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적 사랑하는 제자를 생각하며
여러분들과의 만남을 찾아서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햇뜽미 언덕에 중부학교가 세워지고 한 학년에 60명 정도로 새 교실에 보금자리를 튼 것이 1967년 3월, 선생님과 여러분이 처음 인연을 맺고, 5학년 새 출발을 하게 되었지요.
여러분들은 봉화ㆍ내성 초등학교에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교사 5명은 1966년 가을 학생 대표 3명씩 선발하여 치룬 학력 경시대회에서 학년별로 1등을 배출한 선생님을 선발 전근시켜 담임하도록 한데서 인연을 맺게 된 듯 하군요.
그때, 선생님은 아직 덜 여문 과일처럼 서툰 것이 많았고, 다만 욕심이 앞서서 매로서 교육하려 했음이 지금에 와서야 반성이 되는군요. 그러나 여러분들은 무던히 참고, 따라 주었기에 중학교 입학시험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고, 봉화 중학교 입학성적 10등 안에 8명이나 배출되었던 것입니다. 봉화중부학교에서의 추억은 많겠지만,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하던 일, 봉화, 내성, 중부3개학교가 서울로 수학여행을 다녀 온 일, 수험 준비를 하던 중 교실에서 뱀에 놀란 일(특히 뱀에 놀라 결석한 이증애), 6학년 음악 교재의 계명을 끝까지 암송하던 일, 체력 검사를 대비하여 저녁 늦도록 공을 던지던 일 등......
그 이후 선생님은 봉화수식 3년, 대구 성명, 종로 7년, 상주 옥산 교감 4년, 안동, 영천교육청 장학사 7년, 영천, 경산 교장 10년을 거치는 동안 한국교원대학교연수원 및 경북교원연수원 강사를 역임하고, 경북 교육자 중 가장 영예로 여기는 경북 교육상 본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보고, 대한민국 황조근조 훈장을 수상하면서 2000년 8월 31일자로 정년 퇴임을 하였답니다.
선생님의 내자도 한글을 해득한 35개월 된 손녀 재롱을 보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고, 슬하에 둔 1남 3녀가 모두 성장하여 사회인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답니다.
육십 평생을 돌이켜 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릴 적 향학열을 불태우면서 사범교육을 마치고 청운의 꿈을 품고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이세 교육에 정열을 바쳐왔습니다만, 제자들을 IQ, EQ, SQ, MQ를 고루 갖춘 감성적이고 진취적이며 도덕적인 전문인으로 키우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제 우리 후예들을 훌륭하게 키울 때가 온 것 같으나, 너무 늦은 감이 듭니다. 폭풍이 지난 들에 꽃이 피고, 지진으로 무너진 땅에도 맑은 샘이 솟고, 불에 탄 흙에도 새싹은 돋아나듯이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전문적인 후세를 길러내는데 남은 여력을 바치려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를 남긴 채 숙연한 나목(裸木)의 자세로 돌아갈 때가 되었나 봅니다. 못내 아쉽고, 보다 뜻 있는 인생을 살았더라면......
선생님은 교직생활을 하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임을 알고, 시간을 아끼며 살아왔답니다. 일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고 시간은 쏜살 같이 흘러갑니다. 오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 금년도 인생에는 한번뿐입니다 .그래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면 살아왔답니다.
벤쟈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은 ‘네 인생을 사랑한다면 네 시간을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시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인생을 사랑하는 것이요, 자기 인생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한다는 것일 겝니다. 이러한 시간 속에서 성실의 면류관(冕旒冠)을 쓰고, 근면의 구두를 신고, 겸허(謙虛)의 허리띠를 메고, 사도(師道)의 양심을 지키며 육십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산다는 것은 배우는 것이요 사랑하고 일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사랑하고 배우는 사이에 정년퇴임을 하고, 사저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노파심에서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노후에 즐거운 삶을 염두에 두는 일입니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와 얼마나 인생을 즐기느냐는 다른 것입니다 건강이 좋은 상태라고 할 때 나이 든 사람이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즐겁게 살 수 있는지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에 달려 있습니다. 첫째는 인생에서 목표를 갖는 것이고, 둘째는 다른 사람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의 판단, 자기의 노력, 자기의 책임으로 자기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세월은 흘러 어느덧 황혼에 이르게 됩니다.
두 번째는, 자식을 남보다 유명하게 키우려 하지말고, 남과 다른 것을 잘 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일입니다. 지금의 세상은 여러 줄 세우기 교육으로 바뀌고 있고, 자기만이 잘하는 분야를 개척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형제의 머리를 비교하지 말고, 개성을 비교하며 키우는 일입니다. 형제의 머리를 비교하는 것은 쌍방을 죽이지만 개성을 비교하는 것은 쌍방을 살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형제 자매를 전혀 다른 인격으로 길러야 합니다. 그러므로 형과 동생을 비교하는 것은 절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네 번째로, 부부로서 가정을 꾸려 가는 입지를 세워서 지켜가야 합니다. 가정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갑니다. 이것은 어떤 가정을 꾸려갈 것인가 하는 설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가정은 양가의 가족이 있음을 알고, 그 가족은 나의 분신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가족은 자식을 가지며 같이 사는 존재이며, 양가의 부모는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잘 되기를 기도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식의 먼 장래를 내다보며 항상 자식의 마음을 읽어야 함을 명심해야 하고,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행위를 가까이에서 모방하면서 성장하게 되며, 부모하기에 따라서 성정과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모의 열린 마음으로 자식의 마음을 열고 항상 대화하여 자식의 밑거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앞으로 하고자 하는 과업을 성취하길 바라며, 늘 건강하고 가정의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하면서.......
2003. 5. 23 옛 선생님 朴英緖로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