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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개척산행] 금왕산 정글 같은 숲속 옛길 상큼함 가득 | ||||||||
해발 487.7m인 금왕산(金旺山)은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금왕리와 계정리 사이에 위치한 산이다. 이 산의 모산은 양평군과 강원도 홍천군·횡성군 경계를 이루는 금물산(今勿山·791m)이다.
금물산에서 남서쪽으로 분가한 능선은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를 이루며 약 4km 달리다가 6번 국도가 넘는 도덕고개를 지나 610m봉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서쪽으로 갈라진 능선은 청운면과 양동면 경계를 이루며 비룡산(飛龍山·526.9m)으로 이어지고, 계속 도계를 이루며 남진하는 능선은 590m봉에 이르러 남동으로 방향을 바꿔 원주시 문막 방면으로 이어간다. 590m봉에서 도계 능선을 벗어나 남서쪽으로 가지를 치는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이 약 4km 거리에 이르러 돌출시킨 산이 금왕산이다. 금왕산에서 계속 남진하는 능선은 석곡천과 계정천를 가르며 약 6km 거리인 양동에 이르러 두 하천이 합수하는 삼산천에다 여맥을 모두 가라앉힌다.
그러나 수많은 등산인들의 발길로 인해 속세의 때가 묻은 산들과는 달리 금왕산은 옛 주민들이 금왕리에서 계정리로 넘나들던 고갯길조차 정글 같은 수림 속에 파묻혔을 정도로 태고적 자연미가 제대로 살아 있다. 숲이 듬성한 산에서는 산길을 잃을 염려가 없지만, 이 산에서는 시야가 가려 쉽게 길을 잃는 수도 있다. 산 들목은 양동에서 단월로 이어지는 328번 지방도가 지나는 금왕2리 밤나무골 입구 버스정류장이다. 정류장 주변 농가 울타리들이 오가피나무나 헛개나무에다 더덕으로 에워싸여 눈길을 끈다. 정류장 맞은편 미류나무 왼쪽으로 난 길로 발길을 옮겨 밤나무골로 들어선다. 밤나무골 안으로 난 수렛길로 15분 들어서면 저수지가 나타난다. 저수지 오른쪽 마지막 민가를 지나면 나뭇가지와 풀잎들이 옷깃을 스치는 숲속 계곡으로 들어간다. 까투리(더덕처럼 네 잎이 달리고 뿌리가 비슷한 식용식물)가 군락을 이룬 길로 7~8분 들어서면 길은 왼쪽 둔덕을 넘어 새로운 계곡으로 이어진다. 계속 어둠침침한 계곡으로 10분 올라가면 하늘을 가린 키 큰 잡목숲 아래 폭이 넓은 길로 들어선다. 오래 된 산판길 같은 이 길은 옛날 금왕리에서 계정리로 넘어다니던 오솔길이다. 오랜 세월 거의 다니지 않아 길에 쌓인 낙엽이 푹신하다. 여느 산들과 달리 산악회 표지리본 하나 볼 수 없고, 흔해 빠진 페트병이나 쓰레기 한 점 보이지 않는다. 깨끗하기 이를 데 없는 숲속 오솔길로 약 30분 오르면 금왕산 북릉 안부 임도에 닿는다. 이곳에서 오래간만에 하늘을 본다. 임도는 능선 서쪽 사면에서 동쪽 계정리 계곡 방면으로 이어진다. 임도에서 남쪽 숲속으로 겨우 보이는 북릉 길로 들어가 20분 오르면 50여 평의 헬기장에 닿는다.
20분 가량 오르면 정점에 대삼각점이 박혀있는 정상이다. 사방이 숲으로 에워싸여 있어 나뭇가지 사이로 서쪽 삼각산과 북쪽 비룡산 동릉이 살짝 시야에 들어오는 정도다. 북동과 동으로는 계정리 분지 건너로 강원도와 경계를 이루는 도계 능선이 마주보인다. 삼각점 주변 잡목들을 조금만 베어낸다면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겠다. 하산은 남릉을 타고 내린다. 남릉으로 20분 내려가면 임도가 가로지르는 목재(木峙)에 닿는다. 목재 북쪽 임도는 지나온 북릉 안부 임도와 연결된다. 목재 서쪽 임도는 금왕리 방면 용주골로, 큰 오동나무에서 시작되는 남릉은 남동쪽 328번 지방도가 지나는 석곡리 노인정으로 이어진다.
광산터를 뒤로하고 계곡을 빠져나오면 연초밭 사잇길로 들어선다. 거슬치 방면 도계 능선으로 에워싸인 아늑한 농촌풍경을 즐기며 20분 나오면 계정리 버스종점인 담안 마을 송정정미소 앞이다. 금왕2리 버스정류장을 출발하여 밤나무골~북릉 안부(임도)~헬기장~480m봉~삼거리를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남릉~목재~동쪽 임도~광산터를 경유해 담안 버스종점에 이르는 산행거리는 약 8km로, 4시간30분 안팎이 소요된다. 여름철 금왕산 등산시에는 반드시 긴팔 셔츠와 긴바지를 착용해야 한다. 특히 샌들을 신고 이 산을 오르기는 불가능하다. 등고선이 있는 지도와 나침반도 갖추어야 한다. 등고선이 없는 개념도는 쾌청한 날씨에도 안부를 식별할 수 없고, 녹음기에 비 내리며 산안개 속을 걷는 경우 정확한 위치를 짚기에 매우 어렵다. 글·사진 박영래 객원기자
교통 서울→양동 상봉터미널(망우동)에서 1일 2회(07:30, 18:20) 운행. 요금 7,400원. 1시간50분 소요. 양평→양동 직행 2회(08:30, 19:20), 시내버스 3회(10:30~17:25) 운행. 요금 3,300원. 직행 1시간, 시내버스 1시간30분 소요. 청량리역→양동역 서울~양동 간은 버스보다 열차편이 편리하다. 청량리역에서 1일 8회(06:50, 10:00, 12:00, 13:00, 15:00, 16:15. 19:00, 22:00) 운행하는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 열차 이용, 양동역에서 하차. 요금 4,700원. 제천역→양동역 제천역에서 1일 7회(05:45, 08:13, 09:58, 11:05, 14:58, 15:38, 18:24) 운행. 요금 3,900원. 원주역→양동역 1일 8회(05:10, 06:41, 09:03, 10:47, 11:49, 15:45, 16:35, 19:17) 운행. 요금 2,800원. 양동→금왕2리 역 앞 사거리에서 1일 5회(09:50, 11:50, 14:40, 17:00, 21:20) 운행하는 고송리행 시내버스(여주 대원여객·031-884-9286)와, 1일 4회(06:50 양평, 09:50 서울, 13:00 양, 18:20 서) 운행하는 용문행 직행버스(금강운수·772-2341) 이용, 밤나무골 입구에서 하차. 금왕리 850원, 10분 소요. 양동→계정리 시내버스가 1일 7회(09:00, 10:50, 12:40, 13:50, 15:40, 18:15, 20:20) 운행. 금왕리→양동 고송1리에서 금왕리 경유 양동행 버스 1일 5회(06:30, 09:20, 10:20, 15:20, 17:20) 운행. 요금 900원, 15분 소요. 양동~금왕리·계정리 간은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031-774-0980). 양동역→청량리역 무궁화호가 1일 8회(05:39, 07:10, 09:31, 11:13, 12:16, 16:08, 17:04, 19:42) 운행. 양동역→원주·제천 1일 8회(08:41, 11:24, 13:38, 14:31, 16:29, 18:04, 20:50, 23:27) 운행.
숙식(지역번호 031) 양동역 앞 사거리에서 금왕리 방면에 있는 양동축산물직매장을 지나면 경동여관(773-8555)이 있다. 축산물직매장 북쪽 도로변에 있는 양동막국수(주인 이춘화·67·772-8619), 순대국백반 전문인 이모네식당(773-1455), 동래해장국(773-6044), 종가집순대(772-7767) 등이 주민들로부터 인기 있다. 양동막국수는 막국수만 파는 전문식당으로, 주인 이씨가 25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시작, 40년이 넘도록 고집해 왔다. 허름한 건물에 규모도 작아 외지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40년 가까이 이 식당을 아끼는 70세 전후 토박이 주민들이 단골이다. 막국수(5,000원) 외에 편육(9,000원)도 맛이 괜찮다. 양동축산물직매장(771-8948)에서는 이 마을에서 직접 키우는 토종 암소와 한방 암퇘지의 생고기를 구입할 수 있다. 금왕산 하산지점인 종점에서 양동 방면으로 3km 나오면 계정3리 마을회관이 있다. 마을회관에서 1km 더 나온 곳인 대월교 동쪽의 대월계곡이 이곳 주민들 납량장소로 인기 있다. 계류가 깨끗하고 시원해 산행 후 물놀이장소로 그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