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인천판 도가니 사건과 관련해 시설 이사장과 법인 임원 해임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인천장차연)는 지난 달 2일부터 이른바 ‘인천판 도가니’라고 불리는 인천시장애인주거시설 명심원·예원의 인권침해사건과 관련해 ‘시설 이사장과 법인 임원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어 지난 달 23일에는 인천시청 앞 노숙농성에 들어갔으며, 지난 3일에는 인천시 송영길 시장과의 1차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송 시장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시청 장애인복지과 측과 인천장차연 측 입장이 다르니 추후 계양구청·연수구청 관계자, 명심원·예원 관계자를 한 자리에 불러 시장 집회하에 2차 면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장애계단체는 “12일 동안 폭염 속에서 농성을 했건만, 어떻게 농성의 요지도 파악도 하지 않은 채로 면담에 임할 수가 있느냐.”고 질타했다.
인천시는 구청·국가인권위원회의 부하 기관?
1차 면담에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작은자야학지회 장종인 사무국장은 ‘명심원과 예원의 시설비리와 장애인인권침해사례’를 각각 설명하고, 계양구청·연수구청·국가인권위원회·인천시 장애인복지과에서 제출한 의견들을 취합해 내보이며 “구청의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보면 시도지사가 법인 임원을 해임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시장이 나서서 인권침해가 명백한 명심원과 예원의 법인 이사진 임원들을 해임할 것.”을 촉구했다.
장 사무국장이 나열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송 시장은 인청시청 담당 팀장들에게 진상 여부를 묻자, 장애인자립기반팀 홍순민 팀장은 “현재 상황파악을 하는 중으로, 명심원의 경우 이사장 사택에서 시설장애여성이 가사노동을 하고 포도밭 강제노동을 한 것은 사실.”이며 “이에 대해서는 연수구에서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답했다.
장애인복지과 한길자 과장은 “명심원의 폭행 여성 보도를 보고 즉각 조사해 연수구청이 조치를 내렸고, 예원의 경우에는 시설장 교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이상의 처벌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정책팀 황유익 팀장은 “계양구청과 연수구청 관할 구역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처벌하는 것이 맞다.”고 동조했다.
이에 대해 장 사무국장은 “관할 구청의 행정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처리해달라며 시청을 찾아온 것이 아닌가.”라며 책임 있는 대책을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한 과장은 “현재 국가인권위에서 명심원과 예원의 인권침해 문제와 관련해 조사 중이므로, 9월경 결과가 나오는대로 사실관계 확인 후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답에 장 사무국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언제부터 인천시청의 상관 기관이었는가.”라고 비판, 인천장차연 박길연 대표는 “인천시 장애인복지과에서는 실상은 구와 인권위의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대답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에 철저히 관리감독을 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하는 것이 인천시의 의무.”라고 꼬집었다.
인천시청과 인천장차연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송 시장은 2차 면담을 기약하며 다음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떴고, 인천장차연은 시청으로부터 아무런 약속도 받지 못하고 1차 면담을 마쳤다.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에도 출입문 봉쇄로 ‘수치심’ 줘
바깥에서 면담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장애계단체 활동가들은 ‘시장에게 우리 요구에 대한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으며, 2차 면담을 통해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소식에 노숙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폭염에 지친 장애계단체 활동가들이 시청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인천시는 각목을 이용해 시청 출입문을 봉쇄했다.
한 장애인의 ‘화장실을 가게 해 달라’는 요구에도 시청 문은 열리지 않았고, 결국 해당 장애인은 옷에 ‘실례’하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껴야 했다. 인천시는 40여 분 끝에 ‘한 명씩 들어가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서야 장애계단체의 출입을 허용했다.
“회계부정·허위보고 시 직권으로 이사 해임 명할 수 있어”
인천장차연은 면담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명심원과 예원에서 행한 장애인 인권 침해 사례를 설명했다.
인천장차연에 따르면 명심원의 경우 ▲2001년~2005년 시설생활 지적장애여성을 이사장 집 가정부로 고용(무보수) ▲2002년~2010년 이사장 개인소유 포도밭에 생활인과 생활교사 강제동원해 노동착취 ▲2010년 12월 지적장애여성의 옷을 생활인들이 보는 앞에서 벗겨 그 옷으로 손과 목을 결박한 채 방치 ▲2011월 8월 옷을 뜯어먹는다는 이유로 지적장애여성의 상의를 벗겨 가슴을 노출시킨채 생활토록 방치 ▲16년간 근무한 생활교사에 의한 상습적 생활인 폭행 ▲시설용도로 허가된 공간을 개인용도로 사용 등을 해왔다.
또한 지난 3월 연수구청과 인천장차연이 민관 합동으로 명심원에 대한 인권실태조사를 하기로 했으나, ▲명심원 측은 시설종사자들과 생활인들을 상대로 조사에 응하지 못하도록 조작했으며, ▲이 과정에서 비리를 제보한 생활교사 2명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것.
인천창차연은 “계양구에 있는 예원의 경우에는 △생활교사 허가없이 외출했다는 이유로 9세 장애아동과 54세 지적장애여성에 폭행을 가하고, △자위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11세 장애아동 성기를 자로 구타했으며, △시설장은 인권유린을 알고 있었으나 방관해왔다. △이 과정에서 계양구청 담당공무원 역시 2차례에 걸쳐 인권유린을 적발했지만 행정조치 없이 묵인했으며 상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예원은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검찰 고발 및 시설장 해임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계양구청은 인권침해를 알고도 대처하지 않은 담당공무원에 대해서는 1개월 감봉이라는 가벼울 처벌만을 내리고 문제를 마무리 했으며, 가해교사와 시설장에 대한 해임조치를 취하긴 했으나 그마저도 시설장과 법인 이사장이 동일인물인 관계로 근본적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실정이라는 것.
인천장차연은 ▲인권지킴이단 상시 운영 ▲검증된 공익이사 파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24시간 신고 가능한 장애인인권 신고 센터 운영 ▲연 2회 인권실태조사 정례화 ▲탈시설-자립생활 계획과 예산 수립 ▲예원 및 명심원에 대한 법인 이사장 등 임원진 해임조치를 제시·촉구했다.
인천시청 장애인복지과는 지난 달 30일 “인권침해 등 불법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면, 장차연의 제안을 수용할 것.”이나 “공익이사 파견에 대해서는 사회복지사업법에서 정한 기준대로 따를 것이며, 자립생활은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인권침해 장애인주거시설에 대한 법인 임원진 해임조치에 있어서는 “법률 자문가 자문결과 해임을 명하기 어렵다.”며 “현재 국가인권위원의 해당 시설의 인권침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에 인천장차연은 ‘법인 이사 해임 가능 여부’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염형국 변호사에게 자문을 요청했다.
염 변호사에 따르면 관할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법인의 해당이사가 형사 처벌을 받는 것과는 별도로, 그 전후에 관계없이 회계부정이 발견됐거나 허위보고를 한 때에는 즉시 직권으로 이사의 해임을 명할 수 있다.
더불어 “인권침해가 확인된 시설에 대한 유효하고도 시의적절한 관할 지자체의 행정조치는 거주시설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라는 게 염 변호사의 의견이다.
이번 인천시의 태도에 대해 장 사무국장은 “오는 10월 세계적인 장애인 복지도시를 슬로건으로 ‘2012년 세계장애대회’를 개최하는 인천시가 인천지역 장애인 인권문제에 있어서 눈을 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농성을 지속하며 인천시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한편, 인천장차연과 인천시의 2차 면담은 송 시장의 휴가기간이 끝나는 오는 16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인천장차연은 이에 앞서 13일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인천판 도가니 사건과 관련해 시설 이사장과 법인 임원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송영길 인천시장 및 시청 담당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있다. |
▲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송영길 인천시장 및 시청 담당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있다. |
▲ 1차 면담 결과에 낙담하는 장애계단체, 그 뒤로 일정이 있다며 면담을 일찍 마친 송 시장이 시청 방문 단체에게 배웅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
▲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출입을 요청하는 농성자와 이를 막아서는 인천시청 관계자. |
▲ 한 명씩 줄을 서서 시청 화장실에 출입하는 중증장애인 농성자. |
▲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인천시를 질타하며 걸어놓은 손팻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