인과 뱃놀이를 갔다고, ‘아니, 노도 저을 줄 모르는데, 자네 해군 맞나?’하고 핀잔을 들었을까. 부산택시 2시 너머 잠자리에 들었지만, 5시 30분쯤 일어 났다. 내가 먼저 잠이 들어야 7살 외동 아들이 심심해져서 따라 잔다는, 마누라의 지침에 따라, 맨날 일찍 자다 보니, 이 시간이면 으레 잠이 깬다. 다른 선원들 깨지 않도록 살금 살금 일어나, 장기간 항해에 대비해 마지막 샤워를 하러, 근처 찜질방에 들렀다. 찜질방에 가야 인터넷에서 최근 일기도를 확인할 수 있으니, 도랑치고 목욕 하기다. 찜질방을 다녀 왔더니, 우리 선원들 벌써 일어나서 나를 기다린다. 43년 전통의 해장국 집에서 맛있는 아침을 먹고, 가스통을 들고 LPG 충전소를 찾아 나섰다. 차량용 LPG 충전소를 찾아 갔더니 충전을 해 줄 수 없단다. 그래서 ‘어, 요트 하버에서 여기 가면 충전해 준다고 하던데’ 했더니, ‘진작 말씀하시지’ 하면서, 충전 어댑터를 끼워 충전을 시작하는데, 영 신통찮다. 옆에 계시던 충전소장님이 ‘이건 원래 부탄가스를 충전해야 되는 겁니다. LPG를 충전하면 그을음이 생겨요. 전에 충전을 했다고 해서 이번에도 해드리려고 했더니, 아마 가스통에 부탄 가스가 충전돼 있나 봐요. 부탄 가스는 충전 압력을 LPG 보다 높게 만들어 놔서, LPG 기계로는 충전이 안돼요. 부탄가스 충전소에 가세요.’ 한다. 여분의 가스가 남아 있는데다, 부탄가스 충전소는 멀리 있어서, 요트 하버로 되돌아 가려고 했더니, 요금을 받고도 기어코 기다리겠다고 버티고 있던 택시 기사가, 꼭 충전해야 된단다. 그래서 10,000원어치 충전하는데, 택시비가 15,000원 나왔다. 이 아저씨, 충전소에서 기다리는 동안에 계속 미터를 켜 놓고 있었는데도, 먼저 준 요금은 꿀꺽하고, 새로 미터를 켰으니 요금을 추가해서 내 놓으라고 한다. 그래서 2,000원 더 챙겨 갔다. 여러분, 부산 택시 조심합시다. 요트 점검 우리 요트 ‘바람바다’ 출발 시간이, 대회 시작 시간인 10:30분으로 계획되어 있어, 시간이 남아 돈다. 그래서 남는 시간에 요트를 점검해 본다. 마스트, 스테이, 스테이 턴버클, 스프레더, 블록 그리고 라이프라인… 헤드 스테이 텐션이 좀 약해 보인다. 세일을 올리지 않았는데도, 마스트가 STERN으로 BENDING 되었다. 정감독님이 보시고, 메인 세일을 올리면 텐션이 올라 간다고 한다. 덕진이 형도, 대부분의 요트의 마스트가 평상 시에도 STERN으로 BENDING 되어 있다고 하며, TENSION에는 무관심 하다. BENDING 된 MAST는 파도를 받아 PUMPING하면 부러질 위험도 있고, MAIN SAIL이 FLAT해지면, 약한 바람에 POWER가 약해 질까 걱정이 된다. 항해 후 생각해보니, 요트 점검 한답시고, 선체 밖만 살펴본 꼴이다. 다음에는 ENGINE COMPARTMENT와 전자 장비, 그리고 식료품 등의 배치도 확인을 해야겠다. 사실 항해 중 문제는, 정작 AUTO PILOT에서 발생했다. 취재진, 부산 사람들 KBS에서 취재를 나왔다. 여러 사람 인터뷰도 하고, 요트 점검하는 것을 찍기도 한다. 방송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고, 또 요트는 속성 상,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 것이지만,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 고맙다. 요트하버 정감독님도 나오셨고, 뱅가드 구선장님도 배웅을 나오셨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부산에서, 요트를 통해 이렇게 아는 분들이 생기고, 멀리 간다고 배웅까지 나와 주시니… 이런 게 사람 사는 거겠지. 출발선 21일 1100시 드디어 출발선에 집결했다. ‘바람바다’호와 ‘GIANT BETA’가 출발할 예정인데, 두 척 밖에 없는데도 START LINE까지 있다. 성식이가 WHEEL을 잡았다. 레이스 라면, 가장 단순한 HALF TURN 전략을 쓰면서, 부이를 PORT TACK으로 통과하여, 해안을 벗어나는 오륙도 쪽이 유리한 COURSE가 될 것 같다. 이제 처음 ‘바람바다’의 SAIL을 펼치고, 집세일 LEACH CORD를 조정하고 있는데, 스타트 1분전 신호가 나왔다. 때 맞추어 START LINE을 통과한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했다. 스피네커 ‘GIANT BETA’는 해안선을 따라 최단 항로로 진행하기 시작했고, ‘바람바다’는, JIB FURLING 및 MAIN FURLING을 적용한, SAIL TRIM을 파악하면서, 좋은 바람을 찾아 해안을 벗어나는 코스를 택했다. 해안을 벋어나 QUATERING RUN 바람을 만나, SPINNAKER를 꺼냈는데, 바람바다의 SPINNAKER가 GENNAKER (ASYMMETRICAL SPINNAKER) 란다. 나야 책만 보구 주둥이만 살아있는 헛똑똑인데다, SYMMETRICAL SPINNAKER 도, 지난 주에 박형곤 선배님이 세일 올리시는 걸 한번 도와 드린게 전부였다. 책을 볼 때도 SPINNAKER 부분은 잘 읽어 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읽어 본 부분도 실물을 본적이 없으니, 무슨 말인지 머리에 남아 있는게 거의 없었다. 풍하 코스에서, JIB은 MAIN에 가려 펄럭이고, MAIN은 SPREADER 때문에 충분히 펼칠 수가 없으니, 오리 보트와 다를 바가 없다. 책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대부분의 선원들이 RUNNING COURSE를 싫어한다고 한다. 지난주 탄도에서, 박선배님이 SPINNAKER를 펼쳐서, 미풍속에서 4~5 KNOT 속도로 내항 깊숙이 까지 들어 왔었다. SPINNAKER나 MAIN을 펼치면, 풍하 코스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속도를 줄일 수 없어서, MOORING을 위해서 일찌감치 SPINNAKER와 MAIN을 내렸지만, SPINNAKER의 위력은 충분히 본 셈이었다. SPINNAKER, 정말 맘에 쏙 드는 SAIL이다. 어쨌던 GENNAKER를, 전 선박 소유주로부터 교육 받은 데로 올렸는데, 책에서 확인하니, 여러 가지 잘못이 있었던 것 같다. 먼저 GENNAKER는 POLE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BOW에 CLEW를 고정해서 운영을 하는데, 세일 한쪽 이 고정 되니, SPINNAKER 보다 운영이 편하다고 한다. 다만 풍하에서는 JIB 처럼 MAIN에 가려져서 운영이 힘들고, 거의 BEAM에서 만 운영한다고 한다. 5년을 운영한 분이 GENNAKER에 폴을 사용했다니, ‘책 좀 보고 삽시다.’ 그리고 나중에 입항 모임에서 들은 이야긴데, 이분이 원래는 SYMMETRICAL SPINNAKER를 주문했는데, GENNAKER를 받았단다. 그래서 새로 주문 했는데 또 GENNAKER가 왔다나. CRUISING 요트에서는 GENNAKER를 많이 사용하니까, SAIL MAKER에서 이런 실수를 했나 보다. 사실 GENNAKER를 SPINNAKER로 운영했음에도, SPINNAKER 운영에 미숙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 POLE을 풀면 POLE이 아래로 떨어지도록, AFTER GUY가 위로 가게 연결해서, CUP UP으로 운영해야 되는데, 그냥 MAST에 연결된 데로 사용하다 보니, POLE 에서 AFTER GUY를 푸는데 힘들었다. 또 35 FEET 면, CLEW에 SHEET와 AFTER GUY 를 두 개씩 사용하여, JIBING을 위해 POLE을 옮길 때 힘을 받지 않게 하는 게 좋았는데, 그냥 몸으로 때운 것도 맘에 걸린다. TRIM도 미숙해서, SPINNAKER가 하단에서 접어지면, POLE을 높이 올리고, 상단부터 접어지면 POLE 높이를 낮추어야 했는데, JIB처럼 BLOCK을 옮긴다고 난리를 쳤다. (이건 순전히 내 아이디어였는데, 어쨌던 효과는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 맘에 걸리는 건, SYMMETIRCAL SPINNAKER라고 할지라도 RUNNING보다는 QUATERING RUN으로 30도 정도 풍상으로 달리는 것이 속도 및 안정성 면에서 유리하다고 하는데, 수영만을 앞두고 맘이 급해서, 그냥 RUN으로 달렸다는 점이다. 실제 계산에 의하면 30도 정도 풍상으로 갈 때 걸리는 시간은,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 40도 정도 풍상으로 갈 때는 6시간에 1시간 정도 손해를 보지만 시간 손해를 만회할 만큼 편안한 세일링이 된다고 한다. RUNNING으로 달릴 때 SPINNAKER를 안정시키기 위해 AFTER GUY와 SHEET 을 바짝 뒤로 당겼어야 하는데, 속도를 더 붙인다고 너무 앞으로 TRIM한 것도 SPINNAKER가 무너지는 또 다른 이유가 된 것 같다. 이번 항해에서 GENNAKER 운영을 제대로 못한 것이 미련으로 남는다. 식사 이번 항해 최초의 선상 식사인, 오늘 점심은 내가 준비하기로 했다. 항해 초기인데다 바다도 잔잔하여, 의욕을 내 봤다. 항해에서 NAVIGATION은 반이고, 나머지 식사, 잠자리 등의 DOMESTIC이 반이라고, 책에 설명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여전히 정빈이 형에게 전적으로 의지 하고 있다. 식사만 하더라도, 꼼꼼하게 메뉴와 재료를 챙기는 것이 여간 성가시지 않을 뿐더러, 입맛에 맞게 만들기 위한 노하우도 필요하고, 더욱이 바다에서 멀미를 버티면서 식사 준비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빈이 형은 김치찌개, 소고기 볶음, 소고기 무우국, 닭백숙, 된장찌개, 만두국 등 내가 기억나는 것만 해도 다양하게, 이번 항해 준비를 한 것 같다. 오늘 점심은 김치찌개. 제일 상하기 쉬운 돼지 고기라서 먼저 먹어 치우기로 했다. 압력 밥솥에 밥도 하고, 김치하고 돼지고기를 볶아 김치찌개를 만들어서는,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반 강제로 할당했더니, 정말 남기지 않고 다 드신다. 억지로 드시는 선원들을 보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기상이 좋을 때 든든히 먹어 두는 것이, 선원의 중요한 의무 아닌가. 그 담 식사부터는, 뭘 어떻게 요리 할 지, 두서도 없고 해서, 결국은 정빈이 형이 다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고마워, 정빈이 형. LEEWAY 7도 21일 1700시. 1008hPa. ‘바람바다’의 DIGITAL WINDVANE이 165도, 11 KNOT를 가리키고 있다. GENNAKER를 단 요트는 10KNOT를 육박하는 속도로 BROAD REACH를 만끽하고 있다. 바람바다가 CRUISE YACHT라서, 중간 정도인 LEEWAY 7도를 계산해 달리는데, 해도에 FIX하면 10도 정도 더 풍하로 밀리고 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류와 해류를 좀 더 파악했더라면, VECTOR를 계산해서 좀 더 빠른 항로를 잡을 수도 있겠는데. 어느 만큼이 LEEWAY이고, 나머지가 해류인지 막연하다. 정빈이 형은, 조류의 경우, 어짜피 장거리 항해니, VECTOR SUM하면 0이 되지 않겠느냐 하신다. 조류를 LEEWARD 에서 받는 LEE-BOW TACTIC을 쓰면, APPARENT WIND 가 2 ~ 3 KNOT 정도 더 나온다고 하는데, 지금은 바람이 BROAD REACH니, LEE-BOW 한다고 엉뚱한 항로를 잡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GPS로 확인한 VMG (VELOCITY MADE GOOD)가 선내 LOG 보다 낮게 나온다. 어떻게 독도 왕복 내내 VMG를 손해 볼 수 있나. 계기에 문제가 있는지… 하지만 이번 항해 동안 바람 방향은 좋았다. 한번도 BEATING을 하지 않았다. 정자항 ‘삐리리리’ ‘삐리리리’ 항상 이 ‘삐리리리’ 가 문제다. 당장 부산으로 돌아 오라는 전갈이다. 출항신고를 안 했단다. 방파제 입구에서 출항신고를 깜박했다는 생각이 나서, 요트협회에 서면으로 해결해 줄 것을 부탁 드렸는데, 해결이 안됐단다. 그래서 동해안, 울산 근처, 정자항에 입항해서 신고를 하고 나가야 한단다. 그래서 SECOND PORT 에 대한 해도가 필요한 가 보다. 전체 항로를 보여주는 750,000:1, SECOND PORT 용으로는, 동해안은 단순하니까 250,000:1, 부산 근처는 지리를 잘 아니까 생략하고, 독도와 울릉도는 25,000:1, 12,000:1로 CHART를 준비했는데, 이렇게 쓸 일이 생기나 보다. 주장성이사님이 정자항에 맛있는 횟집이 있다고 해서,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회를 좀 먹자고, 정빈이 형한테 애걸 복걸 했지만, 막무가내다. 형은 배에 오르면, 배에서만 해결 한다. 그리고 인스턴트 식품도 못 먹게 한다. 선원들 힘 못쓴다고. 그래도 가끔은 라면도 먹고 싶을 때가 있는데… 잘 먹여서 부려 먹으니, 굶기는 것 보다야 백 번 낫지만. 출발한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았는데, 나들이 옷을 차려 입고, 항구에 산책 나온 가족들을 보니, 육지 생활이 그립다. 21일 1936시. 1007hPa. 출항신고를 마치고 바람은 235도 에서 225도로 BACKING하고, 풍속도 미풍으로 바뀌었다. 정자항 입항 때문에 좋은 바람을 놓쳐 버려 아쉽다. 이런 바람이라면, 23일 회사 출근 때까지, 돌아오지도 못하겠다. 21일 2100시. 1008hPa. 7도 LEE WAY 를 고려해서 58도로 항해하고 있다. 바람은 200도로 더 BACKING했고, LOG는 4.3KNOT를 가리킨다. 전자 장비 ‘바람바다’의 모든 전자 장비를 가동하고 있다. 낮부터 가동하던, MARINE VHF, AUTO PILOT, GPS PLOTER 에 이어 RADAR도 가동하고 있다. 덕진이 형이 성식이에게, RADAR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GAIN CONTROL, ELECTRONIC BEARING LINE (EBL), VARIABLE RANGE MARKER (VRM) 사용법인데, 들어도 헷갈린다. 열린 공간 및 해군, 해양경찰 MARINE VHF는 밤에도 선박을 검문하는 해군의 호출로 쉴 틈이 없다. 모든 국적의 선박이 수시로 오가는, 열린 공간. 영해의 해양 주권을 지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이것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북쪽만을 겨냥하고 있는 육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오고 있다. 이곳 해양 경찰도, 민간인 통제 보다는 오히려, 영해 보호에 더 힘쓰는 느낌이 든다. 새벽의 다이빙 5시. 화장실을 다녀 왔더니, 빈속이어서 그런지, 멀미 기운이 있다. 밤중에 레이다를 쌀쌀한 새벽 날씨에 멀미 기운까지 있어, 좀 더 햇살이 퍼지면 들어 가는 게 좋겠다고 꾀를 부리고 있는데, 성식이가 벌써 SUIT를 입고 있다. 성식이는 정말 위기에 강하다. 수심 1400미터 대양에서, 3번의 잠수 끝에, SCREW에 감긴 해초를 잘라냈고, 덕진이 형이, ENGINE COMPARTMENT를 살펴 보고, 소음의 원인은, ALTERNATOR BELT TENSION이 약해 졌다는 것을 알아 냈다. 고래다! 22일 0943시. 1004hPa. 7KNOT 바람이 240도 에서 불고 있다. 아침을 먹는 중에 해경 헬기가 ‘바람바다’를 선회하고 돌아 갔다. 나의 일과는 대충, 정빈이 형이 아침 만들어 주면 먹고, 설거지를 한 후 BUNK에서 한숨 자고, 점심 먹고 설거지 한 후 SAIL 그늘을 찾아 DECK에서 한숨 자고, 다시 저녁 먹고 설거지 후 9시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 2 ~3시쯤 야간 근무를 시작하는 식이다. 이날도 아침 식사 후 꿀 같은 늦잠을 자고 있는데, 정빈이 형이, ‘춘상아, 빨리 나와. 고래다, 고래!’ 하고 부른다. 몸은 자고 있더라도, 맘은 항상 비상사태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어, 바로 사다리를 올라 COCKPIT으로 나갔더니, 500미터 전방에서 고래 한마리가 등을 보이며 막 잠수를 시작하고 있다. 등만 보아서 전체 크기는 알 수 없어도, 10미터 정도는 될 성 싶다. 동해에서 고래를 보다니, 잠이 확 달아 난다. 노래의 한 구절 처럼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를 볼 줄이야. 주장성이사님의 설명을 빌면, 수중음파 탐지에, 고래 소리가 잘 들린다고 한다. 엄마를 대동하고 있는 새끼 고래는, 엄마가 무어라 말하면, 다시 대답하곤 하는데, 쉴새 없이 서로 대화를 한다고 한다. 그 후 어느 날, 어선 그물에 걸려서, 어선 지붕에 실려 가는 새끼 고래가, 눈에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하신다. 국제포경회의가 울산에서 열린다고 하는데, 생명을 학살하지 않고는 인간이,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잡어 마저 씨가 말랐는데, 이 감동적인 동물을 죽여서 동해 바다를 피로 물들이는 것이, 진정 우리가 잘사는 길인가? 5월 22일 1144시. 1004hPa. 바람 7KNOT 240도 5월 22일 1639시. 1003hPa. 무풍 5월 22일 1739시. 1004hPa. 바람 3KNOT 200도 독도다 5월 23일 0215시. 1003hPa. 안개. 저녁 잠을 자고, COCK PIT을 나갔더니, 정빈이 형이 독도 등대 불빛을 가리킨다. 독도 동쪽 섬, 동도에 등대가 있다. STARBOARD 뒤로 우리와 동행하고 있는, 해경 선박이 보이고, 독도 주변에 몇 개의 어선 불빛도 보인다. 로그를 작성하고 해도에 현 위치를 FIX하니, 독도를 12 MILE 앞두고 있다. 독도 등대의 밝기가 25마일 이라고 하니, 안개가 끼었어도 충분히 보일 만큼 접근한 모양이다. 이제 2시간만 있으면 TWILIGHT 이 되고, 여명 속의 독도가 어떤 모습일지, 다들 말을 잃고 마음은 벌써, 수평선 너머 등대에 머물고 있다. 0451시. 1002 hPa. 독도 1.2 마일 전방이다. 떨어져 살아 온 형제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면, 이런 기분 일까. 섬이 솟아 오른 이후 줄 곳 우리 땅이었다는 것을, 어쩜 척 보자마자 알 수 있을까. 눈에 정겹고, 마음으로 편안히 다가 오는, 우리 국토의 막내, 독도. 12,000:1 지도에는 ‘촛대바위’만 어엿한 이름을 가졌는데, 덕진이 형은, 독도를 눈으로 사진 찍기라도 하려는 듯, 모든 바위들에 이름을 붙이고 있다. (‘춘상동굴’도 만들어 줬다) 형이 배를 사고, 최초 방문한 곳이 독도니, 그 뜻 깊은 맘이야 이해가 되지만, 이렇게 감동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는 오히려 덤덤한 편이다. 우리는 선한 우리 땅 독도를 돌고 또 돌아 보면서, 어느 듯 3바뀌 째 섬을 돌고 있었다. 양정고 10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도 찍고, (주장성이사님과 덕진이 형이 고교 동문이란다) 우리들도 돌아 가며 휠을 잡고, 폼을 잡아 본다. 23일 1000시. 1003hPa. 바람 6.2 KNOT 300도. SAIL BOAT는 바람을 따라 다닌다고 했던가. 독도를 반시계방향으로 마지막으로 세일링한 우리는, 어선 BUOY를 START LINE 삼아 집으로 힘찬 스타트를 시작했다. TRUE WIND는 QUARTERING RUN, APPARENT WIND는 BEAM으로 받으며, 7도 LEEWAY를 고려한 240도 MAGNETIC. 우리는 돌아 보고, 또 돌아 보면서, 다시 올 기약 없이, 독도를 떠났다. 1226시. 1005hPa. 바람 6.2 KNOT 315도. 강풍 및 BALANCE 오후 들면서, 11 KNOT의 바람이 불면서, 파도가 상당히 높아 졌다. QUATERING RUN으로 파도를 받으며, BEAM으로 APPARENT WIND를 받고 있는데, 20도 이상 HEEL이 되고 있다. JIB과, MAIN을 REEFING하기로 했다. 강풍 하에서, UPSIDE DOWN 상황을 가정하고, 주변을 돌아 본다. HALLYARD를 바짝 당겨 묶고, SHEET와 LINE을 챙겨서 비상 시 SCREW에 감기지 않도록 챙기고, 배에 구멍을 낼 만한 AHCHOR 나 무거운 물체가 잘 묶여 있는지 점검한다. 덕진이 형은 일본 DELIVERY 항해 후 많이 달라졌다. 내가 HEAVY WEATHER SAILING 책에서 본 바로는, 강풍 하 SAIL 운영 원칙은, BALANCE를 잘 유지 해서, HELM을 예민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 동안 대부분의 SKIPPER 들이, BALANCE 에 대해 무시하고 있는 듯 했다. 덕진이 형이 MAIN과 JIB FURLING을 조정하여, HEEL과 HELM의 BALANCE를 잡는 것을 보니, 내 마음에 흡족하고, 너무 기분이 좋다. 그 동안 ‘바람바다’의 MAIN FURLING 시스템을 OVER SPEC. 이라고 생각하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파도가 높을 때는 정말 편리 한 것 같다. JIB FURLING은 거의 필수라는 생각도 든다. MAIN FURLING 까지 되니, REEFING을 위해 위험한 DECK에 나갈 일이 없다. 멀미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어제는, COCKPIT에서 긴 바지에 WIND BREAK를 입으면, 궁뎅이가 시려워도 견딜만 했는데, 이제는 타월을 목에 감고, FOUL WEATHER GEAR를 상하의 다 껴 입었는데도, 추위가 스물 스물 기어든다. 추위에 COCKPIT에 쪼그리고 않아 있으니, 멀미를 일으키는 최악의 자세가 됐다. 더욱이 세일 TRIM을 골똘히 생각하다 보니 더욱 멀미가 심해진다. 이론적으로는, JIB 세일을 DEPOWER하기 위해, FAIR LEAD를 뒤로 옮겨서 TWIST를 시켜야 되는데, 실제로는, JIB SAIL을 당겨서 CLOSE REACH 정도로 TRIM 하고, FAIR LEAD를 앞으로 옮겨 TWIST 없이 TRIM 해야 LUFFING 을 막을 수 있다. LEACH CORD는 적당한 것 같은데, HEAD STAY TENSION이 약해서 그런가. MAST가 BENDING 되었는지, MAIN은 상당히 FLAT 하다. SAIL TRIM을 고민하면 할 수록 더욱 더 멀미가 심해 지는 것 같다. 덕진이 형이, 뭐라고 말을 시키는데, 만사 귀찮고 대꾸하기도 싫다. 기분이 나쁘면, 위장이 찡그리고 소화가 안 된다고 한다. 추위에 웅크리고, 세일 트림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 멀미가 심해지는 것이, 기분과 위는 직결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죄없는 선배들에게 인상 쓰지 말아야지 생각은 하지만, 모든 것이 귀찮다.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1535시. 1011hPa까지 기압이 치 솟았다. AUTO PILOT 이상 멀미로 만사 포기한 귓가로, 덕진이 형의 소리가 들린다. CHANDLERY CATALOG에서 확인해 보니, 바람바다에 설치된, AUTO PILOT MOTOR가 크기는 가장 소형이지만, 가격이 가장 비싸 단다. 이 모터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 마자, 모터가 끼긱 끼긱 잡음을 낸다. 높은 파도 속에 풍하로 달리느라, 모터 기어에 무리가 간 모양이다. 어쩜 모터가 이렇게 사람 말도 잘 알아듣지. 주장성/박정빈의 투지 나는 결국 0700에 저녁도 거르고, 비상식량인 비스켓을 씹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0254시. 1006hPa. 바람 4 KNOT 300도. 야간 근무를 위해, COCK PIT에서 1시간 정도 견시를 하다, 다시 BUNK에 누웠다. 주이사님과 정빈이 형이 HELM에서 잘 버티고 있는데다, 더 푹 쉬라고 걱정을 해줘서, 홀가분하게 더 쉬기로 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잘 믿는 스타일이다. 더욱이 정빈이 형이 견시를 서고 있으면, 아무 걱정 없이 잠자리에 들 수 있다. 그래도 내 몸을 잘 챙기는 것이, 팀을 위한 길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누구에게든, 무슨 일이 생긴다면, 모두에게 얼마나 타격이 클 것인가? 다른 선박과 충돌한다면 YACHT는 순식간에 가라 앉고 만다고 한다. 그래서 방수 가방과, LIFE JACKET을 손 닿는 곳에 두고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 방수 가방에는 PORTABLE VHF를 다시 한번 방수 POUCH에 넣어 두었고, HAM VHF는 방수 POUCH 없이 넣어 두었다. 바다에서는 아무래도 HAM 보다 MARINE VHF에 더 믿음이 간다. 그리고 약간의 물, 비스켓이 들어 있고. 23일 0513시. 1013hPa. 바람 8.7KNOT 350도. 주장성이사님과 정빈이 형이 번갈아 WHEEL을 잡으며, 야간 항해 60마일을 소화해 낸 것 같다. LAND FALL 23일 0929시. 1015hPa. 바람 7.7 KNOT 40도. 수평선 주변을 구름들이 떠 있다. 항해 후, AUDUBON SOCIETY FIELD GUIDE를 보니, 이 구름들이 STRATOCUMULUS와 비슷해 보이는 듯 하다. 구름에 대한 설명은, 안정적인 대기에서 발생하는 구름이며, 큰 기상 변화가 없다고 한다. 해도에 FIX하니, 울산 15 MILE 부근을 지나 가고 있다. 수평선 너머 산맥이 보이기 시작한다. 날씨는 따듯해지고 해변이 보이기 시작하니, 기운이 나기 시작한다. 육지가 보이는 것 하고, 보이지 않은 것 하고, 이렇게 큰 차이가 있구나. WHEEL 큰 파도를 비켜가는 훈련을 하려고, WHEEL을 잡았다. 리듬과 감각을 익혀야 하는데, QUATERING RUN으로 2-3 미터 높이로 몰려 오는 너울 속에서 WHEEL을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은 점심 밥상을 엎어 버리고 말았다. 1134시. 1015hPa. 바람 3.2KNOT 10도. 1403시. 1016hPa. 1530시. 1015hPa. 바람 8.1KNOT 45도. 환영객 1628시. 수영만 입구 도착. 드디어 76시간 반이 걸리 독도 왕복 항해가 끝이 났다. 협회 운영정을 타고 많이 분들이 마중을 나왔다. 이렇게 마중을 나와 주시니, 더욱 항구에 돌아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마중을 나와 주신 KBS 취재진을 비롯한 요트협회 임원들께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단식 내일 출근을 위해, 항해 중에 짐을 챙기고, 항구에 돌아 오자 마자, ‘바람바다’ 안팎을 닦았다. 큰 바다에서, 일엽편주지만 바람바다가 없었다면, 우리는 1시간인들 견딜 수 있었으랴. 바람바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선뜻 배를 내준 덕진이 형에 대한 감사, 그리고 세일링 중 부족했던 나의 마음 가짐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땀을 흘리며 화장실이며 CABIN FLOOR 그리고 DECK을 닦았다. 이제, 가방을 메고, 도착할 때 그랬던 것처럼, 마리나를 벗어 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 갈 시간이다. 덕진이 형이 불러, 입항 모임 겸 저녁을 먹고 가란다. 이날 입항 모임은, 함현식부선장이 개업한 식당에서, 대한요트협회 사무총장님, 박초풍님이 동석한 가운데, 여러 가지 무용담으로 진행 되었다. 좋은 사람과의 항해 YACHT RACE에 대해 알고 싶어 최근 구해 본, JOHN GIBSON의 책 EPILOGUE에, 자신이 평생, RACE 선수로 요트를 타면서, 가장 보람으로 느끼는 것은, 좋은 사람들과 만났다는 점이란다. 나는 과연 이번 항해를 통해,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이나 했던가? 행운의 사나이 문덕진과 KTX 입항 모임을 마치고, 부산역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덕진이 형이 감상에 젖었나 보다. ‘이번 항해 좋았지? 나는 항상 운이 따라. 친구들도 내가 운이 좋은 걸 알아.’ ‘운이 계속 좋을 수는 없겠지? 좋았던 만큼 실패 할 때는 크게 당하겠지?’ 나는 대답을 못하고, 못 들은 척 무시 해 버렸다. 항상 씩씩하기만 한 형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 마음 한 구석이 ‘짠’ 하다. 덕진이형, 사실, 나를 포함해서, 오늘 ‘바람바다’ 호를 탔던, 우리 모두 다 운이 좋은 사람들이야. 가끔은 모험에 도전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선량하게 살아 간다면, 모험에 도전하면서 선량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게 운이 좋은 거야. 사실 그날 저녁에도 덕진이 형은 운이 좋았다. 나랑 성식이는, 우리가 마지막 KTX를 놓쳤다고 새마을을 타야 될 꺼 라고 낙심하고 있고, 형은 23시까지 KTX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우리가 새마을을 타야 된다는 생각이 들자 마자, 얼마나 부아가 났는지 모른다, 나는 앉아서 잘 못 자는 데다, 기차는 객차에 불까지 환하게 밝혀 놓아, 밤 여행이 얼마나 고단할 것인가. 2130시 KTX를 아슬 아슬 탔을 때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였다. 덕진이 형과 우리의 행운은 아직도 건재 했다. 기차에 지친 대원들 덕진이 형 덕에, KTX FAMILY 좌석 8개를 차지 하고, KTX는 달리기 시작했다. 성식이는 3개 좌석을 다 차지하고도, 잠자리가 불편한지, 꿈속에서도 몸을 뒤척이고, 덕진이 형은 관절염이 악화 되었다고, 팔꿈치를 부여 안고, 어느새 잠이 들었다. 덕진이형 휴대 전화기는 계속 진동하는데, 지금 이 단꿈을 깨울 급한 사연이 어디 있을까. 휴대폰을 무시하고, 나도 잠자리를 골라 본다. KBS, 달라진 집사람의 대우 집에 새벽 2시에 도착했다. 마누라고 자지도 않고 기다리고 있다. 보통은 징조가 좋지 않은데… 마누라에게 빈말로, 9시 스포츠 뉴스에 항해 관련 기사가 나올 지 모른다고 했더니, 정말 기사가 나왔나 보다. 맨날 놀러 다니는 남편을, TV 화면에서 확인하고, 아들하고 주변 친구들에게, 남편의 기행을 (?) 합리화하는 기회가 됐나 보다. 이정도 분위기라면 한달 정도는 대우가 좋을 것 같다. 내 궁둥이 물어내 덕진이형, 그 COCKPIT 좌석 쿠션 버리지 말라고 그랬지. 당장 갖다 놓지 못해. 궁댕이 아파서 걸어 다니지도 못하겠어.-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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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멋진 항해 잘읽었습니다,,너무나 가고 싶었던 항해여서 더 부럽습니다,.,.
근데..... 그 스피니커 제니커가 아니고.... 비대칭 스피니커라네 ^^ 제니커하고 비대칭 스피니커하곤 또 틀린거라고하네 ^^ 난 모르는 것도 많아서 배울게 많아 좋네 참 오토파일럿은 절대 고장나지 않을 튼튼한 넘으로 섭외해놨어 ^^
참... 글구 고래봤다고 소문내면 어떻게 -- 소문나면 사람들이 고래잡으러 가잖아 이거 아나? 고래의 꼬리 지르러미는 사람의 지문과 같아서 같은 모양이 단 하나도 없다네...... 담에 만난 고래가 지난번 고래인지 알고 싶으면 꼬리지르러미를 유심히 보라구 ^^
다음번엔 고래를 잡아서 종이에다 꼬리 지문을 찍어 놀까? 대마도 잘 다녀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