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딘버러에서 안신님이 올려주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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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대학교는 아름다운 도시에 위치해 있지요. 스코틀랜드의 수도에.... 정치의 중심이며 박물관이 많고 볼만한 건축물이 많다는 점에서는 미국의 워싱턴시티와 비슷하고, 상업이 활발하고 생동감있다는 점에서 뉴욕과 비슷하고, 대학도시라는 점에서 보스턴과 비슷합니다. 날씨는 변덕스럽지만, 항상 가을날씨 같아요... 겨울에는 3시경에 해가 지는 대신 여름에는 11시까지 환합니다. 사람들은 비교적 친절한 편인데, 흡연인구도 많아 천식 1위의 나라랍니다. 축구와 술을 좋아하고, 잉글랜드와의 관계 속에서 암울한 역사를 보내기도 했죠.... 윤보선4대대통령이 여기에서 고고학을 전공했고, 현 영국 수상 토니 블래워 총리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찰스 황태자가 웨일즈의 왕자이듯, 현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 필립이 에딘버러의 공작/왕자입니다.
에딘버러 성 옆에 위치한 에딘버러 신학부는 6개분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구약학, 신약학, 교회사, 조직신학, 종교학, 세계기독교입니다. 각 과마다 교수 한분씩인데, 유독 구약학에만 교수가 두분입니다(올드와 와이트). 미국의 근동학을 와이트교수님이 지도하시는데, 종교학과와 연계하여 이집트종교 등 근동종교에 대한 연구를 하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과의 구분을 넘어 학제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예를 들면, 신학과 미디어, 설교신학, 아프리카의 기독교고등교육...).
에딘버러에는 머리가 셋이라고 하는데, 올드학장님, 톰슨대학원장, 퍼거슨교장님이 있습니다. 지금은 구약학과 세계기독교(선교학)에 한국분이 몰려있는 듯하네요. 구약학에 4명, 선교학에 3명 종교개혁을 전공한 도슨박사가 저의 연구계획서를 검토했는데, 존 록, 칼 빈, 루터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조직신학, 설교학에 몇 분 더 계신것 같아요. 미국인 2세도 눈에 띕니다.
석박사 대학원생 150명가량으로 영국 최대라고 하는데, 전공이 틀리면 거의 만날 기회가 없습니다. 영국식 박사과정은 미국과는 많이 틀립니다. 제 교수님 말씀으론, "이젠 자네가 전문가이니 우리가 배워야지?"(저의 논문의 논지와 방법론을 꼼꼼히 봐주시면서...)
처음 일 년은 논문 주제를 찾아야 합니다. 저의 경우도 많이 주제가 좁아졌고, 대체로 처음 생각보다는 폭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논문 주제를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은 기존의 2차 연구에 대한 비판을 시작으로 서지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등록은 3년간 하는데 보통은 3년 반에서 4년에 마치는 것같습니다. 영국학생들은 2년이지나면, 3년차부터는 벌써 일을 찾아 강의를 시작합니다.
선생님들은 미국보다는 더 친근합니다. 가족사에 대해서 묻고 시시콜콜한 개인사에도 관심이 많죠... 자주 선생님 댁에도 가지만, 매주 만나는 지도교수는 인생의 반려자인 듯합니다. 매주 두 세시간 만나서, 글도 고쳐 주시고 질문도 들어주시고.... 재미있죠... 이것은 물론 선생님 마다 다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학생 스스로 일을 처리해 나갈 수 있는 독립적인 학문적 능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도 많이 들었지만, 한국학생들은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온다는 데에 유럽의 학자들도 좀 놀라죠... "네 분야를 찾아라..." "내가 못했지만, 너는 너대로...." "그것은 네가 할 일...." 영국의 박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분야에 독특한 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획기적 기여... 단순히 짜집기 수준이면 석사학위로 족하다는 애기죠...
그래서 지금도 자료를 이리잃고 저리 잃고 고민 많이 합니다. 혹여나, 나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 많은가? 이럴때는 차별화를 선언하라고 합니다.
2년차 3년차 4년차의 박사과정 학생들은 말그대로 도서관이나 컴퓨터와 씨름을 합니다. 외로운 투쟁이죠... 그래서 운동도 해야 합니다.... 너무 많은 시간 같지만, 논문을 길게만 써도 무의미 합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그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글을 쓰라는 것입니다. 출판되면 좋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네요... 입학 후 3년 혹은 4년에 마치고 떠나라는 식입니다. 일하러 가라는 애기죠.... 일하러 가세...
강의와 세미나 위주의 미국교육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는데, 영국의 지도교수식도 나름대로 더 친근하여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네요..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학문하는 재미도 있는듯하네요.. 그러나 영어로 글쓰기는 항상 어려운 것같네요.
우리 앞에 간 분들의 말로는 박사학위는 운전면허증이라는데 정말 그런가요? 지금 북부의 아테네는 가을 날씨입니다. 약간 저녁으로 춥기도 하고... 오늘도 외롭게 글을 읽고 틉을봐 들어왔어요... 앞으로 경험할 에딘버러는 보다 체계적으로 소개할께요? 한가지 유념할 사항은 각 대학 소개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분과별, 교수님별로 그 경향을 소개하는 것이 박사과정을 지원하시는 분을 위해서는 더 나으리라 봅니다.
저는 이런 말이 기억나네요.. "네가 졸업한 학교가 최고지!" 왜냐하면, 그 학교 외에는 다른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두루 두루 거치면 비교의 안목은 생기겠지만, 역시 하나만 알기도 퍽 찰때가 많네요...
회원님들 중 스코틀랜드 대학 혹은 영국 대학에 관심있으신 분은 연락주세요... 제가 아는데까지 말씀드리죠.. 하지만, 학교에 홈피를 통해 학과 비서에게 물어보시면 더 빠른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저도 그분들에게 많이 묻거든요.. 좋은 여름 되시길 기도드리며...
에딘버러에서 낙수줍기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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