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다의 후기 저작은 매우 사회문화적이고 또 정치적인 차원으로 나아가면서 마무리되고 있다. 그가 후기에 주로 논의한 환대, 선물, 유령, 용서, 윤리, 정의, 책임 등의 개념은 그의 이전까지의 작업과는 차별적이면서도 동시에 그 연장선에 있다. 데리다는 이들 개념 가운데 특히 정의를 해체 불가능한 개념이라 강조하고 있으며, 이것이 해체가능하다면 오직 무한히 완성될 수 있는 차원에서만 그렇다고 말한다. 그것은 정의의 개념이 법이나 법칙과 달리 이미 "결정될 수 없는"(undecidable) 위치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된다. 이는 논리적인 설득이기도 하지만, 분명 그의 신념을 피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데리다의 정의론은 법을 넘어선 정의의 정치학이라 이름 할 수 있다.
데리다의 정의론은 그가 이전까지 발전시켜온 해체적 논리에서 더 나아가 한층 적극적으로 "자기화 할 수 없는 타자에 대한 생각과 배려"를 주문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서 타자는 생각되고 배려되어지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대상으로서의 타자에 내재한 타자성은 지워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정된다. 이와 같이 대상을 이상적 대상(objet idéal)으로 대하는 것은 타자에 대한 윤리적 배려로써, 이는 해체주의의 가장 분명한 윤리적 목소리가 되고 있다. 이러한 윤리학은 또한 정치학을 넘어서는, 그래서 이상적 정치학을 가능케 하는, 가령 민주주의의 지속적 실현을 가능케 하는 기저 논리로 설정된다.
이런 점에서 데리다의 정의론은 미학적 특성을 갖는다. 그러한 틀은 개념화되지 않고 항상 유동적이자 일회적으로 그리고 창조적으로 만들어나가야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의 문학에 대한 논의는 정의론과 미학이 교호하는 장이 되고 있다. 기실 그의 이론은 철학의 문학적 특성을 강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문학을 "위치 짓기 어려운"(less placeable) 영역으로 설정하는 것 등은 그의 철학적 논의와 궤를 같이 한다. 그에게 문학의 좌표는 내용적, 형식적 불확정성에서 찾아진다. 그는 문학이 현실적 불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환대하며 오히려 이를 가장 근본적 원리로 삼는 장르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불가능성, 타자성과 함께 문학을 특징짓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이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타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또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조건 속에서 문학은 가장 자유로운 언술을 구사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 무책임하기보다는 무한한 자기책임을 진다. 동시에 이와 같은 문학의 타자성은 일반화와 개념화를 계속 거부하면서 일회적 독자성을 갖는 무수한 예와 사건으로 존재한다. 문학은 불가능한 것을 경험하는 예 혹은 사건들로 구성되며, 이에 따라 문학은 유령과도 같은 경계적 존재로 오늘의 현실을 미지의 미래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데리다의 정의론과 미학은 동일한 궤를 형성하면서 현실적으로 주어진 것들에 대한 재정치화를 촉구한다. 그의 정의와 미학은 현실적 불가능성이라는 차원이 지속적으로 견지되면서 현실의 것을 심문하기를 요구한다. 데리다의 해체론은 이러한 불가능성이 다가올 미래(to come)를 상상하게 하고 가능하게 하는 통로임을 강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