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나였다!_흐르는대로 쓴 글과 다시 정리한 글 비교, 집중워크샵, 옷가게, 중저가남성브랜드 옷, 겨울체크코트,백팩

[l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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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매긴 글과 1차 정리한 글의 차이를 느껴보세요^^

<파트너를 꾸미려고 옷가게를 기웃거리다>

1.집중워크샵 후 저녁을 먹으러 가던 중 중저가 남성브랜드 옷에 꽂혔다.

2.뭔가 건질 게 있을까? 집에 있는 것보다 고급스러워보이면서도 착한 가격이 있을 것 같아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3.먼저 할인하는 것이 뭐가 있는지 물어봤다. 죽 둘러보다 매장 앞에 가방이 보이길래 혹시 가방이 있냐고 물어봤다.

4.위쪽을 가리키길래 보니 세련돼보이는 가방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백팩을 다 보고 싶다고 꺼내달라 했다.

5.파트너 가방 지퍼가 둘 다 고장이 났는데, 고칠 수가 없다. 계속 디자인과 재질이 괜찮으면서 착한 가격을 찾고 있던 중이라 관심이 갔다.

6.3개의 백팩이 있는데, 다 맘에 든다. 가격이 조금만 더 할인되면 좋겠지만, 이 정도에 이 가격이면 괜찮지 하며 매어보고 사장님께도 매어보도록 부탁드렸다. 사진촬영도 허락받아 찍고 어떤 재질인지도 찍었다. 

7.밝은 색 겨울체크코트도 맘에 들어 몇 번 입어봤다. 코트 안감은 따듯하고 부드러운 털이 있고, 원단에 모가 50%이상 섞여 묵직하고 따듯했다. 할인이 안되는 신상이라 아쉽긴 하지만, 쏙 맘에 든다. 혹시 새제품이 있냐고 물었더니 딱 하나 남았단다.

8.파트너 의견도 물어야하고, 충동구매가 될까 싶어 다음 주에 한번 들리겠다고 인사 후 나왔다.

9.파트너에게 찍은 사진을 보여줬더니 다 맘에 들어한다. 코로나 상황이기도 하고 몇 년간 옷을 안 사거나 체형관리를 잘해서 평생 지금 있는 옷으로 살다 가자고 말했는데도 옷과 가방이 새로 생긴다는 사실에 좋아하는 걸 보니 이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10.맘에 들어하는 것을 다 장만하면 꽤 큰 돈이 일시불로 나가게 되니 그냥 없었던 일로 할까 심술도 난다.

11.내 옷이나 가방엔 관심이 없고 파트너를 챙기거나 꾸미는 일에 관심이 많지? 아침에 갑자기 든 생각.

12.그러게? 왜일까? 파트너를 꾸미는 데 왜 이리 맘을 쓰는 걸까? 불현듯 그건 날 꾸미는 거야. 파트너가 아니라 나라는 생각.

13.파트너는 또다른 나이기에 꾸미고 챙겨야 내 낯이 선다는 무의식. 

14.날 챙기기보다 늘 파트너의 필요에 눈과 관심을 쏟는 내가 가부장에 쩐 것 같아 화가 난 적도 있다. 이젠 관심 끌거야 작정도 했었다.

15.아침에 드는 생각을 따라가보니 파트너를 파트너로 보지 않는 내가 있었다. 나의 다른 분신으로 파트너를 인식하는 나.

16.이제 나는 됐고. 파트너를 멋지게 디자인하고 싶은 욕망. 파트너를 꾸미는 행위를 통해 창조성을 발휘하려는 디자이너의 욕망?

17.내 안을 조금 들여다보니 혼란스런 생각이 살짝 정리가 된다. 근데 아직 결정은 못하겠다. 사고자 하는 쪽으로 기울긴 했지만.

18.다음 주 화요일에 그 동네를 지나게 되는데, 그때까지 생각을 더 조각내서 들여다봐야겠다. 진짜 뭘 원하는지? 구매한 후 구매만족도나 재정 면에서 후회하진 않을지? 잘 따져봐야겠다. 

<문제는 나였다!>

'뭔가 건질 게 있을까?' 고급스러우면서도 착한 가격의 물건을 기대하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집중워크샵 후 저녁 먹으러 가던 중 남성브랜드 옷에 꽂혔다. 할인하는 것이 있는지 물어봤다. 매장 앞에 걸린 가방을 가리키며 혹시 가방이 있냐고 물었다. 위쪽을 가리키는 손을 따라 올려다보니 괜찮은 가방이 죽 늘어서 있다. 백팩을 보고 싶다며 다 꺼내달라 했다. 3개의 백팩이 있는데, 다 맘에 든다. 신상이라 할인이 안 된다. 그래, 이 가격이면 괜찮지 하며 매어보고 사장님께도 매어보도록 부탁드렸다. 사진촬영도 허락받아 찍고 어떤 재질인지도 찍었다. 파트너 가방 지퍼가 둘 다 고장났다. 하나는 사용 안하고 하나만 매고 다닌다. 수선점에서 못 고친다는 말을 들은 후 가방을 찾고 있었다. 디자인과 재질, 지퍼도 무난하고 중저가라 관심이 갔다.

밝은 색 체크겨울코트도 맘에 들었다.

코트 안감은 따듯하고 부드러운 털이 있고, 원단에 모가 50% 이상 섞였다. 묵직하고 따듯하다. 가방처럼 이것 역시 할인 안 되는 신상이라 아쉽지만, 무척 맘에 든다. 새제품이 있냐고 물었더니 진열상품 하나 남은 거란다.파트너 의견도 물어야 하고, 충동구매가 걱정돼 다음 주에 들리겠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집에 와서 파트너에게 사진을 보였다. 맘에 들어한다. 코로나 상황도 있고 몇 년간 옷을 안 사거나 체형관리를 잘해서 평생 있는 옷으로 살자고 말했었는데. 연말정산으로 당신에게 준 보너슨데, 내 걸로 너무 많이 사는 건 아닌가 하면서도 좋아하는 모습에 그냥 없었던 일로 할까. 왠지 심술이 난다. 

아침에 갑자기 든 생각.

내 옷과 가방엔 1도 관심 없으면서 파트너를 챙기거나 꾸미는 일엔 왜 이리 집중하는 거야? 그러게? 파트너를 꾸미는 일에 유독 맘을 쏟는 이유가 뭐니? 불현듯 그건 날 꾸미는 거야. 날 꾸민다고? 파트너를 또 다른 나로 인식하는 거야. 파트너를 꾸미고 챙겨야 내 낯이 선다는 무의식. 파트너가 초라하면 내가 초라해지고, 파트너가 멋있으면 나도 덩달아 멋진 사람이 되는 것. 

나도 모르게 파트너의 필요에 시선과 관심을 쏟다가 알아차리는 순간, 화가 났다.

내면 가부장에 쩐 나를 보는 게 너무 싫어서. 이젠 당신에게 관심 끌거야. 단단히 작정한 것도 여러 번, 번번히 실패로 끝날 때가 많다. 아침에 든 생각의 고리를 따라가본다. 그 속엔 파트너를 파트너로 보지 않는 내가 있다. 또 다른 분신으로 파트너를 인식하는 나. 나는 됐고. 파트너를 멋지게 코디네이션하고 싶은 욕망. 파트너를 꾸미는 행위를 통해 내 자존심을 세우려는 본능!

파트너 문제라 생각했다.

근데 내 문제다. 구매를 충동질한 건 정작 나였다. 괜찮다고, 안 사도 된다고 거절하지 않은 파트너에게 심술이 나서 혼란스러웠다. 파트너를 과도하게 챙기는 무의식의 밑바닥에는 파트너를 통해 자존심을 챙기려는 숨은 내가 있다. 혼란스럽던 생각이 살짝 정리가 된다. 근데 아직 결정은 못하겠다. 사는 쪽으로 많이 기운다. 필요와 가치를 재어본다.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그 동네에 간다. 그때까지 생각을 더 조각내어 들여다봐야겠다. 내가 챙기려는 자존심과 파트너의 필요 무게, 구매 가치가 비슷한지? 기우는지? 정말 지금 필요한지? 다각도에서 고민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