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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개념의 성립>
태양계를 구성하는 여러 천체 가운데 태양·달과,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의 5개의 행성은 옛부터 잘 알려져 왔다. 고대그리스 K. 프톨레마이오스는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정지해 있고, 그 둘레를 해·달·5행성이 돌고 있다는 천동설을 완성하였다. 16세기 N. 코페르니쿠스는 지동설을 제창하였고, 우주의 중심에는 태양이 정지해 있고, 지구는 달을 따라 자전하면서 5행성과 함께 태양을 공전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동설이 논한 것은 우주 그 자체이지 태양계는 아니었다. 우주 속의 태양계라는 견해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천동설 뿐만 아니라 지동설에도 나타나는 <항성천(恒星天)>의 실체가 분명하게 밝혀져야만 하였다. 드디어 16세기말 항성 미라(고래자리
성)의 변광이 발견되었고, 17세기초 G. 갈릴레이의 망원경에 의한 천체관측을 비롯하여 17세기 후반에는 I. 뉴튼의 만유인력이 행성운동을 해명하였고, 따라서 태양과 행성의 모임으로서의 태양계의 개념이 형성되어 갔다. 영어의 태양계(solar system)가 처음으로 문헌에 나타난 것은 18세기초이며 19세기 초에는 F.W. 허셜이 태양계의 공간운동을 발견하였으므로, 이 무렵 태양계의 개념도 성립하였던 것이다. 같은 무렵에 쌍성이 발견되었고, 쌍성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이 태양계 안에서 성립하는 만유인력과 같은지의 여부가 논해져 긍정적인 결론이 얻어졌다.
<행성의 운동>
모든 행성은 태양의 둘레를 타원궤도에 따라 돌고 있다(케플러의 제 1 법칙). 1회 공전에 걸리는 시간의 제곱은 궤도긴반지름의 3제곱에 비례한다(케플러의 제 3 법칙). 수성은 88일에 태양의 둘레를 1회 공전하지만, 지구는 1년, 목성은 약 12년 걸리며, 명왕성은 249년이나 걸린다. 궤도의 이심률과 궤도면 경사각은 수성과 명왕성을 제외하고 모두 작다. 즉 어느 행성이나 태양의 둘레를 원에 가까운 궤도에 따라 거의 동일평면 위를 태양의 자전과 같은 방향으로 공전하고 있다. 하지만 혜성처럼 길게 늘어진 궤도나 원에 가까운 궤도를 그리는 예외적인 소행성들도 있다. 행성이 태양인력에 의해서만 운동하고 있는 것이라면 궤도요소는 일정불변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행성은 미약하나마 서로 인력을 미치며, 따라서 이심률이나 궤도면 경사각은 변동한다. 다만 변동폭이 작다는 사실이 <행성끼리의 충돌이나 대규모 산란(행성이 다른 행성에 의해 튕겨지는 일)은 없다.>는 태양계의 안정성을 보증하고 있다. 천왕성보다 안쪽에 있는 행성에서는 태양으로부터의 궤도평균거리가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에 의해 비슷해지며, 행성은 거의 등비급수적으로 늘어서 있는 꼴이 된다. 행성의 대부분은 공전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자전하고 있다. 즉 자전축은 공전면에 대하여 거의 수직이다. 다만 금성은 자전주기가 길고, 방향은 반대(역행)이다. 또 천왕성은 자전축이 약 90°기울어져 있어 모로 쓰러진 꼴로 자전하고 있다. 한편 행성운동에 있어서 케플러의 법칙이 성립하는 것은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태양인력은 태양으로부터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케플러의 법칙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이 유도되어 근대과학의 기초가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 천왕성의 관측위치와 뉴턴 역학으로부터 계산된 위치의 차에서 해왕성의 존재가 예언된 뒤 발견되었다. 따라서 뉴턴 역학은 확고부동하게 되었으며, 행성의 운동이야말로 근대과학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태양계의 연령>
가장 정확한 태양계의 연령은 운석의 동위원소비 분석으로 얻어진다. 우라늄·칼륨·루비듐 등 방사 붕괴하는 동위원소는 물리적 환경과는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로 붕괴한다. 이를 이용, 방사성동위원소나 그 생성 동위원소를 분석함으로써 운석이 만들어진 시기를 계산해 낼 수 있다. 운석의 연령은 대부분 약 45억 5000만 년 정도이다. 이보다도 오래된 것이 발견되지 않음으로써 운석은 이 시기에 형성되었다고 생각된다. 한편 지구나 달의 암석 대부분은 상당히 젊어서 가장 오래된 것도 38∼40억 년이다. 그러나 달의 <흙>의 연령은 운석과 같은 45억 5000만 년 전후를 나타낸다. 달이나 지구 암석의 연령이 젊은 것은 화성(火成) 활동 때문이다. 따라서 태양계의 연령은 45억 5000만 년으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태양계 기원론의 역사>
태양계의 기원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태양과 다른 천체와의 만남 혹은 충돌과 같은 우연적인 사건에서 성인을 구하는 것으로 미행성설(微行星說)·조석설(潮汐說)·쌍성설 등이 속한다. 둘째는 태양의 탄생과 진화과정에서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으로, 칸트-라플라스의 성운설이나 전자기설·와동설 등이 있으며, 현대적 형성론도 여기에 속한다. 행성의 형성이 처음으로 책에서 언급된 것은 1745년 G.L.L. 뷔퐁에 의한 《행성의 기원》이었다. 10년 뒤에는 I. 칸트에 의해 성운설이 발표되었다. 칸트의 성운설은 나중에 P.S. 라플라스에 의해 수정, 보강되어 오늘날 칸트-라플라스의 성운설로 유명하다. 이는 회전하는 납작한 성운이 수축되면 각운동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회전속도가 빨라지고, 이로 인한 원심력으로 더 이상 수축이 일어나지 않는 부분이 생겨 성운이 도넛모양의 고리가 된다는 것이다. 이 고리가 하나로 뭉쳐서 행성이 생기고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되면 여러 개의 행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운의 수축으로 회전속도가 점점 빨라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최후에 만들어진 태양의 자전속도가 이론보다는 너무 느리다는 것이 지적되었다. 성운설로는 이 문제에 명확한 해답을 줄 수 없어 1900년 무렵부터 조우설로 대체되었다. 조우설에는 몇 개의 변형이 있다. T.C. 체임벌린과 F.R. 몰턴의 미행성설은 우연히 태양 근처를 다른 별이 지나다가 그 조석력으로 태양 표면에서 튀어나온 물질이 미립자로 굳어져 모인 것이 행성이 되었다는 견해이고, 또 J.H. 진스나 H. 제프리스가 전개한 조석설은 같은 식으로 튀어나온 물질이 끈모양이 되어 거기서 행성이 형성되었다는 견해이다. H.N. 러셀이나 R.A. 리틀턴의 쌍성설에서는 태양은 원래 쌍성이었는데 다른 별의 통과로 반성(伴星)이 튀어나가고, 그때 조석설과 똑같은 현상이 일어났다고 본다. 이러한 주장들은 한때 유력시되었으나 39년 L.J. 스피처의 <높은 온도의 태양 표면에서 떨어져 나온 물질은 굳어질 수 없고, 구름이나 안개처럼 흩어져 소멸된다>는 결정적 반론이 제시되어 빛을 잃게 되었다. 그 뒤 C.F. 바이츠제커에 의한 와동설이나 H. 알벤의 전자기설이 제창되었다. 와동설은 원시태양의 둘레를 도는 기체 속에 소용돌이가 생겨 그 부분에 고체미립자가 모여 행성으로 성장한다는 생각이며, 전자기설은 원시태양 둘레의 플라스마와 태양자기장의 상호작용이 행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는 생각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들 설은 모두 역사적 의미 밖에는 갖고 있지 않다. 현대적인 태양계 기원의 연구는 별의 형성이나 운석·달·행성 등의 관측을 기초로 하여 보다 엄밀하게 물리법칙을 적용하면서 태양계가 갖는 특징을 통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70년대부터 V.S. 사프로노프나 하야시 주시로[林忠四郞(임충사랑)] 등에 의해 시작되었다. 따라서 태양계 기원에 관한 대강의 줄거리는 점차 확실해지게 되었다.
<행성계의 형성>
태양 및 태양계내 천체의 근원이 되는 것은 은하계에 떠돌고 있던 성간운(星間雲)이다. <구름>이라고는 하지만 대단히 희박하고 저온으로, 전형적인 온도는 20K, 밀도는 10
g/㎤ 정도이다. 그 주성분은 수소와 헬륨가스이고, 나중에 행성이나 위성이 될 고체성분은 고체미립자(성간티끌)로 성간운 안에 떠 있다. 이 성간운이 스스로의 인력으로 수축을 시작한다. 수축을 시작하고 나서 약 100만 년이 지날 무렵 중심에는 원시태양이 만들어지고, 그 둘레에는 희박한 원반모양의 태양계 성운이 형성된다〔그림 3-a〕. 안정된 상태로 자리잡혔을 때 태양계 성운의 온도는 300∼100K, 밀도는 10
∼10
g/㎤ 정도이며, 온도·밀도 모두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낮아진다. 또 태양계 성운의 질량은 태양질량의 수% 정도로 생각된다. 고체성분은 태양계 성운 안에 고체미립자로 포함되어 있는데, 중요한 것은 태양계 성운의 온도와 미립자 조성과의 관계이다. 소행성 영역보다 안쪽에서는 성운의 온도가 150K보다 높고, 바깥쪽에서는 낮다. 태양계 성운 정도의 압력 아래에서는 150K보다 저온에서 물이나 암모니아는 고체 상태이며, 그보다 고온에서는 가스상태이다. 즉 목성 영역보다 멀리에서는 행성재료 물질이 금속·석질 물질 및 얼음으로 이루어지고, 성운 가스 가운데 1.7%(무게비)가 고체미립자 형태로 존재한다. 한편 지구 등 태양에 가까운 영역에서는 금속·석질 물질만 행성재료물질이며, 성운 가스 가운데 0.34%(무게비)에 불과하다. 이 사실은 목성형행성과 지구형행성의 차를 낳고, 또 소행성 형성과도 관계가 있다. 태양계 성운 안에 떠 있는 고체 미립자는 성운 가스와 함께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데, 차차로 성운 적도면에 침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000∼1만 년 사이에 거의 대부분의 고체 미립자는 성운 적도면 가까이의 극히 얇은 층에 집중한다〔그림 3-b〕. 이 층을 고체층이라 하는데, 비중이 큰 미립자가 모여 있으며, 그만큼 밀도도 높다. 그리고 고체 입자군이 만드는 인력이 태양의 인력을 웃돌게 되어 중력적으로 불안정해진다. 그 결과 1장의 레코드판과 같았던 고체층이 산산이 분열되고 만다. 분열된 파편의 크기는 지름 약 10㎞로 화성의 위성이나 혜성의 크기와 비슷하여 이것을 천체로서 미행성이라고 한다. 조성은 고체미립자의 조성을 반영하여 소행성궤도 이내에서는 ㎜∼㎝ 크기의 암석질·금속질의 고체입자로 이루어지고, 또 저온의 먼쪽 영역에서는 얼음질의 입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태양계 전체에서 만들어지는 미행성은 10조 개나 된다. 이들은 태양계 성운 가스 속에서 태양의 둘레를 돌며 서로 충돌을 되풀이한다. 미행성은 성운 가스로부터 항상 가스 저항력을 받으므로 충돌속도는 작은 상태로 억제된다. 미행성끼리의 충돌이 일어났을 때 빠른 속도였다면 미행성은 파쇄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낮은 속도의 충돌인 경우 충돌하면 서로 합쳐서 커다란 미행성으로 성장한다. 달 정도의 크기까지 성장한 천체를 윈시행성이라고 한다. 원시행성은 다시 미행성을 모아 성장을 계속한다. 지구의 경우 현재의 크기까지 되는 데 수백만 년에서 1000만 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계산된다. 또 목성 영역에서는 목성의 중심핵(지구 질량의 10∼15배)으로까지 성장하는 데 1000만∼2000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행성의 성장 시간은 일반적으로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멀수록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대체로 태양에 가까운 행성부터 성장이 완료되어 갔는데, 이것은 목성형행성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중요하다. 원시태양은 형성되고 나서 약 2000만 년까지 T타울리 단계라 하는 진화단계에 있었다. 이 무렵의 태양은 표면 활동이 대단히 격렬해져 강한 자외선이나 태양풍을 내뿜는다. T타울리형 별의 관측에 의하면 자외선의 세기는 현재 태양의 1만∼10만 배나 강하였다고 한다. 이 강한 자외선이나 태양풍으로 태양계 성운은 차차 흩어져 행성간 공간이 오늘날과 같은 희박한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미행성으로부터 원시행성으로의 성장은 태양계 성운의 가스 속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원시행성은 원운동하고 있는 성운 가스로부터 항상 저항을 받아 태양 적도면 안의 원궤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행성이 거의 동일면 안을 원에 가까운 궤도에 따라 운동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가스 저항작용의 결과로 이해된다. 태양계 성운 가스의 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달의 크기보다 크게 성장한 원시행성에서는 스스로의 인력도 강해진다. 이 인력으로 둘레의 성운 가스를 원시행성 중력권 안으로 끌어당겨서 짙은 대기를 형성한다. 이 대기는 수소나 헬륨이 주성분이며, 현재의 대기와 구별하여 원시대기라고 한다. 원시행성의 질량이 커질수록 끌려오는 대기의 양은 늘어 지구 크기로까지 성장한 원시행성에서는 대기 총질량이 10
g이나 된다. 원시대기는 지구형행성 및 목성형행성의 형성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목성 영역에서는 성운 가스가 흩어져 없어지기 전에 이미 목성의 중심핵은 지구질량의 5∼10배로 성장하고, 그 둘레에는 방대한 양의 원시대기가 끌려와서 대기질량은 원시행성의 질량에 맞먹는 정도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되면 대기는 역학적 안정을 잃고 만다. 그때까지 원시행성의 중력권에 퍼져 있던 원시대기는 원시행성 표면에서 중력 붕괴하고, 대기의 주성분인 수소나 헬륨이 행성에 흡수되고 마는 것이다. 희박해진 행성중력권에는 다시 성운 가스가 흘러들고, 이 가스도 역시 행성에 흡수되고 만다. 따라서 목성은 대량의 가스를 흡수한 결과 거대하고 평균밀도가 낮은 행성이 된 것이다. 토성보다 먼 행성에서도 똑같은 과정이 개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원시행성의 성장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충분히 성장하기 전에 성운가스도 흩어져 없어지고 만다. 따라서 흡수될 성운 가스의 양은 적다. 이것이 먼쪽의 목성형행성일수록 가스 성분의 양이 적은 이유이다. 원시대기의 존재는 지구형행성의 형성·진화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구형행성의 경우 성장이 끝날 때까지 성운 가스는 존재하고 있다. 즉 원시행성은 항상 원시대기를 감싼 채 성장해 온 것이다. 현재의 지구대기와 마찬가지로 원시대기도 보온효과를 갖는다. 원시대기에서는 대기량이 많으므로 그 효과는 대단히 강력하다. 원시행성이 현재의 지구질량의 1/6 이상이 되면 보온효과 때문에 원시행성의 표면온도는 녹는점을 넘는다. 지구의 크기까지 되었을 때에는 2000K를 넘는 고온이 된다. 이와 같이 지구형행성은 작렬(灼裂)상태에서 성장하였던 것이다. 원시지구의 표면온도가 행성 물질의 녹는점을 넘으면 집적되어 온 미행성은 짧은 시간 안에 녹아 금속과 암석물질이 분리된다. 그리고 무거운 금속은 침전되고, 원시지구는 〔그림 4〕와 같은 3중 구조가 된다. 즉 중심에 저온의 금속·석질 물질이 섞인 원시중심핵이 있고, 그 둘레에 금속층, 최상부에 용융된 석질층이 둘러싸고 있다. 비중이 큰 금속층이 중간에 끼인 구조는 불안정하므로 이윽고 원시중심핵과 중간 금속층이 역전하여 오늘날 볼 수 있는 금속중심핵·맨틀 구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제2의 태양계>
태양계의 기원으로서 조우설이 세계적으로 인정된 20세기 전반에는 제 2 의 태양계를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진스의 계산에 의하면 태양 근처의 별 사이의 평균거리를 6광년으로 하면 1개의 별이 다른 것과 충돌 또는 가까이 근접하는 것은 6×10 년 사이에 1회의 비율이다. 우주의 연령은 약 2×10 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태양이 다른 별과 매우 근접해서 태양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며 제 2 의 태양계는 존재하지만 희한한 존재가 된다. 제 2 의 태양계를 망원경으로 확인하기는 곤란하다. 예를 들면 태양계를 가장 가까운 별 센타우르스자리 α별(거리 4.3광년)에서부터 관측하면, 구경(口徑) 5m의 망원경을 가지고서도, 목성은 거의 망원경의 한계등급에 가까운 어둡기이고, 그것도 1등성인 태양에서 겨우 4˝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므로 알아보기는 어렵다. 그 보다 오히려 형성 전의 원시태양계 성운이라면 그것이 복사하는 적외선에 의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최근 적외선 관측기술이 만들어낸 큰 성과이다. 실제 이미 그런 천체가 태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장소에서 5개나 발견되고 있다. 그 가운데 2개, 즉 거문고자리 α별(베가)과 이젤자리 β별은 태양으로부터 50광년 이내의 거리에 있다. 게다가 이젤자리 β별 주위에 펼쳐지는 원반은 광학망원경에 의한 사진촬영까지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사실로 태양계의 형성이 관측적으로 이루어졌다.
<1992QB1>
1930년 태양계 가장 바깥쪽을 도는 명왕성이 발견된 뒤 반세기 이상에 걸쳐 명왕성 바깥쪽에 미지의 천체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왔다. 92년 8월말∼9월 초에 걸친 관측으로 <1992QB1>이라는 천체가 명왕성 바깥쪽에서 발견되었다. 1992QB1은 항성 사이를 이동하는 23.5등급의 소천체로 지름은 약 200㎞이고 지구로부터의 거리는 56억∼89억㎞이다. 이 1992QB1을 명왕성 바깥쪽 궤도를 도는 태양계의 열번째 행성이라 보는 견해도 있으나, 더 유력한 견해는 그 궤도나 크기로 보아 카이퍼벨트(Kuiper belt)를 구성하는 천체라는 것이다. 카이퍼벨트란 1950년대 미국 천문학자 G. 카이퍼가 제창한 얼음과 먼지로 이루어진 소천체의 집단이다. 카이퍼벨트는 명왕성 바깥쪽 부근에 띠모양으로 분포하여 핼리혜성과 같은 단주기 혜성의 공급원이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1992QB1은 이러한 카이퍼벨트를 구성하는 천체의 존재를 증명하는 최초의 보기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연구결과가 어떻든 태양계의 끝에 미지의 천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1992QB1 발견의 의의는 혜성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외에 이러한 천체가 태양계 탄생 직후의 정보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이퍼벨트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원시태양계의 원반에서 행성이 형성되었을 무렵 그 바깥쪽 물질이 남아 이루어진 것임에 틀림없다. 즉 1992QB1은 태양계의 화석과 같은 천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