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꽃시절’의 특징은 넘어섬이다
-정경진「꽃시절에 대해」
우리들이 보통 사용하는 말 중에 ‘그때가 꽃시절이었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에서 좋을 때를 이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때를 왜 굳이 ‘꽃시절’(꽃 필 때)이라고 할까요? 물론 꽃이 아름답기에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누구라도 꽃이란 꽃 피우는 노력의 결정체임도 압니다. 그러므로 ‘꽃시절’이라는 말은 꽃 피우려는 의지와 꽃 피움이 하나로 되었을 때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꽃 피다’만 떼어서 꽃시절을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꽃시절’에서 중요한 것은 ‘꽃을 피우려는 의지’이고, 그 의지의 ‘개화’입니다.
다음 시를 읽으며 ‘꽃시절’이라고 부르는 때의 특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꽃시절에 대해
-정경진
누구나 돌아보면
꽃시절이 있지
내가 한없이 긍정되고
나라는 인간의 고향 같은 그런 거기
나는 넘치게 나를 넘어섰지
어려움을 하나의 언덕으로 만들고
그 위에 올라 춤추는 별을 쏘아 올렸지
누구나 돌아보면
싱싱했던 꽃시절 있지
고통 속에서도 삶의 리듬을 찾아내고
기쁨 속에서 내일을 불렀지
아, 얼마나 큰 희망의 근거였던가
꽃이란 생각을 터뜨린 몸이라는 걸
누구나 돌아보면 자기가 걸어나온
원적지(原籍地), 꽃시절 있지
저 앞에 더 멋진 나를 던져놓고
다시 꽃 피는 일처럼
누구나 돌아보면 꽃시절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인이 말하는 ‘꽃시절’이란 어떤 때를 말합니까?
- “내가 한없이 긍정되고/ 나라는 인간의 고향 같은 그런” 때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자기가 걸어나온/ 원적지(原籍地)”라고 부를만한 때입니다.
여기서 자신이 한없이 긍정된다 함은 생명적 의지와 삶이 조화롭다는 말일 것입니다.
실제로 생을 돌아보면 의지가 활동을 통해 잘 이루어지고 표현될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스스로 신성을 느낄 정도라고 합니다. 마음먹은 대로 되니 그럴 만도 합니다. 물론 마음먹은 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때도 그를 통해 생명적 힘이 불어나 더 큰 자기를 만들 수 있으니 스스로 “한없이 긍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자기가 걸어나온 원적지고 고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 시절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위 시에서 언급된 것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생명적 힘이 자기를 넘쳐서 흐릅니다. “나는 넘치게 나를 넘어섰지”. 더 큰 자기를 갈구하고 실천하며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생명적 힘의 본성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생명은 관계 속에서 더 많은 힘을 향해 움직이는 힘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자기를 넘어서 자기를 봅니다.
2) 그래서 생명적 힘은 늘 지금의 상태가 불편하다고 느끼며 자기의 성장을 위해 어려움을 찾아 나섭니다. 어려움을 넘어서려고 합니다. 그것은 생명인 이상 포기될 수 없는 본능입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하나의 언덕으로 만들고/ 그 위에 올라 춤추는 별을 쏘아” 올립니다. 어려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외려 의욕하고 의지하며 희망을 만드는 것입니다. 때문에 어려움은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춤추는 별”이라는 희망을 만들고 쏘아 올리게 하는 동력입니다. 생명이 살아서 더 큰 생명력이고자 의지적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러니 싱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고통 속에서도 삶의 리듬을 찾아내고/ 기쁨 속에서 내일을” 부릅니다. 어려움이 주는 고통에서도 삶의 리듬을 찾아내 거기에 몸을 싣고 더 큰 자기에게로 나아갑니다. 고통을 새로운 창조의 동력으로 바꿔내는 것입니다. 고통을 새로운 창조로 바꿔냄으로서 자신도 더 큰 자기로 변함을 느낍니다. 엄청난 힘 느낌이 생깁니다. 그게 “기쁨”이고, 그 기쁨이 ‘생이여, 영원하라!’고 외칩니다. 내일을 부르는 것입니다. 의지와 활동이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더 큰 자기에게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4) 그것이 바로 생명이라는 유기체의 작동방법입니다. 이 작동이 원활하게 될 때 의지와 활동이 조화로운 삶으로서의 ‘꽃시절’이 됩니다. 그래서 시인은 “꽃이란 생각을 터뜨린 몸”이라고 정의합니다. 한마디로 의지의 개화가 꽃입니다. 그래서 꽃시절의 특징을 다음처럼 정식화합니다. “저 앞에 더 멋진 나를 던져놓고/ 다시 꽃 피는 일”이라고!
이렇게 생각하면 ‘꽃시절’은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꽃시절은 ‘넘어서는 삶이 있는 때’입니다.
실제로 지금을 넘어서 더 큰 자기에게로 나아갈 때 인간은 꽃핍니다. 뭔가를 이루었을 때의 사람 얼굴을 떠올려보십시오. 그가 꽃입니다. 하지만 뭔가에 좌절했을 때의 사람 얼굴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것은 꽃의 부패입니다. 그래서 생명적 힘 본능은 재빨리 새로움을 낳기 위한, 꽃 피기 위한 의지적 행위로 고쳐 앉습니다. 왜냐하면 생명력은 본능적으로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힘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 오철수
그렇듯 생명은 꽃피려고 합니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오직 꽃 피울 생각만 합니다.
꽃이 최대로 핀 때의 그 길지 않은 기쁨을 누리고는 더 강한 생의 능력으로 저장하고 다시 꽃피는 과정으로 나아갑니다.
꽃시절은 이런 과정이 조화롭게 일어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