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총나무를 보면 어릴 적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봇도랑에 맑은 물이 흐르면 나는 물장난을 즐겨하였는데 그 중에도 물총놀이를 하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 때 물총을 만들어 놀던 나무가 바로 이 딱총나무였다.
내가 살던 고향은 기후가 낮아서 대나무가 잘 자라지 않아 대나무로 물총을 만들지 못하고 산에 가서 딱총나무를 베어다 물총을 만들어 물총놀이를 했다.
어떤 아이들은 딱총나무를 구하지 못하면 밭가에 심어 놓은 아주까리대를 베어서 만들었지만 얼마 안가서 바로 망가지고 말았다.
딱총나무로 물총을 만들어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봇도랑 물을 뿜어 올려 친구들과 물싸움을 하던 추억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토담 밑에 숨어서 물을 쏘다가 물이 떨어지면 물을 한 입 물고 있다가 물총에 보급도 하였지만 끝내는 더 굵고 큰 물총을 만들어 많은 물이 더 멀리 나가기를 원했다.
할머니께서 늘 애지중지 여기시던 대나무로 된 지우산. 나는 겁 없이 그것도 잘라서 물총을 만들어 신나게 놀던 날 우산을 버려 놓았다고 집을 쫓겨났던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그 물총만은 버리기를 아까와 하였다.
지금와서 생각을 하여 보아도 나는 물총놀이를 꽤나 좋아했던 것 같다. 그 때 물총놀이는 참 재미있었다.
혼자서 마루 끝에 앉아 있어도 심심하지가 않았다.
물총으로 파리도 쏘아보고, 토담 밑 마당가에서 잘 자고 있는 강아지도 쏘아 놀래 켜 보기도 하였다. 어느때는 외양간에 누워 있는 소의 콧등을 쏘면 소가 싫다는 듯 고개를 흔들 때는 소 방울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푸른 가을 하늘에 맑은 물을 쏘아 올리면 푸른 하늘이 와르르 쏟아지기라도 하는 듯 물방울이 바람에 흩어져 이슬처럼 얼굴을 적셔줄 때는 피어난 무지개를 보며 물총놀이에 취하여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한번은 물동이를 이고 가던 마을 누나한테 물총을 쏘다 바가지로 물을 퍼서 던지는 바람에 멱을 감을 때의 서늘함·····.
산에 오르다가 딱총마무가 눈에 뜨이면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저절로 나오기도 한다.
또 어머니께서 애써 두레박으로 길어온 새물을 몰래 딱총 대롱으로 물을 빨아 마시다 핀잔을 듣기도 했고 딱총나무 대롱으로 하모니카 소리를 내는 노리개를 만들기도 했다.
그도 부족해 욕심을 부리고 더 크고 더 굵은 물총을 갖고 싶어서 딱총나무를 베러 갔다가 낫으로 손을 베어 쩔쩔매고 있을 때 쑥을 뜯어다 비벼 지혈을 해 주던 친구들을 생각하니 그 때의 우정은 지금의 딱총나무의 열매 만큼이나 빠알간 것 같다.
지금은 도시 생활에 찌들어 살아가다 보니 그 때의 고향이 그립기만 하다.
이제는 물총을 쏠 수 있는 맑은 샘물도. 초가지붕 위에 주렁주렁 달린 박을 따다가 켜서 만든 바가지로 물벼락을 맞아 보고도 싶다.
또 그와 같은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친구들과 물총놀이를 하며 영원히 함께 살고 싶다.
내가 만든 물총을 쏘며 살던 그 시절처럼 소년이 되어 살 수는 없는 것인가.
그렇게 즐겁고 자랑스럽게 한껏 꿈에 부풀어 있던 딱총나무로 만든 물총은 어린 시절의 추억만을 담고 있다.
그토록 의기양양했던 날들의 모든 꿈과 희망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걸까.
언제였던 가. 속리산에 식생조사를 갔다가 우연히 딱총나무를 보고 어린 시절이 그리워 물총을 만들어 보고 싶어 딱총나뭇가지를 꺾어온 적이 있었다.
우리 일행이 어느 식당에 들렸을 때 종업원 아가씨가 무슨 나무냐고 묻길래 한방에서는 신경통 약으로 쓰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은 물총을 만들어 노는 나무라고 설명을 해 주었더니 자기도 생각나는 일이 있다며 들려 주었다.
그 아가씨는 십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했다. 그때 친구들과 책가방을 들어다 주기 내기를 하였는데 자기는 늘 일등이라서 책가방을 한 번도 들어다 준 적이 없었다 한다.
그때의 그 내기 놀이는 오줌을 누어서 누가 더 멀리 가게 하는 시합이라고 하였다. 남자도 아닌 여자들이 서서나 앉아서 오줌을 누어 봤자인데······.
그녀의 이야기에 우리 일행은 흥이 나 있었다.
그 소녀들은 높은 논둑을 골라 논둑에 앉아 오줌을 힘줘 누어서 제일 멀리 가는 사람이 일등이 되는 거라 했다.
특히 겨울에는 흰눈이 쌓인 눈 위로 파란 보리싹이 보들보들하게 자란 위로 오줌을 갈겨 멀리 가게하는 놀이는 늘 즐거웠단다.
그녀는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속옷을 까 내리는 척 하고 슬며시 가랑이 속으로 손을 넣고는 한쪽 손가락으로 오줌 구멍을 반쯤 막으면 물총을 쏘듯이 오줌 줄기는 멀리 나갔다고 한다.
때로는 잘못 오줌구멍을 막다보면 오줌 줄기는 조준이 잘 안되어 아무쪽으로 나 새어 나가기도 하여 그때마다 친구들에게 오줌 벼락을 주어 꾸지람을 받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은 오줌구멍을 막는 줄도 모르고 거기에 물총이 달려 있나보다며 자기들 끼리만 부르던 ‘물총ㅂㅈ’라는 별명까지 붙여졌었다고 하였다.
그들은 파란 보리밭에 인분을 줄때 똥장군을 휘저을 때 쓰던 보리밭 가운데 꽂아둔 똥침 막대기를 주어다 오줌 줄기가 떨어진 맨 끝에다 선을 긋고 등수를 매기었다고 한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듣는 동안에 얼마나 웃었는지 지금도 그 녀의 모습이 파란 보리밭 위에 어른거린다.
맑은 샘물을 물바가지에 떠서 물총을 쏘며 놀던 친구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가서 살고 있을까.
나는 아직도 딱총나뭇가지를 어루만지며 옛 추억에 젖어 덧없이 살아온 지난 날들을 물총에 담아 푸른 하늘에다 쏘아보고 싶다.
첫댓글 펀글입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옛이야기가 넘 사실적이고 재미있어 한번 읽으시고 옜날을 회상해 보시라고 올린 글입니다.
딱총나무는 접골목이라고도 하며 한방에서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