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면발은 굳은지 이미 오래
아 굳은 짜장면이 삼선이나 했다니
가끔씩 국회의사당에
출근하는 짜장들
북경반점 철밥통에 너무 오래 담겨졌나
한 쪽으로 몰려서 달라붙은 짜장면
힘없는 나무젓가락만
툭 하고 부러진다
박성민, <삼선짜장> - 전문
짜장면은 부드러운 면발이 생명이다. 그런데 굳은 지가 이미 오래되어 맛있게 먹을 수가 없다. 그것도 보통 짜장이 아닌 삼선 짜장이…. 어렵게 쟁취한 빛나는 삼선. 삼선씩이나 해 놓고 아니 삼선이나 했으면서 이 짜장들은 이미 굳어 버려 움직이기가 힘들다. 그래도 가끔씩 출근하여 세비는 받아 챙긴다. 안전하게 지켜주는 철밥통에 너무 오래 머문 탓일까. 한쪽으로만 몰려 있어 도무지 섞이지도 않는다. 힘없는 나무젓가락만 툭 부러지고 서민의 바람도 툭툭 부러져간다. 요즘 여의도의 슬픈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이옥진·시조시인
박성민시인은 1965년 목포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조로 등단했다.
시의 소재는 생활하는 가운데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늘 매의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시인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먹는 음식을 보고도 그냥 먹지 않고 뭔가 시감을 찾아 번쩍이는 그의 눈동자가 보이는 듯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