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30일(월) 이스탄불 도착, 크루즈 승선
이스탄불 공항에서 다시 밀라노로
마침내 비행기가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내렸다가 다시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를 바꾸어 타야한다.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를 탑승할 때까지 이스탄불 공항에서 2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오늘 이곳의 날씨는 맑고 쾌청하다. 온도는 우리나라의 늦봄 또는 초여름 날씨로서 성지순례를 하기에 더없이 좋다. 하나님께서 금번 우리의 성지순례 여정을 축복해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사모와 함께 창문 쪽으로 앉아 밖을 볼 수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관제탑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비행기가 많은 승객과 짐을 싣고 하늘로 오르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륙할 때 소모되는 연료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일단 이륙하고 나면 비행기는 속도를 붙여 목적지를 향하여 손쉽게 날아가게 된다.
믿음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교회에 다니기 시작할 때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탄력을 붙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저들에게 기독교 복음의 기본적인 지식과 교회생활에 대하여 잘 인도하고, 성령체험을 하도록 하면 빠른 시간에 신앙생활의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최소한 세례를 받을 때까지는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교인들이 편하게 교회만 다니려 할 뿐, 교회에서 행하는 훈련과 지도를 받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교회 다닌 기간이 오래되어도 여전히 초보 신앙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비행기가 활주로만 빙빙 돌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교인들이 교회의 뜰만 밟아보아야 아무 의미가 없다. 비행기가 넓은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또 비행기 조종사는 자기 마음대로 비행기를 운행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이론과 실제 비행훈련을 받아야 하며, 정해진 매뉴얼대로 비행기를 안전운행해야 한다. 그리고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마다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항 내에서도 여러 가지 안전사고가 발생될 수 있다.
신앙생활과 목회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세상적인 지식이 많거나 사회경험이 풍부하다고 목회를 잘 하는 것이 아니다. 순간순간마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아야 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성령님의 내주하심을 체험하고, 하나님의 기적을 경험한다. 개인적인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적인 열심과 결단만으로 교회생활을 한다면 얼마가지 않아 몸도 마음도 지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성령께서 도우시면 목회도, 신앙생활도 즐거워지고 힘이 솟아나게 되는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사물을 끌어당기는 지구의 중력을 넘어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행기는 단 1cm도 뜰 수 없다. 우리의 믿음생활도 날개를 달아야 한다. 최근 두 날개, 세 날개라는 용어가 마치 유행처럼 사용된다. 예배, 소그룹, 제자훈련, 선교, 친교 등 교회는 균형있는 지체로 만들어가야 한다. 지구의 중력을 넘어야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처럼 교회는 인간적인 생각, 경험, 이해관계 등 이 모든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교회 안에서는 민주주의 방식이 절대적인 선(善)이 아니다. 모든 결정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교회는 사람의 생각이 중심인 민주주의(民主主義)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중심인 신주주의(神主主義)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예”라고 하여도 하나님께서 “아니다”라고 하시면 기꺼이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밀라노 공항에 도착
약2시간 후에 비행기는 이탈리아의 밀라노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에 들어서자 우리나라의 삼성과 LG 광고판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한국의 기업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는 것에 마음 뿌듯하다.
여기에서 크루즈가 정박해 있는 사보아 항구까지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된다. 아무튼 길고도 긴 이동시간이다. 이곳은 날씨가 잔뜩 흐리더니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밀라노 공항에 55인승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우리는 1호 버스를 탑승하였으며, 이 버스를 타고 밀라노 현지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사보아 항구로 가게 된다. 공항에서 식당까지 약1시간 소요되었는데 버스를 통해 밀라노 도시를 볼 수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밀라노는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아 마치 한국의 한적한 외곽도시를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밀라노는 그 크기가 서울의 1.4배 가량되며, 인구는 800만명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 레오날드 다빈치의 고향이며, 최후의 만찬이라는 불후의 명작이 이 도시의 한 식당 벽면에 그려져 있다고 한다. 물론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많이 훼손되어 지금 복원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예술의 도시 밀라노, 그래서인지 도시가 사진에서 보아왔던 아름다운 건물이 많다. 물론 건물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면 낡고, 오래되었지만 그 건물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가끔 건축을 하고 있는 현장이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활발한 건축 열기, 역동성 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특이한 것은 도시의 건물 벽에 수많은 낙서가 남아있는 것이다. 스프레이를 뿌려서 쓴 글자, 때로는 붓으로 정교하게 마치 미술작품처럼 그려진 것도 있다. 도대체 왜 지우지 않고 그냥 두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어느 목사님이 설명하기를 저것은 모두 자기주장이나 욕설이란다. 처음에는 쓰면 지우고, 지우면 또 쓰는 일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는데 나중에는 시 당국에서 두 손을 들었다는 것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그럴 듯하게 들린다. 낙서조차도 때로는 예술작품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것도 있었다.
이 도시의 건물 중 무척 오래된 노후 건물이 많았지만 각 주택, 건물의 베란다는 꽃, 나무로 장식되어 있다. 꽃을 좋아하는 민족, 예술을 사랑하는 역사적인 도시의 민족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한국과는 달리 베란다에 알루미늄 샤시를 한 곳은 전혀 없다. 비가 오면 빗물이 안으로 들어와서 불편할 텐데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 베란다의 화분과 꽃을 심어 삭막하지 않은 도시환경을 연출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의 아파트와 베란다의 샤시는 편리성은 있지만 외관상 삭막하기 이를데 없다.
오래되고 노후한 도시이므로 만약 우리나라라면 당장 철거하고 재개발, 재건축 등이 활발히 일어나겠지만, 저들은 지금의 생활환경에 만족하며,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나는 과연 행복과 불행의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좋은 환경, 많은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에 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는 방편으로 더 많은 재물, 더 크고 좋은 집과 자동차, 더 높은 지위를 추구하지만 그것이 행복의 진정한 첩경은 아닌 것이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이 불행하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도로의 가운데로 전차가 다니는 모습이 경이롭다. 내가 어릴 때 전차를 본 후로 우리나라에서는 전차가 사라진지가 오래 되었다. 도로 한가운데 노면 위에 놓인 철길, 그 좌우로 다니는 자동차들. 옛날 내가 보았던 전차에 대한 추억과 함께 잠시 옛날로 필름을 거꾸로 돌려보는 느낌이다.
그리고 달리는 자동차의 60% 정도가 우리나라로 치면 소형차이다. 이탈리아의 국민소득이 약3만불이라고 한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높고, 잘 사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허영과 허식이 없이 검소한 모습이다. 도로 위로 달리는 현대, 기아에서 생산한 자동차도 제법 보인다. 매우 반갑다. 외국에만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되는 것 같다.
이 곳 밀라노에는 현재 약5천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90%는 유학생이며, 나머지는 상사주재원, 선교사 등이라고 한다. 이 지구상 어느 곳에 가도 한국 사람이 빠지지 않고 진출해 있다. 하나님께서 마지막 시대에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로 우리 민족을 쓰시려 하신다. 해외로 파송하는 선교사와 함께 우리나라에 돈을 벌려고 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선교도 중요하다. 특히 구미(龜尾)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있다. 어떻게 저들을 도울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내가 고민해야 할 숙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 민족이 땅 끝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는 소중한 일에 쓰임을 받는 한 하나님께서는 우리 민족을 축복하여 주실 줄로 믿는다.
밀레노 시내에서의 점심식사
공항에서 약1시간 걸려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식당 분위기나 음식의 질이 너무 떨어져 매우 실망스러웠다. 노골적으로 불평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어디에 가서도 먹는 것 때문에 불편을 느끼지 않았는데 현지에서의 첫 번째 식사부터 느끼하고, 맛도 입에 맞지 않아 음식을 남겼다. 그래도 크루즈 배를 타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사보나 항구 도착
오후5시 30분경 버스가 사보나 항에 도착하였다. 사보나는 리구리아해(海)의 제노바만(灣)에 연하여 있는 항구도시로 제노바 서남쪽 40km에 위치하고 있는 항구도시이다. 중세이후 르네상스기에는 마조르카 도자기 등의 수공업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석탄과 석유의 수입항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제노바와 이어진 공업지대의 일부를 이루어 제철, 조선업이 성행하며, 기계, 전기기기, 식품가공업도 이 도시의 주요 산업의 한 부분이다. 구 시가지는 중세도시의 전형으로 르네상스나 바로크 양식의 성당과 궁전이 있다하지만 시간 일정상 볼 수는 없다.
크루즈 코스타 퍼시피카호 승선
사보나 항구에 작은 섬 크기의 크루즈 배 3대가 동시에 정박해 있었다. 3대의 배 가운데 우리가 이용하게 될 배는 총11만4천톤급의 Costa Pacifica호로서 길이가 290m, 넓이 35.5m, 총14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승객 3,780명과 승무원 1,110명이 동시에 탑승하여 최고 21.5노트의 속도로 항속할 수 있는 배인데, 2009년에 건조되어 아직 3년밖에 되지 않은 최신형이라고 하였다.
기나긴 여행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크루즈 배를 보는 모두의 얼굴은 환해졌다. 배에 탑승하는 과정이 꽤 복잡하다. 먼저 가지고 온 짐을 먼저 배 안으로 들여보내고, 여권을 제출하여 간단한 입국절차를 밟고, 검색대를 통과한 후 사진촬영을 하고, 크루즈 안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카드(신분증, 숙소 전자키, 결제수단)를 발급받은 후 비로소 사전에 배정된 숙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였더니 짐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크루즈의 숙소는 위치에 따라 3등급까지 있다. 가장 저렴한 곳은 ‘내측(인사이드)’으로 창문이 전혀 없는 곳, 다음은 ‘오션뷰’로 창문을 통해 밖을 볼 수 있는 곳, 가장 좋은 숙소는 ‘발코니’로 바깥이 보일 뿐 아니라 발코니에 나가서 바람을 쐬거나 쉴 수 있는 공간까지 갖춘 곳이다. 당연히 가격의 차이가 있다. 인사이드와 발코니방의 가격은 1인당 80만원의 차이가 있다.
우리가 배정받은 숙소는 내측 2467호. 창문이 없는 내측 방에 2개의 침대와 화장실이 딸렸다. 창문이 없어 방에 들어오면 불을 켜야 하지만 바깥 바다를 보려면 갑판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굳이 비싼 요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고, 나름대로 아늑한 공간이다.
도착예배
짐을 풀고 현지시간 오후5시30분 5층에 모여서 선상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모였다. 이 배에 한국인 직원 김선정 씨가 근무하면서,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각종 안내를 담당하고 있었다. 배 안에서 도착예배를 드리고, 당초 예정되었던 선상설명회는 다음 날 개최하기로 변경하였다. 대신 선내의 각종 편의시설을 소개하는 약식 선내 투어를 진행하였다.
크루즈에서의 첫날 저녁식사
선상투어를 마치고 3층 식당으로 갔더니 미리 좌석이 배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식당 종업원들이 식사 메뉴표를 가지고 와서 주문을 받는데 저들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고, 메뉴표를 보아도 어떤 음식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럴 때 CBS 투어 직원이 식사주문을 도와주면 좋겠는데 직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어야 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출발 때 좌석배치, 밀라노에서의 실망스런 점심식사, 그리고 첫날 저녁 식사주문에 도움을 받지 못한 것 등 불편한 상황이 반복되자 총회장 목사님께서 CBS 투어 직원에게 강하게 항의하였다.
아름다운교회 집사님 모녀와의 만남
어렵게 식사 주문이 끝나고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우리와 같은 식탁에 배정된 사람은 아름다운교회의 집사님이신데 모녀간이었다. 어머니 이순희 집사님과 딸 이수나 집사님이 함께 성지순례에 참석하신 것이다. 이수나 집사님은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처음에는 예수를 믿지 않았으나 오랜 기도로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고, 교회에 출석한 지 얼마되지 않아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어머니도 집사로 임명받았는데, “지금은 엄마가 저보다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요”라고 한다. 이순희 집사님은 은혜받은 이후부터 지금까지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으신다고 한다. 그리고 늦게 예수님을 믿은 만큼 자녀들을 위해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집사들이시다.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이수나 집사님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되었다. 집사님은 성격도 밝고, 적극적이며, 신앙도 좋은 분 같아보였다. 우리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좋은 믿음의 배우자가 나타나기를 축복해 주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결혼하기까지 있었던 에피소드와, 작년 11월 딸의 결혼 이야기를 하면서 “20대 초반의 젊은 시절에는 연애감정에 의해 배우자를 선택하게 되는 반면, 나이가 들면 그런 감정으로 배우자를 결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결혼을 위한 배우자의 조건을 가급적이면 구체적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라”는 권면을 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익한 시간이었다.
크루즈에서의 첫날 밤
이제 본격적으로 크루즈 성지순례가 진행된다. 유익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한 순례 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곳 현지시간으로 저녁9시,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4시. 아직 시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에 몸이 무척 피곤하다. 내일 이후 좀 더 좋은 여행을 기대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하나님, 이번 성지순례를 통하여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게 하시고, 두고 온 교회와 성도, 자녀들을 지켜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