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폼페이가 될 것인가

[지해범]

상하이는 폼페이가 될 것인가/2007.2.7

<황푸강에서 푸둥을 바라본 야경. 화려한 동방명주탑 앞으로 배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다. 이 강 지하로 푸둥과 푸시를 잇는 6개의 터널이 있다. >

<2017년 7월13일 새벽 4시, 억수같은 장마가 1주일째 계속된 상하이의 푸시(浦西)에서 푸둥(浦東)으로 넘어가는 제6번 터널 입구 벽면에서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미세한 틈새로 지하수가 새어 나곤 것이다. 1분 뒤 감시카메라와 감지기로 이 사실을 안 터널 관리국은 현장으로 달려갔다. 기술진들은 일단 틈새를 메우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균열된 콘크리트 벽면은 이미 거대한 수압을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물줄기가 점점 커지더니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장에 도착한 상하이교통대 교수 등 토목전문가들은 이번 균열 사고의 원인이 터널 아래쪽 지반 침하란 것을 발견했다. 터널 하부 지반이 꺼지면서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견디지 못하고 갈라진 것이다. 터널 밑바닥에 물이 차기 시작하자 경찰은 즉각 6번 터널을 폐쇄했다. 다음날 푸둥의 88층짜리 빌딩 진마오따샤 지하 3층 주차장 벽면에서도 균열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상하이 최대 석간신문 신민만보에 들어왔다. 기자들이 현장에 접근하려 하자, 건물 관리인들이 막았다.

이튿날 신민만보는 이 사실을 사회면 귀퉁이에 조그맣게 실었으나, 그 때부터 신문-방송사에는 최근 몇개월 사이 벽이 갈라지거나 건물이 기울었다는 제보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상하이 시 정부는 종합점검반을 편성해 푸둥의 150개 지역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첫 사건 발생 1주일 후인 7월20일 상하이 시 정부는 푸둥 전역에 '재난경보'를 발령했다. 이날 밤 신민만보는 1면에 '상하이는 폼페이가 될 것인가'란 제목하에 재난경보 발령 사실과 특집 기사를 보도하려 했으나, 밤새 공산당 선전부의 지시로 기사는 사회면에 1단으로 줄어들었다. 그 때부터 푸둥지구의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상하이 황푸강변 야경. 어두워지면 일제히 켜졌다가 밤 10시쯤이면 일제히 꺼진다. 강과 도시를 잘 조화시킨 관광상품이다. 우리는 왜 한강을 활용한 테마 관광상품이 없을까?  한강 유람선으로는 상하이 황푸강을 당할 수 없다. 앞으로 서울에서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곳은 한강 밖에 없다. 한강을 활용한 서울의 상징물을 만들면, 서울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만약 오세훈 시장이 한강 프로젝트를 성사시킨다면 그는 이명박 전시장 못지않은 평가를 받을텐데...> 

이것은 기자가 쓴 가상의 상황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중국 상하이에서 발생할 지도 모를 최악의 ''도시침하' 현상을 가상으로 그려본 것이다.  

기자가 이런 상상을 하게 된 것은 매경이 중국 보도를 인용, 2월7일자에 실은 상하이의 지반 침하에 관한 뉴스를 보고 나서다.

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의 평균 지반고도가 지난해 7.5㎜ 침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련데 정작 상하이시는 지반 침하 속도가 떨어졌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고 한다.

상하이의 지반침하 속도는 지난 2000년 연간 12.3㎜에서 2004년 8.7㎜, 2005년 8.3㎜로 점점 느려진 데 이어, 지난해는 7㎜대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평균 해발고도가 4ｍ에 불과해 ''바다위 도시''라고 불리는 상하이는 60년대부터 ''지반침하와의 전쟁''을 하고 있다. 

<상하이 푸둥의 88층짜리 빌딩 진마오땨샤. 바로 그 뒤로 100층이 넘는 건물을 짓고 있다> 

상하이의 도시 지반이 이처럼 계속 침하하는 것은, 연약한 토질에다, 무분별한 도시개발, 지하수 남용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60년대에는 연간 10㎝ 이상 지반침하가 일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1999년까지 바닷속으로 잠기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상하이시는 그 동안 도시개발밀도ㆍ대형건축 규제와 함께 지하수개발을 억제해 왔다.

특히 수자원 공급원을 지하수에서 하천으로 바꾸면서 지난해 지하수 추출량은 2005년에 비해 20% 줄었다. 
또 시 정부는 주요 사회간접자본 건설지역에 지반침하 검측소를 세웠다. 지반침하를 유발하는 각종 건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비상사태 대응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상하이시는 앞으로 지하철터널에 지반침하로 인한 누수와 지형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카메라와 센서를 설치해 24시간 감시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상하이시 관계자는 "2010년까지 연간 침하속도를 7㎜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최대 경제도시인 상하이를 침하로부터 지키지 못한다면 중국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상하이 정부는 침하를 막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종합대책의 결과, 침하 속도는 차츰 줄어들어 어느 순간 침하가 멈출 지도 모른다. 이렇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만 침하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연간 7㎜ 수준이라고 해도 10년이면 7센티가 되고 20년이면 14센티가 된다. 100년이면 70센티가 된다. 어린이의 키만큼 가라앉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바다의 도시'라는 상하이에서 수면 아래로 들어갈 땅은 적지 않다.

<상하이 푸둥 동방명주탑에서 내려다본 야경. 오른쪽으로 황푸강이 보인다. 서울에 이런 곳이 없는 것이 아쉽다. 한국 공무원들이 이런 것을 보고 자극받고 배웠으면 좋겠다.>

어쨌든 상하이 시민들은 자나깨나 지반이 가라앉는 현실 속에 살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장강(長江)의 퇴적층이 만들어낸 푸둥지역은 지반침하에 약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푸둥을 떠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런 곳에서 반도체 같은 정밀기술 산업이나 대규모 플랜트사업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폼페이는 화산 폭발로 매몰됐지만, 상하이는 땅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중국의 최대 경제도시이자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가 100년이나 200년 후 지하로 잠겨 '제2의 폼페이'가 되는 사태가 올 것인가.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낮지만, 영화의 소재는 될 수 있을 것이다. / hbjee@chosun.com

**사진은 강은경 선생님의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시에시에!!!

[강은경]

ㅋㅋ 기분 좋네요. 제 사진이 멋진 글에 보탬이 됐다니^^ 감솨 감솨*^^*

[지해범]

강 선생님 사진이 오늘 하루종일 조선닷컴 홈페이지 블로그의 맨위에 올라 있답니다. 다시한번 감사!!!

[김연숙]

영화 촬영 들어가면 제가 주연이 되는 건가요???? ㅎㅎ

[지해범]

함께 여행간 학생들을 구하는 용기있는 주인공 역할에 딱입니다.

[이일춘]

아무 걱정 없는 우리나라, 다시 한번 좋은 나라인 것을 실감했습니다. 주연배우로 김연숙샘에게 저도 한표던집니다.

[지해범]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는 허리케인이나 쓰나미 지진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 같아요. 이 좋은 땅위에서 사람들만 잘 하면 좋은 나라가 될텐데...

[김태환]

하늘높은줄 모르고 솟아오르는 상해의 고층빌딩, 그러나 지반침하와 관련된 얘기들은 중국의 경제성장이 이제는 뒤를 돌아보면서 나아가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지해범]

5세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조화사회'를 국정이념으로 내세워 성장일변도를 지양하고, 사회적 격차들을 축소하려는 시도는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