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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8월 11일부터 17일동안 자료 수집을 위하여 중국을 다녀왔으며, 간 길에 북경의 수도박물관과 국가박물관을 갔다 왔다. 1999년 1년간 중국에 있으면서도 가지 않았던 박물관을 바쁜 틈에 다녀온 것은 논문에 필요한 자료가 혹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국가박물관에서는 책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유물을 보고 박물관을 교육의 장으로 삼으려는 중국 정부의 지향을 엿보는 한편 강남지역(구체적인 자료는 강서성의 것임)을 3천여 년 전부터 북방 중원의 영향 하에 있었음을 보여주겠다는 중국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또 새로 만든 수도박물관은 규모나 건물 모양 그리고 전시물에서 발전하는 중국과 북경의 모습을 과시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외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압축적으로 그 지역의 문화를 접근하는 데에는 박물관만한 것이 없으며, 박물관의 수준은 곧 그 나라와 지역의 문화 수준이라고 확신한다. 2005년 2월 복건성 서부지역을 답사하는 중에 각 현과 시의 박물관을 다녀본 적이 있었다. 강서성과 복건성의 경계지역은 중국 혁명의 요람이었으므로 복건성 서부지역은 공산혁명의 흔적이 많은 지역이었다. 당연히 혁명과 관련된 박물관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퇴락하였다. 퇴락한 혁명박물관, 그것은 지금 중국에서 중시하는 것은 혁명이 아님을 웅변하는 것이었다.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박물관에 대한 관심도 더욱 고조되는 듯하였다. 위에서 든 수도박물관은 그 일례에 불과하며, 1999년 본 호남성 상덕지구 박물관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각 지방에는 각 지방의 특색에 맞는 박물관을 건립하고 홍보하고 있는데, 복건 서부지역 영정현의 토루(土樓) 박물관(永定縣土樓民俗文化村)도 그 일례이다. 특히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었을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그 지역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반면에 용암시 박물관은 모택동이 머물렀던 가묘에 이 지역의 민속과 전통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이나 박물관과 같은 문화시설은 뒷전에 밀려있는 현실은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간판만 있는 도서관, 상가건물 2, 3, 4층에 있는 도서관, 유물이 전혀 없는 박물관 등이 그것을 잘 보여주었다.
마침 중국 박물관에 대한 소개서, <<대륙의 찬란한 기억 : 중국의 100개 박물관을 가다>>(광하해운문화공사 엮음, 박지민 옮김, 서울 : 북폴리오, 2004.11)가 번역되었기에 재미있게 읽고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1997년부터 중국 국가 문물국, 심천시 선전부, 광하해운문화공사가 거액의 자본을 들여 3년간 중국 전역의 1,800여 개의 박물관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박물관 100개를 선정해 제작 방송한 「중국 박물관 - 100개 박물관의 지난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1999년에 방송된 이 다큐멘터리는 그해 제17회 중국 TV 금응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01년 중국 선전부가 수상하는 ‘5·1 공정’상을 수상했다. 이는 100개 박물관, 100개의 고대 중국 역사와 사회생활의 화제들이 단순히 중국 문명의 발전 과정만을 담아 낸 것이 아니라 고고학과 인류학의 최신 성과물들도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 부분을 다시 글로 다듬고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은 역사박물관 28개(티베트 박물관은 2개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 생활사 박물관 24개(천주 해외교통사 박물관은 2개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 예술사 박물관 20개, 과학사 박물관 10개, 고궁·고성·고묘 박물관 15개(고궁 박물원은 2개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로 모두 97개의 박물관을 다루고 있다. 각 목록과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역사 박물관
1 신비로운 숨결 | 북경, 중국 국가 박물관 …… 중국 통사
2 홍산에 남겨진 흔적 | 요녕성 박물관 …… 요대 엽무대 고분군, 역대 서예·회화·조각 등 10만여 종 및 홍산문화
3 안개 속의 왕국 | 사천성, 광한 삼성퇴 박물관 …… 삼성퇴 청동기
4 중국의 중심 중원 | 하남 박물원 …… 중국 전역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 중에서 1/8인 130만 건을 보유, 주로 청동기에 대하여 설명
5 옛 도시의 오래 된 이야기 | 산동성, 제나라 역사 박물관과 치박시 박물관 …… 제나라 역사
6 주원으로 가는 길 | 섬서성, 보계 주원 박물관 …… 서주 역사 및 청동기
7 모든 것이 모이는 곳 | 사천성 박물관 …… 사천 지역 역사
8 열반한 봉황 | 호북성, 형주 박물관 …… 초나라 역사와 문화
9 신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 호남성 박물관 …… 마왕퇴 대후 가족묘 출토품
10 2개의 중산국 | 하북성 박물관 …… 전국시대 중산국과 한대 중산국의 역사와 유물
11 북쪽에서 온 사람들 | 산서성, 대동시 박물관 …… 선비족 및 북위의 역사
12 양주로 가는 길 | 강소성, 양주 박물관 …… 양주의 역사
13 진나라 땅의 뿌리를 찾아서 | 섬서성 역사 박물관 …… 서안 지역의 역사
14 실크로드에 흐르는 안개 | 신강 위구르족 자치구 박물관 …… 신강 지역의 역사
15 푸른색의 바다 | 청해성 박물관 …… 청해 지역의 역사
16, 17 티베트의 전설 1·2 | 티베트 박물관 …… 티베트의 역사와 문화
18 오색구름의 남쪽 | 운남성 박물관 …… 운남성의 역사와 문화
19 세상의 도읍을 꿈꾸었던 동경 | 하남성, 개봉시 박물관 …… 북송 건국과 수도 동경의 역사와 문화
20 고개를 돌려 서하를 바라본다 | 영하 회족 자치구 박물관 …… 서하 역사
21 그림 속의 임안 | 절강성 박물관 …… 항주의 역사
22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리다 | 내몽고 자치구 박물관 …… 동호, 흉노, 선비, 몽골을 비롯한 내몽골 지역의 역사
23 연산 아래 천하의 중심 | 북경, 수도 박물관 …… 북경의 역사와 문화
24 물에 비친 강남 | 강소성, 남경 박물원 …… 강소성 지역의 사회경제와 문화
25 세상 모든 맛의 시조 | 사천성, 자공시 소금 역사 박물관 …… 사천 자공시 염업의 역사
26 아문의 안과 밖 | 하북성, 보정 직예 총독서 박물관 …… 직예 총독과 관청
27 9개 강의 하류 | 천진시 역사 박물관 …… 천진의 역사와 문화
28 바다 위의 무지개 | 상해 박물관 …… 상해의 역사와 문화
29 다시 100년이 흐른다 | 마카오 박물관 …… 마카오의 역사
생활사 박물관
30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다! | 북경, 중국 고화폐 박물관 …… 화폐의 역사
31 금빛 모래 이족의 혼 | 사천성, 대량산 이족 노예 사회 박물관 …… 사천성 대량산 이족의 사회와 문화
32 성인의 집 | 산동성, 곡부 공자 박물관 …… 공자와 그 일족의 역사
33 천고의 한 사람 | 산서성, 운성시 박물관 …… 관우와 그 숭배의 역사
34 벼의 꽃가루는 흩날리고 | 강서성 박물관 …… 벼 농사 역사
35 용정에게 차를 묻다 | 절강성, 중국 차 박물관 …… 차의 역사
36 꽃이 주인이다 | 하남성, 천당지재 박물관 …… 묘지명의 역사
37 사슴의 가녀린 노랫소리 | 해남성 민족 박물관 …… 해남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
38·39 빛의 도시 1·2 | 복건성, 천주 해외 교통사 박물관 …… 천주 지역 및 해외교류의 역사와 문화
40 중앙아시아의 바람 | 영하 고원 박물관 …… 영하 지역 및 회족 정착의 역사
41 천하의 장서 | 절강성, 천일각 박물관 …… 천일각과 그 장서의 역사
42 기러기가 물어다 준 편지 | 강소성, 고우 우성역 박물관 …… 우편·역참의 역사
43 흩날리는 옷깃에 뒤덮인 세상 | 강소성, 소주 실크 박물관 …… 실크의 역사
44 사방의 물은 집으로 돌아온다 | 안휘성, 잠구 민간 주택 박물관 …… 전통 주택 및 휘주 지역 문화
45 흰 산, 검은 물 | 흑룡강성 민족 박물관 …… 흑룡강 지역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
46 만주의 옛 이야기들 | 길림성, 이통 만주족 민속 박물관 …… 여진·만주족의 역사와 문화
47 가을 사냥의 시대 | 하북성, 피서산장 박물관 …… 승덕(열하) 피서산장의 역사
48 나의 집은 복건 | 복건성, 하문 화교 박물원 …… 화교의 역사
49 눈에 기록한 춘추 | 절강성, 호경여당 한약 박물관 …… 한약의 역사
50 진상의 발자취 | 산서성, 기현 민속 박물관 …… 산서상인의 역사
51 백의민족 | 흑룡강, 용정 조선 민속 박물관 …… 조선족의 역사와 문화
52 박물 100년 | 강소성, 남통 박물원 …… 근대 박물관의 역사
53 십만 명의 진사 | 남경, 강남 공원 역사 진열관 …… 과거시험의 역사
54 나의 땅, 나의 민족 | 안휘성, 황산시 박물관 …… 휘주상인, 휘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예술사 박물관
55 도자기의 고운 색채 | 청해성, 유만 채도 박물관 …… 청해 지역 신석기 채도문화
56 높은 산과 흐르는 물 | 호북성 박물관 …… 고대의 음악과 악기
57 그들의 매복 | 섬서성, 진시황 병마용 박물관 …… 진시황과 병마용
58 현상은 형체가 없다 | 하남성, 남양 한화 박물관 …… 한대 화상석
59 구리 북의 금빛 소리 | 광서성, 장족 자치구 박물관 …… 동고(구리 또는 구리로 옆을 두른 북)의 역사와 문화
60 주인을 둘러싼 고색창연한 담벽들 | 강서성, 공남 중화 객가 박물관 …… 객가의 역사와 문화
61 행복을 지키는 사람들 | 중경 대족 석각 예술 박물관 …… 불교 석각의 역사
62 법문의 인연 | 섬서성, 법문사 박물관 …… 당나라 시기의 불교와 밀교
63 사원에 새겨진 색채 | 산서성, 쌍림사 채소 예술관 …… 쌍림사의 불교 채소(흙으로 빚어 색칠을 한 토우)와 평요성
64 유약의 빛 | 절강성, 항주 남송 관요 박물관 …… 항주의 남송 관요
65 커다란 화로에 둘러싸인 도요지 | 강서성, 경덕진 도자 역사 박물관 …… 경덕진 도자기의 역사
66 세상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 | 북경, 대종사 고종 박물관 …… 종의 역사
67 폐허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 호북성, 무당산 진품 진열관 …… 도교의 역사
68 봄을 놀다 | 귀주성, 안순 채관촌 지희 박물관 …… 명대의 가면극
69 세월의 구슬 | 광동 민간 공예관 …… 종족 건축물과 공예
70 존재하지 않는 낙원 샹그리라 | 운남성, 여강 납서족 동파 문화 박물관 …… 동파문화와 나시족 사회
71 찬란했던 시기의 기억 | 천진시 예술 박물관 …… 천진의 골동품
72 곡은 끝나도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는다 | 천진 희극 박물관 …… 희극과 그 역사
73 사람과 신의 유희 | 천진 양류청 박물관 …… 연화와 그 문화
74 바람이 불었었다 | 홍콩 예술관 …… 홍콩의 역사 회화
과학사 박물관
75 우리는 살아 있다 | 사천성, 자공 공룡 박물관 …… 공룡
76 추위가 오면 더위는 간다 | 천진 자연 박물관 …… 자연사
77 천년을 달려온 차 | 산동성, 임치 고차 박물관 …… 수레
78 최초로 우주 여행을 꿈꿨던 나라 | 북경, 중국 과학 기술관 …… 수학, 천문, 역법, 농업, 의학 등 과학기술
79 문명의 전달자 | 북경, 중국 인쇄 박물관 …… 인쇄
80 한 장의 종이가 세상에 퍼지다 | 사천성, 협강 수공예 제지 박물관 …… 종이 제조의 역사
81 벼루, 먹, 그리고 책의 향기 | 안휘성 역사 박물관 …… 벼루, 먹, 붓, 종이
82 밤과 낮의 끊임없는 변화를 바라보다 | 북경 고 관상대 …… 천문 관측과 그 기구
83 도시의 정원 | 강소성, 소주 원림 박물관 …… 정원
84 수많은 영혼의 기억 | 귀주성, 육지사알 생태 박물관 …… 장각 묘족의 사회와 문화
고궁·고성·고묘 박물관
85 순식간에 세월이 흘렀다 | 북경, 주구점 유인원 유적지 박물관 …… 북경원인
86 찬란한 문명의 빛, 요강도 | 절강성, 하모도 유적지 박물관 …… 7천여년 전의 남방의 벼농사 및 신석기 문화
87 끊임없이 타오르는 용광로의 불 | 호북성, 동록산 고대 동광 유적지 박물관 …… 동록산의 구리 광산
88 오사에 흐르는 세월 | 감숙성, 돈황 막고굴 진열관 …… 돈황학의 근원
89 세상을 잇는 하나의 선 | 북경, 중국 장성 박물관 …… 만리장성의 역사
90 10개의 왕조를 둘러싼 성 | 강소성, 남경시 박물관 …… 남경성, 남경 지역의 역사와 문화
91 맑은 바람이 불어 온다 | 요녕성, 심양 고궁 박물관 …… 누르하치의 활동과 궁궐
92·93 집과 나라 사이 1·2 | 북경, 고궁 박물원 …… 자금성, 명·청 황제의 통치와 궁궐
94 옷깃에 스며 있는 한나라의 기품 | 섬서성, 한 양릉 박물원 진열관 …… 한 나라 경제 릉
95 저승에서 편안히 쉬는 영혼들 | 하남성, 낙양 고묘 박물관 …… 서한에서 송대까지 북망산에 있는 무덤 중에서 21개를 복원하여 전시한 것
96 제국의 변방 | 광동성, 서한 남월국 왕묘 박물관 …… 광동성 광주의 남월국 왕의 묘
97 하서의 지난 이야기 | 감숙성 박물관 …… 감숙성 위진남북조시대의 묘와 그 시대
98 건곤 사이에 있는 모든 것 | 섬서성, 건릉 박물관 …… 측천무후의 묘
99 천자의 인생 | 북경, 정릉 박물관 …… 만력제의 묘
100 돌 위에 새겨진 먹의 정취 | 섬서성, 서안 비림 박물관 …… 비석
목차와 간략한 내용만 읽는 데도 숨이 차고 인내가 없으면 모두 읽기 어려울 것이다. 말이 100개지 적은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중국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읽어 본다면 그 어느 것도 제외해서는 안 될 귀한 것이다. 내용을 잘 보면 엮은이들이 최우선으로 지역과 민족 안배를 우선으로 하였으며, 그 다음에 전국적 성격, 지역적 특성, 문화적 특성, 보존 상태 등을 고려하여 선정하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한 개의 현과 시에는 한 개의 박물관이 있다고 할 만큼 많은 박물관이 있으며, 그 중에서 선정할 때 정치적 고려도 있을 것이란 추측도 해본다.
이 책의 원본은 1999년 방영되었고, 책으로는 2002년에 간행된 까닭에 그 이후의 변화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다소 안타깝다. 예컨대 <01 중국 국가 박물관>에서는 “중국 국가 박물관에서는 중국 전역에서 온 중국 가 시대의 각기 다른 문화형태, 문물들을 전시하여 인류의 발자취를 조명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2006년 8월 내가 보니 유물의 전시와 밀랍인형을 통한 역사교육에 각각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새로 개관된 웅장한 수도도서관도 소개할 수 없었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박물관의 구체적인 모습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박물관 그 자체보다는 박물관이 위치한 지역의 역사성에 더 주목하고 있으며, 그 역사성 위에서 유물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어쩌면 박물관의 소장품이 적어도 몇 만 점, 많으면 130만 점에 이르니 어떤 유물이 어떻다고 설명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는 다큐먼트의 내레이션이다 보니 구체적인 전시품은 영상으로 보여주고 그 전시품의 역사적, 그리고 사회, 경제, 문화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 중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영상을 함께 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가끔 학생들에게 중국여행에 대하여 조언할 때, 한 곳만 간다면 북경을 가라, 두 곳을 간다면 북경과 서안을 가라, 그리고 현지에 도착하면 가능하면 제일 먼저 박물관을 가라고 권한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내 경우는 중국을 가더라도 논문 자료를 얻기 위한 것이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별로 없었다. 사실 복건성 하문에 있는 화교박물원은 내가 하문을 10회 이상이나 갔고 버스를 타고 수없이 지나갔지만 들르지 않았다. 화교박물원에 내 논문 관련 자료가 있을 것 같지 않고, 우선 급한 곳이 도서관이나 자료가 소장된 개인의 집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천주의 해외교통사박물관은 몇 차례 들렀다. 그곳에 자료를 가진 사람이 있고 또 천주 역사에 관한 책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중국 지식이 부족하여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것이 많음도 절감하게 되었다. 얼마나 갈 곳이 많고 볼 곳이 많으며 느낄 것이 많은데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예컨대 <사천성, 자공시 소금 역사 박물관>에서는 사천 정염(井鹽)이 역사와 지역사회경제에 미친 영향을, <사천성, 협강 수공예 제지 박물관>에서 종이의 역사를, <강소성, 소주 실크 박물관>에서는 비단의 역사와 그 문화적 내함을, <귀주성, 안순 채관촌 지희 박물관>에서 가면극의 역사와 인구이동의 실상을 말이다. 또 각 민속박물관에서는 우리가 잘 모르는 그들의 민속과 사회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문득 <박물관으로 읽는 중국의 역사와 미래>를 기획하여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역사가 과거만이 아닌 것처럼 박물관도 과거만이 아니며, 무엇보다 우리가 역사학도이기 때문이다. [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