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카페 개설자입니다.
여기 들어와서 가입을 한 분이라면 자녀가 혹은 친지가 아급성 경화성 범뇌염 이라는 병에 걸려있으리라 생각됩니다.
2008년 5월 제가 처음 병명을 진단받고 너무나 막막해서 이곳저곳 검색해서 돌아다녔던 때가 생각나네요...당시 제 딸아이는 중학교 3학년 이었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학교 친구들이 자기를 따돌려서 학교 다니기 싫다고 전학 보내달라곤 했었는데 그 조차도 이 병의 증상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고는 너무 아팠습니다.
희귀난치성질환 센터 환우찾기에서 같은 병에 걸린 보호자 몇 분과도 통화를 했었고.. 통화마다 난생 처음 통화하는 사이인데도 서로의 아픔을 같이 느끼며 같이 눈물 흘리며 통화를 했습니다. 모두들 이미 사랑하는 아들 딸들과 이미 작별을 한 상태여서 더 이상 도움을 받기 위해 전화를 한다는 것이 그들에겐 고문과도 같을 것이라는 생각에 전화는 더이상 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환우들 연락처가 눈에 띄어도 전화를 할 수가 없었죠..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에.... 이 아이도 이미 세상과 이별을 했으면 어쩌나.. 내가 더 절망에 빠질 소식을 접하게 되면 어쩌나.. 그래서 이번엔 포탈사이트에서 병명으로 검색해서 뜨는 관련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온갖 포탈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로는 100만명 중에 한명이 걸릴 정도의 희귀병이며 걸리면 1~2년 이내에 대부분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암울한 내용들 뿐이었지요. 저는 희망을 잃지 않고 검색에 뜬 사이트는 한군데도 빠짐없이 다녔습니다. 심지어 영문 사이트 까지도..
해외의 경우 좀 더 희망적인 내용들이 눈에 띄더군요. 뇌세포에 손상은 있지만 병이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8년째 살아내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이트에선가 5%의 자연치유율이 보고 돼 있다는 내용을 보고는 더 이상 절망적인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5%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여기저기서 좋다는 방법은 다 썼습니다. 대체의학에 관한 책들도 읽으며 아이의 환경을 하나하나 바꿔주기 시작했지요.. 맨처음엔 눈이 안보여서 병원을 찾게 되었고, 시신경엔 전혀 이상이 없고 안과적인 문제는 전혀 없는데도 앞이 안보인다고 하니 학교 다니기 싫어서 꾀병을 부린건 아닐까.. 의사선생님도 그랬을거예요.. MRI결과도 이상이 없었고, 별별 검사를 다 해봤지만 입원 후 2주가 되도록 병명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암튼 이러한 병의 진행은 이곳에 오신 분들 모두 대동소이 하게 같을거라 믿습니다결과부터 말씀 드리자면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저희 아이는 지금도 꿋꿋하게 병마와 잘 싸워내고 있습니다. 물론 도중에 심하게 진행됐던 적도 있었죠.. 오른쪽 팔 다리에 경련이 심하게 오기도 했고, 말을 거의 다 잃었던 때도 있었고, 심지어는 기저귀까지 찼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왠만한 의사표현은 다 합니다. 좀 발음이 어눌하긴 해도 인지력이 많이 나아져서 주변사람들을 보고 항상 웃으며 대화하곤 합니다. 저의 어떤 행동이 제 딸을 그렇게 좋아지게 했는지는 저는 모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좋아졌을 뿐이지 병이 치유된건 아니니까 기뻐하긴 이른지도 모르겠지요. 이곳에 오셔서 아급성 경화성 범뇌염이라는 병에 대한 어떤 정보라도 원하는 분들께선 절대로 희망을 잃지 말고 이렇게 좋아져가고있는 케이스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절망의 늪에 빠져서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던 날들이 있었지만 한숨 돌리게되니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생기더군요.. 아직은 제코가 석자면서도 말이죠
아급성 경화성 범뇌염이라는 병에 걸린 자녀를 두신 부모님이나 친지분들 모두 힘을 내십시오. 그리고 저희 아이보다 더 좋아진 케이스를 접하고 싶습니다.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연락하며 정보를 나누는것 또한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카페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이번에 탤런트 이광기씨의 아들이 신종플루로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는 것을 보고는 나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사랑스런 딸의 손을 만질 수 있으니까요.. 뽀뽀도 주고받고.. 우리모두 눈물을 닦고 아픈 아이를 위하여 더 많은 사랑을 주도록 해요..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