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원미동 | 최초 작성일 : 2004 11 19 | 최종 수정일 : 2006 5 26
2003.09.03.수요일 비가 내릴랑 말랑한 저녁이었습니다. 전딴지스였던 후배가 술을 사준다길래, 그럼 서부역에 껍데기집 유명한 데 있다니깐 거기서 사라 그랬더니 좋습니다 합니다. 선배인 제가 살 일이지만 가끔 그렇게 후배한테 얻어먹는 술도 참 맛있습니다. 아.. 가끔이 아니라 자주 때마다.. 던가요.. ㅡㅡ; 여튼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가본 서울역.. 여전하더군요. 떠나는 사람과 돌아온 사람.. 퇴근 시간 무렵의 서울역은 부산스럽고 생동감 있었지만, 반대로 낮동안 내린 비로 젖은 땅은 먼가 질퍽한 인상을 주고 간간이 보이는 걸인과 노숙자는 화려한 불빛에 가려진 대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메마르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서울역 시계탑 맞은 편에는 서부역으로 통하는 구름다리라고 할 만한 육교가 있습니다. 왜 서부역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서울역의 서쪽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잠깐 다리 아래로 보이는 철길을 따라 걷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철길은 왠지 낭만적인 단어입니다. 마치 끝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육교 한쪽으로 누워 자는 노숙자가 보기 불편하시면 서울역 대합실을 통한 쇼핑센터를 거쳐 서부역으로 가셔도 좋습니다. 육교는 많이 어둡거든요. 하지만 어두운 육교에서 멀리 보이는 동네의 밤풍경을 보는 것도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육교로 가시든 역사를 통해 가시든 서부역으로 나옵니다. 그럼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청파동을 향해 걸어 갑니다. 차를 탈 정도로 먼 거리는 아니고요, 그냥 철도청 담벼락으로 기어오른 담쟁이를 따라 담을 타지는 마시고.. 그 좁다란 인도를 걷다 보면 오늘의 맛집 포대포 껍데기집의 노란 간판이 보입니다. 아니면 지하철 4 호선 서울역에서 하차 12 번 출구로 나와 갈월동 방향으로 걷다가 우측으로 청파동 굴다리를 지나 반대편으로 와도 됩니다. 모.. 편하실대로 오세요. 버스는 서울역 가는 건 아무거나 타시구요, 서부역, 청파동도 됩니다. 아래 약도 잘 보시고 찾아가시길... 지도발췌: 네이버 지도검색 가게는 이미 연인 혹은 부부처럼 보이는 남녀, 아저씨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일찌감치 와서 자리를 잡지 않으면 수십분은 기다려야 껍데기를 먹을 수 있겠습니다. 아니면 아예 느즈막히 오시는 것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음식은 고픈 배에 먹는 것이 맛이 좋겠죠. 우리 일행도 무려 삽십분은 기다린 것 같습니다. 어떤 아주머닌 우리 일행보다 앞서 혼자 기다리고 있었는데 좀 있으니 가족들이 오더군요. 할머닌 소주 한 잔을 겻들여 드시고 아이들은 엄마가 싸준 입에 넣어주는 껍데기에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가족들과 껍데기집에서의 외식.. 보기에 아주 정겨운 풍경이었습니다. 가게는 아주 작았습니다. 드럼통이 여섯 개가 오밀조밀하게 겨우 사람이 오갈 수 있는 공간만 남겨놓고 있었습니다. 가게 안은 체육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근육질의 남녀 사진과 사장님 가족사진, 각종 매스컴에 실린 내용들으로 장식이 되어있었습니다. 또 몰르겠습니다. 낭중에 이 글도 그 벽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한 무리의 아자씨들이 빠져나가자 겨우 우리 일행의 자리가 났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듯이 껍데기 1 인분 5,000 원, 소금구이 2 인분 10,000 원, 소주 3,000 원입니다. '섞어주세요' 하면 알아서 1 인분씩 섞어 주신답니다. 그래서 4 인분 섞어주세요 했습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왠만하면 그냥 섞어주세요 하세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별미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주문이 들어오면 이곳의 주인장이신 포사장님이(그래서 가게 이름이 포대포집입니다. 화교출신이시라더군요.) 바빠집니다. 미리 양념장에 담궈둔 껍데기와 목살을 손님상으로 내가기 전 이것들을 한 번 구어내야 하기 떄문이죠. 익살과 재치 만점의 포사장님의 손맛이 아주 기가 막힙니다. 화력좋은 번개탄 위에 한 번 구워낸 껍데기와 목살을 완전히 익혀냅니다. 우선 살코기를 익혀내고 다음엔 껍데기를 아래 위로 익혀냅니다. 기름이 지글지글보글보글 오를 때 그 껍데기에 살코기를 싸서 와사비장에 찍어먹는 맛이란... 쫀득쫀득하고 달작지근한 껍데기와 기름이 쪼옥빠져 고소하게 잘 익은 목살코기의 오묘한 맛이란... 냐하하.. 세상에 이런 맛도 있구나.. 우리 일행은 놀랐답니다. 처음 가신 분들은 손을 들어 처음 왔다고 말해주세요. 나긋나긋하고 친절하게 목살 껍데기 쌈싸먹는 법을 알려주시는, 미녀삼총사 엉덩이를 냅다 후려칠 만큼 아름다우신 싸모님의 나레이션을 들어줘야 합니다. 또 포사장님의 특별쑈인 불타는 번개탄 1 미터 밖에서 화구에 던져넣기쑈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만 싸장님의 실력을 믿지 못하고 허둥대면 쑈를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우리 일행은.. 새가슴들이라 쑈를 못보았군요. ^^; 이곳 껍데기의 맛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랍니다. 포사장님부터도 이곳에서만 11 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하며, 이 맛의 근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마포에서 장사를 하셨던 포사장 어머님의 손맛이라고 하는군요. 본래 포사장님은 체육관을 경영하셨다가 문을 닫게 되면서 어머님의 권유로 가게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게 벽에는 육체미 모델의 사진이 여럿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싸모님은 그 옛날 체육관 시절의 수강생이었다는군요. ^^ 포대포 껍데기 집은 오후 5 시부터 12 시까지 매일 영업을 하며 매주 일요일은 쉽니다. 아예 일찌감치 가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가 힘들구요. 아니면 아싸리 늦게 가는 것도 좋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음식은 딱 고때에 먹어야 제맛이지요.. 몇십 분이고 기다릴 요량이면 아무 때곤 상관있겠습니까? 예약은 어렵구요. 기다리다 지쳐 근처 당구장에 가시려거든 아예 다음이나 한참 늦은 시간에 오세요. 그 사이에 또 누군가가 가게 앞에서 자리 비기를 기다리니까요. 그럼 맛집여행 포대포껍데기집 마칩니다. 아참.. 이번 맛집여행을 협찬해준 후배 나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구요.. 쩝.. 또 먹구싶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