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출산장려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구·경북 지자체가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고, 지자체 인구 유출 문제를 해결할 묘책의 하나로 독려한 출산장려금제를, 이른바 '원정출산' 방식으로 이용하는 시·도민이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장려금 최다 지자체는 안동
대구·경북지역 기초단체 가운데 출산장려금 최다 지급 지자체는 안동시이다.
포항, 칠곡, 예천, 울진 그리고 대구 8개 구·군은 첫째 아기 출산시 지원금이 '0원'인 반면, 안동시는 2년간 총 240만원을 지원한다. 둘째(288만원), 셋째(480만원), 넷째아기(1천200만원) 출산시 지급액도 대구·경북 지자체 중 제일 많다. 다섯째 아기 출산 땐 무려 6천만원이 지원된다.
안동시의 출산장려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생아 보험료가 5년간 월 2만3천원 지원된다. 5년간 1만3천원씩 신생아 보험료만 지원하는 구미시와는 하늘과 땅차이다.
지난해 안동시는 신생아 2천931명에게 42억330만원을 지원했다. 이는 당초 안동시가 지원하려 한 2천760명보다 171명이나 많은 수치다. 문제는 이 출생인구가 안동 순인구 증가로 이어졌느냐 하는 데 있다. 안동시보건소 관계자는 "원정출산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며 "확실치는 않지만 주소지는 옮기고 사는 곳은 그대로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구의 경우엔 중구가 장려금 최다지원 자치단체다. 중구는 둘째 아기에게 70만원, 셋째 아기부터는 150만원에 출생 후 11개월간 양육비 월 20만원씩을 지원한다. 나머지 7개 구·군은 똑같이 둘째 아기에 50만원, 셋째 아기부터는 70만원에 매월 양육비 20만원(11개월간)을 지원하고 있다.
안동·영천·김천 등 多혜택 지역 고민
거주기간규정·분할지급 등 대책마련
◆지자체 원정출산 집계해 보니
지자체마다 출산장려금 격차가 커자 원정출산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일부 지자체는 말만 무성한 원정출산의 실체를 확인하기도 했다. 2008년 665명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영천시는 그해 10% 가까운 65명이 영천을 떠난 것으로 확인했다. 모든 출생아에게 출생시 50만원과 돌 축하금 50만원(둘째 아기 70만원, 셋째 아기 이상 100만원)을 챙기고 원주소로 되돌아 간 것이다.
지난해 원정출산을 집계한 김천시도 상황은 마찬가지. 김천시에 따르면 대구 등에서 온 산모 중 약 50명이 원주소로 되돌아 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주로 시부모나 친정·형제·친인척 집으로 주소를 이전하고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정부가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원정출산의 실체가 드러나자, 지자체마다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당 지자체에서 일정 기간 거주한 산모에게만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소 이전이 확인되면 지원을 중단할 요량으로 분할 지급도 보편화됐다.
경산, 성주, 경주는 최단 3개월에서 최장 6개월 이상 거주한 산모에게만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대구지역 8개 구·군은 신생아와 부모의 현재 주소지에 근거해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출산장려금제는 '무턱대고 퍼 주기' 혹은 '없는 것보다는 나은 제도' 등 보기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다"며 "일정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 입장에서는 가급적 시민 요구에 맞춰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해 여름 '출산장려금 지급기준을 마련하고, 장려금의 절반을 국비로 지원할 것'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묵묵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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