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 1> - rudolphensis
옆에 있다가 총 맞아죽은 친구 정대를 찾는 동호야 미안해,
중학생이었던 동호도 미안해,
늘 피하고 살아서.
책도 영화도 보기 싫었어,
두려운 게 아니라 몸 둘 바를 모르겠어서.
그것에 대해 물어보지도 말하지도 못했지.
<5.18. - 2> - rudolphensis
누가 기억하는가,
어떻게 기억하는가,
소리치는 자는 누구인가,
북한군이 지휘했다고 하는가.
관 주도의 대량학살이라고 하는가,
평범한 사람의 분노인가,
숭고한 마음의 발현인가.
혐오하고 지겨워하는 자, 아직도 가슴 아파 하는 자
반반인가.
5년만 있으면 학살 50주기인데.
어떻게 기억하고 사라져가는가.
<5.18. - 3> - rudolphensis
왜 쓰고 싶었을까,
고기도 피하던 사람이.
기록하지 않고는 못 견뎠겠지.
악랄성과 참상을 기억이라도 하고싶었나,
소설로 표현하는 게 좋았나.
<5.18. - 4> - rudolphensis
죽은 사람,
살아서 고문당한 사람,
지금이 그때인가 그 때가 지금인가,
나는 죽어 있나 살아있나,
후에 기억을 잊지 못해 자살한 사람,
그들을 잃어버린 사람들,
태극기 들고 빨갱이 처단 외치는 사람들,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5.18. - 5> - rudolphensis
다시 반복되는가,
또 무서웠다,
기록들을 지웠다.
또 칼로 찌를까?
이번에도 분노할 수 있을까?
또 총으로 몇백명 죽일까?
다시 반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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