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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고 있는 <<편향의 종말>>(제시카 노델, 웅진지식하우스)의 실제 사례는 흥미로우면서도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테크 회사 회장인 수킨더 싱 캐시디가 최상급 벤처 캐피털리스트를 분석한 결과에는 그 명단에 오른 여성의 80%가 STEM 학위 (과학 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분야를 통합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를 보유한 반면 남성의 경우에는 61%에 불과했습니다. 그 회장은 남성의 40퍼센트 가까운 수가 갖고 있지 않은 자격을 여성은 100퍼센트 갖춰야 한다고 단언하면서도 여전히 그는 여성에게 문제가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그들의 혐오에는 악의가 없다"는 챕터에서 제시카 노델의 기술은 김지혜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생각나게 합니다.
제시카 노델은 암묵적 편향이라는 개념은 차별이 반드시 악의나 강력한 편견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하며, 차별적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 중 일부는 도저히 변호할 수 없는 인종주의자나 성차별주의자이지만, 많은 수는 평등주의를 믿으면서도 차별적으로 행동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암묵적 고정관념이 작동되는 경로는 특히 사람들이 지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시간에 쫓길 때, 아니면 정신적 압박을 받을 때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더 '명시적'인 신조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할 동기나 정신적 자원이 있을 때 우세해진다고 기술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뜻일까를 물으면서 꼭 그렇지는 않다는 답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조에 대해 철저하게 알아보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편견 패러독스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신호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내면을 철저하게 뜯어보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제시카 노델의 견해를 들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갈등은 사람들의 진실하고 평등주의적인 신조와 그들의 습관적인 연상 사이가 아니라, 사람들의 점검되지 않은 신조와 그들의 도덕적 가치관 사이의 갈등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입니다.
제시카 노델의 주장 중에서 설득이 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이것입니다.
우리 행동의 십중팔구는 자동적인 과정과 의도적인 과정, 그리고 이 둘이 복합된 여러 과정에 지배된다는 말과 사람들의 행동 역시 그들과 교류하는 사람들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에 자신의 행동을 직면했을 때 마음이 불편해지고 가책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양심의 발로이며, 자신이 편향적 행동을 변화시킬 결정적인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고도 얘기합니다.
"고정관념에 중독된 인간 뇌" 챕터에서의 탐구 역시 여성의 현실에서는 자주 발생합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비호감 대상이 되는 것은 특히 여성에게는 흔한 경험이며, 여성이 여성적 고정관념과 다르게 행동하면 즉 다정하고 친절하게 굴지 않는다면 그런 여성은 불쾌하고 비호감인 사람으로 취급됩니다. 이런 식으로 서술적 고정관념이 쉽사리 규정적 고정관념으로 치환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긍정적인 고정관념도 그것을 준수하지 못하면 비난받을 근거로 작동하므로 부정적 결과, 역풍을 낳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괴물로 만든 것은 당신이다"라는 챕터 역시 주목할만합니다.
2010년 당시 텍사스대학교에서 발달심리학자로 재직하던 레베케 비글러는 20년 가까이 편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온 학자였습니다. 연구의 목표는 편향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알아내는 것이었고, 연구를 위해 학교와 자주 협력하던 때였습니다. 편향 실험의 진행상황을 점검하려고 한 세 살과 네 살의 아이들로 구성된 사립 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그날 함께 일하던 교사가 복도에서 그녀를 향해 달려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실험을 취소할 거예요. 당신이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었어요."라고.
비글러의 실험은 교실에서 젠더 편향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는 프로젝트로, 편견이 왕성해지도록 유도하는 여건과 쇠퇴시키는 여건이 무엇인지 밝혀내는 실험이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의 교실에서 소소한 양상을 바꿔놓고, 아이들의 태도와 행동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지켜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세상에 나올 때는 편견을 지니고 있지 않았는데, 비글러는 일찍부터 싹트는 편향과 편견 연구에 유용한 무대로 학교를 택했던 것입니다. 이르게는 서너 살 된 아이들에게서도 젠더 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섯 살이나 일곱 살이 되면 여성의 우수성에 대한 여자아이들의 믿음이 낮아지고, 게임을 하려다가도 '진짜 똑똑해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는 물러나기도 합니다. 피부색에 대한 차별은 다섯 살이나 여섯 살 무렵 나타나지만, 최근의 연구는 백인 아이들은 이르면 네 살부터 인종과 성별이 복합된 편향을 형성해 백인 여자아이와 백인 남자아이, 그리고 흑인 여자아이보다 흑인 남자아이에게 더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비글러가 유치원생들과 함께 한 첫 번째 실험인 사립학교 실험의 경우, 실험은 성공했지만 위험해졌습니다.
교사들은 성별에 따라 아이들을 분류했는데, 아이들은 점점 사나워지고 통제를 벗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 성별에 따라 무리짓고 다른 성별과는 어울리지 않으려 했다고 합니다. 결국 조사는 취소되었고, 비글러는 다음 날 교실로 달려가 실험의 영향을 무효화하고 아이들을 간섭받지 않은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 애썼다고 회상했습니다. 원래 이 연구는 여러 주 이어질 예정이었는데, 단지 사흘 만에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책을 읽읍시다 (2159)] 편향의 종말:우리 안의 거대한 편향 사고를 바꿀 대담한 시도
2022.12.15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제시카 노델 저 | 김병화 역 | 웅진지식하우스 | 500쪽 | 2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일상에 스며든 편향 사고로부터 어떻게 해방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실증적인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신간 『편향의 종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OECD 30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갈등지수 산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갈등지수 3위를 차지한 ‘갈등공화국’이다. 인종과 젠더에 대한 편견을 넘어 교육, 의료, 노동, 치안, 종교 현장에서 차별과 혐오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법으로 규제하고 금지하며 처벌하는 것이지만, 근본적 원인인 ‘편향사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러한 대증요법은 원천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라고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 제시카 노델은 지적한다.
여기서 편향(bias)이란 편견을 갖게 되는 태도나 경향성 그 자체를 말하는데, 인간의 인지와 감성에서부터 사회 제도,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혐오는 인간의 본능인 편향 사고에서 비롯되며, 개인과 사회 전반에 뿌리깊이 자리한 편향이 미래의 가능성을 좀먹고 있다는 것이다.
인지과학과 사회 심리학의 통찰을 바탕으로 무려 15년에 걸쳐 집필한 그녀의 첫 저작 『편향의 종말』에서 노델은 편향의 문제를 인식하고 밝히는 데서 나아가 성과 노동, 장애, 의료, 종교 현장에서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기 위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해결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의 본능에서부터 편향의 실체를 파악해나간다. 바로 인간이 본능적으로 차별할 수밖에 없도록 타고났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범주화’, ‘본질화’, ‘고정관념 형성’의 3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종의 보상작용이 벌어진다.
한 실험에 의하면(2장) 인간의 두뇌는 불확실한 결과를 정확히 예견했을 때 쾌감을 느끼고, 반대로 예견이 틀린 것으로 판명될 때 짜증과 위협을 느낀다.
심리학자 웬디 베리 멘데스의 실험에 따르면, 실험 대상인 백인 대학생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라틴계 학생들(실제로는 배우)과 교류할 때 비호감뿐 아니라 위협마저 느꼈다. 라틴계 학생들이 가난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상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두뇌는 끊임없이 고정관념에 ‘중독’되고, 이는 편향사고로 이어진다.
“반성적이고 유능한 사상가”라고 찬사를 받는 미국의 차세대 과학 저널리스트, 제시카 노델(Jessica Nordell)은 이 책에서 편향의 폭력과 해결의 실마리를 우리에게 드러낸다.
저자는 본능적으로 작동하는 인간의 편향사고가 우리의 신념과는 상반된 편견과 차별로 이어진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교육, 의료, 노동, 치안, 종교를 비롯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한다.
편향의 실제 영향을 컴퓨터 시뮬레이션한 독자적 연구는 물론 인지과학과 심리학을 가로지르는 학제 간 연구 성과와 방대한 사례 연구 및 인터뷰 자료를 집대성하며 우리 안의 편향 사고를 종식시킬 방법들을 제시한다. 막연한 호소나 구호에서 멈추지 않고, 편견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 실체를 선명하게 드러낸 이 책에서 갈등과 혐오의 시대를 뛰어넘을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 작가 제시카 노델 소개
편향의 폭력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선 미국의 차세대 저널리스트. 하버드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했고,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애틀랜틱》 등에 꾸준히 글을 기고해왔으며, “반성적이고 동시에 유능한 사상가”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저서 『편향의 종말(The End of Bias)』은 2021년 출간 이후 세계경제포럼(WEF)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노틸러스 도서상 은메달과 루카스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언론계에 진출하기 위해 노델은 전국 유명 언론사에 다양한 기획 기사를 제안했으나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다. 그러나 가상의 남자 이름 J.D.로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자 몇 시간 만에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다.
이 경험을 계기로 그는 사회적 편견 속에 작동하는 ‘편향의 역학’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자, 컴퓨터 과학자들과 협력해 편향의 실제 영향을 시뮬레이션하며 연구했다.
그렇게 인지과학과 사회심리학의 통찰을 바탕으로 무려 15년이라는 길고도 끈질긴 여정 끝에 그의 첫 책 『편향의 종말』을 펴냈다. 이 책은 우리 시대를 위협하는 난제 중 하나인 무의식적인 편향과 차별에 돌파구를 제시하는 혁신적이면서도 심층적인 탐구의 결과물이다.
< MY STORY >
여자는 체질상 스트레스가 많아요.
고양시 기후환경학교에 갔다가
중간에 나왔습니다.
아직도 배우자를 '집사람'이라 부르는 교수였습니다.
젠더감수성이 없는데,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녀의 스트레스 수치를 비교하다가
여성의 스트레스 수치가 남성보다 높은 이유로
"여자는 체질상 스트레스가 많아요."라는
망언을 내뱉었습니다.
의학적 근거가 없는 억지 주장일뿐만 아니라
대다수 참석자인 여성들을
눈 앞에서 무시한 편향적 망언이었죠.
가부장제로 인한 심리적 압박과
성차별 현실 및 유독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구조적 불평등과 안전하지 않은 사회 등으로 인한
복합적인 사회적 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 즉시 일어날까 했는데,
'이놈의 예의'가 몸에 밴 탓과
또 무슨 망언을 더 하는지 들어보자는
복잡한 심정으로 버텼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문가랍시고 떠드는 거짓 주장과 편향적 망언을
언제까지 들어야하는지 개탄스러웠습니다.
아무리 높은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
또 이룬다 할지라도
뿌리 깊은 가부장적 가치와
일반인의 상식에도 못 미치는
젠더감수성과 편향적 사고를 고수한다면
그의 인격은 고루하고 지리멸렬하며
더 이상의 영향력을 상실할 것입니다.
제발 자신의 말을,
아니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의심해주십시오.
자신의 직업반경을 벗어나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과도 어울리고
지정 성별이 아닌
다른 성별과 성소수자 친구도 사귀어보십시오.
기득권이 아닌 소수자들이 외치는 내용은
도대체 무엇이며,
소수자들이 외치는 이유는 뭔지
최소한 궁금해하기라도 하십시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편견과 아집, 고정관념과 편향에 갇히기 쉽습니다.
기본적으로 암묵적 편향이 내재되어 있는데다
자신의 편향적 사고를 돌아보려는 성찰을 게을리하거나
자신을 탈피하고 바꾸려는
의식적 시도를 잠시라도 중단하면
갈수록 편협하고
차별적인 사람으로 고착될 뿐입니다.
내 속에 갇혀서
자신의 바운더리 안에만 머물러서는
성장과 성숙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죽는 날까지
배우고 성찰하고
편향을 지양하는 성장을 꿈꾼다면
자신과 타인, 사회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요.