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5일자 사설
용산 철거민 참사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는 21일 철거민 사망자 5명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양모(55)씨 등 2명은 용산지역 철거민이고, 이모(50)씨 등 3명은 용산지역과 상관없는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시위 참가자 25명 중 최소 12명이 서울 동작구, 인천, 광명 등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전철연 소속 철거민들로 밝혀졌다. ▶관련기사 A8·9면
검찰은 전철연이 과격 시위를 주도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화염병과 새총 등을 사용한 전철연 소속 철거민 일부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일부 철거민들로부터 "망루 설치하는 방법 등을 전철연 회원들로부터 사전에 교육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경찰특공대원 김양신(31) 경사가 "망루 위에서 아래쪽으로 던진 화염병 2개가 옥상 바닥에 떨어지면서 불이 붙어 크게 번졌다"고 진술하고 있어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이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경찰특공대 관계자 6명을 불러 조사한 결과 (망루 안에) 인화물질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진압작전을 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9.1.22
용산 재개발 농성 참사를 놓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선(先) 진상 조사, 후(後) 인책'을, 민주당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인책과 대통령 사과, 국회 국정조사를 주장하며 맞서 있다. 상식적으론 현장의 무슨 문제점이 이번 불상사로 이어졌는지 경위를 밝히고 누가 어떤 잘못을 범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먼저다. 사고가 났다면 다짜고짜 최고 지휘책임자부터 물러나게 만들어선 다음에 또 불법·폭력 점거농성이 벌어질 경우 어떤 경찰 지휘관이 능동적인 법 집행에 나서려 하겠는가. 그러나 김석기 내정자 거취를 그런 상식적 순서로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농성자 40여명이 건물을 점거한 것은 19일 새벽 5시였다. 현장에 있던 용산경찰서장이 조기 진압을 건의한 것은 19일 정오쯤, 김석기 내정자가 이를 승인한 것은 오후 7시였다. 진압 작전은 20일 동트기 전인 6시45분쯤이었다. 경찰과 농성자 간 협상 같은 것은 없었고 경찰은 해산 종용 방송만 했다고 한다. 과연 이런 경찰의 조기 진압 방식이 최선이었을까. 2005년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민 농성 때는 경찰이 농성 54일 뒤에야 특공대를 투입했었다.
경찰은 농성자들이 화염병에 쓰려고 시너를 70통, 1400L나 쌓아두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특공대 투입 전 시너로 인한 화재에도 대비했어야 했다. 진압 과정에서 농성자가 투신하거나 떨어질 경우를 생각해 건물 주변에 매트리스를 까는 것도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지만 경찰은 그러지 않았다. 한 농성자는 불길에 휩싸인 건물 4층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 바닥으로 떨어져 팔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김석기 내정자가 구체적 진압방식까지 승인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이번 조기 강경진압 시도는 김 내정자가 경찰 총수로 발탁된 배경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 김 내정자는 작년 촛불시위 때 최루액과 색소분사기를 동원한 검거 위주 방식으로 법과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것이 경찰청장 발탁의 한 요인이었다고 한다. 경찰의 현장 진압책임자들이 그런 전후 사정을 의식했을 것이다. 더구나 진압에 동원된 것은 서울경찰청장 직속의 경찰특공대였다.
김 내정자는 조기 진압을 승인한 결정권자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취임도 하기 전의 경찰 총수가 검찰에 불려 다녀서는 경찰의 사기(士氣)도 영향을 받게 된다. 김 내정자는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한다. 지금으로 봐선 그 인사청문회가 어떤 모습일지조차 예상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철거민과 경찰 6명이 희생된 이번 참사는 어느 방향, 어떤 속도로 번져갈지 모른다. 벌써 이 비극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거리 일각을 점령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론 힘든 일이지만 김 내정자는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의 뇌관(雷管)을 터뜨려 혼란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던지는 의연한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2009.1.9일자 사설
용산재개발구역 철거민 농성을 주도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의장 남경남씨는 2004년부터 5년간 경찰이 수배 중인 사람이었다. 남씨는 2003년 2월 경기도 고양시 철거예정 연립주택 옥상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철거반대 시위를 주도했다가 2004년부터 경찰의 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그는 그 후로도 2005년 전철연이 개입한 경기도 오산 세교택지지구 철거민 농성을 주도했다. 경찰에 수배당하는 신분이면서도 철거 현장을 누비고 다닌 것이다. 그는 1999년 경찰에 사제 대포를 쏜 혐의로 2년6월 형을 선고받고 징역을 산 일도 있는 사람이다.
이번 용산 철거민 농성도 남씨가 주도했다고 한다. 용산 철거민들은 남씨를 비롯한 전철연 간부들 지도로 '투쟁 자금' 6000만원을 거둬 시너 60통과 화염병 400개, 골프공 1만개 같은 폭력시위 용품을 마련했고 망루도 지었다. 경찰이 남씨를 제때 검거만 했더라도 경찰관 1명을 포함한 6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되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남씨가 몰래 숨어 다닌 것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남씨는 작년 3월과 12월 고려대에서 열린 전철연 행사에서 연설을 하는 등 공개적인 활동을 하고 다녔다. 남씨가 수배 상태에서도 5년 동안 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다녔던 것은 경찰에게 남씨를 붙잡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입만 열면 폭력시위 주동자들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사제 대포까지 쏘아댔던 폭력단체 대표는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군포 실종 여대생 납치살해 사건 범인은 사건 현장 일대 CCTV에 찍힌 7000대 차량을 일일이 추적해서 36일 만에 체포했다. 경찰이 그런 뚝심과 의지의 100분의 1만 보였더라도 남씨는 진작에 검거됐을 것이다.
지난 정권 때야 경찰이 좌파 단체들 눈치를 보는 정권의 심기를 살피느라 남씨 같은 사람 검거에 무관심했다는 말이 통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정권 들어 1년이 다 돼가도록 남씨를 내버려둬서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지게 만든 경찰의 직무유기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남씨와 전철연 간부들을 둘러싸고 "철거민과 건설사 양쪽으로부터 뒷돈을 받았다"거나 "재개발 정보를 입수해 알박기 투기를 해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경찰은 하루빨리 남씨 등을 검거해 이런 소문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2009.1.12일자 기사
"화염병 던지고 새총 쏘고 벽돌 던지는 것은 괜찮고 목숨 걸고 공무집행하다 죽은 것은 죄가 됩니까?" (경찰관 이모씨)
'용산 참사'가 벌어진 지난 20일부터 사이버경찰청의 경찰관 전용게시판에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 입장을 옹호하는 글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설날인 26일에만 32개의 글이 올라왔지만, 경찰의 잘못을 인정하는 글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근무한다는 임모씨는 "이번 사건은 전철연 주도의 테러행위"라면서 "그들은 경찰을 '쏴 죽여도 되는 국가의 개'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공중파 방송사가 편파보도를 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한 글도 10건 가까이 올라왔다. 서울경찰청 소속 이모씨는 "MBC는 화면조작의 대가"라면서 "무전과 동영상을 짜깁기해서 마치 용역업체가 작전에 참가한 것처럼 보이게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김모씨는 경찰 대응방식이 미흡했다는 지적과 함께 "경찰이 피해가려 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대응방법을 논리적으로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경질을 막아야 한다는 글도 수십건 올라와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의 '무모한 진압'으로 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도심 대로변에 화염병을 던지는 철거민들을 진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경찰 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2009.1.28 사설
야당이 지난 20일 용산재개발구역 철거민 망루농성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철거용역업체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23일 "경찰병력이 용역반원들과 함께 망루 3~4층 사이 잠금장치를 풀고 있다"는 경찰의 무전 보고를 담은 녹취록을 공개하며 "경찰과 용역업체가 합동작전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현장 경찰관이 (사실을) 잘못 알고 보고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민주당은 24일 현장 경찰 간부가 용역업체에 관한 무전 보고 4분 전에 "용역반원들에게 3~4층 장애물을 해제하게 하라"고 지시한 무전 녹취록도 공개했다.
민주당과 철거민 대책위는 "'용역업체가 철수한 뒤 진압작전을 했다'는 경찰발표는 거짓말이었다"며 이를 참사에 경찰 책임이 크다는 주장의 한 근거로 삼았다. 대책위는 "경찰의 불법행위와 용역반의 가혹행위가 버무려져 탄생한 살인진압"이라는 논평도 내놓았다. 대책위는 또 "용역반원들이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욕을 하며 '불 끄지 마, 늬들 누구 편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을 내세워 "화염병이 아니라 용역반원들의 방화로 불이 났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25일 용역업체를 압수수색해 현장에서 용역업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공권력은 서로 간의 이익이 날카롭게 충돌하는 재개발조합과 철거민 사이에선 불법과 합법을 엄정하게 가리면서도 공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더구나 재개발조합이 철거를 위해 고용한 용역업체는 그동안 철거과정에서 업무범위를 벗어난 물리력을 과도하게 행사해 '합법적 불법'을 일삼는다는 말까지 들어왔다. 경찰이 그런 용역업체와 합동작전을 한다는 것은 공권력의 권위를 스스로 내동댕이치는 것과 같다. 이런 기본을 모를 리 없는 경찰이 재개발조합측 용역업체를 불러들여 합동작전을 폈으리라고는 선뜻 믿기 힘들다.
검찰은 "아직 진압 때 용역반원들이 건물에 들어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고 경찰이 용역업체를 동원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철거민 조사에서도 경찰의 용역업체 동원이나 합동작전을 입증하는 진술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도 "용역업체가 건물 구조와 지역 사정을 잘 알아 작전에 활용하려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하고 있다. 망루 3~4층 사이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 일부 도움을 받으려 했다가 그것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검찰은 진압작전에서 용역업체가 한 역할을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하루 빨리 명확히 해야 한다. 사실 규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엉뚱한 세력들에게 멍석을 깔아줄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