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항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쓴다.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이름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
한국어를 비롯하여 동양3국에서는 인명을 성과 이름의 순서로 쓰지만 세계적으로 이름과 성의 순서로 쓰는 민족이 훨씬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자 표기에서 이름과 성의 순서로 쓰자는 주장도 많다. 실제로 명함이나 글에서 그렇게 쓰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동양3국에서는 성을 먼저 쓴다는 지식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도 많다. 서양의 기준에 맞추어 이름을 먼저 쓰고 성을 나중에 썼어도, 동양3국에서는 성을 먼저 쓴다는 지식에 따라 먼저 쓴 이름을 성으로 간주하는 외국인이 있을 수 있다. 중국에서는 로마자 표기에서도 성을 먼저 쓰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고 일본은 그 반대이지만 최근에 성을 먼저 쓰려는 움직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일관된 원칙인데 한국어에서의 순서대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름은 대개 두 글자인데 글자 한 자 한 자마다 의미가 있다. 특히 아직은 항렬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서 두 글자를 구별해 주고 싶은 동기를 강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붙임표를 음절 사이에 넣기도 하고 완전히 두 음절을 따로 띄어 쓰는 사람마저 있다.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하여 이름은 음절 사이의 표시를 없애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굳이 표기하고자 하는 경우에 붙임표를 쓰도록 허용하였다.
(1) 이름에서 일어나는 음운 변화는 표기에 반영하지 않는다.
인명의 이름만은 음운 변화를 반영하지 않기로 하였다. 예컨대 '복남[봉남]'이와 '봉남[봉남]'이를 발음이 같다고 해서 똑같이 Bongnam이라 적기는 어렵다. 특히 항렬이 존재하는 이상 인명은 지명과 달리 글자 하나 하나를 따로 표기해 주기로 한 것이다.
(2) 성의 표기는 따로 정한다.
성(姓)은 표기법대로 따르라고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I, '오'는 O, '우'는 U가 되는데 그렇게 쓰는 사람이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김', '박'의 경우에도 Gim, Bak으로 쓰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Kim, Park으로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물론 표기법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제일 좋으나 오래도록 여권, 신용카드, 명함, 논문 등에서 Kim, Park으로 써 온 사람으로 하여금 Gim, Bak으로 바꾸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새로 태어나는 사람부터 Gim, Bak을 쓰도록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아버지, 형, 언니, 오빠, 누나와 다르게 쓰도록 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표기법에 따른 표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쓰고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도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성의 표기는 관습적 표기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표기법에 따른 표기가 아니라 관습적 표기를 성 표기의 표준안으로 만들 경우에는 단지 어학자들만이 모여서 결정할 일이 아니고 해당 성씨에 속하는 이들을 포함한 폭 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따로 정하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