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 흐려서 죄송합니다. 잘 나온 사진 보내주시면 교체할 예정입니다)
가톨릭 남성 합창단 울바우 2004년 정기 연주회
들어가기 전에
우리나라에 합창단이 많고도 많지마는 남성합창단으로는 “가톨릭 남성합창단 "울바우”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늘 연주도 출연자만도 44명이었고 교회합창단으로 범위를 줄이면 그 위치는 더욱 확고해 집니다. “울바우” 란 토종 이름으로 울리는 바우, 즉 노래하는 남정네들이란 뜻입니다. 이 합창단은 원래 명동성당 가톨릭 합창단 출신(OB)들이 합창의 매력을 못 잊어 25년 전에 발족했고 서울 법대 출신으로 가톨릭 합창단 지휘자 출신 이상호님이 이끌어 오던 정통 교회합창단입니다. 창단 25주년이 지난 지금 보면 일부 세대교체가 이루어 졌으나 백발이거나 빛나는 머리칼의 단원은 거개가 1세대 단원들 입니다. 합창이란 여러 종류가 있지요. 소년소녀 합창에서 부터 여성, 혼성 그리고 남성 합창단이 있는데 여성합창은 오래 듣기 어렵습니다. 마치 저음 스피카가 빠진 스테리오 같고 나중에는 시끄런 소리로 착각하게 됩니다. 남녀 혼성 합창이 무난한데 파트 균형이 안 맞으면 이 역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유독 남성 합창은 아무리 들어도 물리지 않는데 교회의 소리이기도 하고 울림과 잔향이 은은하게 코 끝어 묻어나는 듯한 매력 때문이기도 합니다. 남성합창단은 귀한 존재입니다. 왜냐면 인원 확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많은 곳은 남자 고등학교 인데 통상 남성 3부로 많이 부르고 아직 덜 익은 소리이고, 군대에는 남자가 많지만 체계적인 훈련이 불가능하여 도음이 안되며 교도소에도 있음직 하지만 특성상 밖으로 나오기 어렵습니다. 결국 노래 부르는 것을 제 돈 써가며 귀한 시간을 희생해야 가능할 정도로 무척 좋아하여 가히 푹 빠져야 가능한곳이 남성합창단이니 만큼 울바우의 존재는 청중 입장에서는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들어가며
2004년 11월 24일 (수) 저녁 7시 30분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S 홀에서 울바우 합창단 창단 25주년 기념 정기 연주회가 있었다.(프로그램은 이 카페 연주회 안내게시판과 굿뉴스 성가게시판 참조). KBS 홀은 좌석 약 1,800 개로 연주 전문 홀이라 볼룸(공간)이 무척 크다. KBS 홀이 교통이 별로 좋지 않음에도 연주회를 하는 이유는 좌석 수가 많기 때문이다. 울바우 합창단은 1998년 대학로(혜화동) 문예회관에서 연주회를 한 적이 있는데 좌석 수 가 턱 없이 부족한데다가 관리자 측에서 안전을 이유로 입석을 불허하여 상당 수 관객이 입장을 못하고(밖에 비가 오는데) 발을 동동 구르고 난리가 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후로는 계속 이 장소이다.
오늘도 관객이 쇄도하여 입장권 교환 행렬이 길게 이어졌고 만석에 입석까지 있었다. 울바우는 관객 동원 능력도 탁월 할 수 밖에 없다. 지휘자 백남용신부, 그리고 단원 중 지휘자가 많고 사제, 신학생, 수녀 관객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단원인 합창이야 흔 하지만 아빠가 출연하는 무대는 드문지라 자녀들도 모처럼 아빠 기를 살려주려고 몰려와서 더 하다. 합창단 구성은 총 44명으로 제 1테너 9명, 제 2테너 10명, 바리톤 12명, 그리고 베이스 13명이다. 지휘 백남용신부, 피아노 반주 이시아(보나). 특히 반주자는 울바우의 오랜 반주자로 교양으로 배운 실력이 전공자 못지 않은 우수한 무대 체질 연주자이기도 하다.
제 1부 왈츠의 왕이라 일컫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이다.
영화의 화려한 무도회가 연상되기도 하고 기악곡으로 귀에 익숙한 음악인데 그 분위기를 살려서 고요하고 감미롭게 불렀다. 우리나라에는 왜 한강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노래가 없을까 하는 시샘이 날 정도이다. 제 1부에서는 전반적으로 목가 풍이라 ff 는 가급 피한듯 하고 소리가 과거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다. 즉 개성있는 개개의 소리가 둥굴 둥굴 평준화되었다는 느낌이다. 우리말 가사라서 청중에겐 도움이 되었다.
제 2부 독일 남성 합창곡으로 슈베르트 곡 모음이다. 독일 가곡과 미사곡.
세계적으로 합창곡이 발달한 민족이 게르만 민족이 아닐까 할 정도로 독일 사람들은 합창을 좋아하여 합창곡도 많은 편이다. 민족성이 제복을 입고 행진하거나, 모여서 맥주 마시며 노래하는 것을 즐기는 민족이다. 아까펠라로 첫음만 듣고 불렀다 다섯 곡인데 권주가(Trinklied)는 축배의 노래처럼 더 씩씩하게 불러도 좋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들었다. 남성 특유의 감싸는 듯한 포근~한 노래들 이었다. 독일 미사곡은 슈베르트가 개신교신자였지만 미사용으로 작곡하여 널리 알려진 노래들이다[독일에서는 복음주의교회, 즉 에반젤리스트라고 하며 한국같은 미국식 프로테스탄트교라기 보다는 가톨릭 요소가 남아있는 경건한 루터교로 보느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듯/ 필자 주]. 원곡은 독일어인데 우리 성가집 가사로 불렀다. 가톨릭 성가집 329번 부터 336번까지인데 통상 미사곡과 가사가 달라서 이 곡들을 미사 때 다 부르기는 망설여 지는 미사곡이다. 미사시작 성가로 329번과 봉헌 332번, 거룩하시도다 334번, 그리고 마침성가로 336번 이 많이 불린다. 미사시작(입당)성가는 연중, 그리고 가사가 좋아서 장례미사에도 애창되며 음악적으로는 거룩하시도다가 두드러진다. 특히 334번 사랑의 성체성사는 성 목요일에 부르기 좋은 곡이다. 이날이 "주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날"이기 때문이다. 연주는 분위기를 잘 살렸는데 마침성가는 쉬엄 쉬엄 부르 듯 하여 템포가 너무 느리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미사 때는 다르겠지만.....). 지휘 모습은 유연.
제 3부 리스트의 레뀌엠.(Requiem 미사곡에 대하여는 이 카페 전례음악 학술실 참조).
오르가니스트로 신예 문병석이 등단했다. 우리는 “오르가니스트= 여성”이라는 그릇된 선입감을 가지고 있다. 오르간은 여성보다는 남성용 악기이다. 다리가 길어야 페달링에 유리하고 파이프 오르간은 스탑을 많이 쓰면 힘이든다. 한국 가톨릭교회에 남성 오르가니스트는 눈을 씻고 보려고 해도 귀하고 귀하지만 한국 성공회만 해도 남성이 많고 비공식으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독일 오르가니스트에게 문의) 독일 오르가니스트는 약 70% 정도가 남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청년 문병석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도 남다르다고 하겠다.
레뀌엠은 첫 가사가 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 로 시작하여 붙은 곡 이름이다. 당연한 애기지만 라틴어 원곡이다. 이 곡은 교회음악이긴 해도 실제 전례에는 적합치 않다. 너무 길고(약 55분 소요), 4명의 남성 독창자를 필요로 하며 오르간과 금관악기(2트럼본, 2트럼펫, 1팀파니)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를 소화할 합창단 구성이 성가대로서는 꿈만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연주는 바리톤 독창(이상열)으로 시작한다. 부드럽고 고운 톤이다. 바리톤 독창은 사실상 이 레뀌엠의 주연이다. 그만큼 노래도 많이 부르고 또 중창과 합창을 인도(선창자)하는 역할이 많다.
오르간의 역할도 두드러졌다. 페달 지속음과 음색 변화로 오르간 특성을 살렸다. 때로는 반주로 때로는 간주로 합창을 도왔고 금관과 팀파니도 합주에 참여하여 분노의 날을 묘사했다. 거룩하시도다 에서는 ff 가 나오고 따라서 tutti 도 나왔다. 마지막 곡인 “리베라메” 에서는 일부 단원들의 피로와 긴장 풀림현상이 있었다.(시계는 시작부터 거의 2시간이 지났음을 알린다). 지휘자의 지휘선이 커지고 템포도 빨라져서 종지를 예고 했다. 연주가 끝났을 때 남성 합창이 아니면 2시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지겠는가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역시 합창은 남성합창이라야! 하는 답이 나온다.
오늘 독창자 4명은 곡을 잘 살렸다. 제1테너(최경일)는 뜨리니따스 독창자로 화학 박사 학위를 가진 분이고 고음 처리를 잘 했고 성량도 크다. 제 2테너(유병구)는 중계동 성당 지휘자 인데 드러나지 않게 잘 받쳐 주었고 바리톤(이상열)은 막내로서 큰 몫을 맡았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거니와 사실상 주역(primo solo)인 셈이었다. 베이스(김영일)은 세종로 성당에서 수 십년간 지휘자로 있는데 백만불짜리 소리이다. 더 언급해 무엇하랴?
맺으며
이 연주를 기획하고 집행하기까지 재정, 홍보, 연습 등 혼연일체가 되었을 울바우 단원 모두가 가상하다. 무엇 보다도 오늘 지휘를 맡은 백남용신부님이 합창지휘의 모델을 보여준 연주였다. 단원들의 소리를 많이 다듬었고 정확한 딕션과 해석으로 좋은 연주를 연출했다. 이는 여러 연령층의 다양한 합창단 (소년소녀, 청장년, 장장년, 장년남성, 그리고 관현악단 등)지휘 관록이 만들어내는 창작이 아니겠는가. 평생 교회음악에 헌신하시는 백신부님께 경의를 표한다.
앵콜로 포스터의 올드 블랙 죠, 그리고 끝 기도를 겸하여 부른 아베마리아(가톨릭 성가집 274번)은 큰 덤 이었다.
울바우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건정 올림
지휘자 백남용신부님과.................................바리톤 독창자 이상열과
첫댓글 전례음악까페의 김건정님께서 올리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