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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0미터의 연봉의 산줄기가 휘돌며 조용한 불국을 만든다. 주봉인 비로봉에서 내려온 깊숙한 곳에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이 있다. 오대산의 산줄기가 적멸보궁을 호위하듯 감싸면서 아늑한 분지를 형성한다. 적멸보궁을 정점으로 월정사와 상원사를 중심으로 불교세계의 이상향을 만들고 있다. 진고개 동쪽에 위치한 청학동 소금강은 빼어난 경관으로 계곡미의 극치를 이룬다. 오대산은 효령봉, 비로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 등의 1400미터를 넘는 봉우리로 이어지는 주 능선이 월정사가 있는 남동면을 열어 주면서 반원을 그리고 있다. 주 능선이 반원을 이루면서 감싸고 있는 중심부에 신선골, 동피골, 조개골에서 흘러나오는 청류가 모여들면서 오대천의 상류를 만들고 있다. 육중한 산세와 아름다운 계곡이 모여 맑고 아늑하고 정갈한 청정지역을 형성한다. 주봉인 비로봉의 남동쪽 능선의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자리를 하고 유서깊은 상원사와 월정사 그리고 사자암, 수정암, 미륵암, 관음암, 지장암 등의 부속암자가 불교성지를 이루고 있다. 8월 31일 태풍 루사가 강릉지역을 강타하였다. 시간당 93밀리미터 하루 890밀리미터의 비를 퍼부었다. 1911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의 강우량이다. 이번에 취재가 계획된 오대산지역이다. 9월 2일부터의 취재 계획을 뒤로 미루어 오대산을 향하였다. 월정사 초입의 삼거리 갈림길에 위치한 오대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들려 사정을 알아보니 청학동 소금강 계곡이 피해가 심해 청학동에서 노인봉까지는 복구가 될 때까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진고개를 넘어 유실된 도로를 조심스럽게 이동하여, 함께 산행을 약속한 김영복씨를 만나러 동해로 향하였다. 서둘러 내려왔으나 김영복씨가 운영하고 있는 커피전문점 “고독”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언론을 통하여 보는 것보다 피해가 심각하다. 김영복씨도 집으로 가는 다리가 끊겨 2∼3일에 한 번 한참을 걸어서 집에 들어간다고 한다. 동해의 작은 어촌마을인 남애에서 하룻밤을 쉬고 아침 일찍 서둘러 진고개를 넘어 상원사로 향하였다. 진부와 진고개 중간의 오대산국립공원 관리공단 사무실이 있는 삼거리에서 446번 지방도를 따르면 오대산의 초입인 월정사가 나온다. 이 지방도 양옆으로 민박집들이 많아져 민박촌이 형성되어 있고 그 위에 상가단지는 산채비빔밥 등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이곳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하고 월정사를 향하였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오른쪽에 월정사 일주문이다. 월정사는 두 곳을 통하여 경내에 들어설 수 있다. 하나는 일주문을 들어서서 전나무 울창한 수림을 걸어서 오르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차량으로 도로를 조금 더 진행하여 월정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금강교를 건너서 바로 경내로 들어서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량을 이용하여 금강교를 건너 쉽고 빨리 월정사를 돌아보지만, 일주문을 통하여 전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천천히 20여분 걸어서 월정사를 찾는 것도 하나의 작은 즐거움이다. 상원사에서 산행을 시작 오대산을 들어서는 곳에 위치한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4(645년)년 자장율사에 의하여 창건되어 1300년의 세월을 지켜 온 고찰이다. 조계종의 강원도의 대부분을 관장하는 제 4교구 본찰의 기능을 수행한다. 균형 잡힌 가람배치와 경내 중심에는 경쾌하면서 흐트러짐이 없는 단아한 품위를 가진 높이 약 15미터의 석탑이 자리를 잡고 있다. 국보 제 48호인 고려시대의 팔각구층석탑이다. 상원사에서 월정사에 이르는 계곡은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오대천이 시작되는 곳이다.
신선골, 동피골, 조개골이 합수하면서 오대천의 상류를 형성한다. 10월이면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계곡이 붉은 단풍으로 아름다움을 더한다. 446번 지방도로가 월정사 부도탑을 지나면서 비포장도로로 바뀌어 맑고 수려한 오대천 계곡을 따른다. 동피골 야영장을 지나 상원사 입구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상원사 주차장이 능선 산행의 들머리다. 주차장에서 상원사까지는 블럭으로 포장이 잘 되어 있다. 상원사도 월정사와 더불어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적멸보궁과 월정사와 더불어 오대산의 중요한 불교성지를 이루는 유서깊은 사찰이다. 경내에는 국보 36호의 상원사 동종과 국보 221호인 문수동자좌상이 있다. 상원사 동종은 서기 725년에 주조된 몸체에는 공후라는 악기와 생이란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이 종체의 양쪽에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어 역사성과 높은 예술적 가치를 가진다. 문수동자좌상은 세조의 딸 의숙공주부부가 봉안한다는 발원문이 발견되어 조성 연도가 밝혀진 목조상으로 머리가 조선 초기의 동자 머리모양으로 편안하게 명상에 잠긴 듯 평온한 순진한 10 대의 동자상은 사실주의적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상원사 경내 한쪽에 돌로 만들어진 커다랗고 둥그렇게 식수대를 잘 만들어 놓았다. 산행 초입인 사자암과 적멸보궁 근처에 용안수 등의 샘물이 있지만 이곳에서 깨끗한 식수를 마련하였다. 우리가 2리터의 물병과 1리터 짜리 수통 2개를 배낭에서 꺼내자 동행한 김영복씨가 이제 9월 중순에 접어들어 물이 그렇게 필요 없다고 한마디.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꺼내 놓은 물통에 가득 물을 담고 중대 사자암으로 난 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였다. 상원사에서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을 따르면 이내 포장길이 없어지고 산길이 이어진다. 사자암은 공사를 벌려 놓았다. 레미콘 등의 건축자재를 올리는데 쓰이는 모노레일이 가설되어 있고 공사장에는 포크레인도 올라와 있다. 사자암 옆으로 난 길이 가파르지만 이내 완만한 능선과 만난다. 능선을 따르면 왼쪽에 샘물이 보였다. 용안수. 풍수지리에서 적멸보궁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 용의 정수리에 해당하고 용안에 있는 샘터다. 용안수를 지나자 바로 왼쪽으로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부처의 진실사리가 모셔진 곳은 비로봉에서 동남쪽으로 난 능선이 한번 쉬었다가 잠시 솟아오른 펑퍼짐한 흙으로 이루어진 대다. 그 앞에 적멸보궁을 세워 승려와 불자들의 기도처로 이용하고 있다. 적멸보궁에는 평일인데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원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경전과 기도 소리는 하루도 끊일 날이 없어 보인다. 적멸보궁을 내려와 등산로를 따르면 경사가 완만한 내리막이다. 이것도 잠시 오대산의 주봉인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완만한 등산로다. 계단이 간간이 나오지만 급경사 지대는 없다. 등산로 주변에는 아름들이 거목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망 좋은 비로봉 상원사에서 시작한 산행이 1시간 30여분 되었을 때 비로봉 정상에 올라섰다. 비로봉이라는 정상석과 그 서쪽으로 20여개의 돌탑들이 흩어져 쌓여있다. 뭉게구름이 조금 떠 있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전망이 아주 좋다. 1563미터의 주봉인 비로봉에서는 북의 설악산과 점봉산 동쪽의 노인봉과 황병산, 남쪽의 가리왕산, 서쪽의 개인산과 방태산 등이 잘 조망된다.
황병산과 소황병산 뒤로 삼양목장의 초지가 아직은 푸르게 보인다. 이번 여름의 장마가 길고 지루했던 까닭에 맑은 날씨가 아주 기분이 좋다. 김영복씨의 보온병에서 새벽에 준비한 향기 진한 따뜻한 커피가 가득 담겨 있다. 동북방향의 능선을 따라 상왕봉을 향하였다. 상왕봉까지는 평탄한 능선이 이어진다. 간간이 만들어진 헬기장은 사용한 지가 오래된 듯 잡초에 덮여있고 아름들이 주목들이 군데군데 자리한다. 상왕봉에서 완만한 내리막길을 30여분 내려서면 갈림길이다. 북쪽에 있는 왼쪽으로 난 길이 두로령을 거쳐 두로봉으로 가는 길이다. 두로령에는 상원사와 홍천군 내면을 이어주는 비포장 산간도로가 있다. 능선은 산간도로를 건너 북동쪽으로 계속 이어진다. 완만한 능선을 따르면 두로봉이 나온다. 두로봉에서 북동 방향을 따르던 능선은 남동으로 방향을 다시 잡는다. 두로봉에서 동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약 7킬로미터, 가끔 나타나는 맑은 연보라의 금강초롱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두로봉에서 동대산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능선이 계속된다. 중간에 1261.8봉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차돌박이가 밋밋한 능선 산행에 변화를 주는 곳이다. 커다란 나무 사이로 난 능선에 갑자기 하얀 큼직한 차돌이 두어 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진 듯 있다. 차돌박이에서 1시간 남짓 걸으니 동대산이다. 동대산을 지나자 바로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동쪽의 진고개 방향을 따르면 진고개 휴게소로 하산이 되고 서쪽으로 내려서면 오대산장 위의 오대천으로 내려서게 된다. 진고개로 방향을 잡아 하산을 하니 저녁 6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진고개 휴계소 북쪽에 있던 산장은 지난봄 철거하여 깨끗이 정리가 되어 있다. 오전에 노인봉으로 오르는 길의 입구인 매표소에 지난 폭우로 인한 피해로 노인봉대피소에서 소금강 입구까지 이어지는 무릉계곡에 등산을 할 수 없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맑은 날씨에 동해까지 바라볼 수 있는 노인봉 정상까지 오르기로 하였다. 등산로는 진고개 휴게소 북쪽에 위치한 매표소를 지나 고랭지 채소밭 옆으로 이어진다. 채소밭에는 벌써 여름수확이 끝이나 있다. 채소밭이 끝나는 지점에서 동쪽으로 사면을 오르면 이내 능선에 올라선다.
완만한 능선을 따르면 1242.8 봉우리를 지나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의 능선을 따르면 노인봉이다. 바위로 된 정상부가 조망이 좋아 동해까지 보인다. 노인봉 대피소를 들려서 진고개로 하산을 하였다. 노인봉산장에는 인기척은 없고 개들이 낮선 우리를 반긴다. 소금강으로 하산을 계획하였으나 노인봉산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청학동 소금강의 피해를 알아볼 겸 소금강으로 이동을 하여 소금강 표지석이 있는 공터에 도착을 하여 조금 올라가자 청학산장으로 건너가던 첫 번째 철다리가 소실되어 소금강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가로막는다. 삼선암, 식당암, 귀면암 등의 기암과 맑은 청류가 흐르면서 금강연, 선녀탕, 구곡담, 상팔담 등의 소와 담을 그리고 구룡폭포, 낙영폭포 등이 어울려 천한절경을 이루어 낸다. 신선들이 거닐었음직한 빼어난 경관의 소금강을 철사다리 등의 인공물로 우리가 너무 손쉽게 들어가는 것에 대한 경계일까. 당분간은 일반인들의 발길의 접근이 어렵게 되었다. 빠른 시일에 자연 경관을 잘 유지 보존하면서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는 명승지로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을 기대해 본다. |
출처 사람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