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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 ‘다시 태어나는 삶’의 모태 혹은 자궁
영동일고 교사 유동걸
"교육은 언어를 통해서 몸을 바꾼다."
“코칭은 활어(活魚)를 키우는 활어(活語)의 예술이다.”
“코칭은 블랙홀을 푸른별로 물들이는 인체 예술이다”.
이틀 간의 교육코칭 기본 과정을 마치고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말들이다. 교육 현장에서 20년의 교사 생활. 가르침에서나 배움의 과정에서 스쳐간 많은 스승들과 제자들, 그들과 함께 한 숱한 이성적 지식과 논리 혹은 실천적 활동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가치와 경험들을 집단적으로 공유해본 경험은 처음이었다. 코칭과의 설레는 첫 만남 혹은 날카로운 첫 키스!
오프닝은 정경화 전문코치의 강의로 시작되었다. 미리 와서 준비하는 모습, 같은 교사의 눈높이, 신비로운 웃음의 마력으로 사람들을 편안히 만들어주는 힘이 낯선 강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이번 연수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의 연속들이기도 하다.
1. 코칭하는 교사 되기
가. ‘솔개의 비상’ 앞에서
나이를 불문하고 현재의 자신에 대해서 믿음과 사랑을 자랑할 만한 현대인이 얼마나 될까? 스스로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대부분도 그 심리와 생활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불안에 가득찬 욕망이거나 과장에 들뜬 허영이기 십상인 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주소다.
굳이 기독교의 부활을 논하지 않아도 갱생(更生)을 꿈꾸는 우리 범인들에게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높이 날고자 하는 욕구는 가득하다. 그러나 정작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것은 부활 앞에서의 십자가 즉 고통의 가치다. 자기를 비우고, 버리고, 변화시키려는 치열한 노력만이 새로운 존재의 뿌리이자 열매임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기 부리를 바위에 쪼아 뽑아내고, 발톱과 깃털까지도 다 버려 높은 하늘을 날아가는 솔개의 비상을 통한 첫 관문은 아, 비로소 내가 코칭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입문(入門)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가져다주었다.
나. 의심을 찬양함 vs 나의 잔 비우기
인간의 발달사는 의심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온 듯하다. ‘의심에 대한 찬양’을 노래해 그 힘을 강렬하게 던져준 사람은 독일의 유명한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였다. 인생과 사회 현실에 대한 예리한 인식과 날카로운 풍자로 유명한 그는 ‘의심을 찬양함’ 이라는 시를 통해 의심하지 않은 삶의 위험과 무모함, 절대성을 비판한다.
“의심을 품는 것은 찬양받을 일이다!
충고하노니
그대들의 말을 나쁜 동전처럼 깨물어보는 사람을
즐겁게 존경하는 마음으로 환영하라!
그대들이 현명하여
너무 믿을만한 약속은 하지 않기를 나는 바랐다.”(브레히트, 의심을 찬양함 중)
토론을 통해서 ‘질문하는 사람을 키우는 데’ 교육을 목적을 두어온 나로서는 삶의 본질을 향한 질문 던지기를 그치지 않아왔다. 그리고 확신에 찬 어조보다는 늘 길가를 방랑하는 나그네처럼 찾아 헤매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이번 코칭에 대한 도전 역시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진정으로 ‘코칭’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성장동력이 될까?”
사실 그리 싸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고 참석한 사람들 마음 속에 이러한 의구심과 조바심이 없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아 왔음을 고백한다. 불가(佛家)에서 자주 드는 비유처럼, ‘찻잔이 넘치는 사람은 새로운 차 맛을 볼 수 없듯이, 코칭에서도 기존에 내가 가르침에 대해서 지니고 있던 인식과 철학, 태도, 방법 등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임하지 못하면, 즉 나의 자아(ego)의 잔을 비우지 못하면 진정으로 코칭의 참 맛을 느끼거나 즐기지 못할 거라는 말이 가슴을 채웠다.
“더 맛난 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기존의 잔에 채워진 헌 술을 버려라!”
판단하고 비평하기 전에 참여하고 수용하자. 이 순간을 통해서 얻은 결심. 이게 이번 연수의 내 기본자세였고 태도였으며 철학이었다. 솔개 다음에 이 부분을 짚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연수 내내 기존의 나와 대결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다. 나는 어떤 코치가 되고 싶은가?
코치-되기의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던져준 질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린다. 질문은 ‘나는 ~ 코치이다’의 ‘~’ 내용을 완성시키는 문제였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드니 어두운 마음, 검은 별이 떠올랐다. 인생의 고뇌에 빠져 방황하는 숱한 영혼들. 물론 나 자신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이다. 코칭은 과연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검고 병들어 가는 지구와 인류를 생각하니 자연 속에서 푸르고 행복하게 뛰노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래, 자기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주변의 사물들 심지어 빛까지도 빨아들이려는 욕망의 블랙홀들을 우주적 조화 속에서 푸르게 빛나는 작은 별 혹은 소우주로 바꾸어 나가는 게 코칭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떠오른 말이 ‘블랙홀을 푸른별로 물들이는 코치’의 모습이었다.
우리 모둠의 다른 분들과 다른 모둠 참가자들도 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이다. 모둠 내 발표와 다른 모둠과 발표 속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모둠 내 발표에서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조력자로서의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다. 모둠 대표 발표에서는 학생들의 고민을 풀어주는 열쇠 같은 역할을 제시한 임문혁 교장선생님께서 최우수 아이디어로 상을 받으셨다. 나는 개인적으로 죽음까지, 마지막까지 동반자가 되어주어야 함을 강조하신 어느 선생님의 표현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내게 늘 죽음과 마지막은 다른 어느 것보다 강한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말은 곧 힘’(에네르게이아)이라 했던가. 그 뒤로 블랙홀과 푸른 별은 이틀 내내 강력한 이미지가 되어 내 마음 속을 떠나지 않고 함께 떠다녔다.
라. 스치는 듯 남은 말과 생각들
지시자(director)에서 코치까지 교육자의 역할을 나열해놓고 자신의 위치를 찾는 데서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코치나 멘토는 언감생심 제대로 된 교사되기도 어려운 게 나의 현실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 「위험한 아이들」이나 「죽은 시인의 사회」, 「밀리언 달러 베이비」등에 나오는 장면들도 하나 같이 인상 깊다. 밥 딜런과 딜런 토마스를 연결하는 ‘딜런-딜런 컨테스트’와 교사의 인정, 책상 위로 올라가게 하여 관점 전환을 시도하거나 “얍! 소리 질러보기”를 통한 내면 일깨우기, 상대방 앞에서 깨지는 제자에게 “왜?”라는 화두를 던져 제자의 삶을 어둠에서 빛으로 끌어내는(educate) 교사상을 보여주는 장면 등 모두 코칭형 교육의 힘을 보여주는 명장면이 아니가 싶다.
글래드스턴 Vs 디즈레일리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글래드스턴을 만나면 그가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임을 인정하게 하지만(김대중 대통령을 연상케 함) 디즈레일리를 만나면 자신이 가장 똑똑한 사람임을 느끼게 한다’는 데서 누가 더 훌륭한 사람인가를, 혹은 누가 더 훌륭한 교사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다시 한 번 정경화 코치의 매력을 되돌아보면 나비처럼 가벼운 듯하면서도 자유롭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다음 코스를 향해서 떼어놓는 발걸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안내자로서의 매력이 넘친다.
2. 코칭의 기술 - practice, practice, practice
한국 사회에서 코칭 하면 몇 안 되는 고수 중의 고수 고현숙 전문코치로부터 이틀에 걸쳐 코칭기술을 전수받았다. 코칭 대화모델을 시작으로 맥락적 경청과 발견 질문, 중립적 피드백과 메시징까지 다양하면서도 핵심적인 기술들을 실천적 활동 중심으로 몸에 새겨지도록 가르쳐 주셨다.
대화 모델 훈련과 코칭 기술 습득 과정에서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은 ‘호모 사피엔스(Homo-Sapiens)’ - ‘호모 로퀜스(Homo-Loquence)’에서 ‘호모 모미엔스(Homo-Momiens)’로의 변이 즉 ‘사고-언어 존재’에서 ‘몸-존재’으로의 이행의 재발견이다.
“온몸으로 온몸을 밀고 나아가듯 시를 쓰라!” (김수영, ‘시여 침을 뱉어라!’ 중)
대학 4학년 때 만난 시인 김수영의 이 정언명령은 짧지 않는 생을 살아온 내내 잠든 나를 흔드는 잠언이었고 지친 나를 일으켜 세우는 구원의 명령이었다. 최근 수유+너머의 고미숙이 제기한 호모 쿵푸스(Homo-Kungfus, 인간은 공부하는 존재다. 공부한다, 고론 인간은 존재한다) 이후 내 공부의 초점은 다시 사유와 언어를 넘어서는 몸의 감각과 논리 혹은 실천에 다가가 있었다.
토론 연수를 하면서도 연수생들에게 실습을 시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느껴온 터다. 천 마디 말보다 한 번 해보는 게 얼마나 강력한 영감과 지혜를 가져다주는지는 오로지 몸으로 해본 사람만이 안다. 고현숙 코치가 단계별로 짚어준 코칭 기술이 지금도 머리-몸 속에 오롯이 남아있는 건 짧은 시간이나마 지속적인 연습을 해본 덕분이 아닌가 싶다.
대화 모델은 그게 정답이나 전형은 아니더라도, ‘코칭을 왜 하는지’와 ‘코칭의 파워’가 무엇인지를 짧은 시간 안에 깨닫게 해주었다. 맥락적 경청의 어려움은 일부러 듣지 않는 훈련부터 시작하는 게 재미있었다. 옆의 참가자가 열심히 무언가를 말할 때 의도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내면서 그 분의 표정과 감정을 생각하니 벽창호에게 하는 말의 고통이 새삼 실감이 간다.(하긴 교실에서도 낯설지 않게 겪었던 고통이다)
경청만으로 끝난다면 코칭이 상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칭의 힘은 경청 너머 발견 질문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나중에 실습 과정에서 초보자의 코칭이 상담과 유사한 모습을 발견했는데, 질문 역량의 차이가 상담과 코칭을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중립적 피드백과 메시징은 질문 못지않은 어려운 과정으로 다가왔다. 코칭이 코치받는 사람 스스로 자신의 목표와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길을 찾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인데, 거기에 메시징을 할 경우 자칫 지시나 명령 등 코치의 목표와 방향으로 끌어가는 인위적 힘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이 부분의 판단이 실습 과정에서 가장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첫날 과정을 마치면서 고현숙 전문코치가 ‘코칭의 재정의’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지혜는 용어의 정의에서 비롯된다’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여 스스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때 그 진정한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을 거라며 의미를 깨우쳐주었다. 하긴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 질 들뢰즈도 ‘철학이란 새로운 용어(개념)을 창조하는 것’이라 하였다. 지식을 넘어서 ‘상상력이 힘’인 시대, 재정의는 곧 그의 언어와 통찰의 힘이 아니겠는가!
자료를 보니 이미 나와 있는 정의들도 하나같이 멋진 것들이다. ‘비타민, 펌프질을 할 때 새로운 물을 끌어내기 위해 꼭 필요한 ‘마중물’, 어머니의 마음,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것, 댄싱(dancing), 여행(journey)’ 등 달리 설명을 하지 않아도 가슴에 와 닿는 정의들. 이미 ‘블랙홀과 초록별’의 영상이 강하게 떠오른 터라 새로운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 모둠에서는 창원의 구일진 선생님이 ‘언덕길을 오르는 수레를 밀어주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코칭의 의미를 재생성시켜주었다. 글쎄, 굳이 새롭게 정의를 하라면 지난한 인생길을 걸어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반려 같은 지팡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강의 과정에서 들려준 말처럼 코칭의 목표에 다가가는 길이 중요할 듯 싶었다. 숱한 실패와 성공의 돌다리로 목표에 다가가는 길 그건 부단한 연습과 연습 그리고 연습(practice, practice, practice)만이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머리(지식)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가슴(열정)보다 더 먼 거리에 발(실천)이 있다. 천재와 범인은 막론하고 실천의 노력없이야 어찌 남들에게 인정받는 내공 깊은 코치가 될 수 있으랴!
고현숙 전문코치의 강점은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와 적시에 필요한 질문과 인정 등을 통해서 코치이(coachee)들을 일깨우는 전문성인 듯싶다. 기회가 닿을지 모르지만, 코치로서의 눈높이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 꼭 코칭을 받아보고 싶은 분이다.
3. 학교 현장에서 코칭 문화 만들기
노익장(老益壯)이란 말이 있다. 늙을수록 씩씩하다니! 독거노인과 노인 자살률이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시대에 늙음이란 추악(醜惡)이고 나아가 죄(罪)스럽기까지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강조하시던 함석헌 선생이나 분단을 넘어서 삼팔선을 끊고자 했던 문익환 목사님 같은 노당익장(老當益壯)을 찾아보기 힘든 오늘날, 추잡한 노(老)정객들만이 권력의 화신이 되어 신문을 장식한다. 생활 주변에서도 곱게 늙거나 힘차게 늙어가는 분들 보기가 쉽지 않다. 노년의 삶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하는 게 그분들을 폄하하거나 무책임한 연민의 눈으로 내려다보려는 건 아니다. 그분들의 생 자체가 누구 소설처럼 ‘너무 쓸쓸한 당신’들인 까닭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평범한 이름 김정자. 한 많은 세상 사노라면 누구인들 사연 없는 이름이 있을까마는, 어쩌면 시대의 아픔이나 역사의 비극을 품었을 법한 이름 속에 곱게 그러나 힘차게 늙어온 한 생을 만났다. 40여 년 교육 현장을 지키고 지금은 소위 버림받은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어 아이들의 속을 깨워 새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삶이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가능한지 나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인정, 칭찬 기술과 학교현장에서 코칭을 실천하는 교사되기 그리고 코치로서의 삶을 다짐하는 마지막 결의의 시간을 이끌어준 김정자 전문코치 역시 앞의 두 분처럼 시종 유쾌하면서도 자극적인 말과 행동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셨다.
가. 그녀의 몸은 나이를 모른다
인정과 칭찬 기술부터 오후 교육이 시작되었다. 이번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과정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아마 절반 이상이 얼굴에 붙인 스티커가 아닐까 싶다. 다른 현장에 꼭 응용해보고 싶으면서도 어지간한 내공과 분위기 조성이 아니면 역효과가 날 칭찬과 더불어 얼굴에 스티커붙이기는 촉각적 에너지를 자극하면서 몸감대를 극대치로 끌어올렸다. 칭찬과 인정에 인색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년 이후 나이를 잊은 채 열정으로 삶을 채우지 않았다면 그런 실행력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코칭에서 말로 하는 인정과 칭찬은 그보다 훨씬 깊고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열고 몸이 풀리면 어느 이야기든지 솔직한 대화가 가능하고 코칭에서의 가능성 발견은 거기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나. 학교에서 코칭을 어떻게 확산할까?
인정과 칭찬을 끝으로 코칭기술은 다 마쳤다. 참가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짧은 시간 안에 숙련된 기술을 습득하기란 난망이지만 그 맛은 보면서 가치와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되었다. 그래서 나아간 단계가 학교에서의 실천이다.
아이디어 모으기로 이루어진 실천과정은 재미난 상상의 집합터 같았다. 우리 모둠에서는 ‘칭찬 릴레이’를 비롯, ‘내가 왕이다’나 ‘코칭119’, ‘코칭동아리’ 등이 나왔다. 다른 모둠에서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적지 않았다. 코칭 영화반 운영이나 아이들 이름 앞에 형용사 붙여 불러주기, 자기 사명서 나누기, 이달의 경청자 뽑기, 칭찬쪽지, 코칭캠프, 교사 코칭 동아리, 코칭 공개수업, 코칭 연구학교 등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제 머리에서 촉발된 코칭 마인드가 가슴을 거쳐 어떻게 발로 옮겨지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아직 초보자로서 실제 활용 능력은 미지수이나 이 과정을 거치는 의미만은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관리자든 교육자든 결국 코칭 커뮤니케이션이란 게 ‘머리’에만 고여 있다면 또 하나의 무거운 지식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고민은 거기서가 아니라 ‘지금 나의 현재, 여기서’ 새로 시작되는 셈이다.
다. 3Yes, 3No 그리고 3Why
마지막 프로그램은 실제 몸으로 자신의 결단을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세 가지 해야 할 일과 세 가지 버려야 할 것을 적고 선서를 한 뒤에 결심의 선을 넘었다. 새로운 땅에서 기다리는 선생님과 다짐의 인사를 나누고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속에서 축하인사를 받았다. 막연히 마음 속으로 해보겠다는 결심과는 다른 차원의 실천의지가 생겨났다.
나는 3Yes로 1. 하루 한 번 10분 코칭을 하겠다. 2. 하루 1시간 이상 독서를 하겠다. 3. 하루 1시간, A4 1쪽 이상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했다. 실천을 힘들어해온 오래된 나의 과제인 토론에 대한 책쓰기를 위한 구체적인 결단인 셈이다. 그리고 버려야 할 세 가지로 1. 석 잔 이상의 술 2. 애매한 태도 3. 명령형 어법을 골랐다. 과음에 대한 경계와 중요한 순간에 과감하게 결단하는 용기 그리고 자녀와의 대화에서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서를 하는 게 좀 쑥스럽기도 했지만, '3YES, 3NO' 작성과 다짐은 매구 구체적인 실천 의욕을 키워주었다. 지금 글을 쓰는 것도 그 선언에 대한 작은 실천이 아니겠는가! 다른 분들도 하나 같이 결단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솔개의 기분을 조금씩 느껴가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단체 사진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순간을 함께 하고는 2월 23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각자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김정자 전문코치는 연륜이 강점일 수도 있고 약점일 수도 있겠으나 그 강점을 충분히 유연하게 살리고 계셨다. 자기 몸을 던져 사람들과 호흡하는 데서 코칭은 댄싱이라는 말의 의미를 실제 체험할 수 있었다.
세 분 전문코치분들이 모두 자기 과정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셔서 과정 하나하나가 다 만족스럽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이틀의 시간이 짧아 구체적인 실습을 더 깊이 해볼 수 없었던 게 한계이지만, 시간과 사람이야 충분히 찾을 수 있으니 내 결심만 선다면 도전과 응전, 실패와 성공의 반복을 통해서 한 계단 더 높이 오를 수 있을 터이다.
그리고 남겨진 세 가지 궁금증 - 3WHY
나는 ‘토론’하는 사람으로서 공부의 목표를 질문하는 데 둔다. 어쩌면 질문하는 삶은 해답을 찾아가는 삶보다 더 아름다운 삶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 교육코칭 기본과정을 이수한 많은 분들의 가슴 속에서는 코칭 후속 과정에 대한 열정의 꽃이 강하게 피어났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과정 비용을 보면 그 앞에서 아무리 뜨거운 열정의 꽃도 고개를 숙이고 시들어버리지 않을까 싶을 만큼 비싼 가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왜 이렇게 비싼 걸까?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는 하지만, 시간당 십만원의 질적 가치를 구입하기에는 나의 처지와 한계가 안타깝다. 혹 다른 부분에서의 헌신과 봉사를 통해서 좀 더 저렴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윈-윈은 없을까?
"THINK WIN-WIN!" 교육장 화장실에 붙어 있는 이 문구를 보면서 떠오른 최초의 질문이다.
두 번째 질문은 누구와 함께 이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coaching with who?) 코칭이 상호 관계성이라면, 인생의 누군가를 전문코치로 두고 사는 사람은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 혹은 앞으로 만날 사람 가운데 내 내면과 생활을 맥락적으로 읽어주고 발견질문을 던져주면서 인정하고 칭찬해서 나를 북돋아줄 그런 코치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교육을 받았거나 혹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인생의 코치가 있으신가요? 더 나아가 당신은 누구의 코치이신가요?
마지막 질문은 ‘코칭-너머’이다.(Beyond Coaching?)
초보들이야 상상도 할 수 없는 세계지만, 마라토너 이봉주나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처럼 어느 경지를 넘어서면 대가의 반열에 오를 텐데, 과연 상식 선에서 생각하는 코칭 그 너머의 세계는 얼마나 아름답고 멋질 것인가? 이제 출발선에서 몸풀기를 시작하는 나에게는 머나먼 코칭의 세계가 42,195km 만큼이나 먼 길이지만, 결승선 너머의 그 세계에 대한 동경이 없다면 아마 중간에 지치고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질문과 함께, 이 질문은 아마도 앞으로 코치로서의 길을 걸어가는 내내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마치며, 사람만이 희망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윤을 남기는데 목적이 있지만 교육하는 사람들은 사람을 키우거나 만남의 여운을 남기는 게 가장 큰 보람이다.
모두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이번 교육코칭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싱싱하게 다가와 활력을 불어넣다가 갑작스런 교육청 실사로 교육을 중단하고 현장에 돌아가신 활어(活魚) 서상완 효문중 교감 선생님. 그러고 보니 이 분은 인생에서 ‘살아 있는 물고기’ 즉 ‘활어’(活魚)-되기는 ‘살아 있는 말’ 곧 ‘활어’(活語)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번 코칭을 통해서 깨닫게 해준 예지자이셨던 것 같다.
9988시대(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살아가자)에 ‘노’익장이라 하기엔 아직 젊으신, 연세를 잊으면서 늘 푸근한 유머와 모범적 실천으로 참가자들의 귀감이 되어주신 임문혁 연신중학교 교장선생님께서 모두에게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기신 것 같다.
맥락적 경청 시간에 딴전을 피우는 내게 말을 거느라 고생을 하셨지만, S형의 전형으로 M형인 내게 냉철하고 분석적인 코칭을 완벽하게 해주신 최인홍 인제고 교감선생님이 기억에 남는다. 인연이 닿는다면 계속 코칭을 받고 싶을 만큼 인생의 경륜과 무게가 느껴졌다. 차분하면서도 넉넉하신 모습이 교육계의 선배로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다.
활어처럼 살아 있는 열정이 끝내주는 이순정님도 잊지 못할 것이다. P형의 전형으로 코치이(coachee)가 되어주셔서 코칭 후에 내게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전체에게 몸풀기를 가르쳐주시고, 상대방의 몸상태를 배려하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웃음과 실행력으로 무거운 몸을 가볍게 풀어주신 구일진 선생님. 특별히 쉬는 시간에 살사를 가르쳐주려는 열정을 접하면서 모든 사람을 참 편하게 대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사랑으로’를 열창하여 모두의 귀를 즐겁게 해주신 ‘미나리자’ 이미자 선생님.
같은 모둠에서 스쳐간 분들도 적지 않다. 올해 대한민국 최초의 수석교사로 일신(日新) 우일신의 변신을 위해 노력하는 반포중 이우인 선생님,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아이들 시집까지 엮어내는 내공을 갖고 계신 이경란 선생님과, 포항에서 새벽차를 타고 달려오신 한동대의 김민정, 구경호, 황병석 간사님들.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님들의 또 다른 고민을 읽을 수 있게 해주신 오현미, 김지상, 김춘희 원장님. 톡톡 튀는 모습으로 번개의 아찔함을 느끼게 해주시고 타고난 순발력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해주신 류선옥 선생님. 그리고 다른 분들도 일일이 느끼지는 못했지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함께 하면서 코칭의 공명을 이루어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그림자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 음지에서 교육 참가자들이 따듯한 양지의 볕을 쬘 수 있도록 헌신해주신 윤지영 과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