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에는 오래 된 잡지 두 권이 있다. '구라시노 데쬬(75권.86권,삶의 수첩)'라는 일본에서 발행된 잡지다. 1981년판과 1983년판이니 오래된 잡지라고 해도 별 이상할 것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대학원 박사과정 시절, 대학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그 옆에 있는 책방에서 구입한 책이다. 주로 여성들이 독자층인 그 책을 발견하고 나는 갑자기 풍요로워진 마음이 된 것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나는 우유를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도교수의 영향도 있고 해서 우유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75권에는 프랑스의 까망베르와 록크포르 치즈를 만드는 마을을 소개한 탐방기, 그리고 86권에는 프랑스 빠리에 있는 치즈 전문점,ANDROUET 가 소개되어 있었다. 나는 아직도 잡지에 소개된 그 곳을 가보지 못했다. 아마 지금부터 3년이내에 그 곳을 한 번 가봤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다.
나는 월간지 '쿠켄'을 정기 구독하고 있다. 그 책을 받아들 때마다 나는 젊은 시절 그랬던 것처럼 마음이 느긋해지고 왠지 모르지만 부자가 된 듯한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비싸지 않은 그 가격에 어쩌면 이렇게 아름답고 알차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이 잡지를 만드는 출판사의 사장님은 참으로 마음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분일꺼야?하고 생각하곤 한다.
그 잡지의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사진하며 편집 기술은 그 방면에 아무런 지식을 갖지 못한 내가 봐도 감탄할 정도이다. 이 잡지가 있음으로 해서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수직상승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나는 쿠켄을 읽고나면 혼자 보기가 아까워서 주위 사람도 보라고 빌려준다. 그 사람도 책을 읽는 동안 나와같은 행복한 마음이 되리라는 것을 기대하면서..........
이 번 겨울에는 좀 시간을 내어서 전국에 이름이 알려져있는 까페를 가 보고 싶다. 내가 커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이후 가 본 까페는 남양주에 있는 '왈츠와 닥터만'서울 신촌 이대앞의 '스타벅스 국내 1호점'그리고 그 맞은 편에 있는 '비미남경'청담동에 있는 '커피미학'압구정동에 있는 '허형만의 커피 볶는 집',명동의 '전광수 커피 아카데미' ,강릉에 있다가 지금은 연곡으로 옮긴 '보헤미안' 그리고 낭만파 성향의 멋쟁이이신 김용덕 사장님이 운영하고 계신 '테라로사', 남쪽으로 내려가서 경주 동국대앞에 있는 '슈만과 클라라' 정도를 들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빠진 곳이 있다. 케이크 까페로서 알려져 있는 서울의 '까페 라리'와 원주의 '베이와빈'.
이번 겨울에 가 보고자 하는 곳은 대구의 '커피 명가' 울산의 '빈 스톡' 포항의 '아라비카'라는 곳이다. 최근에 보졸레 누보를 대접받은 분이 알려 준 서울 서강대 후문 가까이 있는 배전 전문점 '빈스 서울'도 둘러보고 싶다.
쿠켄은 음식 향기가 진한 잡지다. 커피 향기, 와인 향기, 홍차 향기, 허브 향기, 전통 음식 향기, 사찰 음식 향기, 다향, 음식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향기가 그곳에는 있다. 좋은 잡지가 그 진가를 발휘하고 항상 우리 곁에 있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것을 아껴줄 필요와 의무가 있다. 관심을 항상 보여주어야 한다. 무관심은 그 잡지의 수명을 재촉할 뿐이다.
어제 우리 원주에 있는 다도 찻집 '다례원' 개원식에 다녀왔다. 지난 몇 개월간 오늘 개원식을 위하여 준비해 왔다지만 거기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 중에서 원주 사람은 필자를 포함하여 5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 동안 문을 열어놓고도 차를 마시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괘 많은 마음 고생을 한 것 같다고 옆에 있는 분이 전해 주었다.
커피 마케팅을 하는 분이 단골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라면 3일에 1번 정도는 들리는 사람이어야만 단골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사이버 까페의 회원으로 가입하신 분은 적어도 다른 사람보다 음식 문화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신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히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당신이 단골로 다니는 까페가 있습니까? 그런 까페가 없다면 오늘부터 한 번 만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먼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찾아 왔을 때 '여기가 내가 자주 다니는 까페야' 하고 소개해 줄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어 보기를 권해 보고 싶다. 그러면 우리 원주도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 문화 잡지 '쿠켄'에 원주에 있는 명소가 부상할 수 있을 테고 나 처럼 시간이 나는 사람으로서 전국적인 음식문화를 탐방하는 사람이 '아 ,원주에있는 그 곳을 가봐야지 '하지 않을까. 들릴 만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그런 도시는 참으로 멋대가리 없고 삭막하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다고 생각되어질까?
자, 깔끔한 옷으로 갈아 입고 우아하게 2만원 정도만 가지고 외출을 준비해 보자. 1주일에 2 번 정도는 친구를 위하여, 마음이 느긋하진 가운데 우리의 삶이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2005.12.월간 쿠켄)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