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위에 펼쳐진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하다...
그날의 아름다운 기억을 머릿속에서 잃어 버리기 싫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몇자 적어 본다...
♣ 한국에도 알프스 초원이 있다...양떼목장 ♣
예전 책에서 스위스 융프라우에 오른 이의 여행담을 읽어 본적이 있다...
알프스의 만년설도 아름답겠지만 드넓게 펼쳐진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보고 "세상에 이런 천국도 있구나..." 라는 부러운 시샘을 하게 되었다... 어느 곳에서나 카메라를 대도 엽서사진이 나올 정도로 황홀한 곳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내가 공수표만 날린 것은 아니다... 유럽의 초원만큼이나 아름다운 초원을 함께 보았기 때문이다... 그곳은 바로 대관령 앙떼 목장이다...
파노라마처럼 이어진 백두의 봉우리들... 그속에서 성냥갑 같은 집들이 오밀조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들... 특히 겨울철 눈썰매로 명성(?)이 나있다...
양떼목장은 그다지 크지 않다... 산책로 한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이면 족하다... 이 곳에 살고 있는 양의 미소만큼이나 아늑하고 축 처진 젖무덤 만큼이나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편안한 능선의 곡선이 시야에 들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이름모를 꽃들이 원없이 피었다... 작은 태양이 촘촘히 박힌 것처럼 눈이 부신다... 구름도 그냥가기 아쉬어 잠시 이곳에 머물다 간다...
소박한 나무집이 눈에 들어온다... 황톳길 경사면에 절묘하게 걸쳐있다... 김희선, 신하균 주연의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 세트장인 오두막집이 나온다... 영화를 본 연인들이 주인공이 되고자 일부러 찾는 곳이기도 하다... 집에서 애뜻한 사랑이야기가 흘러 나올것만 같다...
오두막집이다... 승재의 17년간의 변함없는 사랑이 느껴지는 곳이다... 양쪽에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고 듬성듬성 보라색 꽃들이 피어 있고 그 가운데 절묘한 황톳길이 이어 있다...
누구나 이 길을 걷고 싶을 것이다... 나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는지 모른다... 마냥 걷고 싶은 길이다...
오두막집 바로 옆에 편편한 초원이 펼쳐져 있다... 편안하게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횡계읍내가 시야에 들어온다... 구름은 두둥실 떠 오르고...일렁이는 파도만큼이나 꿈틀거리는 태백의 연봉들을 감상하는 데 그만이다... 하늘에 앉아 있는 것 같다...
본격적인 양떼산책로 트레킹을 한다... 그저 쉬엄쉬엄 걸으면 그만이다... 초원도 감상하고....
철책을 따라 걷는다... 곳곳에 예쁜 나무과 의자가 있어 연인들끼리 왔다면 사랑을 속삭이기 그만이다...
이제부터 실컷 양들을 감상해 본다... 운이 좋으면 이렇게 방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말에는 탐방객을 위해 방목을 한다고 한다...
이런 장면이야 말로 목가적인 풍경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양치기가 우리의 문을 열었더니 양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신나게 초원을 달린다... 말이 달리는 것은 봤지만 양들이 달리는 모습은 정말 신기하다...
멀리서 보니까 백곰같다... 얼마나 더울까??? 빨리 털을 깍아주지... 좀 깨끗이 목욕이라도 시켜주지... 이 놈들이 입을 맞춰 울어 제끼면 얼마나 소리가 큰 지 모른다... 들어도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자연의 소리다..
건초를 어찌나 좋아하던지...먹이를 줄 때면 여러 마리 양들이 한꺼번에 몰린다... 이때 양을 살짝 어루만지면 된다... 아이고 부드러워... 질겅질겅 씹는 모습이 참 예쁘다...
주말에는 먹이체험 행사를 위해 금요일부터 굶긴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들으니 양들이 불쌍하게 보인다...
알프스도 화성도 모두 이 곳에 있었다...
그 곳 가운데 길이 놓여 있었다...
내려오는 길...
흙길을 맘껏 밟는다...
흙을 밟는다는것...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우리의 두 발은 항상 땅을 짚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박한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는 축복일지 모른다... 매일 흙과 함께 살아가는 농촌에 사시는 분들에겐 더없는 축복이라 하면 웃으시겠죠??? 문득 생각해보니 하루를 시작해서 집에 들어가는 그 시간까지 흙길을 밟는 시간이 아예 없다...
시멘트에 아스팔트에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그런 구조물위를 매일 걸어다니고 있다...자연은 자연대로 살아 숨쉬어야 하는데 시멘트나 아스팔트 밑의 땅들은 얼마나 갑갑해 할까요??? 우리는 땅들이 누려야할 자유를 못누리는 만큼 그들로부터 받아야할 수많은 댓가를 못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을 통해 흙길을 밟는 다는것은 나에겐 축복이다.. 부드러운 느낌이 발끝으로 전해지면서 내딛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볍다...
평생 걸어도 지치지 않을 바로 그런 길이었다...
♣ 영화를 그리며 풍경을 밟는다....삼양목장 ♣
삼양대관령 목장과는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구제역파동이니 구질한 날씨덕에 제대로 된 목장 구경을 못해봤었다...오죽하면 "양들의 저주"라 혼자 중얼 거렸을까...이번에야말로 그동안 쌓였던 한을 풀어야 할 때다... 일부러 화창한 날씨까지 골라서 이곳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제대다...난 오늘 땡잡았다...
대관령목장은 인체리듬상 가장 행복을 느낄 수 있는 700m 고지에 자리잡고 있다... 규모만도 600만평 여의도의 7.5배 크기이며 동양 최대규모의 목장이다...
우리나라의 흥행작 치고 삼양목장 신세를 지지 않는 영화가 없을 정도로 영화촬영지로 유명하다... "태극기 휘날리며" , 비의 "바람의 파이터'" , 한석규의 "이중간첩" , 차태연의 "연애소설" , 이병헌의 "중독" 유호성의 "별" 등 수 많은 영화의 배경지 역을 톡톡히 했다...
이곳은 가을동화의 은서와 준서 나무다...
"오빠는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어?"
"나는 말야. 나무가 될거야. 한번 뿌리 내리면 다시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될거야. 그래서 다시는 누구하고도 헤어지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헤어지자. "
"은서야..너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다구?'
"나무"
"그래 기억할께. 다 잊어 버려도 그건 기억할께."
그 명대사가 아직까지 귓가에 머무는 듯하다...
S자의 오프로드 곡선길을 달리는 맛이 그만이다... 순환도로는 주도로와 임도를 합쳐 22km나 이어진다... 그러나 초원을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길을 모두 합치면 125km나 늘어난다... 그렇기에 오프로드 매니아의 천국이기도 하다...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
차태현과 손예진 그리고 지난번에 자살한 이은주가 나무아래 잠바를 머리에 쓰고 소나기를 피했던 장면...바로 영화 '연예소설'의 포스터에 나온 장면이 바로 이곳이다...
이 곳에 올라선 연인들은 은근히 비가 오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젊은 여인들이 사진 찍는데 열심이다... 대관령 날씨를 모르고 반팔옷을 입고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안스럽다... 생각 같아서는 나의 옷을를 벗어 함께 뒤집어 쓰면 좋으련만... 허나 벗으면 속살이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중동에 올라가면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와 준서가 자전거를 탔던 곳이다... 멋은 있지만 이곳까지 자전거를 끌고 왔을 생각을 하니... 쯪쯪~~~
드라마 "선녀와 사기꾼"에서 안재욱이 다리를 다친 김민선을 업고 내려오는 장면과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에서 장혁과 전지현이 지프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도 바로 이곳에서 찍은 것이다...
어느덧 해발 1140m 의 전망대다... 이보다 상쾌하고 시원할수가 없다... 멀리 파란 수평선을 뽐내는 동해바다도...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설악산 대청봉도 한눈에 들어온다...
비탈길과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푸른 초원을 뚫고 달리는 기분이 그만이다... 가끔은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나무 의자도 나온다... 이런 곳까지 편안하게 차가 올라오는 것이 고마을 따름이다..
어찌나 아쉬운지....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려야 한다...
옆에 있는 그녀도 아쉬움이 역력하다... 피곤한 여행길이지만 마냥 즐거워 하는 그녀를 바라 보노라면 왜 이리 행복한지 모른다...
눈꽃 만발한 겨울날...다시금 찾으리라는 다짐과 함께 아쉬움을 뭍어둔다...
♣ 소금을 뿌려 놓은듯 새하얀...봉평 메밀꽃 ♣
눈앞에 야트막한 산이 병풍처럼 쳐져있고 그 밑으로 깔린 하얀 메밀꽃... 그 자연스러운 색채의 조화에 일단 마음을 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얀 꽃밭에 숨어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파란 하늘 아래 "소금을 흩뿌려놓은 듯한 메밀꽃" 은 한 폭의 그림이다...
은은하게 메밀밭에 울려 퍼지는 올드팝이 하얀메밀꽃의 흔들림과 함께 귀속을 파고 든다 ...
왠지 이곳엔 소리 소문 없이 많은 사랑이 탄생했을 듯하다 ...
바람결에 흔들리는 메밀꽃을 보고 있노라면 커지는 눈만큼 쥐도 새도 모르게 마음이 열린다...
여행의 힘은 아쉬움이라 했던가???
드넓은 하얀 메밀꽃을 그에게 선물하려 했지만... 너무도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 이맘때... 메밀꽃이 필무렵... 그에게 멋진 꽃밭을 선물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