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산림의 초당에서 책이나 즐기며
獨愛林廬萬卷書 독애임려만권서
홀로 산림의 초당에서 책이나 즐기며
一般心事十年餘 일반심사십년여
한 가지 마음으로 십 년 세월 넘겼다.
邇來似興源頭會 이래사흥원두회
요새 와서 근원에 마주친 것 같아
道把吾心看太虛 도파오심간태허
도 틀어 내 마음 휘잡아 툭 트인 태허를 본다.
도학을 닦는 공부인은 자기가 추구하는 진리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항상 품고 산다. 만약 이것을 망각하면
우선 자기 자신을 바로 만날 수가 없다.
참선 수행에 있어 이른바 화두라는 것이 바로 자신을 틀어잡는 응집력이다.
학문을 하거나 예술을 하거나 바로 자기 자신을 틀어잡는
응집력이 갖춰져야 한다. 이것이 있으면 자아상실을 면할 수 있다.
사상과 이념이 근본의 이치 그 자리에 이르지 못하면
갈등만 부추기는 망상 체계에 불과해 자신을 이롭게 하지 못하고
남을 이롭게 하지 못한다.
도를 틀어잡고 툭 트인 태허를 보았다는 이 시는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이 19살 때 지었다고 알려진 시이다.
물론 성리학을 탐구하여 이기理氣의 이치를 깨달았다는
유학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시이지만,
불교의 선과 상통하는 일종의 선시라고 할 수 있는 시이다.
퇴계는 그의 생애가 고고한 학문을 닦는,
일로정진(一路精進)의 길이었음을 보여주었으며,
임종 시에는 선승처럼 앉아서 숨을 거두는 장면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