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MEMBER의 산행
김 종 선
1월 26일 모임에서 금주산행 참가자를 파악하는 데 어찌된 일인지 태을에서 참가를 신청하였고 회장님께서도 바쁜 일손을 놓으셨다니 오랜만에(실로 1년만 인가 보다)전년 야간 산행이후 여자 회원 없는 풀 멤버가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계 등산학교를 수료한 명식이가 삐올레 시리즈(픽켈 사용과 아이젠 웍)를 강의하고자 아무도 없는 교장을 찾아 칼봉산 수락폭포를 택하여 산행을 정하고 29일 청량리 지하철에서 07:10 약속을 하였다.
07:14 청량리에 가니, 기활, 영진, 원교, 인규가 모였는데 명식이가 없다. 지하철역에 들어서니 동건이가 와 있었고 성북 역을 통하여 경춘선에 몸을 실었을 땐 07:30 출발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삐올레 시리즈의 선생님은 나타나지 않으니 어찌된 일인지?
허나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우리 청악 회원들은 뒤차로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출발하였다. 앉기가 무섭게 돌아가는 청악의 브랜드. 마이티는 열차가 왜 이렇게 빠른가? 하는 아쉬움 속에 금전의 이동도 없이 열 일곱 노카드 홈런의 쾌감을 못 느낀 채 가평 도착으로 인하여 끝이 나고 말았다. 금곡 역에서 합류한 문균이와 모두 7명이 되었다. 카드와의 짧은작별을 하고 대합실에 나오니 연탄 난로 하나와 상행선 열차 손님이 꽉 들어찼다. 명식이가 도착하자면 앞으로 40여분 정도 남았다. 새벽에 집을 나선 관계로 모두들 식전인 회원들은 라면으로 식사를 대행 내지는 살짝 때우자는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라면을 구입하고, 버너를 가동시키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대합실 난로에 코펠을 놓으니 코펠위로 카드가 돈다. 연탄불이 절정에 이른 난로는 코펠의 물을 사정없이 끊이고 라면과 수프가 들어가니 바로 식사가 시작된다. 대합실 한복판 난로주변의 청악의 유니폼 일곱 벌은 라면을 개눈 감추듯이 아쉬움에 젓가락을 놓지 못하는데 명식이가 들어선다. 일 이분 사이로 열차를 놓치고 마장동에서 직행버스로 오는 것이란다. "선생님! 코펠은 이미 비었고 설거지물을 끊이는 중이랍니다."
자! 출발이다(10:50) 요사이 서민들의 부식으로 각광을 받는 꿀꿀이를 2근 구입하니 명식이가 가져온 것까지 4근인데도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간식 몇가지 구입하고 가평군청을 돌아 국민학교를 지나고 고개를 살짝 넘으니 경반리인가 보다. 약 2시간의 보행을 해야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8벌의 청악 유니폼이 움직인다. 꽤 시끄럽구나. 산 속 시골길의 정취를 모두 깨는구나. 오랜만에 여자회원 없이 산행을 하니 모두들 너무 즐거운 것 같다.
사회에서 체면상 구사하지 못한 언어를 막 쏟아놓으니 가평 공기가 오염되겠다. 호탕한 웃음으로 모든 농을 받는 여유있는 청악의 유니폼 행렬, 계곡을 한번 두 번 건너며 산길을 오른다. 쉬어갈까? 하는 말 한마디에 모두 찬성 마이티를 모르는 동건이와 멤버 초과로 인하여 물러나야 하는 명식이는 그냥 가자한다. 그래도 철저한 민주주의의 청악은 5대 2의 찬성과 기권 1표로 휴식을 취하며 손은 벌써 카드를 꺼낸다. 막간의 3판 승자도 패자도 없고 승리의 쾌감과 패배의 쓰라림도 없는 오직 즐거움뿐이 시간... 자! 또 출발이다.
내곡 분교와 3가구가 살고 있는 내곡 마을을 지나 약간은 가파른 길을 걷는다. 계곡을 건너며 자그마한 폭포를 본다. 저 정도의 어름이면 교장으로서는 아주 적합하다고 느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12시 40분경 목적지인 수락 폭포에 도착하니 약간은 실망이다. 동남쪽을 바라보는 폭포에는 따스한 햇볕이 들어 폭포의 표면이 곰보로 만들어 놓았으니... 그래도 실망은 잠시 일단은 식사를 해결하자는 쪽과 빈속을 채우자는 쪽과 무엇인가 먹어야 한다는 쪽의 삼파전의 의견 대립(?)도 없이 보일러는 가동되고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코펠 속의 쌀이 이름을 바꿔 밥으로 변하고 있다. 편안한 좌석에서 안락한 식사를 해야겠다는 말없는 행동은 식당주변을 정리하고 매트리스를 펴고 앉아 열달 다 채운 밥이 나올 길 기다린다. 한 손엔 공기 들고 한 손엔 숟가락 들고 첫아들을 기다리는 예비 아빠의 표정과는 정 반대의 병아리를 노리는 하늘의 매와 같은 눈빛으로...
코펠 뚜껑이 열리고 식사를 알린다. 찌개는 끊건 말건 알량한 꿀꿀이는 익을 틈도 없이 없어진다. 코펠 속의 전쟁이 끝난 지금, 서서히 일어나 픽켈(삐올레)을 잡는다. 너, 나할 것 없이 손에 힘이 주어진다. 삐올레 깡(깡: 지팡이란 뜻), 삐올레 앙크르(앙크르: 닷이란 뜻, 영어로 앵카), 삐올레 람프(람프: 사면이 바탈진), 삐올레 라마스 등 계속 오르내리며 모두들 자세를 교정하며 열심히 움직인다. 순식간에 얼음(빙폭)은 만신창이가 된 채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 같다. 여드름투성이의 얼굴이 곰보가 됐다는 듯...
그러나 염려 마라, 밤새 성형수술 해 줄 것이다.
색을 꾸리고 서서히 철수 준비를 한다. 설거지와 피워놓은 모닥불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불이 꺼질때까지 이곳에 있자는 의견과 한판 돌려야 한다는 의견, 열차는 막차를 타더라도 같이 모인 시간을 길게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삼판전의 의견대립도 없이 제 정비된 장소로 이동(?)하여 10장의 비디오는 상영됐다. 기초에서 풀 노까지의 과정 속에 번뜩이는 눈과 사기성이 듬뿍 담긴 웃음, 이 모두가 즐거움이다.
16:20경 하산 길에 자그마한 빙폭 연결 계곡에서 오늘의 교육을 총 정리하고 하산한다. 역시 누구 뭐라 해도 오르는 것보다는 내려가는 것이 쉽다는 진리를 새삼 느끼며 바른 속도로 하산한다. 오늘 산행에서 벌써 16킬로미터 정도 워킹을 하고 있다. 발이 피곤함을 느끼며 자꾸 쉬었다 가자한다. 그래도 20킬로미터는 걸어야 쉬겠다는 생각인가 조금이라도 빨리 한자리에 앉아야 된다는 생각인가... 발바닥이 아프다며 계속 잘도 걷는다. 비브람을 신고 쿠션 없는 길을 너무 걸었나? 가평 역에 18:00경 도착하여 개찰까지 약 10분간의 여유를 최대한으로 이용코자 했건만 자리잡고 한판도 다 못 돌아 열차가 도착하여 개찰하였다. 이것으로 오늘의 산행은 일단락 되건만 그래도 우리에겐 1시간 40분의 시간이 있다. 마지막 피치를 올리기에 바쁘다 바뻐, 어느새 성북역,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내일이면 또 만나고 소식 전하는 우리의 청악 멤버들 결혼 준비에 바쁜 종민이도 오늘은 같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984년 1월 마지막 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