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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ㄱ. 지금까지 불고염치하고 남의 신세를 지며 살아왔습니다. ㄴ. 궂은일이긴 하나 혹여 구명의 방도가 있을까 하여 불고염치하고 찾아온 것입니다. |
문제는 ‘불고염치’가 중국어의 어순 그대로 ‘동사+목적어’의 순서로 되어 있어 우리 국어 화자들은 우리말 어순에 맞게 ‘염치불고’라는 말로 전환하여 쓰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염치불구’라는 오류형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음이 그 예입니다.
⑵ㄱ. 초면에 염치불구하고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고자 편지를 보냅니다. ㄴ. 나는 파산 후 종합병원에 입원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염치불구하고 이 병원을 찾았다. |
⑶ㄱ. 우리 삶의 이상도 끝내는 도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무지를 이용해 거짓말을 하고 또 속는 것이나 아닐까?≪이문열, 시대와의 불화≫ ㄴ. 일정 기간 동안 간기를 빼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질펀하게 펼쳐진 땅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불러하고 넉넉해했다.≪조정래, 태백산맥≫ |
이러한 예를 통해 알 수 있는 대로,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는 뜻을 지닌 ‘불구(不拘)’는 주로 ‘불구하고’의 형태로 쓰이며, ‘-음에도’나 ‘-ㄴ데도’와 결합하여 사용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하여 만일 ‘염치불구’를 쓰게 되면, 결과적으로 ‘염치에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는 뜻이 되니, 맥락에 맞지 않는 잘못된 의미가 형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염치불구’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바, ‘불고염치’와 함께 ‘염치불고’를 쓰는 것이 올바른 표준어임을 알아두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