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얼굴
‘바람’이라고 하면 나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부터 떠오른다. 내가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여류작가 마가렛 미첼이 쓴 단 한 편인 장편소설로 1936년에 완성한 것이다. 집필에 무려 십 년이나 걸린 1천 페이지에 달하는 대작이다.
전쟁이라는 폭풍우에 휘말려 하룻밤 사이에 부농의 딸 오하라는 빈민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그녀는 어떤 역경에서도 결코 자기를 포기하지 않고 온갖 수단으로 전력을 다해 삶을 개척해 나간다. 그러한 삶의 의욕과 자기가 사랑하는 자를 지키려는 집요하면서도 야성적인 정열,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의지와 삶에 대한 긍정적 정열이 이 작품을 최고로 매력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이 영화와 작품을 참으로 감명 깊게 보았다. 그리고 제목의‘바람’이라는 낱말에 집착하였다.“바람이란 모든 것에 영향을 주는 세상의 일을 가리킨다.”고 장자莊子가 말했다. 바람을 본 사람이 있는가. 바람은 보이지도 않고 잡을 수도 없지만 굴뚝에서 나온 연기가 움직이고, 깃발이 펄럭이며 나뭇잎이 흔들릴 때 우리는 느낄 수가 있을 뿐이다.
고사古事에 바람은 4형제라고 했다.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가 티탄족의 아스트라이오스(별하늘)와 정을 맺어 바람의 4형제를 낳았다고 한다. 늦가을부터 이른봄까지 바다 위를 휘몰아치는 북풍 보레아스, 부드러운 봄철의 서풍 제위로스, 남풍 노트스, 동풍 에오로스인 바람 4형제의 거쳐는 대체로 산과 섬이라고 한다.
과학에서 말하는 바람은‘대기의 흐름’이며 풍향과 풍속의 두가지 기준에서 평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동과 서를 기준으로 하여 북동풍, 남서풍 등으로 불렀다. 그리고 남과 북을 기준으로 16방위가 정해졌다. 여름에는 동남 계절풍, 겨울에는 서북 계절풍이라 했다.
바람을 가장 유용하게 이용하는 것은 새들이다. 새들은 날개를 펴서 공중을 날뿐 아니라 날개를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도 장시간 공중을 날 수 있다. 그것은 글라이더가 활공하는 것 같은 원리라고 한다.
새가 활공하는 동안은 날개를 양쪽으로 완전히 뻗고 있지만 빠르게 날 때는 날개를 뒤꼬리 쪽으로 접는다. 새가 100미터 높이에서 활공하기 시작하면 수평으로 1천6백미터 거리를 날 수 있다고 한다.
바람을 잘 이용하는 동물 중에는 새 외에도 곤충이 있다. 벌레들은 바람의 언어를 읽는 더듬이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땅속에 알을 까고 나오는 때를 알고 있으며 노래할 때와 일할 때의 경계를 분간할 줄 안다고 한다. 그래서 한자의 바람‘風’자에는 벌레‘虫’자가 붙어 있다는 것이다.
식물 중에는 바람을 이용하여 꽃가루를 멀리 날려보낸다. 열매를 맺게 하는 풍매화가 그것이다. 민들레나 단풍나무는 바람을 이용하여 씨앗을 멀리 퍼지게 한다.
우리의 촉감에 가장 쾌적미를 느끼게 하는 바람은 동남풍이다. 우리나라에는 흥미롭게도 동풍과 남풍에 관한 속담이 많다. 그러나 북풍과 서풍은 속담 속에 씌어진 일이 거의 없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동풍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래서‘동동 닷냥’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난봉이 나서 돈을 함부로 날려 버림’을 조롱하는 말이다.
공기의 유동이 바람이지만 그게 아닌 바람이 곧 바람둥이의 바람이다.
바람 피는 난봉쟁이의 바람기를 하필 동풍에다 끌어 붙인 까닭은 무엇일까. 때아닌 샛바람에 곡식이 병들 듯 사람의 마음도 샛바람이 불면 패가방신을 한다는 뜻인가. 아무튼 마음을 들뜨게 하는 바람, 그게 바로 동풍이란다.
흥부전과 춘향전에 나오는“동풍 안개 속에 수숫잎 꼬이듯 한다”는 구절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관점에서 쓰여진 것이다. 심술이 사납고 성깔이 순순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리라.
동풍이 불어오는 3, 4월이 지나면 5, 6월에는 남풍이 분다. 남풍은 경풍景風 또는 마풍麻風이라고 하는데 순 우리말로는‘마파람’이다. 마파람은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의 바람이다. 동풍에서 눈뜬 새싹이 꽃잎 피듯 피워내는 것은 남풍이다. 속담에‘마파람에 곡식이 혀를 빼물고 자란다’고 했다. 마파람이 불기 시작하면 모든 곡식이 놀랄만큼 빨리 자라서 익어 간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올 즈음이면 서풍이 불기 시작한다. 정열과 약동하는 계절의 바람인 동남풍도 어디론지 멀리 사라지고 만다. 서풍이 불면 무성했던 나뭇잎도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국화도 시들어 가고 이 무렵이면 세찬 북서풍의 기승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 무렵이면 동남풍을 따라 집을 나갔던 탕아도 방랑 생활을 끝내고 가족에게로 돌아온다.
몸, 노목(老木)에도 꽃은 피누나
계절은 어김없이 또다시 봄, 봄기운이 정명훈의 명 지휘에 따라 내 가슴에 부활의 선율로 다가오누나.
오! 두 팔 벌려 환호하니 이내 메아리가 합창해 온다.
‘자연은 그 운동에 있어서 쉴 줄 모른다. 그리고 모두는 무위無爲로 변한다.’고 한 괴테를 떠올리게 하면서 문득 안개 속에 뽀야니 피어오르는 나태주의 시 <풀꽃>. 아주 짧지만 여운은 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봄은 진정 사랑의 계절이다. 그래서 만물이 동면에서 소생하고, 온 천지가 화려하게 꽃으로 장식되고 새들의 노래가 축제를 더욱 절정으로 이끈다. 절로 옛 시조 한가락이 흥얼거려 진다.
어이하리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지워지지 않는 춘래 불사춘春來 不似春, 분명 불청객이다.
세월따라 이마에 주름은 굵어 가건만 그걸 마다할 재간은 없으면서 그래도 낡아선 안 되겠다고 몸부림 치다보니 때론 어리석게 여기저기 부딪치기도 하고 더러는 시정市井의 날카로운 눈총에 빛을 잃기도 하여 마냥 숨막히는 처지를 주체하지 못한다. 침울해 진다.
바깥으로는 애써 평온을 가누어도 안으로 죄어드는 오뇌는 항상 나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무엇인가 신통한게 없을까 더듬거리느라 눈을 감거늘, 오늘날의 만연된 불신의 풍토에서 함부로 허우적거린다고 될 일이 아니어서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철이 들면서 어언 반세기 넘게 쉬지 않고 연습해온 인생 연극이건만 통 신통치 않아 뼈마디가 쑤신다. 아무리 연습을 거듭한들 좀처럼 원숙의 경지에 다달을 수 없음은 능력의 한계점이 바닥을 드러낸 것 같은데도 냅다 던져버리기엔 미련이 많은 나 자신의 인생이고 보면 가엾어서 이 봄에 다시 챙긴다.
맨손으로 얼굴을 마사지한다. 그래봐야 주름은 이내 원상이 되거늘, 주름이 세력을 확장해 가는데는 일말의 서글품이 없을 수 없다. 시름처럼 가느다란 초조로움이 얼굴 전체의 기능에 노화현상을 불러들이는 것 같아 무척 야속한 생각이 든다.
나는 거울을 등진다. 내가 나를 꾸짖는 것이 괜스런 무책임한 소치라 여겨져서이다. 자학의 잔해를 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른다. 나의 그 숱한 아름답던 추억들이 뿔뿔이 내 얼굴을 떠나간지 그 얼마나 되었을까? 까마득하다.
나는 하도 기가 차서 그만 싱긋이 웃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웃을만한 일들이 다투어 몰려오는 것이 아닌가. 반가워라. 정말 눈물겹도록 반갑구나. 왈칵 껴안고 싶다.
새삼스레 살아온 뒤안길에서 멈칫하다가 이 사회의 어둠이나 그늘이 결국 사랑의 결핍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아주 적은 계층말고는 모두가 심한 사랑의 갈증에 목이 타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사랑! 그것은 곧 마음의 평화와 직결 되는것.
찰나적으로 지나가는 세월을 그나마 주인의식 없이 나그네처럼 살다보면 종국엔 불안감으로 하여 부질없이 갖은 욕심만 부리게되고 더 많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엉뚱한 집념으로 변해 마음이 무거워서 웃을 날이 없어진다.
지난 날 유한양행의 유일한 사장은 자수성가한 전 재산을 그 부富를 이루게 한 사회에 환원했었다.
또 고故 김활란 박사는 전 재산을 이화대학 재단에 받쳤을 뿐 아니라, 죽음에 이르러 절대로 장송곡일랑 부르지 말고‘승리의 노래’를 불러 달라고 했음은 자신만만하게 자기의 일생을 평가한 결과라고 여겨져 숙연하게 한다.
나는....
‘웃는 얼굴’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웃는 사람’은 드물다. 무거운 짐을 지고 웃는다는 건 사실 어렵다. 나 자신이 무거운 짐을 벗고 홀가분할 때 비로소 웃음이 밖으로 피어나리라.
나는 오늘도 마음 가다듬으려 그 연습을 하고 있다. 인생을 당당하고 현명하게 자신있고 멋지게, 품위를 잃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 다시 사랑!
사랑이란 거창한 구호나 이론에 의해 참 맛이 풍겨지는 것이 아니더라.
‘짧은 사랑의 한마디와 친절한 작은 행위가 이 세상을 낙원으로 만든다’는 격언, 사랑은 정녕 희열이더라.
이성을 사랑했던 지난 그 열정과 배려의 10분의 1만이라도 남을 위해 베풀자! 반대급부는 내 맘에 깃드는 평화의 종소리.
이 맘만으로 벌써 내 노목에도 꽃이 피누나.
삶의 향기
1. 삶의 생명체가 되는 자연을 알고(체험) 사랑하고(작품쓰기) 알리기 위한(독후감) 자연사랑 문학제를 문학의 집 서울주체로 국립 청태산 자연 휴양림에서 실시했다.
2. 아름다운 녹색쉼터, 자연의 향기 그대로를 아름다운 청태산 휴양림에서 느끼게 되어 무척 감동스러웠다.
3. 자연에서 배운 인생의 소금같은 지혜를 배우게 되었다.
4. 숲속 해설자를 따라 숲속 오솔길을 맨발로 걷는 기분은 표현할 수 없는 상쾌한 기분이었다. 40분간 걷고 마지막에는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에 발을 씻은 후에는 오장육부를 깨끗하게 씻은 느낌이었다. 이 걷기를 한번 시험해 보시지 않겠어요.
5. 숲속을 걸어가면 마음이 더없이 평온하다.
6. 자연과 어울리는 삶의 경계는 없다. 자연의 끝간데에는 도달할 수 없으며, 결국 처음에 떠났던 곳으로 인간은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7. 숲속에서 자연의 교향곡을 듣는다. 이름모를 새들과 동물들의 소리, 나무들의 속삭임, 바람소리, 산골짜기에서 물소리 등등.... 자연의 교향곡이 연주된다.
8. 숲속을 혼자 걸을 때 차분한 마음으로 명상에 잠겨보면, 탐욕도 없고, 독선도 없으며 아름다운 생각만 하게 된다.
9. 여름은 온 천지가 푸르름으로 가득하여 아름다운 꿈과 생기가 넘치는 성장의 계절이다.
10. 산에서 인간이 배우는 것은 태연자약의 덕을 배우고 물에서는 겸손의 지혜를 배우며, 개미로부터 근면정신, 꿀벌에서 협동의 철학, 잡초에서 끈질긴 생명력, 비둘기에서 온유와 평화를 꽃에서 신비와 미를 배우고 사계절의 변화에서 질서를 배운다.
11.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됩시다. 불평없이 한결같은 마음을
12.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생각하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13. 삼림욕과 20여가지 체험을 접목한 국내 최초의 테마형 산책로 테크로드를 꼭 체험해요. (600km 거리) 우리 모두 부모님께 효도하면서 어린이 불구나, 노약자에게 봉사하며 삶의 향기를 풍깁시다.
이 숙 선생은
*국제 펜 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회 이사
*인천 에총, 인천 문화원 이사, 한국 수릴가 협회 상무 이사 겸 사무국장 역임
*통일 문학상. 한국 수필상, 인천시 문화상 수상
*수필집(유정, 내 영혼의 무지개, 아름다운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