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M에서는 오전에 60밧에 간단한 한식 아침을
제공합니다. 김치 포함 4가지 반찬과 국, 밥이 나옵니다. 생각보다 훌륭한 아침식사를 하고 오늘 일정을 챙겨봤습니다.
그런데 로비에서 지난번 프놈펜에서 만났던 한-일 커플을 다시 만났습니다.
보름 전에 만난 커플인데 시하눅빌과 씨엠립에 있다가 우리보다
하루 빨리 방콕에 왔다고 합니다. 여
행하다가 만난 사람을 다시 만나면 참 반갑습니다. 이 분들은 인도네시아로 내려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인도네시아로 내려가고 싶어집니다. 인도네시아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차오프라야 익스프레스를 타고 차이나 타운에 갔다가 다시 씨암으로 가서 어제 못 본 쇼핑몰과 백화점을 쏘다니기로
했습니다. 사실 카오산 거리에서 차오프라야 익스프레스(차오프라야 강을 따라 다니는 보트) 13번 정류장이 가깝습니다만 Kelly양은 그걸 몰랐던 모양입니다. 작은 골목을 따라 조금
들어가서 강이 나오자 상당히 황당해 하며 한마디 던집니다. “강이 이렇게 가까웠어?”

일종의 급행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란깃발 보트는 18밧이고 정류장마다 서는 완행인 오렌지색깃발 보트는 13밧입니다. 우리는 20분 정도 기다려서 오렌지 깃발 보트를 탔습니다.

보트는 강을 따라 달리고 강바람이 시원합니다. 왕궁도 보이고 Kelly양이 좋아하는 왓아룬(Wat Arun)도
보입니다.

차이나 타운으로 가려면 5번 부두 정류장인
Racha Wongse에서 내려야 합니다. 내려서 조금만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골목을 다라 왁자지껄한 시장이 펼쳐집니다. 사실 차이나 타운에는 온갖 물건을 파는 시장이 많은데 우리는 한군데만 돌아봤습니다. 우리가 돌아본 시장은 주얼리나 문구, 신발류를 주로 파는 시장입니다.

날씨가 너무 덥습니다. 사실 2007년 12월에 방콕에 왔을 때 저는 이곳에
왔었더랬습니다. Kelly양과 굳이 차이나 타운에 와 보고 싶었던 것은 차이나 타운에서 얼마 멀지 않은
후알람퐁 기차역 맞은 편에 있는 작은 커피전문점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신 기억 때문입니다. 그때도 차이나 타운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후알람퐁 역까지 걸어오게 되
었습니다. 역 앞의 MRT역 입구에 작은 커피 전문점이
보였는데 들어가보니 의외로 커피값이 저렴했습니다. 20밧이엇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환율로 600원이 안되었죠. 그런데 정말 큰 컵에 정말 맛있는
아이스 커피가 나오는 겁니다. 그걸 먹으면서 역앞에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걸 한참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달콤한 휴식이었습니다.
그 기억 때문에 오늘도 꼭 그 집에 가서 아이스 커피를
마시리라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커피집 간판은 그대로 있는데
(이제 보니 Station 커피집이었습니다) 미용실로 바뀌어버렸네요. 아.. 정말 이 실망감과 허탈함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작은 기억들을 더듬어 가는게 참 행복한 일인데 참 아쉽습니다.

몸이 너무 피곤했던 우리는 커피 한잔의 휴식도
못가지고 바로 씨암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후알람퐁 역 앞에서 씨암으로 가는 버스는 21번과 113번, 그리고 204번 정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버스정류장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한낮의 땡볕 아래에서 10대 이상의 40번 버스가 지나가는 동안 우리가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어제도 15번을 30분 넘게 기다리다가 결국 씨암에서 팟퐁까지 걸어갔습니다만 오늘도 버스운이 영 없네요.
결국 1시간 가량 기다린 후에야
21번을 타고 씨암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밥 먹을 시간이 되었으니 어제 저녁을 먹은 Siam Paragon 지하의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역시 현대 문명이 좋기는 좋습니다. 시원하고 편안하네요.
Siam Paragon 지하에는 Ocean World라는 엄청난 규모의 수족관이 있습니다. 오늘 꼬맹이들이 단체 관람을 온 모양입니다. 아주 푸드코트가 시끌벅적 합니다.

Ocean World는 입장료가 850밧입니다. 안에서 바닥이 유리인 보트를 타거나(150밧), 3D IMAX영화를 보거나(250밧) 하려면 돈을 더 내야 합니다.
지금으로선 이틀치 생활비를 수족관에 쓸 여유가 없네요. 그냥 수족관 입구에서 곰돌이랑 생선이랑 도우미 걸들이 춤추는 거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Central World Plaza를 비롯해 Gaysorn, Big-C 등 방콕
최대의 쇼핑몰과 큰 빌딩들이 서 있는 랏차담리(Ratcha Damri) 거리로 갈 수
있습니다. 어제 쇼핑몰 구경에 이어 2부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방콕이 너무 더워서 시원한 쇼핑몰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랏차담리 거리의 모습입니다.

센트럴 월드 플라자는 Zen과 Isetan 두 개의 백화점이 중간에 큰 몰로 연결된 엄청나게 큰 백화점입니다. Zen 백화점의 내부 규모가 어마어마 합니다.

Kelly양을 찾아보세요.

센트럴 월드 플라자 앞은 작은 공연들이 이루어지는
무대도 있고 넓은 광장을 가지고 있어서 가만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만 쳐도봐도 재미 있습니다. 방콕의 여대생들은 저렇게 교복을 입고 다닙니다. 떼로 몰려다니면서 쇼핑몰 구경하는
것은 전세계 어디나 같은 모양입니다.

Kelly양이 센트럴 월드 플라자를 배경으로 뭔가 컨셉 사진을 하나 찍어달라고 해서… 저랑 여행다니면서 열심히 걸어다니더니 코카콜라 병만큼 날씬해 진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금방 잠온다면서 길거리에서 잠에 곯아
떨어집니다. 아… 다리가 저려오는군요.

센트럴 월드 플라자 맞은 편으로 게이손 백화점이
있습니다. 백화점 안에 들어갔더니 1층에 로비 근처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가 연주되고 있네요. 정신 놓고 들었습니다. 정말 낭만적이죠?

여기도 규모는 어마어마 합니다. 방콕을 제2의 홍콩으로 만들려는 계획 아래 이런 큰 백화점들을 만든것으로 생각됩니다. 규모에 비해서 현재는 손님이 많지는 않은 것 같지만 이대로라면 방콕이 홍콩을 능가하는 쇼핑천국이 될 것 같습니다.

게이손 백화점 바로 옆에 있는 Big C는 대형 할인점입니다. 그런데 별로 싸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씨암 파라곤 푸드코트 옆에 있는 슈퍼마켓이 더 싼거 같습니다. 그런데 4층에 있는 푸드코트는 씨암파라곤보다 더 싸고 음식도 맛있습니다. 30밧 정도면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1층에 보니 1밧짜리 몸무게 재는 기계가 있습니다. 그동안 여행을 통해 살이 많이 빠졌다고 생각한 Kelly양, 과감하게 몸무게를 재 봅니다.
음…. 결과는 노코멘트입니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 우리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다리도 너무 아프고 더 이상 걷기 힘든 상태여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Kelly양 갑자기 엄청 Up되어서 방콕의 밤을 더 즐기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랏차담리에서 얼마 멀지 않은
나나역 부근의 야시장과 나나플라자를 가 보기로 했습니다. 511번을 타면 바로 갑니다.
나나역 부근에는 길을 따라 인도에 야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물건 구경하면서 걸어다니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코끼리가 길을 걸어 다니는군요.

이곳은 나나역 부근에 있는 나나플라자입니다. 팟퐁의 고고바들이 이곳으로 많이 옮겨왔다고 합니다. 예쁜 여자들은 다 이곳에 있다고
하죠? Kelly양 손잡고 바를 힐끗 힐끗 훔쳐보면서 1층부터 3층까지 돌아다녔습니다. 저 혼자 다녔다면 호객
걸들에게 뼈도 못추렸을 것 같습니다.
여기 오니 정말 트랜스 젠더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 눈에는 전부 남자같아 보이니 참…

오늘도 힘든 하루 일정이 끝났습니다. 원래 방콕에서 이렇게 빡세게 돌아다니는 일정이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숙소에 돌아오니 밤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은 정말 좀
쉬어야겠습니다. 도미토리다보니 모기한테 뜯겨도 모기향을 피우거나 할 수가 없네요. 밤새 모기에 뜯길 것 같습니다. 잠을 잘 자야 할텐데 말입니다. 호이안에서 100% 실크 슬리핑백을 살 걸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