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마크롱-바이든 정상회담 앞서 공개 비판유럽뿐만 아니라 韓日에도 치명타…공동대응 모색 중
지난 4월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2.4.8/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뉴스1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럽에서 생산된 제품에 차별적이라는 이유에선데, 미 의원들은 IRA 시행을 강행하겠다고 맞섰다. 마크롱 대통령뿐만 아니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를 비롯해 유럽연합(EU)까지 IRA에 반발하고 나서며 무역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미국 의원 등과 실무 오찬을 가지며 IRA에 강하게 반발했다.◇ 마크롱 "IRA 매우 공격적"…바이든에게 반대 의사 표할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 실무 오찬서 발언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뉴스1 마크롱 대통령은 "IRA는 유럽 기업에 대해 매우 공격적(super aggressive)"이라며 "IRA는 서방을 분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IRA에 규정된 '북미에서 생산된 차량'이라는 요건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미 의원들은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데비 스태버나우 민주당 상원의원은 "우리는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에 와서 공장을 짓기를 바란다"며 "법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댄 킬비 민주당 하원의원도 "IRA는 중국이 아닌 미국이 전기차 생산을 주도할 수 있도록 투자를 돕는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질 예정인데, 정상회담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IRA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 의사를 표할 것으로 전망된다.m 백악관은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비(非)북미 지역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우려 사항을 이해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며 "기꺼이 대화를 나누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IRA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투자이고,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안보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며 "유럽 기업에 상당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변했다.
◇ 바이든, 지난 8월 IRA 최종 서명…FTA 위반·자국 우선주의 비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인플레감축법(IRA) 관련 연설하는 모습. 2022. 9. 13.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뉴스1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16일 IRA에 최종 서명했다. 이 법에 따라 미 정부는 향후 10년간 인플레이션 감축을 위해 총 4330억 달러(약 565조원)를 투자한다. 구체적으로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목표 삼아 각종 보조금과 세금 혜택으로 관련 사업을 지원한다. 의료보험 개혁, 자사주 매입 규제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적으로 담았기에 바이든 정부의 최대 치적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법안이다. 미 재무부는 내년 1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연내 하위 규정을 확정지을 방침이다.m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를 제외한 지역에서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북미에서 최종 생산(조립)한 전기자동차(EV)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가량의 세액을 공제한다는 부분이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차량에 탑재될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도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또는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수급해야 한다.m 미국은 IRA를 토대로 2030년까지 미국 내 신차 판매 중에서 전기차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IRA가 FTA를 위반, '미국 우선주의'를 강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EU·한국·일본 등 강한 반발…"관세 전쟁 촉발할 수 있어"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본부 앞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2.09.28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뉴스1 EU는 지난 10월31일부터 IRA 시행에 따라 유럽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차, 전지 등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EU는 유럽 제품이 캐나다와 멕시코의 제품처럼 동일한 세액공제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유럽의 자동차 제조 강국인 독일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지난달 초 IRA와 관련해 "거대한 관세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m하벡 부총리도 지난 29일 연례 산업 회의에서 IRA를 겨냥해 "EU는 비슷한 조처로 응수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IRA에 대해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독일 정부는 단호하게 행동할 결의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언급한 '유럽산 구매법(Buy European Act)'와 같은 맥락의 발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과 같은 유럽산 구매법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유럽 제조업체를 위해 보조금이 필요하다. 중국과 미국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지만, 유럽만 개방적"이라고 지적했다.mIRA는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도 강한 반발을 불렀다. 북미에서 최종조립되는 전기차만 세액공제 방식의 보조금을 주게 되면 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m 현대자동차는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州) 공장 건설에 55억 달러(약 7조8700억원)를 투자하겠다며 대응에 나섰다. 다만 해당 공장은 2025년부터 가동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 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도요타 역시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새 공장을 건설, 38억 달러(약 5조원)을 투자한다. 이 공장은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2025년부터 자동차를 생산해낼 예정이다.우리 정부는 IRA에 대응하기 위해 주미대사관을 매개로 EU와 일본 등 이해당사국 간 정례적인 모임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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