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들은 미나리가 뭔지 모르지?"
"미나리가 얼마나 좋은 건데... 데이빗아, 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하든 미나리를 먹고 건강해질 수 있어. 김치에 넣어 먹고 찌개에 넣어 먹고, 아플 땐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아이고 바람 분다. 미나리가 고맙습니다, 땡큐 베리 머치 절하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의 아칸소주로 이주해 농장을 일구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한번은 뭔가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의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삶과 아들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도시에서 살고 싶은 아내 모니카와의 갈등, 미국인 손자 데이빗과 한국에서 온 순자 할머니와의 문화적, 정서적 갈등, 기독교의 예배와 기도에 대한 허상과 신비를 동시에 보여주는 영화 <미나리>는 리 아이작의 자전적인 경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제이콥 역의 스티븐 연, 모니카 역의 한예리, 데이빗 역의 앨런 김, 앤 역의 노엘 케이트 조, 순자 할머니 역의 윤여정 등이 출연한다.
제78회 골든글러브 온라인 시상식(현지시각 2월 28일 개최)에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미국 국적의 재미동포 리 아이작 정(한국이름 정이삭)이 연출했고, <문라이트>와 <노예 12년>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플랜비(B)라는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제작사의 작품에 외국어영화상이라니 말도 안 된다. 미국에서 자리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뤄 가장 미국적인 영화로 자국민들이 호평하는 영화를 골든글러브의 작품상 심사 대상에서 배제했다. '대화의 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영화'라는 골든글로브 규정을 앞세워 말이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의 보수성과 폐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미국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기점으로 다수의 시상식에서 26개의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조차 하지 않은 것과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74개의 트로피 수상행진을 이어가는 영화를 본상인 작품상 후보작에서 배제했다는 비판이 골든글로브에 쏟아진다. 미국 영화사 제작에 미국 국적의 감독이, 그것도 미국 땅에서 미국의 배우, 스태프와 함께 촬영한, 누가 봐도 전형적인 미국 영화에 외국어영화상을 준 자체가 이민자들을 차별하고 배제한 부당한 처사다.
"10년 동안 병아리 똥구멍만 봤어!"라며 이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다고 절규하는 제이콥과 갑자기 한국에서 온 순자 할머니와 한 방에서 자야 하는 데이빗의 "할머니한테서 한국 냄새 나요. 할머니 냄새, 싫어."라는 외침이 골든글로브의 결정과 맞물려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2019년 5월 30일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지난 해 한국민의 사기를 한껏 높여준 <기생충>도 냄새에 대한 특별한 영화다.
평생 마주칠 수 없는 대극적인 두 가족을 등장시킨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4인 이성애 가족이라는 점만 빼고 공통점이 전혀 없다. 반지하에 사는 전원백수 기택과 충숙 가족과 글로벌 IT 기업을 일군 엘리트 박사장과 연교 가족이다. 하지만 '과외 선생 면접'이라는 기가 막힌 상황 설정으로 말도 안 되는 연결점이 생기고, 예측 불가능한 만남과 충격적인 사건이 이어진다.
https://youtu.be/SlEmf8NY-wo기택은 왜, 냄새에 분노했을까? 기생충 해설 4가지! (eng sub)
"반지하 냄새야. 이사 가야 없어져."
"가끔 지하철 타다 보면, 나는 냄새 있어."
"김기사 그 양반,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는데 넘지 않아. 근데 냄새가 선을 넘지."
"둘이 냄새가 똑같다."
https://youtu.be/sUzdDjdp1iU[글로벌 나우] ‘기생충’ 최우수작품상... 포용 강조한 아카데미
작년 <기생충>의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사례를 떠올리며 <미나리>에 대한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https://youtu.be/xuvakkgCw7w[선공개] 영화 <미나리> OST 라이브 최초공개! 한예리 - Rain Song [유희열의 스케치북/You Heeyeol’s Sketchbook] | KBS 방송
<미나리>는 93회 아카데미 시상식(4월 25일 개최 예정)에 음악상과 주제가상 부문 예비후보에 오른 상태다.
앤딩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레인송(Rain Song)을 한예리가 직접 불렀고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후보에도 올랐다. <미나리>를 보고 바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나지 말고, 한예리의 레인송을 들으며 <미나리>의 여운에 잠겨보길 추천한다. 더불어 리 아이작 정 감독의 헌사 "우리의 모든 할머니에게(TO OUR ALL GRANDMA)" 문구도 유심히 찾아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