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회사는 매학기마다 대학들로부터 산학강좌를 개설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습니다.
반도체 회사에서는 대학 실험실에서 흉내낼 수 없는 상상도 못하는 최첨단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연구원들의 생생한 강의를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어느 대학에 반도체 강좌를 개설해 주기로 일단 약속을 하면 각 분야의 전문 연구원들을 보내서 최선을 다해 강의를 합니다. 물론 공짜로 강의를 해주고, 연구원 출장비는 회사가 전적으로 부담을 합니다. 목적은 궁극적으로 나중에 대학으로부터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함입니다.
2008년 1학기에는 포항공대 전자공학과 대학원 학생들을 상대로 하이닉스 반도체 산학강의가 개설되었습니다.
아래 글들은 포항공대 강의를 다녀온 연구원들이 그 다음 주에 강의하러 가는 연구원들을 위해 회사 전산망에 남긴 후기입니다.
반도체 연구원들의 사고와 요즘 학생들의 풍경을 들여다 보시기 바랍니다.
---------------------------------------------
안녕하십니까?
XXX팀의 XXX책임연구원입니다.
포항공대 전자공학과에 개설된 하이닉스 [반도체 특론]의 1번 강사 XXX 책임연구원입니다.
지난 3월11일 제가 진행한 산학 강의에 대한 후기를 올립니다.
다음에 강의 가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포항공대까지 도착:
저는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려 동부시외스터미널에서 대구에서 포항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타는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아침 7시05분에 출발하는 KTX를 타면 아침 8시55분에 동대구역에 도착합니다. 동대구역에서 근처 동부시외버스터미널까지 도보로 10분정도 걸렸고 동부시외버스터미널 매표소에서 7000원으로 포항까지가는 직통버스표를 삽니다. 버스는 10분마다 출발하고 1시간10분 정도면 포항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시외버스터미널앞에서 택시를 타면 포항공대 LG동까지 5분이내에 도착하게 되는데 3500원정도 듭니다. LG동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10시30분 정도 되었고 너무 일찍 KTX를 예약한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
전자과 담당교수 XXX교수님과의 점심식사:
LG동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카드키가 필요하여 조교에게 전화를 해서 안내를 받아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고 연구실에서 점심시간까지 기다렸습니다. (조교가 노트북을 제공해주므로 노트북으로 점심시간까지 일보시면 됩니다.) 교수님과의 점심식사는 포항공대내 신축된 힐튼호텔 일식집에서 했습니다.
산학 강의:
우리회사 인사팀에서 Mail로 강의자료를 미리 보냈기 때문에 별도의 USB를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조교가 강의 자료를 USB에 저장하여 강의실 컴퓨터에 옮길 것입니다. Lithgraphy가 저의 강의 주제였는데 초반에 딱딱한 이론적인 내용을 강의할 때는 수업분위기 산만해짐을 느낄수 있었습니다.잠시 휴식후에 비교적 현실적인 내용과 미래의 기술을 위주로 강의 했을 때는 수업분위기는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학생들 전공이 전자, 재료, 물리로서 다양합니다. 지루하지 않도록 좀 더 현실적인 내용 위주로 강의 방향을 잡으시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가속기 견학:
수업 종료가 원래 4시인데 쉬는시간 15분을 Skip하고 30분 정도 일찍 끝내고 포항공대에 있는 가속기 견학을 갔습니다.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소규모였고 한쪽에서 EUV Photo Resist와 EUV Mask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연구 활동은 그다지 활발해보이지는 않았습니다.왜 가속기에 투자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였는데 기초과학 연구는 원래 그런 것이겠지라고 마무리하였습니다.
귀가:
포항공대까지 쿨택시를 불러서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갔습니다. 고속버스를 탈까 아니면 KTX를 탈까 고민하다가 KTX를 선택하였습니다. 시외버스 터미널 에서 4시2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으나 약간 교통이 막히는듯 보였습니다. 5시35분정도에 동대구역근처 정류장에 내릴수 있었고 간신히 5시40분에 출발하는 KTX 열차를 탈수 있었습니다.서울은 7시19분에 도착하였습니다.
학생들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현실적인 미래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습니다.이것을 자극한다면 산학 강의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XXX 책임 드림.
-----------------------------------------------
안녕하십니까?
XXX팀 XXX 수석연구원입니다.
2번타자로 3월18일 Etch Technology 산학강의를 했습니다.
수원에서 포항공대까지 350km 쯤 되는데 어떤 분 (장모 수석)은 3시간이면 도착한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4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하시고 해서 11시30분쯤 도착할 예정으로 수원 집에서 8시에 출발했습니다. 제가 고속도로에서는 조금 빨리 달리는 편이라서 평균속도 120~130km 정도면 11시 30분 이내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근데 수원 톨게이트 진입하는 데만 20분 이상을 소요하는 바람에 고속도로에서는 속도를 좀 더 냈습니다.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대구포항고속도로를
경유해서 포항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11시45분 이었습니다. 무인카메라 앞에서의 속도 감소를 고려했을 때 무지 빨리 달린 것 같습니다. 11시쯤에 먼저 전화를 드렸어야 하는데 LG 연구동 앞에 도착한 이후에 조교분께 전화를 드렸더니 점심시간 대랑 겹쳐서인지 교수님께서 직접 나오셨습니다. 청바지에 캐쥬얼한 차림으로 나오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강의가 없으신 날에는 청바지를 입으신다고 하시더라구요. 청바지 덕분인지 무지 젊어 보이셔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주 젊게 사시는 것 같았습니다.
점심은 지난주 XXX책임께서 교수님과 함께 드셨다는 포항공대내 일식집에서 했습니다. 당일의 점심메뉴였는데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게수프 등등. 그 일식집이외에도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장관급 접대용 음식점?궁?도 있고 국가 원수급 접대용 음식점?궁?도 있다고 교수님께서 넌지시 알려주시더군요. 교수님께서는 장관급용 음식점에는 가 보셨다고 합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교수님 말씀을 듣다가 보니까 교수님께서는 반도체 1세대로서 저에게는 대선배님이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 일식집에서 조차도 - 인사나 말씀 등등 모든 면에서 깍듯이 예의를 베푸시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무안할 정도였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수님께 많은 것을 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1시정도에 식사를 마치고 교수님 차를 타고 다시 LG 연구동으로 왔습니다.
1시10분 정도에 학생들에게 간단히 강사소개를 하신 다음 교수님께서는 나가시고 1시 15분부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강의 시간은 쉬는 시간 15분을 포함해서 90분이 기준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1시15분~2시30분(75분) 강의하고 15분 쉰 후 2시45분~4시(75분) 강의하고 마치는 것이 일반적인 강의 과정이었습니다. 근데 4시15분에 시작되는 다음강의를 듣는 학생이 있기 때문에 4시 이전에는 끝마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저는 시험문제관련 힌트를 준다고 5분을 넘겨서 끝내게 되었는데 학생들에게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시간 및 휴식 시간은 상황을 봐가면서 효율적으로 나누시면 될 것 같습니다. 1시15분부터 이후 1시간 정도 까지는 점심 이후 무지 졸리는 시간이기 때문에 저는 농담도 많이 해 가면서 40분 정도만 하고 1교시를 끝내고 10분 휴식 후 다음시간을 시작했고 그 다음 한번 더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은 강단을 기준으로 맨 뒤쪽 자리부터 채운 후진 배치를 하고 있어서 첨에는 좀 당황했습니다. 다른 데서는 학생들이 그 정도로 멀리 떨어져 앉지는 않았었는데. 해서 자리를 옮기기에는 넘 어수선할 것 같아서 그대로 진행을 했고 좀 더 재미있게 진행해서 관심을 이끌려고 노력했습니다. 첨에는 식곤증으로 조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2시를 넘기면서 부터는 잘 듣고 재미있어 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난 후 학생들에서 제가 학교에서 하지 못해서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는 두 가지를 진심을 담아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교수님께서 쉬운 길을 가르쳐 주신다고 해서 그 길을 따라 갔는데 저에게는쉽지가 않아서 그 길을 지나쳐 버렸고 결국 포항대구고속도로를 타는데 까지 돌아 돌아 엄청 오래 걸렸습니다. 집에 도착하니까 9시 정도 되었습니다. 8시간~9시간 정도를 운전했기 때문인지 그 다음날 무지 피곤했습니다.
해당 강의 뿐만아니라 학생들에게 미래를 위해서 현재 뭘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내용을 마음을 담아 전해주시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다들 이미 준비하셨을 줄로 압니다. 감사합니다.
XXX 수석 드림
-------------------------------------------------------------------
안녕하십니까?
XXX팀 장세억 수석연구원입니다.
3월 25일 Transistor Technology 강의를 했습니다.
작년에 국책과제 때문에 두번씩이나 포항공대를 방문한 적이 있어서 포항까지 가는 길이 익숙한 편입니다.
이천에서 포항까지 제때 가는 방법은 자가운전이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입니다.
이천 하이닉스에서 8시에 출발하여 도중에 휴게소에서 두번 쉬고 학교에 도착하니 11시 20분 정도입니다.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마지막 톨게이트(포항)를 나온 후 직진하지 말고 "경주" 방향으로 우회전해서 가면 포항공대까지 가는 시간을 약 20분 정도 Save 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 두번이나 학교를 방문했는데도 빠듯한 일정상 옛날 대학원 지도교수님과 식사를 한번도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루 전날 전자과 XXX 교수님께는 미리 메일로 신소재공학과 교수님과 식사를 한다고 인폼을 드렸고, 옛 지도교수님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시간를 가졌습니다. 옛날에 가끔씩 함께 식사를 했던 학생회관 식당에서 배식판에 밥을 타서 창가 경치좋은 곳에 앉아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 나누면서 모처럼 사제간에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따져보니까 어느듯 학교를 떠난지 16년이 훌쩍지났네요. 지도교수님은 포항공대 교수로 재직하신지 올해가 20년이 된다고 합니다. 다시 창밖 나무를 보니 정말 20년의 세월만큼 키가 커 있습니다. 외국의 오래된 대학처럼 나무들이 더 운치가 있으려면 또 20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를 교수님과 나누면서 자판기 커피도 한잔 먹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LG관으로 갔습니다. 전자과 XXX 교수님은 이날따라 많이 바쁘신지 자리에 안 계셔서 조교만 만나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도 XXX교수님을 결국 뵙지 못하고 포항을 떠났습니다.
강의는 무리없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모교 후배들에게 하는 강의라서 부담이 없었고, 수강생들도 모두 편하게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강생 중에는 신소재공학과 학생이 몇 명 있는데, 쉬는 시간에 그 중 한명이 선배님과 동일한 실험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인사를 꾸벅~ 해왔습니다.
4시에 수업을 마치고, 마침 실험실에 남아있는 후배 2명을 마저 불러내어 4명이 죽도시장으로 갔습니다. 죽도시장은 옛날 학교 다닐때 5,000 원에 3~4명이 회를 실컷 먹곤 했던 추억이 가득 담긴 장소입니다.
깨끗한 식당에 가면 대게 1 마리당 2~5 만원으로 상당히 비쌉니다.
영덕대게 18 마리를 10 만원에 흥정해서 샀습니다.
대게를 실컷 먹으려면, 시장 골목 허름한 도매상에 가야합니다. 유통과정에서 다리가 1~2개 없는 펄떡거리는 싱싱한 대게를 1마리에 5~6 천에 살 수 있습니다. 다리 1개 없다고 맛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대게를 수증기 가마에서 찌는 값도 공짜입니다. 단, 밥도 팔지 않고 술도 팔지 않습니다. 허름한 간이 테이블에서 둘러앉아 대게만 열심히 먹어야 합니다. 술을 먹고 싶으면 자기가 직접 가게에 가서 사와야 합니다.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캔맥주 하나씩만 마셨습니다. 4 명이 12 마리를 해치웠습니다. 저는 2 마리만 먹어도 배가 부른데, 후배 녀석들 진짜 잘 먹습니다. 후배들이 하는 말... 우리 실험실 출신 선배중에 제가 최고로 멋지다고 합니다. 후배들에게 존경 받는 지름길은 투자입니다.
7시 경에 포항을 출발하여 10 시 30분 경에 이천에 도착했습니다. 밤이 좀 늦었지만, 대게 킬러인 아들 녀석이 스치로폴 박스에 포장을 해온 나머지 6 마리 대게를 작살내는 것을 보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직업이 선생이 아닌 사람이 3시간동안 강의를 하고 왕복 7시간 운전을 하는게 무척이나 피곤했나 봅니다.
이상 포항공대 산학강의 후기를 마칩니다.
제 다음에 강의 가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XXX 수석 드림.
첫댓글 이런 사소한 출장에도 과학/공학을 하는 사람들의 글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항상하는 이야기이지만, 공학/과학/영어보다 더 잘해야 하는 것이 국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