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제사는 망인(亡人)의 기일(忌日) 즉, 망인이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제사이다. 예전에는 기일의 첫 시간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자정 즉, 12시가 넘어 시작하였다. 따라서 제사는 밤에 지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방 후 우리나라에 통행금지제도가 있었고 밤 12시 전에 제사를 지내고 모였던 형제들이 집으로 가야 되기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하고 초저녁에 제사를 지내 이것이 어느덧 고정화되었다. 기제사는 망인이 혼자 잡숫는 제사이지만 지방에 따라서는 부부 양위(夫婦 兩位)를 합사(合祀)하는 곳도 있다. 기제사는 집에 모셔진 4대조까지 지내는 것이기 때문에 장손의 집, 즉 조상의 영(靈)이 모셔진 집에서 행해진다.
양반댁에서 격식을 갖추어 행하였던 기제를 보면 이러하다. 제일(祭日) 3일전부터 제를 지낼 종손은 목욕제계하고 정성을 들인다. 이때부터 종부(宗婦)는 제수를 준비한다. 쌀도 좋은 것으로 따로 두었던 것을 가지고 떡을 하고 과일, 야채 등도 좋은 것으로 장만하여 고기도 제사용이라 하여 따로 부탁하였다가 사온 것으로 요리를 한다. 제사지낼 시간이 가까와 오면 마루에 젯상을 차리고 홍동백서(紅東白西)에 따라 제수를 정돈한다. 제일 앞쪽에는 과일과 과자를 놓되 붉은 색의 것은 동쪽에, 흰색의 것은 서쪽에 놓는다. 다음줄에 식혜, 야채, 나물 등을 놓고 그 다음 줄에 탕을 놓는데 보통은 삼탕을 올리지만, 좀 큰 젯상은 오탕, 제일 큰 젯상은 칠탕으로 하였다. 삼탕이란 소고기탕, 생선탕, 닭고기탕을 말하고, 오탕이란 이에 돼지고기탕과 소탕(素湯;육류나 어류를 넣지 않음)을 더한 것이며, 칠탕은 다시 여기에 두부탕과 또 다른 종류의 생선탕을 더하는 것이다. 그리고 탕의 다음 줄에 고기전을 놓고, 그 다음 줄에 밥과 국을 놓되 밥과 국의 위치를 산 사람과 반대로 하여 놓는다.
젯상 뒤에는 위패를 모시고 향로 상(床)을 놓는다. 향로 상에는 향을 피우고, '모사기'라 하여 작은 종지에 쌀을 놓고 그 위에 성냥개비 크기의 짚을 몇 가닥 붉은 실로 묶어 꽂아 놓는다. 이곳에 신이 내려오게 하는 것이다. 젯상이 다 차려지면 흰 두루마기를 입은 제주(祭主)가 제사를 올릴 사람들을 이끌고 젯상 앞으로 다가와 항렬과 나이 순서대로 서게 한다. 그리고 제주가 앞으로 나아가 무릎 꿇고 앉으면 옆에서 집사라 부르는 사람이 술잔을 주고 술을 따라 준다. 제주는 이것을 모사기에 약간 붓는데 이를 강신(降神)이라 한다. 그런다음 술잔을 바로 쥐고 있으면 집사가 다시 술을 부어 준다. 이것을 향 위로 세번 돌려서 집사를 주면 집사는 받아서 밥사발 앞에 놓는다. 첫 번으로 신위(神位)에 술을 드린다 하여 이를 초헌(初獻)이라 하고, 초헌하는 사람(제주)을 초헌관이라 한다. 초헌을 마치면 제주는 일어나 약간 뒤로 물러나서 큰 절을 한다. 이어 모든 사람이 앉고 축관(祝官)이 축문(祝文)을 읽으니 이것을 독축(讀祝)이라 한다. 독축이 끝나면 일동이 일어선 다음 제주가 아닌 사람 중에서 두 번째 술잔을 올리니 이를 아헌(亞獻)이라 한다. 셋째 잔은 또 다른 사람이 올리고, 이것을 종헌(終獻)이라 한다. 종헌관이 잔을 올리고 절을 마치면 집사는 술잔에 술을 채워 놓는다. 이제 강신한 조상께 식사할 여유를 드리는 절차이니 이것을 ?門이라 한다. 이때는 방을 비우는데, 다른 방으로 가기가 어려우면 제관과 젯상 사이에 병풍을 치거나 모든 사람이 돌아앉기도 한다. 이렇게 하여 정숙하게 일정 시간을 지낸 다음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국 대접을 물리고 숭늉을 올린 다음 일동이 절을 하며 고별을 한다.
다음에 축문을 태우고 상을 약간 옮긴 다음 제관들이 제사지낸 술이나 안주를 먹으니 이것을 음복(飮福)이라 한다. 이러한 절차의 제사를 장엄하게 지내면 약 두시간이 걸리고 간략하게 하여도 20분이 소요된다. 4대를 봉사(奉祀)하는 종손의 경우 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의 제사를 행하면 1년에 여덟 번의 제사가 있게 된다. 또 조선시대에는 불천지위(不遷之位)라는 것이 있었으니 이 위(位)에 오른 분은 4대가 넘어도 그치지 않고 영원히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상 가운데 불천지위에 계신 분이 있는 집에서는 1년에 열번의 제사를 지냈다.
▒ 기제 상차림
다음은 우리나라 향교에서 권하는 차례상 차리는 법이다.
과일을 놓는 줄(그림의 1번 줄) 조율이시라하여 좌측부터 대추, 밤, 배(사과), 감(곶감)의 순서로 차리며(조율시이의 순서로 하기도 한다), 그 이외의 과일들은 정해진 순서가 따로 없으나 나무 과일, 넝쿨과일 순으로 차린다. 과일 줄의 끝에는 과자(유과)류를 놓는다.
반찬을 놓는 줄(그림의 2번 줄) 좌포우혜라하여 좌측 끝에는 포(북어, 대구, 오징어포)를 쓰며 생채 다음 우측 끝에는 혜(식혜)를 쓰기도 한다. 그 중간에 나물반찬은 콩나물, 숙주나물, 무나물 순으로 올리고, 고사리, 도라지나물등을 쓰기도 하며 청장(간장) 침채(동치미,겨울철)는 그 다음에 올린다.
탕을 놓는 줄(그림의 3번 줄) 대개는 3탕으로 육탕(육류 탕), 소탕(두부 채소류 탕), 어탕(어패류 탕)의 순으로 올리며, 5탕으로 할 때는 봉탕(닭 오리탕), 잡탕등을 더 올린다. 최근들어 한가지 탕으로 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적과 전을 놓는 줄(그림의 4번 줄) 대개는 3적으로 육적(육류 적), 어적(어패류 적), 소적(두부 채소류 적)의 순서로 올린다. * 적 : 생선이나 고기를 대꼬챙이에 꿰어서 양념하여 구운 음식. * 전 : 재료에 밀가루를 뭍혀서 번철에 지진 음식(부침개).
반 잔 갱을 놓는 줄(그림의 5번 줄)(그림의 5번 줄) 앞에서 보아 메(밥)는 좌측에 갱(국)은 우측에 차린다. 시접(수저와 대접)은 단위제의 경우에 메의 왼쪽에 올리며, 양위합제의 경우에는 중간 부분에 올린다.
향로 향합등 향상에는 축문, 향로, 향합을 올려 놓으며 그 밑에 모사그릇, 퇴주그릇, 제주(술)등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