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사교육 제로' 공주 한일고… 졸업생 62%가 명문대 합격
입학후 '학원중독' 빼기 100일… '혼자공부' 훈련
전원 기숙사생활, 방학 1주일, 컴퓨터 없이 숙제
밤 자율학습땐 교사들도 대기… "저절로 존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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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생활은 ‘단순’하다. ‘오전 6시 기상→오전 8시~오후 6시 정규·보충수업→오후 6시 저녁 식사→오후 7~12시 자율학습→취침’ 사이클의 반복이다. 주말에도 정규수업이 특강과 자율학습으로 대체될 뿐, 학생들은 학교에서 모든 것을 배우고 익힌다.
‘사교육 제로(zero)’ 전통을 세우는 데는 교사들의 희생이 컸다. 주말과 방학에도 보충수업을 위해 교사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밤 11시까지 학교를 지킨다. 교무실엔 언제나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한 담당교사가 대기한다. 교사들은 방학 때 일주일 정도 ‘휴가’를 다녀오는 것이 휴식의 전부다.
그래서일까. 학생들은 교정에서 교사를 만나면 90도로 절을 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존경의 표시이다. 고병휘(1학년)군은 “권위적이지 않고 알찬 수업을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께 존경심을 느낀다”고 했다.
1학년 4반 국어 심층면접 수업시간이다. 교사가 한 학생을 지목한 후 ‘간척지 개발과 갯벌보존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에 대해 1분 스피치를 시킨다.
학생이 ‘갯벌보존이 중요하다’는 발표를 하자 질문이 쏟아진다. “개발비용이 상당히 투입됐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갯벌보존의 기준은 어떻게 마련하나” “보존의 가치만 중시된다면 네팔이 지구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나라인가”….
이철규(1학년)군은 “국어·사회·역사 수업은 토론위주로 진행되고, 학원 강의보다 수준이 높다”고 했다.
사교육이 없는 이 학교의 ‘대입 성적표’는 어떨까.
2005학년 대입에서 수험생(167명)의 62%가 서울대·연세대·고려대·KAIST·포항공대 등에 합격했다. 전년도 명문대 합격률은 58%였다.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프라이드’보다 ‘부족함’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일절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없다. 컴퓨터도 일주일에 두 시간만 하도록 규제한다. 윤준성(1학년)군은 “컴퓨터 없이 숙제하면 생각하는 훈련을 많이 한다”고 했다. 조재승 교감은 “학생들에게 ‘없이 사는 지혜’를 가르치려고 한다”고 했다.
밤 10시 자율학습 시간. 학생들이 교실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다. 몇몇 학생들은 잠을 쫓기 위해 교실 뒤편에 서서 책을 읽고 있다. ‘창문을 열어놓고 공부하면 잘 외워진다’는 김동길(2학년)군은 아예 책상을 끌고 복도로 나왔다.
그 시각 교무실. 20여명의 교사들이 제자들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농촌마을을 한일고의 불빛이 환히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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