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이다. 나라의 큰일인 '나랏님' 모시는 일을 앞 둔 달이기에,무릇 백성과 민초들의 맘도 덩달아 두둥실거려야 함이 지당할 터인데...웬지??
*그냥 주5일 근무라는 제도적 혜택(?)에, 오늘도 어김없이 배낭끈을 당긴다.
*산이 뭔지도 모르고, 아니 영원토록 알 턱 없고, 더우기 알 리 없는 산을 이 새벽에 또 뵈러 나선다.
*새벽바람이 칼이되어 달려든다. 오뉴월의 이 시간은 길도 벅쩍거릴 즈음인데.
고속버스터미널 차고에 널어 둔 곶감처럼 고속버스들이 같은 명찰끼리 열 맞춰 붙어있다.
*년말년시 바람잡이.. 백화점의 형형색색 장식불빛은 혼자서 오히려 처연스럽게 깜빡이고 있고...
*일면식 없는 분을 자리동무하여 '모악산'을 향한다.
*서울을 뒤로하는 만큼 모악산은 다가오고 있다.
*그리 높아뵈지 않은 모악산 정상, 그 그루터기에 산객을 부려둔다. 쳐다본다, 모악산 정상을!
*아름넘는 바위에 '모악산' 문패가 선연타. 정상에서 보니 '에미가 자식을 품은' 형상이라 하여
'모악'이라 했다 한다. 몇 년전 이태리 성베드로 성당안의 '피에타'상을 봤을 때 느낌이 오우버랩되는 듯이..
*노벨상 문 앞을 드나드시는 고은 선생님의 모악산 읊음이 더 큰 감동으로 맞아 주시고...
*워낙 닳은 길을 사부작이며 오르니, 작은 절. 대원사가 맞는다. 그 뒤 쪽문으로 산길을 재촉하고..
*앞 경치, 옆 풍경이 모두 삭막하기만 할 뿐, 오직 바스락이는 낙엽의 비명만을 친구 삼는다..
*산모룽이 하나 돌아드니, 저기 건너 산자락이 소란스럽다. 수왕사 그리고 앞 주막이 거기였구나.
*뉘네 자제분이신가.. 사법시험 합격 축하현수막이 이 높은 산허리에 매달려 오가는 산객들에게
자랑하고 있구나. "진정 축하드리옵니다..."
*수왕사다. 절집, 절터 구경 꽤나 하였건만..너무 초라하여 외려 정겹다. 마루턱에 두 아낙이 편히 앉아계시기에, 행여 초상권을 헤칠라 싶어 카메라를 이리저리 헤메 돌린 기억이...
*또 걷는다. 걷기 싫다하여, 뉘에게도 대신 시킬 수없는 정량의 보폭이 거리라는 개념되어 오늘의 약속이지 않았던가?.. '무제봉.장수봉' 한 꼭지에 오른다, 그리고 지나간다.
*저기 보인다. 모악산 그 끝이..역시 여기도 군사시설과 송신소 터로 그 정상을 빼았기고 있구나..
*이 쪽에는 전주 시가지가 희뿌연 가스층에 가리워져 있고, 뒷 쪽에는 김제 너른 들이 그 끝을 가늠키
어렵게 멀리 퍼져 있다.
*아래로 쫓겨난 모악산 정상표시 앞에 서둘러 증표남기고 내려선다. 햇살 낮아짐이 눈에 보인다.
*여름날이면 만만찮을 눌연계곡을 따라 내린다. 송신소탑에서 내리는 케이블카 모습이 또한 생경스럽다.
*모악정 정자에 올라 맛난 음식 드시는 서너분 산객과 눈인사 나누고..
*저 쯔음에 금산사 뒷모습이 보인다. 철대문 너머로 요사채 뒤안이 보이고.. 바지랑대로 버팀받는
빨랫줄에 어느 스님의 속고쟁인가.. 새하얀 세 쪽 빨래가 얼굴을 붉게하며 초겨울 바람에 팔랑댄다.
*'금산사'-진표율사가 창건하고...하는 역사적 배경보다는 연전에 방영된 '태조왕건' 드라마가 먼저
기억된다. 견훤이 맏이 신검 보다 뒤를 물려주려던 그 동생의 죽음터가 여기였기에...
*경내에 들어서는 초입 부터, 공식적인 보물이 여기저기고, 금산사의 제일 터. 미륵전이 국보되어
관람객을 맞는다.
*따사로운 경내에 사람조차 적으니...어느 추녀 아래에서 댓돌을 벼개 삼아 늘어진 잠을 청하고 싶다.
*경내를 벗어나는 길에 마지막 단풍이 아직 곱다. 찬서리에 그 고운 색을 농익혀 두었다 싶고..
*경내를 경계하는 자리에 김충현 선생님 현판 글씨가 금채색으로 방충망에 보호되며 화려하게 서있다다.
*도랑 건너 한줌 억새 풀이 '나도 봐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작별인사로 삼고 모악산, 금산사의 하루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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