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山裏 碧溪水ㅣ야 수이 감을 쟈랑마라
청산리 벽계수
一到滄海하면 도라오기 어려오니
일도창해
明月이 滿空山ᄒᆞ니 수여 간들 엇더리
명월 만공산
靑山청산은 번거로운 세상을 벗어난 곳. 그 靑山의 속[裏리]은 세상을 벗어난 곳의 그 안쪽이니 세상의 번뇌 없고 세상의 먼지 없는 곳일 터. 거기에 푸른 시냇물[碧溪水벽계수]은 더없이 맑고 정결할 터. 그 碧溪水가 내세우는 것이 있다. 자랑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圓滿원만한 모습이 아니다. ‘수이 감’을 자랑한다. 가볍다. 번거로운 세상을 벗어난 곳의 안쪽을 흐르는 맑은 물에게 번뇌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세상 고뇌를 넘어선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는 모습. 바람 소리 새소리만 있는 곳을 가볍게 흘러가니 즐겁지 아니한가.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촐랑대는 모습이 아닌가.
그렇게 흘러 큰 바다[滄海창해]에 다다르는 것[到도]은 모든 이들에게 일어나는 일. 돌아온다는 것은 한자로 하면 復복으로 처음으로 돌아간다, 회복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滄海에서 碧溪水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어렵다. 빠르게 흘러 큰 바다에 이르는 것을 자랑하는 碧溪水를 향해 쉬어 갈 것을 제안한다. 쉼이란 무엇인가? 休휴. 가는 것을 그치고 쉬는 것. 가는 것을 그칠 때에 밝은 달[明月]은 空山을 가득 채우고[滿] 碧溪水를 채울 것이다. 달이 산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은 空山이었기 때문. 碧溪水가 休水가 되면 달이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수이’ 가면 달이 채울 수 없다. 明月이 空山과 休水에 가득하여 圓滿한 세계가 이루어진다. 거기는 靑山의 속[裏]이 아니고 충만한 우주이다.
‘수여 간들 엇더리’ 라고 말을 건네면서 碧溪水의 선택에 맡긴다. 네 뜻대로 해라.
- 碧溪水의 碧과 一到滄海의 海가 桑田碧海의 碧海가 된다.
‘수이 감’과 ‘수여 간들’ -- ‘수이’와 ‘수여’ 비슷한 발음으로 대조되는 뜻을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