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힘이 세다
-한양문고 주엽점 『그림책은 힘이 세다』와 『나를 돌보는 그림책 명상』 북토크 리뷰
최근 자신을 위해 그림책을 읽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북 카페 봉사를 하고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노년들을 만나면서 그림책에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떤 책에 흥미를 느끼는지 학생들에게 묻기도 하고, 책 수레에 놓인 책들을 들춰보기도 했지요. 그때 만난 작가와 그림책이 이수지 작가의 『그늘을 산 총각』, 고정순 작가의 『옥춘당』, 믹 잭슨 글 작가와 존 브로들리 그림 작가의 『우리가 잠든 사이에』,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이게 정말 나일까?』, 『이게 정말 사과일까?』 등 ‘이게 정말 00일까?’ 시리즈였습니다.
매일 그림책 한 권을 읽어야 일을 시작할 정도로 그림책 입덕을 시작한 것은 마포구립서강도서관에서 김지영 연구원이 진행한 일곱 번의 “청년과 중년 세대교류 그림책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입니다.
김지영 연구원이 하루에 딱 5분만 그림책을 읽고 기록해보자고 운을 뗐는데, 저는 너무 긴 거 아니야? 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그림책에 푹 빠져서 매일 5~6권 씩 읽고 노트에 감상을 기록했습니다. 그때 발견한 그림책과 작가는 『구름공항』(데이비드 위스너), 『사할린 아리랑』(정란희 글, 양상용 그림), 『커다란 순무』(헬린 옥슨버리 그림, 알렉셰이 톨스토이 글), 『넌 (안) 작아』(강소연 글, 크리스토퍼 와이엔트 그림),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고정순), 『나는 달걀입니다』(시오타니 마미코), 『아이디어: 창작을 만드는 작은 동물들』(이자벨 심레르)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림책에 진심이던 제가 지난 달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열린 박미숙 작가와 김기섭 작가의 두 번의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그림책과 도서관, 그림책과 명상이라는 썩 잘 어울리는 키워드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박미숙 작가의 『그림책은 힘이 세다 도서관에서 발견한 47가지 그림책 질문』은 평생을 작은도서관운동에 바친 저자가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싶은 모든 어른들에게 보내는 그림책 에세이입니다. 많은 장점이 있는 책이지만, 소장 가치가 충분한 훌륭한 특징을 몇 가지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책이라는 신화’ 편집자가 선택한 서체와 섬세하고 우아한 표지 및 내지 디자인의 만듦새를 칭찬합니다. 두 번째는 다섯 개의 큰 목차 아래 첨부한 명언들을 놓칠 수 없습니다.
나쁜 도서관은 장서만 수집하고,
좋은 도서관은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훌륭한 도서관은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ㅡ데이비드 랭크스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 사람이 된다.
우리 모두가 있기에 내가 있다.
ㅡ남아프리카 우분투 사상
정말 명쾌하고 울림을 주는 문장입니다. 이 책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누가 뭐래도 다정하면서도 핵심을 파고드는 박미숙 작가의 예리한 어휘선택과 문장들입니다. 술술 읽히다가도 멈추게 하고, 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은 계속 책에 머물도록 유혹합니다.
곧 3쇄를 찍을 『그림책은 힘이 세다』의 북토크는 한양문고 주엽점이 야심차게 개방한 데미안홀에서 이권우 도서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최근 이수지 작가 등 한국 그림책 작가들의 해외 수상이 시민운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작은도서관운동의 열매라는 해석과 기적의 도서관이 아닌 일상의 도서관이 되어야 한다는 이권우 도서평론가의 사유가 참석자들의 지성을 깨우며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책만큼은 차별이 없고 공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은도서관을 개관하고, 도서관의 공공성을 위해 실천적 삶을 살아온 박미숙 작가의 삶은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줍니다. 이와 정반대로 최근 고양시도서관센터의 일방적인 예산삭감 통보로 폐관 위기까지 몰렸던 공립 작은도서관 5개소의 사례는 도서관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현실을 외면한 행정 편의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미숙 작가는 자신이 현재를 살아내는 중요한 토대야말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적 체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던 고양시 책놀이터 어린이 도서관에서의 기억과 경험이라고 확신 있게 고백합니다.
힘을 빼는 연습에 유효했다며 추천한 『오래달리기』 낭독과 구부러져야 새로운 세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파도야 놀자』, 남과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보여준 『채식하는 호랑이 바라』가 다시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박미숙 작가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행운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림책과 명상을 접목한 치유명상안내서로 독자를 찾아온 김기섭 작가의 『나를 돌보는 그림책 명상 마음 근력을 키우는 7가지 명상법』은 단비출판사가 발행한 딱지책 두 번째 책입니다.
손 안에 편안히 잡히는 크기에 처음 그림책과 명상을 접하는 독자에게도 친절하고 알찬 내용으로 꽉 채웠습니다. 이 책은 그림책명상학교에서 5년간의 현장 경험과 연구 성과를 담은 책으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곱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일곱 가지 키워드는 의도적인 멈춤, 현존, 감정을 감정으로 바라보기, 평가와 판단을 보류하기,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자기에게 친절하기, 인드라망(범천의 하늘에 떠 있는 구슬로, 땅이 하늘을 비추고 하늘이 땅을 비추듯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를 비추며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 자각하기입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그림책 명상의 그라운드룰과 그림책 읽어주는 방법 및 그림책 명상 진행 순서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넘어 진행자가 해야 할 공통 질문과 명상 안내문까지 알려줍니다.
이 책 한 권이면 그림책 명상 연습과 명상하기 좋은 그림책 수십 권을 추천받고, 그림책 명상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0세부터 100세까지 읽는 그림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에 먼저 자신을 돌보고, 알아차림과 마음 챙김의 그림책 명상세계로 타인을 초대하는 일은 앞으로 더욱 가치 있고, 많은 이들이 배우고 찾을 흥미로운 콘텐츠임이 분명합니다.
지난 달 16일, 김준모 선생이 선택한 세 곡의 한국식오카리나 연주로 문을 연 김기섭 작가의 『나를 돌보는 그림책 명상』 출간기념 북토크(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는 행복한미래교육포럼 최창의 대표의 재치 있는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좋은 그림책은 그림자(느낌/생각)가 다 다르고, 그림자가 길다는 말과 그림책은 인생에서 세 번 읽어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이 어렸을 때 그림책 낭독을 못 듣거나 못 읽은 사람이라도 자신의 아이나 타인의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두 번째 기회가 있고, 이 기회마저 놓쳤다면 인생의 후반기에 자신을 위해 그림책을 만날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참석한 독자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시연한 브리타 테켄트럽 작가의 『빨간 벽』 그림책 명상은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벽 없는 세상을 위해’ 라는 그림책 작가의 말처럼 강렬하고 깊은 사유의 세계로 모두를 이끌었습니다.
“벽이 어디 있지?" 꼬마 생쥐가 물었어요.
“무슨 벽?” 파랑새가 물었어요.
“벽은 처음부터 없었어.”
모두 크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충격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내부에 세워놓은 두려움의 장벽은 영역별로 정리해볼 필요성을 느꼈고, 외부적인 장벽은 지금껏 한국 땅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다는 자각이 들었습니다. 벽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만으로도 자신과 또는 타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주제였습니다. 그림을 중심으로 본다면 왜 빨간 벽인지, 다른 동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 자신은 어느 동물에 가까운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볼 수 있겠지요.
김기섭 작가는 그림책 명상을 통해 우리 안의 왜곡된 렌즈가 드러나서 상황을 명료하게 볼 수 있는 지혜로움과 진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조건에 따라 춤추는 상태였다면, 그림책 명상을 통해 오랜 습관들이 쌓여 굳어진 성격에 새로운 습관이 생길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김기섭 작가는 우리 삶에는 언제나 무지개와 같은 경이로운 순간이 있고, 환호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그 순간을 느끼고, 또 다른 누군가는 매번 놓치겠지요. 지금 이 순간 여러분 앞에 놓인 경이로운 순간에 환호하시겠습니까. 기꺼이 저도 그 경이로운 대열에 합류하겠습니다.
◈ 사부작사부작 웹진 3월호, 그림책은 힘이 세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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