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접붙이기 / 仁松 朴正雄 (현재 대통령소속 자치분권 위원 )
남한의 금강산이라 일컫는 천하의 절경 월출산, 그 한 자락이 길게 뻗어
병풍처럼 마을을 안아준다. 앞에는 맑은 금강천이 굽이쳐 흐르는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이런 지형에 자리 잡은 그림 같은 마을이 강진군
성전면 신풍리 내 고향마을이다.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이런 천혜의 자연경관 속에서
대자연의 넉넉하고 포근한 숨결소리와
범상치 않는 신비한 월출산의 정기를 어려서부터 텔레파시 처럼 느끼면서
나와 우리 형제들은 자라왔다.
월출산의 정기가 마지막으로 짐을 풀고 그 서기가 어린 명당 터라고
우리 집터를 이야기 해준 어르신들 말씀을 종종 들으며
어려서부터 우리 형제들은 가난했지만
미래에 대한 꿈과 자부심이 남달리 대단했고
명산의 정기를 받으며 자라니
반드시 나라의 큰 일꾼이 될 수 있다는 든든한 믿음 속에서
꿋꿋하게 호연지기를 품고 학업에 정진한 결과
모두가 최우수 성적을 유지하면서 석,박사 학위까지 마치고
필자는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광주고를 1~2 위로 졸업 했던 남동생은 현대해상 보험 수석 이사를
퇴임하고 용역회사 회장으로, 강서 제일 교회 장로로 활동하고 있고
누이는 교직에서 교원으로 정년 퇴직 후 사회적 기업 조합에서 근무 중이다.
지금 회상해보니 분명 명산이 주는 기운을 우리 형제들은
영혼 깊숙이 어려서부터 받아들이고 접목시켜서 지덕체를
조화 시키는 교육으로 성장한 행운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환경에 터를 잡고 우리들을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한
한없는 감사와 그리움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이 뭉클하다.
이런 생각은 1990년 내가 미국 씨에틀 시를 방문하면서
얻은 정보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씨에틀 시는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 소재하며
인구 59만명에 아름다운 항구도시이자 미국 서부항만물류,
교통의 요충지이다.
이 도시는 항만의 상거래를 통해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기독교 신앙이 강한 지역이다보니
시민들은 미국 어느 지역보다 기업을 창업하고 키우는 데에
일찍부터 눈을 뜬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의 중소도시에 불과한 이 지역에서
세계적인 대 기업가가 무려 4명이나 배출 되는 기적을 낳았으니
빌게이츠, 보잉, 맥콜드, 코스트가 바로 그들이다.
이런 기적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겠으나
그래도 어려서 환경과 신앙심의 영향력이
인간의 영혼 속에 깊숙이 접목된 것이 아닌가
나름대로 상상해 보았다.
이런 상상의 날개는 어느덧 다시 타임 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 나의 고향 추억 속으로 나를 안내해 준다.
지금은 모두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나의 부모님은
가난 속에서도 자식들 마음 옷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곱고 선하게 기르시고자 우리 고향에서는 가장 부지런
하시다는 칭송을 들으시며 밤낮 없이 일하시고
시계처럼 정확하시며 인자하시고 겸허하신 처신으로
새벽길 30리 걸어 읍내 장에 농산물을 팔아
자식들 학용품이며 학비 대 주시던 그 크신 은혜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꿈속에서라도 자주 뵙고만 싶다.
내가 어렸을 때 똘감 나무가 월출산 끝자락인
우리 집 뒷뜰과 텃밭에 몇 그루 있었다.
지금도 자식들이 오면 버선 발로 나오셔서 반가이 맞아 주실 것만 같은
어머님! 어머님의 채취가 짙게 배어든 뒷뜰과 텃밭이 아니던가.
아무튼 어머니께서 내가 어릴 때 똘감 나무를 잘라버리고
좋은 감나무를 접붙이면 참 감이 열린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외갓집으로 달려가
감나무 접붙이기를 잘 하시는 외갓집 큰 외숙께 부탁하여
텃밭 감나무 몇그루에 접붙이기를 했더니 진짜로 좋은 감이 열렸다.
어린 마음에도 큰 외숙님의 능력이 경이롭게 생각되었다.
시장, 군수로 근무할 때는 어릴 때 기억을 되살려서
관내 시범농가와 경남 김해군 진영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게 주선하여주고
시군비 예산 일부를 무상 지원하여
신부유 단감으로 감나무 접붙이기 시범사업을 시행하여 크게 성공했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씨로만 좋은 감이 되는 것이 아니고
'접붙이기로도 얼마든지 좋은 감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실히 깨달았다.
좋은 집안 혈통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저절로
인품이 모두 훌륭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자기의 태어난 천성에
우선 부모님의 좋은 인품을 가정교육을 통해서
꾸준히 노력하여 접붙여야 한다고 본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스승과 좋은 선후배, 동료 등
좋은 사람의 성품을 끊임없이 정보교환하고 접붙이기하고 창조주에게
나의 영혼을 접붙여야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해본다.
1970년대 공직자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애국심, 새마을 정신을
자기 공직생활에 너도 나도 접붙이기했다
그래서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만일 악행을 하는 사람에게 접을 붙이면 자기도 모른 사이에
악한 사람 대열에 합류하리라 여긴다.
정신적인 접붙임을 신앙적으로는 창조주 영접이라고 한다.
요한복음 1장 12-13절에 "하느님을 영접하는 자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와 은혜를 주셨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창조주 영접 즉 접목으로 성공한 몇 사람의
정보를 내가 입수한 내용은 이러했다.
그 중 한 사람이 연세대학교 총장, 문교부 장관,
참의원 의장, 대통령 권한 대행을 역임한 백낙준 박사이다.
그의 부친은 소경 점쟁이로서 미신을 굳게 믿었으나
그 아들을 위해 점쟁이 일을 접고 창조주를 영접한 덕분에
친구들에게 늘 따돌림 받던 아들이 성경 말씀을 따라
훌륭한 인물로 성장 할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백낙준 박사의 간증 기록에 나와 있다.
다음은 세계적인 석유왕 록펠러이다.
그는 석유사업 등으로 세계적인 갑부가 되었으나
54세에 피부가 썩어들어가는 불치병에 걸려 몇 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의사의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왕 죽을 바에야 창조주에게 접목하는 인생을 살기를
굳게 맹세하고 자기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록펠러 재단을 세우고 각 대학교, 연구기관, 학자, 문인,
예술가, 빈빈가, 교회 등에 대대적인 기부사업을 실천하여
미국 기부문화가 꽃피울 수 있는 큰 디딤돌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베푸는 정신의 축복을 받아 행복감이 충만해지자
그의 병은 깨끗이 치유되어 44년을 더 살다 98세에 영면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한다.
창조주 영접은 때론 이런 기적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한다.
사고의 지평을 좀 더 넓혀보면
요즘 유행하는 통섭과학, 융합기술과학, 제 4차 산업혁명이란 것도
독립된 칸막이 학문의 벽을 헐어서 좋은 학문 분야의 장점끼리
접붙이기로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 5G통신 , 빅 데이터 운영, 블록체인, 로봇산업,
드론 산업 등을 추진 시너지 효과를 몇 백 배 더 올려보자는 접붙이기 시도이다.
그 시도는 성공하리라 보며 각대학, 대학원에 제 4차산업 혁명 관련
분야 학과가 본격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기업에도 기술력만으로는 경쟁력이 약하다고 보고
인문사회학의 장점인 감성경영을 끌어들여
제품에 감성력과 문화의 향기를 담아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경영철학이 대세이다.
즉 기술력에 감성력, 문화의 향기를 접목한 성공사례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아름다운 산하에서 탐스럽게 열린 감나무를 바라보면
어린 시절 감동이 새삼 떠오르고 농민들의 순수하고 치열한 삶의
숨결소리가 들린다.
매끄러운 감잎들이 쏟아내는 물방울들로 내 마음은 온통 초록빛으로
싱싱하게 물든다.
작년 귀향 시에는 고향집 텃밭 단감나무 한그루에 우리 가족은
마냥 행복하고 흐뭇했다.
단감이 익어가는 가을에는 또 다시 고향에 내려가 따스한
마음들이 모여서 오손도손 단감으로 웃음꽃을 가득 피워야겠다.
(2011년 초작, 2021 1.11 일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