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고독해 보인다. 바다 위에 홀로 떠 있으니 고독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가 느끼는 섬은 하나이지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청준은 「이어도」를 통해 고통받는 인간을 구원하는 유토피아의 세계로 섬을 들여다보기도 했으나, 어쨌거나 섬은 고독하다. 제주는 섬이다. 주위로는 숱한 섬을 거느리고 있다. 숱한 섬들 가운데 아주 작은 무인도들이 지도상에 까만 점을 이루며 제주도를 에워싸고 있다. 섬속의 섬인 무인도를 찾아나섰다. 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 앞바다에 떠 있는 형제섬을 향해 질주했다. 형제섬은 마을 남쪽 앞바다 해상에 떠 있다. 축항에서 바라본 형제섬은 형제섬이 아니었다. 눈에 들어오는건 전체가 하나로 돼 있는 고독한 섬일 뿐이었다. 낚시전용 어선인 돌핀호에 몸을 실었다. 형제섬에 다다르는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형제섬은 용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전해오는 얘기다. 형제섬 앞에서 용 두 마리가 서로 싸움을 해댔다. 기록에는 조선시대 숙종 때라고 한다. 용이 얼마나 큰 싸움을 벌였던지 사계마을에 피해를 입히기까지 했다. 아주 짤막한 얘기지만 섬에 용이 등장하는 이유는 있다. 용은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이는 용이 갖고 있는 덕목으로, 하늘을 휘저으며 구름을 일으켜 비를 만드는 재주를 부리도록 했다. 물을 만들어내는 존재로서의 용은 물이 귀하던 옛 사람들에게는 신앙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섬은 뭍지역보다 물이 더 소중한 존재였기에 형제섬에까지 용이 등장해 옛날 얘기를 해준다. 형제섬은 무인도이지만 사계마을 사람들에게는 생명을 부르는 존재나 다름없다. 수백년전부터 형제섬은 삶의 터전이 돼 왔다. 마을 사람들은 형제섬에 우물을 만들었으며, 임시대피소도 지어 형제섬을 자신들의 것으로 끌어들였다. 섬과 바다의 풍경을 들여다본다. 제주 바다는 누구의 것일까라는 우문도 해본다. 더운 여름은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잠시나마 더위를 피하기에는 바다만큼 좋은 곳도 없다. 가보기 힘들고, 가볼 생각도 못했다면 이참에 섬으로 발길을 옮기면 어떨까. 형제섬은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다. 하나에서 둘이 됐다가 여럿이 되기도...
형제섬을 택한 이유는 첫 발길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형제섬의 변화무쌍한 실체를 알고싶었기 때문이다. 사계항에서 출발할 때는 분명 섬은 하나였다. 사진으로 보던 두 개의 큰 닮은꼴 암석이 얼굴을 맞댄 형제섬은 아니었다. 형제섬은 가까이 대하면 대할수록 새로움이 느껴지는 그런 섬이다. 사계항에서 형제섬을 오가는 어선이 있다.
# 형제섬의 섬들
남북으로 2개의 섬이 하나돼 형제섬을 이룬다. 북쪽 섬은 넓고 길게 바다 위에 드리워져 있으며, 남쪽 섬은 큰 바위만 덜렁 떨어져 있다. 이들 각각의 섬에는 큰 암석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 바위가 마주할 때면 마치 쌍둥이 형상을 하고 있어 제주말로 ‘골애기섬’이라고도 부른다. 마을 사람들은 길고 큰 섬을 ‘본섬’, 작은섬을 ‘옷섬’이라고 한다. 섬과 섬 사이에는 새끼섬도 있다. 주위에는 암초도 여럿 있기에 보는 눈에 따라 섬은 둘도 됐다가 심지어 다섯이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형제섬은 하나에서 출발한다. 사계항을 떠나 형제섬으로 다가섰다. 섬의 서쪽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바퀴 돌기 시작했다. 길게만 보이던 섬은 어느덧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섬과 섬 사이에 있던 새끼섬과 옷섬이 하나로 뭉쳐지면서 커다란 거북으로 변신했다. 하나였던 섬은 남쪽으로 더 내려가자 갈라졌다. 형제섬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쌍둥이를 닮은 형제섬은 아니다. 옷섬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들이 똥을 뿌려둔 흔적으로 가득했다. 옷섬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옷은 제주말로 올랭이, 그러니까 바다에 사는 새를 말한다. 그 새들이 사는 섬이길래 옷섬이라 이름을 붙여줬다. 검은 돌 위에 앉은 새똥은 하얀 암석으로 변해 멋스러움이 있다. 옷섬은 주상절리층도 일품이다.
# 작은 모래사장 이국적
섬의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뭍과 섬이 하나되는 또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형제섬을 가운데 두고 단산과 산방산이 포진하는 형상이 만들어진다. 이 때의 형제섬은 산방산을 닮았다. 동쪽에서 형제섬을 바라보면 붉은송이가 얹혀진 이색풍경도 있다. 송이들이 떨어질 듯 겨우 바위틈에 매달려 있으며, 그 위로 파릇파릇 생명이 움튼다.
형제섬은 최고의 낚시 포인트여서 꾼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형제섬을 여럿 되게 만드는 암초 위에는 낚시꾼들이 강태공의 손맛을 느끼려고 안달이다. 형제섬 주위에는 홍암여, 넙작여, 안떼나여 등의 암초가 있다. 이들 암초 동쪽에서 형제섬을 바라봐야 닮은 꼴이 나온다. 그제서야 형제라는 이유를 알게 된다. 넉넉잡고 30분이면 형제섬의 주변을 돌며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다. 본섬엔 선착장이 없으나 닻을 내리고 섬으로 오를 수 있다. 섬은 작은 모래사장이 있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와 모래가 어우러져 이국적 풍경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